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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볼만은 해! 25년 무사고 모범 운전자 아니겠어?”
선우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살짝 겁도 났다. 자칫 한쪽으로 치우치면 배수로로 빠져 전복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작은 숨을 토하고 운전대를 잡았다. 기어를 1단에 놓고 브레이크를 살짝 밟으며 더 천천히 내려갔다. 창을 열어 삼각뿔 모양으로 깎인 웅덩이를 살피며 앞바퀴를 굴렸다. 크르륵 크르륵 자잘한 돌들이 차저에 부딪히며 소리가 났고 김 대리는 연신 반대쪽 배수로를 보며 “OK! OK!”를 외쳤다. 조각난 길을 반쯤 넘어오자 다소 안정된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선우는 좀 더 서둘러 내려가고자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었다. 그 순간이었다. 쿠우쿵 쾅! --- p.31 혼란스러운 건 선우도 마찬가지였다. 사극에서나 볼 법한 복장의 낯선 사내 두 명이 불쑥 다가와서는 자신들의 안부를 묻자 덜컥 겁부터 났다. “아…… 네, 요 앞 신교대에 일이 있어 오다가 그만 차가 전복되고 말았습니다. 스마트폰으로 119에 연락 좀 부탁해도 될까요?” “…….” “스마트폰…… 없으신가요?” “스……마트……폰, 119, 차, 신……교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소만.” 옷차림과 말투, 모두 처음 접하는 사람이었다. ‘낯선 차림의 사람들을 보면 잘 보살펴 주십시오! 특별한 연이 있어 도련님께도 큰 도움을 줄 이들입니다.’ 선종 스님의 말이 기남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 p.40 “오늘은 무슨 서책을 읽습니까?” 과거를 앞두고 종일 자신의 방에서 글공부에 열중하던 기남이 잠시 바람을 쐬러 나온 듯했다. “아, 네. 점장님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저는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을 읽고 있었어요.” 연희가 대신 대답해 주었다. “《군주론》이요? 그거 재밌겠는데요. 대체 무슨 내용입니까?” 아마도 군주라는 말에 익숙함을 느꼈는지 기남은 관심을 보이며 선우의 얼굴을 쳐다봤다. “이 책은 우리나라와 반대편에 있는 영길리(영국)와 불란서(프랑스) 옆의 이태리(이탈리아)라는 나라의 정치가 마키아벨리가 쓴 책입니다.” “정치가요? 그럼 임금과 신하에 관한 서책인가요?” “그렇다고 봐야죠. 강력한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왕의 처세술이라고 할까요!” “왕의 처세술? 그거 재밌는 말인데요. 대체 어떤 내용이 담겨 있습니까?” --- pp.66~67 “《죽고 싶지만 병자(간장으로 요리한 조선 시대 떡볶이)는 먹고 싶어》…… 이게 무슨 서책입니까?” “지아 아가씨처럼 우울증을 앓았던 여성이 지은 책입니다. 우울증에 걸린 젊은 여성이 병원 아니 의원을 다니며 상담한 내용과 자신의 심경을 담담히 쓴 책입니다. 어쩌면 지아 아가씨도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 드립니다.” “이거, 감사합니다. 이런 서책도 있군요.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아 고맙습니다. 꼭 전하겠습니다!” 유신은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연희에게 했다. 그 마음은 진심이었다. 조선 어디에도 동생 지아와 같은 젊은 여성이 읽을 만한 책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가끔씩 돌아다니는 규방 소설이 있었지만 지금의 지아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하루하루를 공허하게 보내는 동생에게 분명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라 확신했다. 이를 본 재민 또한 감사의 인사를 함께 했다. --- pp.97~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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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에 현대 서점 점장이 회귀해 버린다면?
# 우유부단한 철종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는다면? # 역사 인물과 현대 베스트셀러가 만나는 즐거움 조선 양반의 시대에 현대 서점의 등장이라? 만일 조선시대에 민간 책방이 만들어졌으면 어땠을까?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중종 시대 대사간을 지낸 ‘어득강’이라는 인물은 서사(국가가 관리하는 서점) 확대를 여러 차례 제안하기도 했다. 이는 물론 모두 실행되지 못했다. 인터넷과 각종 SNS를 통해 직접 접하지도 않고 책을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한 번쯤은 반듯이 그 종이책을 펼쳐 봐야 ‘독서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듯하다.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보급으로 ‘독서의 시간’이 줄어든 것은 명확한 사실이나 그 중요함이 낮아진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분명 예전보다 책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영영 사라질 일은 없을 것 같다. 15여 년 전 오디오북이 나왔을 때, 8~9년 전 전자책이 나왔을 때, 많은 사람이 종이책이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처럼 종말을 예고했다. 몇몇 분야의 책에는 영향을 미쳤지만 아직 대세에는 큰 이상이 없다. 저자는 비록 허구의 이야기지만 책과 서점의 중요함을 독자들에게 전달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한국은 세계적 강국임에도 독서력만큼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다고 한다. IT가 곱게 화장한 얼굴이라면 독서력은 생얼, 민낯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벌어지는 역사적 사건들은 사실에 부합하려 최대한 노력했으며 관련 인물들의 역학관계는 허구임을 밝힌다. ‘책’과 ‘서점’의 이야기를 많이 넣으려 노력했다고 한다. 책 속의 책 느낌을 주기 위해 각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현대의 베스트셀러도 다수 소개하였으며, 서점 오픈에 따른 준비와 마케팅 방법 등도 소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