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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시골과 도시, 양방통행 한윤정 COVER STORY 시골길과 3복선 철길 사이 전현우 인구 밀도, 도시 형태와 기후 윤신영 도시를 시골화하기 권범철 자연 숲으로 돌아간 도시의 쓰레기 산 김성란 텃밭에서 가르칠 수 없는 것 이지훈 관광 아닌 관계가 지방이 사는 길 조희정 농업과 농촌을 지키는 농민의 권리 윤병선 상호의존의 그물을 짜며, 또 넓히며 윤형근 그래픽: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본 도시와 농촌 대담: 박진도+이무열 지역은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문화 한윤정 좌담: 김만희+이지연+정건화 인제에서 꿈꾸는 문명의 변화 주영재 CULTURE 이 거지 같은 폭포와 할머니의 해바라기 씨 노건우 건축의 질문: 신성한 도시, 바이오필릭 시티 남상문 책의 구원: 취약한 인간을 받아주는 존엄한 공간 우석영 기후책 넓게 읽기: 기후위기와 인공지능이 만드는 미래 조성은 기후책 깊게 읽기: 생태전환을 위한 논의와 현장 조효제 인터뷰: 박은선 개발 광풍 속 도시는 누구의 것인가 김다은 ISSUE 새만금, 정치 공학으로 쌓아 올린 신기루 허문경 상상 속 농촌에는 해결책이 없다 이다예 활동가 에세이: 닭발 가지치기? 나무에게 권리를! 김미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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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가 없었다면 이런 식의 난개발 현상은 적당히 내버려 두어도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토지에 대한 재산권을, 자동차를 사용할 권리를, 꽉 막힌 도시의 구속에서 벗어나 시골의 넓은 공간을 누리려는 사람들의 욕망을 무슨 근거로 제한하려 할 수 있단 말인가? 국지적인 생태적 파괴가 안타깝긴 하지만, 이미 천년 넘게 인간에 의해 변형되어 온 한국의 많은 지역에서 인간의 개입이 좀 더 늘어난다고 해서 큰일이 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이 모든 것을 위태롭게 만든다. 운송망, 생활 여건의 망, 구할 수 있는 부품의 망, 교육 품질의 망…, 기후위기 속에서는 이들 모두 격변을 겪을 것이다
---pp.18-19 「전현우 ‘시골길과 3복선 철길 사이’」 중에서 시골의 생산은 “진정한 인간 활동”과는 거리가 있는 그저 ‘자연’으로, 인간의 문명 외부에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따라서 그곳의 자원과 활동은 언제나 저렴하게 전유된다. 제이슨 무어에 따르면 자본은 크게 네 가지 저렴한 것-노동력, 식량, 에너지, 원료-으로 이루어진 “저렴한 자연Cheap Nature”에 의존하는 데 자본의 운명은 이 저렴한 자연을 얼마나 전유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이 네 가지 중 노동력의 저렴화가 여성들의 비임금 재생산 노동을 통해 이루어진다면, 나머지 세 가지는 시골 자체의 자연화와 그곳의 가치 절하된 노동을 통해 저렴화된다. ---p.37 「권범철 ‘도시를 시골화 하기’」 중에서 갑자기 인구감소에 이어 지방‘소멸’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이 나왔다. 국토의 어느 부분은 사람이 살지 않게 되고 행정구역이 소멸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지방 혹은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닌데 다분히 폭력적인 표현이다. 소멸이라니. 뭔가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넌 안돼.”라며 앞을 막아서는 느낌이다. 언제나 그렇게 지방은 오롯한 주체이기보다는 대상화된 객체로 취급되었다. 문제이고 골칫거리라는 식이다. 지방을 수도권 외 지역이라고 정의한다면 문제는 수도권에 더 많은데 변방이라는 의식은 너무나 단단하게 자리 잡아서 변할 것 같지 않다. 