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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섬에서 자란 아이
이엉 집의 기억 9 ┃ 개야도 참외는 왜 꿀맛이 아닐까? 12 ┃ 상여와 돼지고기 14 ┃ 논두렁 쥐 양식 서리 17 ┃ 토끼와 개구리 21 ┃ “홍자 만났다!” 24 ┃ 아버지의 눈물 28 ┃ 남포동 거리의 네온사인 32 ┃ 흑산도 아가씨들 38 ┃ 엎어진 배, 서조호에서 살아난 기억 42 ┃ 첫사랑, 펜팔 46 ┃ 연평도 조기잡이 52 ┃ 총 맞은 신 부장 56 ┃ 바람과 파도에 맡겨 놓은 내 목숨 59 2장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고통 환장해 뛰다 죽을 일, 미쳐 죽을 일! 65 ┃ 다 표현할 수 없는 고통 70 ┃ 간첩 아니라 간첩 할애비라도 고문을 당하면 74 ┃ “고무·찬양죄”를 받을 사람은 바로 형사들 78 ┃ 전주로 가서 서류를 꾸미다 83 ┃ 유치장의 악몽 86 ┃ 교도소의 법률 선생들 90 ┃ 불고지죄를 가르쳐 준 검사 94 ┃ 요즘에는 무슨 고기가 많이 잡히냐? 99 ┃ 감방장 통통구의 에피소드 103 ┃ 꽁꽁 묶인 이감 날, 택시비 106 ┃ 출소, 11개월 만에 상봉한 어머니 109 ┃ “봉택이는 이렇게 살아서 나왔는데, 당신은 무엇 때문에 죽었소!” 114 3장 거꾸로 매달아도 사는 게 좋다 기관장이 되어 121 ┃ 복희 씨와 첫 만남 126 ┃ “복희 씨 보려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130 ┃ 우리 두리 육아일기 중에서 137 ┃ 해태 어장의 실패와 완파된 우리 배 성덕호 142 ┃ 15년이 넘도록 둘이서 파도를 헤치며 145 ┃ 돌게 통발 10kg이 벌금 100만 원 149 ┃ 가난하지만, 나는 부자다! 153 ┃ 배움의 길 155 ┃ 재심과 고문수사관 대면 161 ┃ 진실의 힘 167 ┃ 나의 꽃밭 1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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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먹을 것이 없으니까, 살구나 배 같은 과일은 다 익기도 전부터 견뎌 내지를 못했다. 다 익지 않으면 시고 떫어서 지금 같으면 쳐다보지도 않지만, 옛날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남의 것을 따서 나눠 먹으면 왜 그렇게 맛이 있던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참외도 그렇다. 육지에서 들어온 참외는 꿀맛인데 개야도 참외는 맛이 없었다. 텃밭이 있는 집이라면 참외나무 몇 그루씩은 다 심어 놓았다. 참외가 달리면 익은 뒤에 따먹어야 하는데 익도록 놓아두면 내 차지가 못 됐다. 때문에 익기 전에 따다 먹으니 개야도 참외가 꿀맛이 되겠는가? 먹고 싶은 것 제대로 먹지 못하고 살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그때가 내게는 즐겁고 행복한 시절이었다. 배고프고 굶주리며 살아도 그런 세상이 다시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 그렇게 좋았던 시절을 왜 좋은 줄도 모르고 허송세월 했을까? 지금 와서 후회해 봐야 소용없는 것!
