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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서천 꽃밭 엄마에게
아니무스 찔레꽃 팔자 칠성부대 생일 쌀을 씻으며 풍경(風磬) 그리움 반나절 부끄러운 거다 딸을 안고 얼룩의 두 얼굴 엄마에게 가는 길 그림자 고추를 다듬으며 제2부 오래된 사랑니 스며든다, 흙물 대하(大夏) 손금이 말했다 산 장작 1 장작 2 그 시절 역마살 말라가는 마음에 물을 주며 빈집 나잇값 하는 신발 주마등 육지로 간다 오래된 사랑니 제3부 백련이 필 때 결혼기념일 대지에 대한 예우 하늘 농부 곤포 사일리지 흙의 발 백련이 필 때 할아버지 봄날 눈, 주름을 펴다오 사춘기 엄마 커튼콜 박수 거짓말 노포맛집 제4부 차도를 건너는 법 수심을 헤아리는 시간 비 겨울 야행(夜行) 세탁기 차도를 건너는 법 조간신문 시절 이야기 녹아내리는 날 가을 안개 그리고 철쭉 정체의 순간 누워서 가는 이사 노랑나비 일곱 번째 4월에게 연설 도미노 바나나 혀 월동 · 발문 정민 | 아니무스 아니무스, 뒤뚱거리며 땅을 밟고 가는 길 위의 주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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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속 깊은 곳에 꾹꾹 눌러 감춰 두었던 꿈과 비원의 노래들
안간힘을 다해 가고 싶은 곳, 서천을 바라보며 견딘 날들에 바치는 헌사 일찍이 청년 문사로서 지역문단에 나와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던 시인의 첫 시집. 오랜 세월 침묵하며 삼켜 두었던 말들이 비로소 세상에 나와 빛을 발한다. 모성의 상실에서 비롯된, 존재의 본질과 삶의 순환에 대한 사유와 자각으로 출렁이는 시편들을 모아 담았다. 해묵은 일기장을 꺼내든 느낌이다. 어느 때부터인가 내가 나이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수를 세어 가며, 흘러온 시간 앞에서 수년 전 써 놓은 일기가 아직도 오늘 이야기인 것 같아 숨이 막혔는지도 모르겠다. 내 시계가 고장이 나도 세상의 시간은 절대 느려지거나 멈추는 법이 없으니까. 하지만 점점 분명해진다. 정확하진 않았을지라도 나는 나의 시간을 걸어왔다는 것. 그리고 여기서부터 다시 시계 초침처럼 뚜벅뚜벅 걸어가리라는 것. ― 본문 ‘시인의 말’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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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늘 시의 자리여야 한다. 오래 사랑니를 앓아온 시인의 이야기가 한 편 한 편 지금의 말이자 이야기다. “그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던 길이자 “약수 한 모금에 삼백예순 관절이 살아났”던 아니무스가 “이제사 나는 오구신이 되어/서천 꽃밭 엄마”(「아니무스」)를 만나는 시집이어서 눈물겹고 고맙다. 그 엄마가 돌아가신 날 딸을 낳은 시인에게 세상은 온통 서천 꽃밭이다. ‘얼룩진 슬픔’과 ‘그림자’였던 지난날, ‘오래된 사랑니’를 제대로 앓고 난 자리에 시집을 들고 나와 매미허물을 바라보며 젖은 날개를 말리고 있다. ‘들춰내 아프고 싶지 않은 아직 하지 못한 말’은 이내 투명하고 짱짱한 날개로 시가 되었다. 더는 울지 않는 수심(水深)으로 뿌리 내린 백련이 되었다. 이제 그늘을 내어주는 자리에 서서 오래 흔들려도 좋으리라. - 이종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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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박희선 시인과 20대부터 지금까지 ‘피웠던 꽃잎을 갈피 어디쯤에 순간 순간 새기며’ 함께 흘러왔다. 그러나 한 사람을 안다는 것이 함께한 시간에 비례하는 것은 아닌가 보다. ‘무탈해 보이지만 몇 계절씩은 혹한이었’던 시절을 보내고 있는 줄은 차마 몰랐다. 이 시집에 꾹꾹 눌러 쓴 대로 ‘어디에도 얼룩을 남길 수 없다’는 그의 안간힘이 새삼 돌이켜져 가슴이 먹먹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가 ‘경로를 재탐색’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가 ‘제 물길을 가지고’ 꼭 닿고 싶은 ‘그곳 육지에 닿을 거’라는 걸 나는 믿는다. - 박혜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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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선의 시들은 한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 잘 보여준다. 시집 『아니무스 아니무스』의 시편들은 엄마가 계신 서천까지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듯 걸어서 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것은 새로 태어나겠다는, 어떤 값을 치르더라도 새 생명을 얻어야겠다는 꿈이다.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들, 흙을 존중하는 성실한 남편과 뼈를 깎아 만든 아이들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한 고집이다. 보라고, 나 이만큼 잘 살고 있다고 투정 어린 이승의 말 한마디 바치고 싶은 마음을 따라 서천 꽃밭까지 동행하고 싶어진다. 한 시인을 지탱하는 힘도 그 지극한 정성에 있으리라 믿으며. - 류정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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