수도권 중심의 시각이 압도적이다. ---p.64-65 「조희정 ‘관광 아닌 관계가 지방이 사는 길’」 중에서 ‘재농민화’는 현대의 농식품체계가 거대 농기업의 권력이 작동하는 체계로 고착되면서 나타난 농업과 먹거리의 분열을 극복하고자 하는 현장의 고민과 실천을 바탕으로 나온 개념이다. ‘다시 농촌으로’라는 감성적 의미를 담고 있는 구호가 아니다. 자본이 주도하는 농업과 먹거리 체계가 기후위기를 심화시켰다는 문제의식과 함께, 기업주도의 농식품체계를 다시 농민과 시민의 농식품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전망을 담고 있다. 이러한 각성과 자각은 1980년대 이후 등장한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자본의 논리가 더욱 강고해지고 시장의 질서를 지키기 위한 규제가 자본의 힘에 무너져가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p.75 「윤병선 ‘농업과 농촌을 지키는 농민의 권리’」 중에서 동해물을 만들고 나서 ‘개 식용을 금지해야 한다’, ‘축산업을 철폐해야 한다’, ‘육식을 종식해야 한다’는 식으로 거의 대부분 네거티브한 메시지를 말했다. 반응이 있든 없든 동물권 단체로서 당연히 외쳐야 하는 말이지만, 3년 동안 사람들을 아무리 모아 집회를 열어도 바뀌는 게 없으니 점점 지쳤다. 변화의 기미가 없을 때 많은 사람들이 번아웃을 경험하고 운동에 대한 관심도 줄어든다. 그런 상황에서 신월리에서의 활동이 저희에게 주는 희망이 있다. 드디어 지역에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시도해보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월리에서는 뭘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새로운 세계로 나가기 위해 포지티브하게 다 만들어야 한다. ---p.117 「이지연 ‘인제에서 꿈꾸는 문명의 변화’」 중에서 뉴스에서 봤던 한 우크라이나 할머니의 말이 불현듯 떠오른다. 점령당한 시내에 경계를 서고 있는 러시아 군인에게 노인이 다가가며 말한다. “주머니에 이 해바라기 씨나 넣어둬라. 너희가 이 땅에 쓰러지면 해바라기가 자라겠지.” 그는 무슨 생각을 하며 군인에게 다가갔을까? 손에 총알 대신 씨앗을 들었지만 그가 머릿속에 그린 것은 여전히 싸움이나 전쟁이었을까? 아니면, 그 둘 중 어떤 것도 아닌 새로운 장면이었을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두 국가에 걸친 흑토 지대에 세계에서 가장 넓은 해바라기 평원이 있다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았다. ---p.131 「노건우 ‘이 거지 같은 폭포와 할머니의 해바라기 씨’」 중에서 전라북도의 산업구조에서 농업은 GRDP의 8%다. 우리나라 전체 농업이 GDP의 2%인데 비하면 꽤 비중이 높다. 전국에 10곳이 설치된 혁신도시도 전주완주혁신도시의 경우 농업 관련 기관이 집적되어 있다. 그렇다면 전라북도는 농도農道인가? 전라북도청 ‘주력산업과’는 농업이 아니라 GRDP의 4%인 자동차산업을 다루고 있다. 2024년부터는 ‘전북특별자치도’로 명칭이 변경될 전라북도 행정체계에서 주요 산업 분야를 다루는 조직은 미래산업국, 농생명축산식품국, 새만금해양수산국이다. ---pp.180-181 「허문경 ‘새만금, 정치 공학으로 쌓아 올린 신기루’」 중에서 지난 여름 동네에서 큰 나뭇가지를 뜯어내다시피 하고 있던 용역업체 직원을 만류한 적이 있다. “나무가 안쓰럽지도 않냐?”고 동감을 호소하기보다 그분의 행동을 곧바로 멈추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이러다가 가로수 병 들면 다시 정비해야 할 텐데 그게 다 시민 세금 아닙니까?” 돌이켜 보면 씁쓸한 대화였다. 정비, 세금… 가로수를 시민의 ‘재산’으로 생각하는 습관은 내 안에도 존재한다. 우리는 어떤 사태의 심각성을 부각할 때, 예컨대 산불과 홍수의 피해를 논할 때, ‘피해액’으로 환산하곤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성과 숫자를 내세우는 것만큼 효과적인 설득 방법도 없다. ---p.198 「김미화 ‘닭발 가지치기? 나무에게 권리를!’」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