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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지기와 부담 나누기
1장 나리네 집 불 안나! 날마다 여행가겠다고 말하는 지훈 장승하고 뽀뽀하고 싶어요 나리네 집 불 안나! 같이 놀래요? 지훈이랑 보낸 하루 2장 흑염소 없는 거, 보러 가요 도망간다는 건 흑염소 없는 거, 보러 가요 두껍아, 사람들은 왜 나를 귀찮게 하니? 소리 질러! 3장 무서운 사람 말이 많은 건가요, 아는 게 많은 건가요? 앞자리 차지하기 무서운 사람 택배 송장 붙이기 놀이 지훈이가 나한테 준 사탕은 누구 건가? 4장 이러다 우리 해외영화제 가는 거 아녀? 공연, 보러오세요 이러다 우리 해외영화제 가는 거 아녀?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5장 다대다 돌봄농장을 꿈꾸다 어깨가 쓸쓸한 탐험가 나 화장실 갈래 다대다 돌봄농장을 꿈꾸다 5년의 꿈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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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마구 선심을 쓰는 지훈이!
지훈이는 새벽에 눈 뜨자마자 만 원을 달래서 나간다. 커피, 과자, 음료수 등을 사서 아는 사람들한테 인심을 쓴다. 돈이 떨어지면 또 돈을 받으러 온다. 안 주면 막 화를 내니까, 부모는 말 그대로 돈으로 시간을 때운다. 어떤 날에는 하루에 5만 원까지 쓰기도 한다. 돈만 많이 쓰는 게 아니다. 엄마 아빠한테 막말도 하고 행패도 부린다. 타이르거나 달래거나 혼내도 소용없다. 정말 대책이 없다. 이제 힘도 빠진 육십 대 부모는 그저 당하기만 한다. 하루하루 무사히 시간만 지나기만 바랄 뿐이다. ---「부모와 떨어져 살 수 있을까?」중에서 이갱구, 내 친구야! 나는 학교 다닐 때 머리 단속에 걸려 뒷머리를 바리캉으로 잘린 다음에 이발소에 간 적이 많다. 머리를 기르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라, 최대한 늦게 깎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최대한 늦게 깎는데, 그럼 머리를 감고 빗질을 해도 머리가 단정하지 않다. 그런 나를 지훈이는 혼낸다. “머리 좀 깎아!” 나는 “응, 알았어” 하고 대충 넘어간다. 그런 내게 지훈이는 구체적인 지침을 주곤 한다. “정 머리방 알지?” “응, 군청 앞에 있는 거?” 이렇게 응대하면 지훈이는 한껏 으쓱댄다. “거기 사장 나 잘 알아. 최고야!” 엄지 척을 하며 말하는 표정이 아주 환하다. 이럴 때 지훈이 기분은 최고다. 같이 ‘정 머리방’에 간 적도 있다. 그럼 지훈이는 자기가 손님을 데리고 왔다는 티를 한껏 낸다. “이갱구, 내 친구야.” ‘히히, 녀석. 다 자기 친구란다.’ ---「나리네 집 불 안나!」중에서 지훈이의 처세술(?) 내가 가게에 들어갔을 때는 (유 신부에게 반항했던) 지훈이가 유 신부한테 제압된 뒤였다. 지훈이는 유 신부와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도 못하고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그리고 일주일쯤 후 우리는 쌀을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여럿이 한참 쌀을 옮기고 있는데, 지훈이가 옆에 있는 내게 살며시 말했다. “무서운 사람 온다.” ‘무서운 사람? 누구지?’ 유 신부였다. 유 신부가 먼저 지훈이한테 말을 걸었다. “지훈이 안녕!” 유 신부 말이 끝나자마자 지훈이가 큰소리로 “안녕하세요” 하며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나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이건 뭐지?’ 나는 지훈이가 유 신부를 외면할 거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밝게 인사하지는 않을 거라고 봤다. 그런데 언제 다퉜냐는 듯이 반갑게 인사한다. 방금 전에 무서운 사람이라고 말해 놓고 말이다. 이게 지훈이만의 처세술인가? ---「무서운 사람」중에서 일을 마치고 새벽이와 지훈이를 데리고 드리이브를 할 때였다. 평화전망대를 지나 북한이 바로 바라보이는 지역을 지나며 말했다. “지훈아, 저기가 북한이야.” 지훈이 대답이 뜻밖이다. “나빠!” “뭐라고?” “나 싫어!” “왜 싫어?” 마지막에 지훈이는 엉뚱한 말을 한다. “백지영 좋아.” ‘??%%$$’ ---「택배 송장 붙이기 놀이」중에서 좌충우돌 새벽이-‘꿈공작소’ 김은회 소장 새벽이를 우연히 동네 골목에서 만났다. 