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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부가 되기 전 단계 9
그 나이 먹도록 뭐 하셨어요 25 적성이냐 생존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47 버티는 게 답일까 73 직장에서 내가 사라지는 기분이 들 때 103 사표 내도 괜찮을까 121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데, 정말? 143 상사가 진상이라면 163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181 현직 고수와의 인터뷰 (feat. 시어머니) 203 퇴사하는 날 2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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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계세요. 그리고 다음에 올 친구에게는 부디 다그치지 말아 주세요. 세상에는 일을 ‘잘’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따위는 단 한 명도 없으니까요.
--- p.19 그래서 그 나이 먹고 뭐 하셨어요, 라고 묻는다면 모기처럼 열심히 살아남으려 애쓴 것밖에 없어요,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불안감을 견뎌내고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 그런 부끄러운 고백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하나같이 실패투성이인 삶 말이다. 이 나이가 될 때까지 나는 불안 속에 끊임없이 흔들리며 이룬 것 없이 살았다. 누구의 탓이라면 누구의 탓이고, 내 탓이라면 내 탓이겠지만, 이제와서 그것을 따져본들 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과거야 어쨌든 간에 지금의 나는 스스로 패배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청소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실패의 연속선상에서 유일하게 성공할 수 있는 일일지도 모를 청소일을. --- p.33~34 많은 시청자는 메인 플롯을 따라 주인공의 감정선에 빠져들고 있었지만, 과거 청소업계에 몸담았던 나로서는 형제들의 스토리에 마음이 더 갈 수밖에 없었다. 형과 동생이 매주 같은 지점에서 토를 하는 인간 때문에 곤욕스러워할 때도, 나는 지난번 청소일을 갈 때 변기에 똥을 싸고 물을 내리지 않던 집이 떠올라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청소일에서 묻어나온 감정을 공감할 수 있다는 것. 이건 얼마나 꿀 같은 일인가! 〈나의 아저씨〉를 보면서 청소를 하고 먼지를 뿌옇게 뒤집어쓴 송새벽, 박호산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이 콤비를 보면서 “아, 나도 누구랑 같이 청소했으면 조금은 덜 힘들고 재미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 p.39~40 시어머니를 통해 ‘나이대에 맞는 남들 보기에 버젓한 일’을 갖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태도로 삶을 마주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 태도 덕분에 내가 청소일을 하든, 다른 직업을 갖든 간에 ‘나’라는 불변의 존재가 절대 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듭되는 실패의 연속 중에서 그나마 시어머니의 성공을 곁에서 지켜보며, 인생은 저렇게 살아야지, 라는 위안을 얻는다. 그녀의 태도가 내 안에 1%만이라도 녹아 있다면, 세상 속에서 또다시 실패하더라도 자신에게만큼은 떳떳한 인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이 참인가 보다. 그래서 청소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를 돌이켜보면 생각보다 잘 적응했지, 싶다. 지금까지 다닌 그 어떤 직장들보다도 가장 잘. --- p.43 사표를 제출하고서도 그만두는 것이 당연한데 그것이 맞는 것인지 스스로 의심스러웠다. 대차게 사표를 냈지만, 이 달리기를 멈추는 것이 옳은 것인지 확신이 없었다. 그렇지만 정신과 몸은 이미 다 망가졌고 기본적인 사리분별도 되지 않아 머릿속에는 온통 편의점밖에 없었으니 퇴사를 해야 하긴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퇴사일을 기다리며 근무하다가 결국 참다못해 여러 질병까지 앓게 되면서 더는 근무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망설임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몸은 점점 아파졌고 나는 멈춰 서야만 했다. 그제야 회사에서는 나를 잡고 있던 목줄을 탁 놓아주었다. --- p.87~88 ‘이 정도면 괜찮아. 여기서 쓰러질 거야? 포기하지 마.’ 의지를 굳게 다짐하는 것도 건강한 상태에서나 가능하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다. 쓰러지기 직전까지 현기증이 나거나 건망증이 심해지는 질병의 원인이 바로 우울증이었다니. 웃음과 긍정으로 가려진, 진짜 나는 그러했나 보다. 사라지는 기분, 그건 내 몸이 보내는 진심이었음을. --- p.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