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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김창경

011 불안에 물든 내 마음과 몸
016 그깟 승진이 뭐라고
021 1인분의 몫을 해내기 위해
027 잃어버린 좋아하는 마음
032 이해 받고 싶은 우리들
038 나는 뭐 크게 바라는 게 없다
044 다정의 말을 적재적소에
047 아낌없이 주는 마음, 두려움 없이 받는 마음
052 도시의 한복판, 아니 비켜난 곳에
056 얼마만큼 배워야 잘 살 수 있는 걸까
062 편애하는 사이
070 맛있는 음식 좋아하세요? 저는 간편한 음식 좋아합니다만
075 야밤에 산을 올라
081 집착과 결별
085 환대의 나날들

김선연

099 결국 나일 수는 없는 ‘거의’ 나에게
106 퉁퉁한 몸뚱이, 내 보살핌의 방식
114 늦되고 흔들리는 게 뭐 어때서
120 내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것
127 나의 능력, 나의 쓸모
134 수평을 달리는 어른들의 잘 싸우는 법
140 모든 것은 한 줄에서 시작한다
147 내가 기대하는 크리스마스 선물
154 시골은 왜 나를 불렀을까
159 배움의 목적
163 한 웅큼의 시간과 마음으로
170 밥심으로 삽니다
176 그림자 속에 갇힌 이야기를 쓰는 밤
182 남자 아이와 남자 노인의 궁합의 비결
188 나를 잃고 찾아온 곳, 엄마

배숙희

199 한 맺힌 명랑
204 불면의 밤
209 언젠가는 내 노력이 가닿기를
214 노인으로 가는 길을 당신은 아는가?
220 최종학력
226 나는 무명의 생활예술가
232 평가로 선긋기
237 달빛 아래 걷는 마음
243 할머니 집은 어디야?
248 부러우면 지는 거지? 부러워만 하면 지는 거지!
252 응원하는 사이
258 자신만만 요리부심
263 꽃이 내 친구
268 못 버리는 병
276 좀 건강해보자

저자 소개 3

장녀와 막내아들 사이 둘째 딸로 태어나, 신경 쓰지 않아도 혼자 알아서 할거라는 기대 아닌 기대 속에서 자랐다. 토목공학을 전공하면서 교직 이수와 경영학 부전공을 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일을 시작하면서, 글쓰기와는 인연이 없었기에 글 한 줄 쓰기가 더디고 힘들었다. 엄마, 언니와 같이 글을 쓰며 서로에 대하여 몰랐던 부분을 마주함이 불편해서 울었던 날들이 부지기수였지만,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깊이 있는 시간이었다. 잊고 있었던 글쓰기를 통해 사유하며 나를 찾아가기 시작했다.시작이 반이다. 2023년 제5회 공무원노동문학상 수필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문학을 사랑하는 중·고등학교 국어 교사, 성실한 항해사의 아내, 다정한 두 아들의 엄마. 열심이 넘치는 세상에서 능력을 갖추면 ‘나’라는 사람이 보일 것이라는 마음 때문에 쓸모를 증명하고자 열심히 살았으나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번번이 지쳤다. 그때마다 유년 시절의 시골 풍경이 떠올랐다. 아이들에게 성장과 성공의 가치를 종용하는 대신 시골에서 우리만의 모습대로 다정한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하여 두 아들과 함께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텃밭 한 뙈기를 가꾸고, 숲길을 산책하며 길가의 생명들을 돌보고 있다. 덕분에 나는 잊고 살았던 작가라는 꿈을 이뤘고, 아이들
문학을 사랑하는 중·고등학교 국어 교사, 성실한 항해사의 아내, 다정한 두 아들의 엄마.
열심이 넘치는 세상에서 능력을 갖추면 ‘나’라는 사람이 보일 것이라는 마음 때문에 쓸모를 증명하고자 열심히 살았으나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번번이 지쳤다.
그때마다 유년 시절의 시골 풍경이 떠올랐다. 아이들에게 성장과 성공의 가치를 종용하는 대신 시골에서 우리만의 모습대로 다정한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하여 두 아들과 함께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텃밭 한 뙈기를 가꾸고, 숲길을 산책하며 길가의 생명들을 돌보고 있다. 덕분에 나는 잊고 살았던 작가라는 꿈을 이뤘고, 아이들은 타고난 결대로 많이 웃으며 지낸 지 2년 차에 접어들었다.