센터 앞에 있는 식당 문을 벌컥 열고, 식사 중인 손님들을 향해 다짜고짜 소리친다. “화장실! 화장실!” 나는 뛰어가서 “새벽아!” 하고 불렀다. 새벽이가 돌아본다. 그러나 대답은 하지 않고 자기 얘기만 계속해댄다. “화장실, 화장실. 나 쉬 싸러 갈래.” 또 한 번은 주차장에서 막 시동을 걸고 나가려는데, 새벽이가 내 차를 보고는 손으로 막고 세운다. 차를 세우고 자동차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재빨리 보조석에 올라탄 새벽이는 부산스럽게 여기저기를 뒤진다. 보조석 서랍도 열어보고 차 문 수납공간도 뒤져보고, 뒷좌석 쪽으로도 두리번거린다. “새벽이 뭐 찾아요? 별거 없어요.” 새벽이는 “별거 있어!”라고 대답하며 계속 뒤진다. 그러더니 찾는 것이 여기 있었다는 듯 보조석 서랍에 있던 휴대용 화장지를 들어 보인다. 그리고는 화장이를 꺼낸 후 진짜 챙겨서 내린다. 뭐라 말하긴 어렵지만, 씁쓸하다. ---「나 화장실 갈래」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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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친구들과 어울리고 놀았던 삶의 이야기!
이 책은 지난 5년 동안 우리가 장애인 친구들과 어울리고 놀았던 삶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이 친구들과 놀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재밌거나 신선한 때도 많았다. 이런 소재로 시트콤을 만들거나 소설 같은 걸 쓰면 재밌겠다는 생각도 하곤 했다. 이 책을 쓰면서는 동화를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렇지만 장애인 친구들의 생각과 행동을 더 널리 알리고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우선이며 이 책을 쓰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우리 사회도 삶의 질이 나아지면서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보는 여유가 생겼다. 이제는 장애인 문제에 쉽게 다가가고 친근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우리의 경험담이 독자들에게 장애인의 삶과 익숙해지는 하나의 좋은 계기가 되길 바란다. 마구 선심 쓰는 지훈이가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사람 1) 발달장애인이지만 사회성이 있는 지훈이는 다른 사람과 일반적인 대화와 교류가 안 되니까, 돈으로 물건을 사서 선물하는 것으로 관계를 맺는다. 새벽에 눈 뜨자마자 만 원을 달래서 나간다. 커피, 과자, 음료수 등을 사서 아는 사람들한테 인심을 쓴다. 심지어 길가의 택시 기사에게도 선심을 쓴다. 그러다 돈이 떨어지면 또 돈을 받으러 온다. 안 주면 막 화를 내니까, 부모는 말 그대로 돈으로 시간을 때운다. 어떤 날은 하루에 5만 원까지 쓰기도 한다. 돈만 많이 쓰는 게 아니다. 엄마 아빠한테 막말도 하고 행패도 부린다. 타이르거나 달래거나 혼내도 소용없다. 정말 대책이 없다. 이제 힘도 빠진 육십 대 부모는 그저 당하기만 하고, 하루하루 무사히 시간만 지나기만 바랄 뿐이다. 2) 그런 지훈이는 다른 사람이 화내는 걸 무서워한다. 낯선 사람들이나 만만하지 않은 사람들이나 처음 만나 기싸움에서 진 사람들은 무서워한다. 주간보호센터의 유 신부님이 그 예다. 그러나 엄마 아빠는 무서워하지 않는다. 무한정 엉겨 붙는다. 하지만 자기를 돌보는 주간보호센터의 샘과 나는 무서워하지 않지만, 적당히 말은 듣는다. 자기가 막 나가면 이 사람들이 자기랑 안 놀아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인가 보다. 지훈이를 감당하는 건 부모에게 너무 힘들다. 사람들과 제대로 교류하지 못하고, 오로지 부모만 괴롭히는 삶을 얼마나 계속될 것인가? 지훈이가 독립하는 날은 올 수 있는 것일까? 3) 가게도 내 거, 차도 내 거 자전거를 잘 타는 지훈이는 50미터쯤 떨어진, 엄마가 하는 가게를 갈 때도 자전거를 타고 간다. 엄마는 중고 옷가게를 하는데, 가게 이름이 ‘지훈이네’다. 그래서 지훈이는 그 가게가 자기 거라고 한다. “이거 내 거예요~.” 이런 자랑을 할 때 지훈이의 얼굴 표정은 참 밝다. 차도 자기 거라고 한다. “이 차도 내 거예요.” 4) 끝없는 전화 나는 지훈이 친구 000가 전화를 안 받는 이유를 짐작한다. 지훈이는 아는 사람에겐 끝없이 전화를 건다. 아마 그날 밤과 다음날 새벽에 걸쳐 지훈이는 수십 번 전화를 했을 것이다. 