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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신곡
인간의 손으로 만든 동물의 지옥
채희경
동그람이 202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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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학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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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동물신곡 세계관 상상도
들어가는 문 - 지옥의 문 앞에서

1옥

입구 01 무지개다리를 건너다
입구 02 고양이 행성의 한때
입구 03 우연히 알게 된 세계
-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개
돼지 삼형제의 복수
닭의 바벨탑
탈출한 광어와 껍데기 없는 킹 크랩
두꺼비와 맹꽁이의 바둑 게임
석상이 된 돌고래의 변신

2옥

입구
-
개를 뜯어먹는 괴물
세상에서 가장 빠른 말
어느 저수지의 붕어 이야기
고래법정에서 생긴 일
엄마곰은 날씬해 아빠곰도 날씬해
고슴도치가 된 상어

3옥

입구

-
두 발로 걷는 개
싸우기 싫은 싸움소
코가 없는 코끼리
못생긴 호랑이의 슬픔
가재 선생과 낙지 명인
병아리 롤러코스터

4옥

입구
-
목이 긴 개 이야기
부들부들 발바닥의 망치
도마뱀 악어와 머리 둘 달린 거북이
멧돼지 기차를 타고
반딧불이 원정대

5옥

입구
-
투명 라쿤과 대머리 앵무새
산천어가 초대받은 마을
의자가 등에 붙어버린 거북이
어느 북극곰의 북극 여행

6옥

입구
-
비둘기 집사와 수상한 박사
어둑서니 여우의 탐색
아무리 해도 얻을 수 없는 것들
수렁에 빠진 까치, 집 짓는 우산 날개
변신 고양이와 아주 오래된 이야기

나가는 문 - 새로운 세계에 관한 기록

저자 소개 1

동국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동물 보호 단체에서 학대 대응 및 동물 구조 담당자로 활동했으며, 동그람이에서 동물 학대를 주제로 한 「채희경의 애니멀 어벤저스」를 연재한 바 있다. 고양이 이온, 반니, 삐삐와 살고 있으며 막내 버트는 무지개다리를 건너갔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3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135*200*30mm
ISBN13
9791193267042

책 속으로

여기를 통과하는 자, 고개를 숙이라
이 안의 고통은 너를 향하고
이 안의 슬픔은 너의 가슴을 채우리라
원통한 자여, 귀를 기울여 축복받지 못한 삶의 목소리를 들으라
분노한 자여, 눈을 크게 떠 복수하지 못한 영혼의 눈을 보라
그리고 온몸으로 사라져가는 영혼을 위로하라
나보다 먼저 이 길을 지나간 자에게 존경을 표하라
나보다 먼저 세상의 무게를 견딘 자에게 예의를 다하라
이제 막연하게 가졌던 희망은 모두 버리라
--- 「우연히 알게 된 세계」 중에서

“당신은 고양이입니까?”
담당자 고양이가 나에게 한 첫마디였다. 나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누가 봐도 아니지 않은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담당자 고양이는 다시 한 번 “확실합니까?”라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그렇다고 대답했다. 질문은 반복되었다. (중략) 잠시 침묵을 지키던 담당자 고양이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고양이가 아님을 증명하지 못했으니 당신은 고양이. 통과!”
--- 「고양이 행성의 한때」 중에서

집 밖에 묶여 살던 누렁이는 그날 이후로 죽는 날까지 단 두 걸음도 움직이기 힘든 목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고, 그 자리에 눕고, 할아버지가 남겨온 밥을 먹고, 다시 앉아있다가 한 바퀴 돌고 다시 눕는 일의 반복이었다. 그렇게 살던 어느 날, 할아버지는 어떤 인간에게 누렁이를 보냈다. 누렁이는 마당 기둥에 묶인 후 처음으로 목줄을 풀게 되었다. 낯선 아저씨의 자동차에 있던 철창에 갇히고 집에서 멀어질 때 할아버지는 같이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할아버지를 본 마지막이었다.
--- 「세상에서 가장 운이 가장 좋은 개」 중에서

붕어들은 먹이를 발견하더라도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먹이 속에 뾰족한 바늘이 숨어있는 함정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이유인지 바늘이 있는 먹이가 너무도 많아 피해가기 무척이나 어려웠다. 그래서 먹이를 발견하더라도 먹지 않는 일이 많아졌다. 배가 고파 괴로웠지만, 배고픔보다 무서웠던 건 뾰족한 바늘이었다. 동호 역시 똑같았다. 먹이가 무서웠다. 먹이 때문에 입에 구멍이 뚫리고 입이 찢어지는 사실이 무서웠다. 그리고 돌아오지 못하는 것이 무서웠다. 그러나 먹지 않고 살 수는 없었다. 그렇게 동호는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먹이를 고르고 골라 먹었다. 그러나 그 속에는 바늘이 있었고, 입이 꿰어져 물밖으로 올라갔다. (중략) 동호에게는 큰 상처가 생겼다. 입이 바늘에 찔렸을 때 입이 떨어져 나갔던 것이다. 동호는 간신히 목숨은 건졌으나 입이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더 이상 먹이를 먹을 수 없었다. (중략) 결국, 동호는 먹지 못해 죽었고 입이 두 개인 붕어로 남았다.
--- 「어느 저수지의 붕어 이야기」 중에서