KTV <살어리랏다>, EBS <한국기행> 출연
독서 모임 <다독다독> 10회 운영
인스타그램 @dada_reading
브런치 @sena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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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본값이 고독과 슬픔이라 생각하는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랑하게 웃으며 최선을 찾는 사람. 초등교사로 퇴직하고, 일흔에 첫 책을 딸들과 함께 씀. 시골집을 직접 고치고, 그림 그리는 노년의 삶이 EBS <한국기행>으로 방영됨. @baesugye37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135*200*20mm
ISBN13
9791192858135

책 속으로

1.
어떻게든 나를 좀 챙겨보기로 마음먹으면서 그 이유를 ‘나’에게서 찾지 않고 ‘사랑하는 딸’에게서 찾는다. 아이를 생각하면 사무실에서 걸려온 전화나 얼마 전에 받았던 감사까지 새삼 별일 아닌 듯 느껴진다. 나에겐 아직 잃지 않은 행복들이 많이 있으니까. 아이가 건강하게 내 옆에 있고, 그 아이를 배곯지 않게 할 수 있으니까. 일이 힘들고 내 능력은 대단한 것이 없지만 이렇게 감사할 마음이 남아 있는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2.
힘내라는 말. 지겹게 듣는 힘내라는 말. 어떻게든 위로해주고 싶고, 괜찮아지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담긴 말이라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나는 안 괜찮아서 힘을 억지로 내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내 안에 아무렇게나 쌓이는 위로의 말들을 다 털어버리고 싶다. 안쓰러운 표정과 세트로 달려오는 그 힘내라는 말이 정말 싫어서. 이미 회의감과 무기력함에 자꾸만 내가 하찮게 느껴지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척 힘내려면 무너진 내 자존감이 회복하고 무뎌질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나.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관심도 줄어들 것이고 나 또한 별 것 아닌 듯 속상한 마음은 잊은 채 있는 그대로의 나로 또 바쁘게 살아갈 것이다. 그때까지 좀 모른 척 기다려주면 안되는 것일까? 꼭 힘내라고 위로하며 빨리 괜찮아지길 재촉해야 하는 것일까?

3.
출근 준비로 바쁜 아침 시간. 아이는 어젯밤 미리 준비해둔 옷이 오늘은 별로라면서 빨래 바구니에 있던 드레스를 다시 꺼내 든다. 이 더운 날 겨울 부츠와 함께 입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이런 사소한 실랑이로 아침부터 지친다. 그 바람에 고성을 지르며 싸우는 하루가 또다시 시작된다. 우는 아이를 달랠 기운도 없이 겨우 힘을 짜내 들쳐 안고 뛰어가 어린이집에 아이를 밀어 넣는다. 겨우 지각을 면하며 눈물 바람으로 출근한 날. 왜 이런 걸로 아침마다 힘을 빼야 하는지 모르겠다.

4.
내가 뭘 좋아했었더라? 어떤 걸 할 때 부딪히더라도 밀고 나갈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었지? 생각만 해도 좋아서 히죽거리던 때도 있었는데, 이상하리만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나는 것들이 없다. 나한테서 일과 아이를 빼면 지금의 나에겐 뭐가 남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뭐였는지, 뭘 해야 하는지, 뭘 하고싶은지도 잘 모르겠다. 나는 좋아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내일을 기대하며 잠을 잘 수 있을까?

5.
가슴이 철렁한다. 주사님이 건네준 비타민 통을 두 손으로 받아 쥔다. 눈알이 시큰거려서 눈동자에 힘을 빡 준다. 직장생활 18년동안 눈알에 힘줘서 눈물 참아내기는 내 특기가 됐다. 그런데 오늘은 참을 수 있는 눈물 양을 초과했다. 얼른 고개를 숙인다. 또르르 흘러내린 눈물이 신발 위로,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진다. 혼자 있을 때는 눈물도 안 나오더니 직장 사람 다 모인 갇힌 공간에서는 잘도 나온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린다. 아주 잠깐이지만 그 안의 사람들은 나에게 운다고, 울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음을 내리면서 깨닫는다. 울어서 후련해진 것인지, 지금 두 손에 들고 있는 비타민 통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풀린다.

