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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수필을 수필이게 하는 힘
제1부 눈이 부시게 결 / 눈이 부시게 / 고요 그 후 / 그 향기 / 내버려 둠에 대하여 / 어떤 숲의 전설 / 내 안의 그 우물 / 종소리 / 고자바리 / 어떤 이별 제2부 감자꽃 향기 내 향기 내기 / 감자꽃 향기 / 그날 새벽 / 먼저 좋아 / 그냥 / 허상의 대금 소리 / 서서 흐르는 강 / 우요일 / 오월 그리고 어머니 제3부 햇빛 마시기 그렝이발 / 누름돌 / 어루만지기 / 햇빛 마시기 / 응시 / 낯빛 / 문 / 어깨너머 / 어머니의 눈길 / 놓치다 제4부 어머니의 끈 겨울 부채 / 스침에 대하여 / 고샅 / 어머니의 끈 / 무명 기저귀 / 달빛 은은 / 살그머니 / 추억의 정물 저자 연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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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자방치, 나무 밑둥치만 남아서 썩은 그루터기’의 방언인 “고자바리”를 표제로 삼은 이유에 대해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고자바리’는 어쩔 수 없이 지금 되어가는 내 모습이고 나중의 내 모습이고 내 자리일 것”, 자신의 수필이 누구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모나지 않은 그루터기가 되기를 바라며 수필의 길을 걸어온, 앞으로도 걸어갈 최원현 작가의 수필에 관한 올곧은 사랑을 고백하는 마음을 담은 “고자바리”인 것이다.
“저만치서 할머니가 허리춤에 손을 받치고 걸어와 늘 쉬어가던 그루터기에 앉으신다. 어스름에 묻혀가는 할머니의 모습, 한참 보고 있자니 할머니는 없고 그루터기만이다. 아니다. 할머니가 아니고 나였다. 나도 그렇게 고자바리를 향하여 가고 있는 거였다. 누군가 앉아 쉴 내 인생의 그루터기 고자바리로,”(「고자바리」 중에서) 수필을 통해 삶의 올바른 자세를 다듬어 온 작가가 독자에게 전하는, 밑둥치만 남아 말라가면서도 힘겨운 누군가의 쉼터가 되어 주는 고자바리의 모습대로 『고자바리』에는 우리 모두 그런 삶일 때 “내 향기, 내 빛은 내게는 보람으로, 내 뒤에 오는 이들에겐 희망이요 삶의 나침반이 될 것”(「내 향기 내기」)이라는 눈부신 감동의 교훈이 담긴 작품들이 실려있다. 「눈이 부시게」,「감자꽃 향기」, 「햇빛 마시기」,「어머니의 끈」 등 4부에 나누어 실은 작품에서는 한결같이, 진실하고 성실한 사람의 향기가 뿜어져 나온다. “향기란 몸에 덧입혀진 것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라 내 안 깊숙이 내 행동 자체에서 풍겨나는 것이 아닐까.”(「그 향기」), “소라색 한복 저고리를 입고 고운 미소로 나를 바라보던 이모님, 수요일 저녁이면 들려오던 종소리에 손 모으고 나를 위해 기도하시던 할머니, 행동거지 하나하나 조심하라며 가르침 주시던 할아버지, 지금 생각하면 그 모든 게 다 나를 바로 세워주던 종소리였다.”(「종소리」), 소박하게 피어나 “땅속 결실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는 감자꽃”(「감자꽃」) 같은 사랑을 베푸시던 어머니, 등 위태롭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도 사람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잃지 않은 향기 나는 사람들의 삶을 본받고, 세상에 회향하려는 작가의 삶 또한 향기롭게 그려졌다. “먼저는 행동의 순서가 아닌가. 양이 아닌 순서, 생각하면 할수록 아이가 한 말이 사랑스럽다. 내 삶의 순간순간에서도 나는 이 사소한 원칙 하나 세우지 못했다.”(「먼저 좋아」), “고맙다, 그대들로 하여 행복했다, 그대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결코 잊지 않겠다.”(「어떤 이별」) “그레이질 되어 누군가와 함께 오늘이란 삶의 주춧돌이 되고 그 위에 얹히는 기둥이 된다면 … 그게 바로 사랑이 아닐까.”(「그렝이발」) 등 “진심 담긴 눈길로 세상을 바라보며 따뜻한 마음을 갖는 것이 이 세상을 따뜻하게 할 것”(「응시」)이라는 향기로운 삶의 원리가 스며있는 작품들이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고자바리』에는 이처럼 향기로운 삶으로의 목표와 방향을 선택한 작가의 진솔한 일상과 사색을 오롯이 담은 작품도 있다. “그냥은 내 나이쯤의 세대가 살아온 삶의 분위기였다. 하나같이 어렵고 힘들기만 했던 날들을 하루하루 살아가면서도 오늘보다는 나을 내일,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을 내일이기에 절망보단 희망을 가까이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라며 “그냥”이라는 희망의 말을 새로이 되새겨보는 「그냥」, “이 봄엔 그가 유난히 더 그립다. 나도 그만큼 오래도록 누군가에게 그리움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그가 부는 대금 소리를 한 번만이라도 들어보고 싶다.”(「허상의 대금 소리」), “새들도 추락하는 강 위에서 추락하는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서서 흐르는 강 앞에서 더 높이 날아오르는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서서 흐르는 강」), “문, 내가 살아온 삶 동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문을 열고 닫고 했겠지만, 이제는 열린 문을 닫되 닫혀있는 문을 열려고 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지금 열려고 하는 문은 욕심일 것 같기 때문이다.”(「문門」) 등, 재미와 교훈을 담은 작품을 통해 사랑하고 감사하고 “그게 사는 것이고 사는 맛이 아니랴.”(「겨울 부채」)라며 행복해하는 작가의 이야기에 덩달아 즐거워진다. “삶도 어루만지기로 살고 사랑도 어루만지기로 살 일이다.”(「어루만지기」)라며 「살그머니」, 달빛과 같은 은은하고 순수한 사랑(「달빛 은은」)으로 그대와 나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 오늘도 삶의 향기로운 계절을 준비하고 기다린다는 작가의 눈부신 삶의 예찬이 있는 자리 『고자바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