---「개야도 참외는 왜 꿀맛이 아닐까?」중에서 그때는 동력선이 없었다. 전마선을 타고 캄캄한 새벽 바다를 아버지와 함께 노를 저어 나가면, 손발이 너무 시려 젓던 노를 놓고 손을 입에 대고 호호 불고 앉아 있었는데, 우리 아버지가 고개를 돌리시고 눈물을 닦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때 아버지의 눈물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와서 아버지의 눈물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난다. 추워서 떨고 있는 자식의 행동을 보시고 얼마나 괴로웠으면 눈물을 보이셨을까? 우리 아버지도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와 같은 심정이셨을 것이다. ---「아버지의 눈물」중에서 얼마나 맞았으면 손목과 손등이 퉁퉁 부어 겨울 내복 소매가 빠지지 않았다. 형사 놈들은 칼을 갖고 와 내복 소매를 찢어 옷을 벗겼다. 그렇게 옷을 홀랑 다 벗기더니 나를 쪼그려 앉게 한 다음, 정강이 사이에 쇠파이프를 끼워 놓고 양손을 무릎 아래로 내리게 하여 손목을 꼼짝 못 하게 꽁꽁 묶어 놓았다. 쇠파이프를 양쪽에서 들어 올리니까 어떻게 되겠는가? 내 머리는 밑으로 다리는 위로, 옛날에 돼지고기 장사꾼이 개야도에 와서 고기를 팔 때 근수를 달기 위해 돼지를 묶어 저울질했는데 그것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형사 놈들은 쇠파이프를 책상 두 개에 걸쳐 놓고는, 거꾸로 된 내 머리 밑에 기름통을 갖다 놓았다. ---「다 표현할 수 없는 고통」중에서 내가 받은 죄는 반공법 불고지죄지만, 사람들은 반공법으로 징역을 살았다고 하면 무조건 간첩질을 했다고 생각했다. 불고지죄가 뭔지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었겠는가? 개야도에 도착하여 우리 집에 들어가니 아무도 없는 집에 아버지 제청만 덩그렇게 놓여 있었다. 아버지 제청 앞에서 나는 무르팍을 꿇고 엎어져서 그냥 엉엉 울었다. 아버지 미안합니다. 그러나 왜 이렇게 돌아가셨습니까? 아버지! 옆에서 어머니는 다리를 쭉 뻗고 앉아서 “봉택이는 이렇게 살아서 돌아왔는데 당신은 무엇 때문에 죽었느냐”고 막 통곡하셨다. 그렇게 통곡하시던 우리 어머니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안 나려야 안 날 수가 없습니다. 지금도 이 글을 쓰다 보니 내 가슴속에서 무엇인가 치밀어 올라와 답답한 마음에 눈물이 핑 도네요. 잠시 쉬었다 갑시다. ---「“봉택이는 이렇게 살아서 나왔는데, 당신은 무엇 때문에 죽었소!”」중에서 두리는 1989년 7월 27일 오후 5시30분에 태어났다. 10월 16일.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어 아빠가 바다에 나가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은 엄마가 바닷가로 굴 따러 간 대신에 아빠가 엄마 대신 우리 두리를 보았다. 우리 두리는 젖만 배불리 먹여주면 잘 자고 잘 노는 아이니까 걱정이 없다. 10월 24일. 요즘은 두리가 너무 많이 먹으려고 해서 걱정이다. 젖을 너무 많이 먹으면 몸에도 좋지 않다는데 자꾸 먹으려고만 한다. 소화불량이라도 되는 날엔 어떡하느냐고 엄마는 걱정이다. ---「우리 두리 육아일기 중에서」중에서 나는 꽃을 좋아한다. 그래서 군산에 나가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서천장이나 장항장, 대야장 같은 곳을 자주 가는 편이다. 두리 엄마한테는 장에 가서 맛있는 것 있으면 사먹고 마음에 드는 먹거리가 있으면 사오자고 꼬드기지만, 나는 사실은 꽃나무 때문에 장 서는 곳을 자주 찾는다. 요즘에는 내가 장에 가자고 하면 두리 엄마 하는 말, “꽃 때문에 또 장에 가려고 그러지?” 하면서도 따라 나선다. 사람도 그렇지만 꽃들도 사람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한다. 우리 집 식탁에는 일년 내내 호접란 붉은 꽃이 떠나지 않는다. 아침, 저녁 밥 먹을 때마다 활짝 핀 꽃을 보며 밥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 집엔 내가 이름을 모르는 꽃들이 몇 가지 있는데, 인터넷으로 확인을 해보면 맨날 외국 말로만 나와서 그 꽃이름을 외울 수가 없다. ---「나의 꽃밭」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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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고통을 견뎌낸 이들에게는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는 누군가에게 희망으로 전해지고 또 하나의 이야기로 잉태된다. 여기 세상으로 알려져야 할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 한 평범한 국민에게 저질러진 국가폭력의 참상과 그 고통 속에서도 꺾이지 않은 인간 정신의 고귀함이 담겨 있다. 이 책은 당신의 이야기에 생명력과 사랑을 불어넣을 것이다. - 문요한 (문요한_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관계를 읽는 시간』, 『굿바이, 게으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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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열세 살이 되던 무렵부터 칠순에 이르기까지 줄곧 배를 타며 살아간 개야도 출신의 어부가 쓴 자기의 생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 책은 평범한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던 한 청년이 간첩이라는 이름으로 인해 부서진 삶을 거칠게 휜 손으로, 그 손 한구석에 남아 있던 온기로 다시 일으켜나가는 삶의 여정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 특유의 유머와 여유로 채워진 문장들은 생의 활기와 온기를 머금고 있으며, 그 문장들 덕분에 우리는 무겁고 고통스러울 수 있는 이야기에 가까스로 한 걸음 다가설 수 있게 된다. 이 소중한 용기와 생의 의지를 생각하며, 저자가 책 속에 새긴 온기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삶에 “따스한 체온”(저자의 말)처럼 번져갈 수 있기를 바란다. - 임유경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불온의 시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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