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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5
박종해 신발에 대한 경배 외 5편 12 폭염 13 허무의 점 하나 14 세상의 안 과 밖 15 만추晩秋의 길을 가며 16 병영성을 거닐며 17 신춘희 가방 외 6편 20 애틋해서 나는 운다 21 그래서 나만 자꾸 쓸쓸해진다 23 수족관 25 장마 27 그러니 사랑하세요 28 머나 먼, 세속도시 29 강세화 정자항 외 6편 32 나이 생각 33 당초문唐草紋 34 억새꽃 35 초록이 우거지면 36 우두커니 37 꽃지는 시간 38 문영 돌의 카톡 외 5편 40 암각화의 말 41 시월이 돌아본다 42 푸른 점 하나, 볼짝 ― 김환기 화가 ‘하늘과 땅 24-Ⅸ-73 #320’ 앞에서 43 돌에 대하여 44 간절곶 바다에서 46 임윤 이태원 불빛 외 6편 48 주꾸미의 집 49 숨겨진 상처 50 오월의 장미는 다시 피는데 51 새벽 시내버스 53 회화나무의 침묵 54 기압에 대하여 55 장상관 몸부림이다 외 6편 58 암 암 암 백혈구 60 횡단보도에서 61 다육이 62 기억의 기하학 63 씨 64 자미원 65 황지형 블록마다 나오는 시절이 외 6편 68 도르래와 목걸이가 72 제인 오스틴 연필 세트 75 어순은 안녕하십니까 79 가방 81 사과 84 기적소리 86 이강하 슬프도록 아름다운 세계 외 6편 90 장생포 92 루꼴라 그리고 94 여미지식물원에서 96 빗방울 98 새 그림 99 낙조 101 박정옥 먹다 버린 2월 외 4편 104 어디 있냐구요 -반죽의 세계- 106 괭이밥 108 변신 110 당신의 마일리지 111 강현숙 코끼리 다리가 끝없이 길어진다면 외 6편 114 비누가 거품으로 변하는 시간 120 벚꽃이 날려 쌓여가는 시간 비가 비껴서 날리는 시간 모래는 모래를 밀어내겠지만 123 너는 꽃이구나, 분명하게 125 수목원 128 시든 꽃 130 물푸레나무 132 김려원 월요일 전시회 외 6편 136 밟히는 초록 138 5밀리 내외 140 후회 氏 142 도마도 143 식물성 불면 145 굿 모닝 좋은 아침 147 변방 연혁 149 시인들 소개 1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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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도 둥굴고, 지구도 둥글고, 그 모든 것이 다 둥글다. 중심도 없고, 주변도 없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모든 것이 가고 모든 것이 되돌아 오는 곳에서 우리 인간들은 시작과 끝, 중심과 주변을 나누지만, 그러나 언제, 어느 때나 혁명은 일어난다.
혁명은 언어의 혁명이고, 언어의 혁명은 시의 혁명이다. 대한민국 울산에서 11명----박종해, 신춘희, 강세화, 문영, 임윤, 장상관, 황지형, 이강하, 박정옥, 강현숙, 김려원----의 ‘변방 동인들’이 제38집 『돌의 카톡』을 쏘아 올린다. “시작 없는 끝”, “끝 없는 시작”의 “돌의 카톡”으로 언어의 혁명을 이룩하고, 이 언어의 혁명을 통해서 한국 현대시의 새역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 자, 이제부터 머물거나 구르거나 시작이야 시작은 끝이 없어 시작은 끝이 없는 시작이야 시작이라 말하면 시작은 사라져 시작은 시작하지 않은 말이야 자, 이제부터 멈추거나 섰거나 끝이야 끝은 시작이 없어 끝은 시작하지 않아 끝은 시작이 없는 끝이야 끝이라 말하면 끝은 사라져 끝은 끝나지 않는 말이야 자, 머물거나 구르거나 멈추거나 섰거나 살거나 죽거나 시작 없는 끝이야 끝이 없는 시작이야 자, 돌의 카톡이야 ― 문영, 「돌의 카톡」 전문 문영 시인의 「돌의 카톡}: 시작이라고 말하면 시작은 사라지고, 끝이라고 말하면 끝은 사라지지만, 그러나 시작과 끝은 둥근 원의 그것과도 같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중심도 없고, 주변도 없다. 내가 서 있는 곳이 세계의 중심이고, 나의 시는 전인류의 애송시가 될 수도 있다. 나는 대서사시, 즉, 「돌의 카톡」의 영원한 주인공이고, 나의 행복론은 만인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 내 스무 살 즈음에 어머니가 떠주신 스웨터/ 얘야, 어서 입어봐라, 날이 몹시 차구나/ 떠나신 네 아빠의 것을 풀어서 다시 짰다// 머리에 씌우고, 두 팔을 껴주고/ 따스한 털가슴 쓸어내려 주면서/ 아이구, 이게 누구야, 신혼의 내 신랑 같구나 ― 신춘희 「애특해서 나는 운다」 부분 거북이 책이 토끼 책에게 감동을 준다면 서로 같이, 오래오래 우리 바다를 지켜내지 않을까 ― 이강하, 「장생포」 부분 ‘목요일에 전쟁이 났어요/ 저는 모든 하루가 목요일로 시작해요’// 우크라이나 학생의 말이/ 출입문을 열고 온다// 카페가 젖었다 ― 박정옥, 「먹다 버린 2월」 부분 후회 氏가 나타나면 다들 외면한단다. 그의 징후를 얘기하는 건 어느 집안에서나 금기 사항이라 낮밤 피해 다니는데도 이유를 불문, 불문을 곡직하고 찾아온단다. 문서 끝자리에 이름 석 자를 빌려주거나 섣부른 단호함이 뛰어든 결정들, 그런 일엔 어김없이 나타나는 노상 아우성 후회 氏 후회 氏를 앉혀놓고 잔을 드는데 문득, 지난 일을 말소시키자고 투덜대는 후회 氏. 후회 氏는 모든 후회 氏의 집결지라서 오랜 가장의 약점이면서 오랜 아내의 효율적 공격력이라서 잔을 내려놓는데 문득, 돌이킬 수 없는 발을 걸고넘어지며 뒤엉키는 후회 氏 한때는 재바른 결정을 했다는 거니까 빛나는 확신이 있었다는 거니까 오래 앓은 후회 氏를 곁에서 지켜온 건 언제나 후회 氏니까 후회 氏는 변함없이 오늘의 방문자니까 후회 氏는 바로 당신이니까 ― 려원 , 「후회씨」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