6.
난 그들을 편애하는 사이로 지낸다. 그래서 오늘도 언니 집에 쳐들어가서 기고만장한 형 때문에 괜히 서러운 둘째 조카에게 무한의 애정을 쏟고, 더 큰 선물을 준비한다. 첫째 조카 몰래, 내 딸 몰래 한 번 더 안아주고 궁디도 퉁퉁 쳐주고 다정한 칭찬의 말도 두 번, 세 번 티 너무 나지 않게 덧붙인다. 둘째 조카는 제법 자라 형 눈치만 보느라 자기 마음을 숨기는 수도 줄었고, 엄마의 부당한 대우에 눈 흘기며 이건 아니지요, 라고 말할 줄 아는 여섯 살이 되었다. 나는 그런 둘째 조카가 장하다. 어릴 때 나처럼 장하다. 치열하게 살아남고, 골똘히 더 존재를 부각하는 법을 터득해라! 그게 너의 장점이 될 것이다. 서러워하지말고 마음껏 뽐내라! 둘째만이 가질 수 있는 애잔함을 방패삼아, 생존력을 창으로 삼아, 우리 오늘도 씩씩하게 살아가자. 내일은 더 찬란한 너의 하루가 될 터이니.

7.
그럴 때면 음식이 주는 위로에 온전히 나를 맡겼다. 권태인지, 무력감인지 피곤인지, 모를 이상한 감정을 두고 질겅질겅 음식을 씹었다. 씹는 동안 감정들이 같이 씹히다 옅어졌다. 아이들이 너무 어려 내 생활 영역이 좁아졌을 때는 특히 더 음식에 몰두했다. 수유가 끝나고 나면 찾아오는 허기와 피로를 얼른 지우고 싶어서,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대신 뭔가를 먹었다. 깊고 고단한 노력을 기울일 새 없이 빠른 행복을 탐했다. 음식은 가장 친근하고 편안한 위로였다. 나에게 잘 맞는, 군더더기 없는 가장 완벽한 위로.

8.
아이들은 온화했던 엄마가, 자신들을 위해 수 없는 노고를 묵묵히 행했던 엄마가 갑작스럽게 밑바닥을 내보일 때 당황한다. 그리고 어찌 할 바를 모르다가 자기들 때문에 엄마가 힘들다고 자신들을 탓한다. 내가 견디기 힘든 부분은 여기다. 내 일상의 힘겨움과 감정을 이런 식으로 아이들에게 전가해버리는 것. 살면서 내 밑바닥을 드러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왜 엄마가 된 지금 부정의 감정을 극단적으로 분출하게 되는 걸까.

9.
어려서 부부싸움을 하고 난 엄마에게 엄마가 그냥 지면 안되냐고, 참으면 안 되냐고 말했던 나를 떠올린다. 고개를 흔든다. 그때 나의 부탁은 너무 어렸다. 그럴 수 없다. 엄마도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내 생생한 감정과 생각이 고스란히 날 것으로 남아 있는데, 싸우지 않기 위해 져주는 것은 나를 부정하는 것이 되니까. 내가 한 결혼이라는 선택에서 자신의 생각을 발언할 기회를 확보하지 못하고, 존중받지 못한다면 ‘나’의 의미가 사라진 삶이 되고 마니까. 내가 틀렸다고, 나의 잘못이라고 탓하는 선을 향해 숙일 수는 없는 일이다. 나를 냉담하게 밀어내는 선을 향해 다가갈 수는 없는 일이다. 각자의 생각대로 수평을 달리던 싸움, 서로 날이 선 채 평행선을 달리는 싸움. 엄마와 아빠도 아마 그런 싸움이었을 것이다.