친구는 처음 몇 번은 받았겠지만, 너무 심하니까 그 다음부터는 아예 무시했을 것이다. 어쩌면 ‘수신거절’을 걸어놨을지도 모른다. 나한테도 지훈이는 계속 전화를 한다. 하고 또 하고, 정말 수없이 전화를 한다. 결국 지훈이가 전화를 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아빠 엄마뿐이다. 5) 영화모임은 놀이터 하지만 이렇게 놀아줄 사람도, 전화할 사람도 없는 지훈이에게 영화모임은 아주 흥미로운 동네다. 여럿이 모인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다. 게다가 지훈이가 정말 좋아하는 여자애들도 있고 이모들도 있다. 이상하게도 엄마 아빠 말은 잘 안 듣지만, 이 모임에서는 사람들이나 여자 동생들 말은 무서워한다. 정말 무서워서 그런 건지, 말을 안 들으면 그 사람들이 자기랑 안 놀아줄까 봐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다. 흑염소 없는 거, 보러 가요! 1) 자폐성 발달장애인인 새벽이는 남과 어울리는 건 잘 안(못) 한다.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듣거나 혼자 걷는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게 동네 흑염소 축사다. 우린 자주 흑염소를 보러 가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무슨 사정인지 흑염소들이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새벽이는 계속 흑염소를 보러 가자고 졸랐다. 없는 흑염소를 막무가내로 보러 가자는 새벽이에게 나는 설명해도 짜증을 내도 안되어 드디어 화까지 냈다. 그러자 새벽이는 “흑염소 없는 거, 보러 가요”하는 것이었다. ‘흑염소들이 놀던 그 장면을 잊지 못해 그 장소를 계속 가보고 싶은 건가?’ 2) 나리네 집에서 연기 나는 걸 본 새벽이는 이렇게 말했다. “나리네 집 불 안 나!” 이 말을 곰곰히 생각해 보면, 새벽이는 지금 눈앞에 불이 나지 않는 게 맞다는 자신의 생각(원칙)을 말하며,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닐까? “불이 안 나야 하는데, 지금 나리네 집에 불나고 있어. 그러니까 가서 꺼야 해!”라고. 3) 백반집에서 새벽이한테 뭘 먹을 거냐고 물었을 때였다. 새벽이는 “삼겹살!”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삼겹살이 없는 식당이기에 나는 “여기는 삼겹살 없어”라고 답하며 다른 메뉴를 권유했다. 그러나 새벽이는 “삼겹살 있어!”라고 우기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다음에 삼겹살을 사주기로 약속하고 간신히 설득해 백반을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에 새벽이는 한 번도 이 약속을 거론하면서 삼겹살 사달라고 떼쓴 적이 없다. 약속을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그 약속을 근거로 자기 주장을 펼칠 표현능력이 없는 것일까? 4) 식사 후 새벽이는 습관적으로 화장실을 찾곤 하는데, 어느 날 식당 옆 미용실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미용실 사장이 화가 잔뜩 나서 말했다. “덩치 큰 녀석이 불쑥 들어오더니, 다짜고짜 화장실 어디냐고 하는 거예요!” 나가라고 해도 듣지 않고 힘으로 자기를 밀어붙였다는 것이었다. 나는 계속 미안하다고만 변명을 했고 결국 다음날 새벽이 엄마가 선물을 사들고 미용실을 찾아가 사과하여 소동을 마무리 지었다. 식당 화장실은 새벽이가 평소 자주 이용했던 곳인데, 왜 미용실 화장실까지 가서 소동을 벌였을까? 참으로 미스테리다. 5) 일산에서 장애인 가족 모임 할 때였다. 화장실에 남자 중학생을 따라 들어간 새벽이가 소변보는 그 학생의 고추를 들여다보는 사건이 있었다. 덩치 큰 낯선 남자가 그러니 어린 학생은 깜짝 놀라 소동이 일었다. 6) 새벽이는 보통 사람들이 없을 때 주차된 자동차 문을 열어보는 습관이 있다. 어쩌다 문이 열려 있으면 이것저것 뒤져 한두 개를 무단으로 가져온다. 그야말로 별거 아닌, 화장지나 생수, 라이타 등 사소한 것들이다. 작고 예뻐서 갖고 싶은 것일까? 심심찮게 일어나는 이런 일은 보통 상대방이 양해하면 별문제가 안되지만, 가끔 까다로운 상대를 만나거나 자칫하면 나나 새벽이 부모는 곤욕을 치른다. 장애인 문제 공감하기 장애인 문제는 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아 하찮게 여겨졌던 문제였다. 그러나 잘 이해되지 않는 장애인 친구들의 행동이나 사고방식도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삶의 모습이었음을 나는 장애인들과 직접 부대끼며 느꼈다. 