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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5 나나숲이 뭐예요?
상습 결빙 기간은 누구에게나 그냥 전학이라니 실패 면허증이 있잖아 나비 포옹도 좋지만 침묵 발언이나마 다행히 골든타임 나는 나무입니다 아직 길이 멉니다만 키 다른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작가의 말 도움받은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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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 멘토지 억지 받아 주는 사람 아니야. 이럴 거면 왜 프로젝트 한다고 했어?”
“그야 내 사정이니 아실 거 없고.” 깐죽거리던 민철이 갑자기 일어나는 바람에 의자가 넘어졌다. 그새 얼굴이 벌게진 민철이 그 의자를 찼다. “씨발, 멘토가 무슨 벼슬이야? 저나 나나 고딩 주제에.” --- p.14 “잘못한 게 없는데 몰아붙이니 대응할 가치가 없어서 그렇다. 네가 뭔데 남의 폰을 이래라저래라 간섭이야, 사생활이란 말도 몰라?” “사생활 좋아하시네. 야 이 새끼야, 도촬은 범죄야, 범죄. ……사공현, 너도 봤지? 그 머리 긴 애들 있잖아. 그림 견본 들고 모여 있을 때 이 새끼가 폰 퍽퍽 눌러 댔던 거.” --- p.64 “이생망? 그게 뭐냐?” “이번 생은 망했다고요. 구제 불능, 실패한 인생.” “어린놈이 별소릴 다 한다. 아니다, 이럴 게 아니라…….” 문문이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수달 전화번호를 찾으라고 했다. 민철이 통화 버튼까지 눌러 전하자 문문이 인사말을 거쳐 용건을 말했다. 그 면허증을 찍어 민철에게 보내라고 했다. 그게 뭐냐고 묻기도 전에 수달에게 메시지와 함께 사진이 왔다. 학생증 크기만 한데 ‘실패 면허증’이라 적혀 있었고 수달로 짐작되는 사진과 이름이 적혀 있었다. --- p.93 좋은 성적으로 마이스터고에 입학했고 전문 교과 수업은 물론 동아리 활동도 다양하게 했는데 사회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첫날부터 근무 시간이 길고 일이 고됐다. 더 견딜 수 없는 건 사람이었다. 욕설이 기본이었고 휴식 시간엔 담배를 억지로 피우게 했다. 회식은 더욱 괴로웠다. 강제로 술 마시고 노래 부르고 다른 사람 앞에서 춤까지 추게 했다. 2차를 안 간다고 했다가 정태에게 누구는 좋아서 하느냐, 일단 들어가 마시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도 싫다고 해서 귀싸대기를 맞았다. 신입 사원 연수 때 배웠던 비즈니스 에티켓은 그 어떤 동료에게도 찾을 수 없었다. --- p.183 “지난 6개월, 555 나나숲을 함께해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어른들이 계시지 않았다면 저는 죽어 없어졌거나 비굴하게 숨었을 겁니다. 그동안 전적으로 신뢰하고 지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래상담자일 뿐인 저를 따라 준 멘티들도 고맙습니다. 어제는 우물 안 개구리였지만 열심히 헤엄치는 오늘을 거쳐 미래엔 넓은 바다로 나아가겠습니다.” --- p.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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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현_ 말이 짧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데도 문장으로 끝맺기가 항상 어려웠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것인데 예의 없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이름을 잘못 불리는 것만큼이나.
현은 학교 폭력의 피해자다. 하얀 얼굴에 부드럽고 친절한 말투의 반장은 어느 날부턴가 현에게 가방을 들리거나 피시방 비용을 부담하게 했고, 결국은 욕을 퍼부으며 주먹을 날렸다. 현이 학교 폭력을 당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무 이유 없이 중학생들에게 당한 폭력은 현에게 트라우마로 남았고, 같은 학교 교복만 봐도 손에 땀이 차올랐다. 등교하는 현을 보며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다’는 할머니의 걱정과 ‘차라리 자퇴가 낫겠다’는 아빠의 한숨이 길어질 무렵. 위클래스 선생을 통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운영한다는 청소년북돋움학교 부설 센터를 소개받게 되고, 거기서 만난 수상한 멘토들과 ‘555 나나숲’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현의 안에서 무언가 서서히 변해가는 것을 느끼는데……. 정민철_ “근데 씨바, 이미 구제 불능이더란 말입니다. 전염병 환자도 아닌데 날, 이 정민철을 다 피해요. 씨발, 애들은 물론 담임에 부모라는 인간까지, 나만 끼었다 하면 다 학폭이고……. 이생망이에요.” 민철은 가정 폭력 피해자이자 학교 폭력 가해자이다. 어린 시절 민철은 멀쩡히 잘해 주다가도 수틀리면 욕하고 때리는 엄마가 죽어 버리길 기도했다. 억울하게 학폭 가해자로 누명을 쓴 중2, 부모조차도 자신을 믿어 주지 않자 민철은 결심했다. ‘좋다, 그러면 진짜 학폭 가해자가 되어 주마.’라고. 그러다 흘러들어 온 ‘555 나나숲’에서 안마사로 일하는 시각 장애인 멘토 문문을 만나게 되고, 문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도움을 주는 척 안마소 돈 상자에 손대기 시작하는데……. 과연 민철의 이번 생은 망한 것일까? 이진목_ 도촬한 잘못은 인정하지만, 오래전부터 간직해 온 보물 상자까지 들추고 후벼 팔 줄은 몰랐다. 물론 떠벌릴 일은 아니란 건 안다. 하지만 비밀스러운 개인 취향 한 가지 없는 사람이 있을까? 진목은 겉으로 보기엔 모범생이다. 수업을 열심히 들었고 모둠 활동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청소 시간엔 다른 애들보다 먼저 밀대를 잡았고 학급 애들 추천으로 모범상도 받았다. 그런 진목에게 혼자만의 비밀스러운 즐거움이 있었으니, 바로 도촬이었다. 셔터를 누를 때 느껴지는 황홀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국어 쌤의 전화 한 통으로 진목의 즐거움이 깨져 버릴 위기에 처했다. 진목이 찍은 여학생들 사진이 학급 단톡방에 뿌려졌다고. ‘내가 왜? 나는 그런 실수를 할 사람이 아닌데? 보물 창고는 늘 굳게 잠갔고 한밤중 나 홀로 들어갔잖아!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어른과 아이, 선생과 학생, 멘토와 멘티를 떠나 서로 의지하고 위하며 함께 성장해 나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다양한 작품으로 꾸준히 청소년 독자들을 만나 온 강미 작가의 신간 『키 다른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는 저마다의 이유로 학교 안팎의 경계에 서 있는 현, 민철, 진목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말하고 있다. 나무들은 서로 키도 덩치도 다르지만 그대로 하나가 되어 숲을 이룬다고. 누군가 나서서 키를 낮춰라, 줄을 맞춰라 얘기한다면 건강한 숲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라고.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색도 모양도 서로 다른 나무지만 ‘함께’라는 이름으로 어우러져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곁에서 함께 걷고 있는 서로가 있다면, 따뜻한 눈빛이, 세심한 보살핌이 있다면 우리는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길을 잃지 않고 똑바로 걸어 나갈 수 있도록, 그리하여 건강한 숲을 이루는 나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가자’ 뜨거운 응원을 외쳐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