10.
이 모든 것은 한 줄 삶을 쓰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늘도 아이들을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고 조용한 카페로 갔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반짝일 필요도 없다.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도 될 필요가 없다.’는 버지니아 울프의 말을 떠올리며 자리에 앉아 창작 노트를 꺼낸다. 앞으로 2시간 동안, 이곳이 나만의 방이 된다. 나만의 평범을 쓰며 성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된다.

11.
엄마도 매일 갈구했을 것이다.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기를. 지칠 때 맘 편히 쉴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가지기를. 그러나 그 누구도 그동안 충분히 수고했으니 오늘만이라도 좀 쉬라고 말해주지 않았던 성탄의 밤. 일 하느라 고단했던 엄마가 집으로 와서도 끊임없이 챙겨야 할 것들 투성이였을 성탄의 밤을 떠올린다. 추운 밤을 내달리며 어떻게 해서라도 뭐라도 사 왔던 엄마. 파티와 축복이 넘치는 밤에 홀로 아이들 머리맡에 선물을 놔두고 어둔 밤 가만히 앉아 외로움을 삭혔을 엄마. 챙겨야할 것들이 너무 많아 스스로를 챙길 여력이 없었을 엄마, 가련한 나의 산타.

12.
비관과 비애의 정조가 짙은 사람으로 태어난 걸까. 그렇지 않고서야 재빠르게 그런 순간을 포착할 리가 없다. 모두가 빛을 향해 갈 때, 나의 시선은 그들이 늘어뜨린 그림자를 향한다. 사람들이 빛을 가려서 그들 뒤에 꼬리표처럼 늘어뜨린 그림자. 그림자는 어둡고 형체도 뚜렷하지 않지만 깊다. 무채색의 깊음 속에서 비밀스러운 애잔함을 만난다. 일정하지 않은 꼴이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생각한다. 그림자는 살아 있다고. 그 사람과는 별개로 부수적으로 떨어뜨리는 그림자만의 이야기가 있다고. 때론 그림자가 주인공인 이야기도 있다고.

13.
지금의 남편은 많이 다정해졌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가고 싶은 대로 맞춰준다. 그러나 이제 나도 변했다. 그 사람과 함께 하는 여행에 대한 열망은 차갑게 식어버렸다. 다정한 그에게 부러 심술과 변덕도 부려본다. 그렇게 한다고 내 젊은 시절 갈망한 사랑이 돌아올 것도 아닌데. 남편이 같이 여행을 가자고 하면 아직 풀지 못한 과거의 외로움과 서운함이 기어이 올라와 결국 화를 내고야 만다. 이제껏 내가 일 순위가 되보지 못했는데 다 늙어서 이제야! 이런 생각에 행동과 말에 가시가 돋고야 만다. 에고, 혼자 다녀야지, 혼자 다니는 게 속 편하지.

14.
명상음악보다 더 크게 고라니 울음소리가 들린다. 누군가는 고라니의 울음을 두고 산에서 누가 납치당해서 울부짖는 소리같다고 하더니 꼭 그렇다. 처절하고 다급하게 울부짖는다. 고라니의 울음이 깊고 깊은 외로움의 절규로 다가온다. 그 절규가 얼마나 끔찍한지 도리어 상대가 도망갈 만큼 원색적인 감정이 담겨 있음을 깨닫는다. 나의 외로움도 소리를 낼 수 있다면 저럴까?

15.
초등학교에 다닐 때 별말이 없어 몰랐는데 시집 간 큰딸이 메뚜기 반찬 때문에 곤욕을 치렀던 이야기를 했다. ‘어떻게 벌레를 먹을 수 있나? 아 징그러워, 곤충을 왜 먹어?’ 내가 싸준 메뚜기 반찬을 본 아이들은 난리가 났고 딸아이는 어쩔 줄 몰라 도시락 뚜껑을 덮고 점심을 굶었으며, 그 후로도 놀림을 당했단다.