그리고 자세히 보고 오래 보면 예쁘고 따뜻한 또 하나의 삶과 사랑의 이야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깨달음에 비춰 나 자신을 뒤돌아보기도 했다. 우리 사회 환경이 전보다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장애인 문제는 어렵고 힘들다. 솔직히 나도 장애인 돌봄 일에서 도망가고픈 생각이 들었던 때가 많았다. 그러나 자주 보고 익숙해지면 편해지고, 어려운 문제도 서로 나누면 덜 힘들어지는 것처럼, 장애인 문제는 우리 모두가 생활 속 일상처럼 느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돌봄과정에서 느낀 점들을 쓴 이 글들은 장애인을 이해하자는 차원도 있지만, 우리의 어린 시절이나 현재 우리를 되돌아보게 된다. 장애인의 행동을 통해 비장애인인 우리의 삶도 되새겨볼 수 있는 것 같다. 장애인 문제의 해법은 있는가? 지역사회가 품어주는 장애인 문제 해법 “내가 얘보다 더 늦게 죽었으면 좋겠어요.” 장애인 부모들이 한결같이 털어놓는 넋두리다. 부모가 죽으면 누가 장애인 자녀를 돌봐주겠느냐는 걱정이다. 믿을만한 시설도 없고, 어쩌다 괜찮은 곳이 있다 하더라도 들어갈 때 드는 비용이 버겁다. 또 비용도 부담이지만, 장애인들만 많이 모아놓고 돌보는 시설이 옳은가에 대한 의문도 든다. 새벽이와 놀다가 보면 힘들고 지쳐서 그만두고 도망가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어릴 때 하던 말 ‘36계 줄행랑!’처럼 말이다. 그러나 나는 도망갈 수 있지만, 도망갈 수 없는 새벽이 부모는 어떻게 견딜까? 죽기 전에는 멈출 수 없는 그 고통을 말이다. 나는 그 해답을 지역사회에서 찾고 싶다. 지역사회가 그것을 품어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새벽이가 사람들 속에 섞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며, 그 한편의 시도가 사회적 농업 활동일 수 있다고 본다. 다대다 돌봄농장 같은 지역사회 기관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농업 등을 통해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와 어울리면 장애인과 지역주민 모두에게 익숙해지는 효과가 있고, 어려움이 분산되는 효과도 있다. 곧 지역사회가 부모와 도우미들의 고통과 헌신을 나눠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면 장애인 문제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불행해지는 사람도 적어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장애인을 비롯한 여러 사회적 약자와 모두가 함께 어울리는 다대다 돌봄농장이 활성화되면 좋겠다. 일대일 돌봄보다는 다대다 돌봄 방식 우리나라의 기존 사회복지 제도는 1:1 돌봄 지원 방식이다. 이는 장애인이나 활동지원사 모두에게 만족도를 굳이 따져본다면 그다지 크지 않은 것 같다. 장시간 장애인과 활동지원사가 일대일로 같이 있다 보면 둘 다 지치고 따분해진다. 그뿐만 아니라 다대다 돌봄 지원 방식에 비해 예산 대비 효율도 높지 않은 것 같다. 다대다 돌봄 방식인 네덜란드의 돌봄농장은 우리나라에 비해 규모가 꽤 크다. 농장 주변에 사는 장애인, 노인, 술중독자, 어린이 등 사회 약자들이 주로 낮에 농장을 찾아 서로 사귀고, 식사도 하고, 적당히 노동도 한다. 농장은 농축산물과 가공품 생산도 하고, 일반인(비장애인)을 상대로 영업도 한다. 정부는 사회 약자들이 그 농장을 이용한 시간에 비례해 예산을 지원한다. 장애인들도 비록 사회성은 많이 떨어지지만 텃밭 농사를 하든, 문화활동을 하든, 다른 경제활동을 하든 장애인도 여러 사람을 만나 교류하고 싶어 한다. 이런 점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는 다대다 돌봄농장이 일대일 돌봄보다 더 유리하다. 따라서 현재 일대일 대응인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제도에 비해 네덜란드의 돌봄농장 모델이 훨씬 효과가 좋다. 우리나라의 사회적농업 역시 이를 참고하여 시행되고 있는데, 사회적농업 차원에서 장애인은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기존 사회복지 제도에 비해 예산 대비 효율도 훨씬 높다고 본다. 결국 다대다 돌봄은 장애인만을 모아놓고 돌보는 것이 아니라, 노인과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들이 다 함께 모여 서로를 돌보는 방식이다. 마치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온 마을이 필요한 것처럼,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하는 여건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장애인을 보듬어 안을 것인가? ‘농업회사법인 강화밝은마을’은 발달장애인 가정들이 모여서 만든 회사다. 강화의 농산물을 외지에 파는 일을 하면서, 장애인들과 함께 영화모임과 음악모임을 하고, 지렁이농장에 커피 찌꺼기를 수거해 운반해 주는 일도 함께 해왔다. 2년 전부터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선정하고 지원하는 사회적농장이 되었다. 이는 서유럽의 네덜란드, 이탈리아, 아일랜드 등에서 하는 사회적농업을 많이 참고한 사업인데, 농업과 농촌을 활용해 지역사회의 사회적 약자들에게 일자리, 교육, 돌봄 등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역사회서비스공동체다. 강화밝은마을과 다른 4개 기업이 함께 장애인과 노인 등 사회 약자들을 위한 일을 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 약자들이 어울리도록 하자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정책 사업인데, 몇 년 전부터 시행하는,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발달장애인주간활동지원센터도 비슷한 방향성을 지향한다. 장애인만 따로 모아 돌보기보다 지역사회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여 참여하자는 취지다. 오래전부터 해온 장애인활동지원 제도는 장애인과 지원사가 1대1로만 돌보게 하고, 지역사회와의 연계는 전혀 다루지 않았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주간활동지원센터는 1대1 돌봄만이 아니라 여럿을 모아 함께 돌보는 것도 가능하도록 했다. 강화밝은마을도 사회적농장으로 선정되면서, 일이 지난해보다 훨씬 많아졌다. 장애인 가정들이 토요일마다 모여 텃밭 농사를 짓고, 혼자 사는 어르신들에게 식사재료를 나눠주는 일도 한다. 영화모임과 음악모임 횟수도 더 많아졌고, 지렁이농장에서 재활용하기 위해 커피를 수거해 오는 카페 수도 두 배로 늘었다. 어르신들의 불편한 점을 조사하는 일도 하고 그 결과를 분석해서 실제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현재 강화에는 사회적농장 업체가 5개 있는데, 이는 전국 90여 개 사회적농장 가운데 기초자치단체로는 가장 많은 숫자다. 그리고 강화의 사회적농장들은 강화군교육지원청 특수교육지원센터와 협력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데, 이는 공교육기관이 장애인 문제를 어떻게 지역사회와 협력해서 풀어나가고 있는지 아주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지역사회와 연계된 돌봄농장을 꿈꾼다 내가 돌보는 삼십 대 초반 청년은 어떤 면에서는 정신연령이 5~7세 수준이고, 노동능력은 매우 떨어진다. 이 청년과 내가 단둘이 있으면 나는 꼼짝없이 이 청년을 살펴봐야 한다. 그런데 이 청년이 돌봄농장에 가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그 농장에 오는 6살 아이와 청년은 손잡고 함께 돌아다니기도 하고, 청년이 아이를 번쩍 들어 안고 돌아다니기도 한다. 나는 강화에서 폐교를 지역사회와 연계된 돌봄농장으로 만드는 사업을 꿈꾸고 있다. 폐교에 식당, 사무실, 숙소, 체험장, 판매점 등을 만들고, 가까이에 있는 농지와 산림도 돌봄농장으로 활용하여 인근에 사는 어르신, 장애인, 어린이 등이 출퇴근하듯이 주로 낮에 이용하게 한다. 그러면 인천 관내의 장애인을 비롯한 학생들이 이런 곳에 와서 숙박을 하며 배우고 쉴 수 있으며 현재 제도를 잘 활용하여 내용상으론 네덜란드식 다대다 돌봄을 넓고 쾌적한 농촌 공간에서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구상하고 있다. 복지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 가운데 하나다. 