16.
나이가 드는 만큼 마음은 늙지 않아 현실과 마음의 괴리가 너무 커서 슬픈데, 이제는 마음까지도 늙어가고 있었다. 코믹영화를 보며 박장대소하는 여덟 살 손자의 웃음이 더는 내게 전해지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 절로 지혜가 늘어나고, 인자해지고, 욕심은 줄어들고, 작은 것에 만족할 줄 알고, 내가 틀린 줄도 알고, 너그러이 남도 용서해주며 살 줄 알았더니 그렇지도 않고 오히려 웃음만 줄었다. 아이들이 “할머니는 안 웃겨요?” 라고 물을 때마다 “하하하, 우습네.”라고 맞장구쳐주다가 어색함을 털어내려고 자리에서 일어나 마당에 나가 잡초를 뽑았다.

17.
그래도 어쩌겠나. 지난 것은 지난 것이고, 지금 해야 할 일을 찾아가는 것이 생이다. 그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밥을 한다. 씩씩한 손자들에게도 먹이고, 날이 갈수록 나이 드는 것이 보이는 마흔의 딸에게도 먹인다. 이 밥 먹고 오늘의 피로가 좀 녹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서 준다. 잘 먹고 몸도 마음도 편해지고 튼튼해지면 좋겠다.

18.
둘째는 그날 이후로 예전 같지 않았다. 둘째라서 제 언니와 동생에게 치이는 것도 미안했는데 에미가 깊은 상처로 남을 일을 하였다. 똑 부러지게 야무지고 큰 그릇을 타고 난 개성 강한 둘째였다. 뭐가 그리 바쁘고 대단한 일을 하고 다닌다고 자식들의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했나 가슴을 치면서도 정작 아이의 상처받은 마음을 그때도, 지금도 제대로 다독여주지 못했다. 아무일 없었다는 듯, 전쟁 같은 하루를 헤쳐나가느라 그랬다고 스스로를 변명하면서 정작 아이에겐 사과를 잊었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개인의 시작, 가족

인류는 모두 비슷한 것 같지만 세세하게는 너무도 다른 개인들이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기인하는 많은 문제들은 여러 사회적 갈등을 낳았다. 젠더 갈등, 고부 갈등, 세대 갈등 등,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지 못하는 사태에서 비롯한 갈등들은 강남역 묻지마 여성 살해 사건 등과 같은 흉악 범죄 사건들로 번져갔다. 서로가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가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한 사람을 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개인을 규정하는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그 사람의 생김새와 말투, 행동, 습관 등이 있다. 이는 그 사람의 특별한 유전적 요인과 주변 환경으로부터 받은 영향으로 결정될 것이다. 인간의 유전자는 2만개가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 수도 적지 않지만 각각의 유전자가 발현되는 형태, 그리고 그 많은 유전자들이 서로 관계를 맺어 발현되는 경우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모든 사람이 천차만별하게되는 원인인 것이다. 게다가 같은 유전자라 할지라도 살아온 환경과 그에 따른 상호작용으로 형성된 개인의 성격 등은 인간이 표현할 수 있은 유전형보다 훨씬 더 다채로운 사람들로 만들어 간다. 그래서 누군가를 알아가는 것은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일까. 현실적이면서도 가장 쉬운 방법이 있다. 바로 그 사람의 가족을 알아보는 것이다. 사람은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물려받게 되며, 가족은 삶의 많은 부분을 같이하게 된다. 즉, 가족을 알아본다는 것은 그 사람의 유전적, 환경적 요인을 두루 살펴본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한 사람의 가족과 그 안에서의 관계 등을 살펴볼 수 있다면 서로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첫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취지로 70대 엄마와 40대 두 딸의 이야기를 엮은 『사랑해서 미워하고』가 이 사회에 매우 중요한 화두를 던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세 저자는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은 가족이라서 서로가 얽혀 있다. 하나의 사건은 둘 혹은 세 저자 모두에게 얽힌 일이며, 같은 사안을 엄마라서, 딸이라서, 혹은 언니, 동생이라서 받는 각자의 감정들을 솔직하게 그려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사회에서 갖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 안에서 삶을 영위하는 온전한 개인으로써 그 사람을 이해하는 변곡점을 통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책 곳곳에서 드러나는 여러 사유와 성찰들로 서로 다른 가족이지만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달으며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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