강화에서 지역주민에 적합한 새로운 모델이 자리잡게 되면, 수도권에서 가깝기 때문에 적절한 영업도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어, 수도권의 장애인, 노인, 학생들이 단체로 이 공간을 이용하러 올 수도 있고, 부모들이 며칠씩 장애인 자녀를 유료로 맡길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 자체가 관광상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바로 우리 곁에 있는 장애인과 어르신 등 사회 약자들의 삶을 더 행복하게 해줄 꿈을 우리가 제대로 꿈꾸고 있는지를 되돌아볼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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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영화는 무슨 영화야.” 첫 구절만으로도 마음이 무거워진다. 장애가 장벽이 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다. 함께 성장하는 사회를 위해 인천교육이 보탬이 되겠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하루가 되기 바란다. - 도성훈 (인천광역시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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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발로 뛰지 않으면 쓸 수 없는 귀한 글이다. 장애인을 관찰한 것이 아니라, 가까운 이웃으로 함께 살면서 느낀 바를 쓴 일기장 같은 책이다. 이 책을 읽는 장애인 가족이나 장애인 관련 일을 하는 분들의 마음은 아플 것이다. 그러나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아픈 마음을 쓸어안고, 저자가 주장하는 다대다 돌봄농장이 가능한 제도개선까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 이병호 (한국농어촌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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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은 사람이나 영성지수가 높은 사람은 생명에 대한 감수성이 높다. 이광구 저자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이 책은 그가 발달장애인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현실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았다. 환갑을 갓 넘긴 청년 이광구의 성찰과 꿈이 담긴 글이다. 따뜻한 사람 냄새가 진하게 묻어나는 책이다. - 유찬호 (신부, (사)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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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영화를 만들고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를 하며 농장에서 일한다. 아니 논다. 우당탕당 좌충우돌 발달장애인이 지역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필자는 사회적 약자가 참여하는 사회적농업으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섞이고 지역사회에 통합되는 새로운 돌봄과 자립을 꿈꾼다. 아니 만들고 있다. 장애인을 시설과 집안에 가두어 온 우리에겐 낯설지만 새로운 희망이다. 이 글을 읽고 있으면 사람은 무엇인지, 장애란 무엇인지, 살고 논다는 것은 무엇인지 돌아보게 된다. - 임성택 (변호사, 장애인법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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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하나씩 품은 작은 세계들이 서로를 거울처럼 비추고 공명(共鳴)하면서 큰 세계를 이룬다. 거기에서 빠져 있는 세계를 ‘섬’이라 하겠다. 이 책은 장애라는 이름으로 고립된 섬들을 연결하는 일상의 동선(動線)을 기록한 것이다. 장애인의 자립(自立)은 지역사회 안의 연립(聯立)과 더불어 가능하다고, 강화 섬으로부터 쾌활하게 발신된 그 메시지가 내게는 아릿하게 수신된다. -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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