동물실험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인정해도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이 있어요. 그 실험이 이미 있는 결과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면 어떨까요? 또는 그 실험의 결과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안 하는 것보다 낫다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면 어떨까요? 아니면 그 실험이 인간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궁금증을 확인하거나 욕망을 채우는 것이라면 어떨까요? (중략) 이런 이유로 하는 동물실험으로 동물은 지옥보다 더 극심한 고통을 겪다가 죽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동물실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어요.
--- 「병아리 롤러코스터_메테의 이야기」 중에서

함께 살던 반려견을 버리는 인간은 그것으로 끝난 것 같지만 동물은 그렇지 않아요. 유기된 동물에게는 그 순간부터 지옥이나 다름없는 삶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인간들의 눈에 띄어 동물 보호소에 가게 된다면 그곳에서 생을 마감할 가능성이 높아요. (중략) 그러나 개는 인간과 교감하면서 사는 것을 행복으로 여기며 진화해 왔어요. 그래서 버려진 개들은 기다립니다. 자신을 버린 보호자가 올 때까지 그곳에서 기다립니다. 다른 인간의 도움을 받을 때도 기다립니다. 동물 보호소에 가서도 기다립니다. 어떤 때는 먹지도 않고 기다립니다. 혹시 오늘은 올까 내일은 오겠지, 싶은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 「목이 긴 개 이야기_메테의 이야기」 중에서

보호자가 있는 개와 보호자가 없는 개. 그러니까 길 위에 혼자 있는 개는 보호자가 있을 수가 없다. 즉, 개에게는 야생이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보호자 없는 개는 잡혀 동물 보호소에 간다. 거기서 원래 보호자를 만나거나 새로운 보호자를 만나지 못하면 죽는다. 보호자를 만났다 해도 또다시 자신을 버리거나 망치로 때리면 죽는다. 그러니 길에서 돌아다니는 개는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존재이지만, 부들부들 발바닥은 길에서 사는 개의 삶을 선택했다. 불안전하고 손가락질당하는 위태로운 삶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 「부들부들 발바닥의 망치」 중에서

인간과 오랜 세월 유대 관계를 가져온 개 외에 대부분의 동물은 낯선 인간을 보자마자 좋아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그렇듯 말이죠. 여기에 낯선 인간이 자신의 몸을 만진다면 그것을 달가워 할 동물은 거의 없습니다. 참는 경우는 있어도 마냥 좋아할 수는 없겠죠. (중략) 그런 점에서 우리가 동물을 사랑한다면, 그들이 사는 방식과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어요. 동물이 인간보다 지능이 낮다고 해서 감정 없는 인형이나 장난감은 아닙니다. 좋은 것이 있듯 싫은 것도 있고 행복함을 느끼듯 불쾌함을 느끼는 감정도 있습니다. 내가 하는 행동이 동물을 사랑해서 하는 행동일지라도, 동물이 그것을 좋아할지 우리는 고민해야 합니다.
--- 「투명 라쿤과 대머리 앵무새_메테의 이야기」 중에서

인간들은 쿨롱과 여우들이 사는 곳에 가끔씩 찾아왔는데, 인간들이 하는 일은 두 가지였다. 한 명이 찾아오는 날엔 먹을 것을 채우는 일이었고 두 명이 찾아오면 ‘그 일’이 벌어졌다. 악마조차 할 수 없는 일. 지옥에서조차 벌어지지 않은 일.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일이 그것이었다. 인간이 여우 한 마리를 꺼내 모든 여우가 보는 앞에서 머리를 내리치고 살아있는데도 가죽을 벗겨버렸다. 피부가 벗겨지는 고통을 참을 수 없었던 여우는 반쯤 기절한 상태에서 비명을 질렀고, 그곳에 살던 여우 모두 그것을 보았다. (후략)
--- 「어둑서니 여우의 탐색」 중에서

프사이의 말에 의하면, 자신과 자신의 아기고양이들을 죽인 인간은 길고양이가 시끄럽고 더럽기에 없어져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생각했다. 그에게 고양이는 무엇이었을까. 잔인하게 죽여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그를 분노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는 그런 방법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했을까.

--- 「변신 고양이와 아주 오래된 이야기」 중에서

출판사 리뷰

들어가는 문 1. 한 인간이 동물들의 지옥에 들어섰다
6개의 고통으로 분류되고 32개로 세분화된 지옥
이 이야기는 죽지 않은 자가 죽은 자의 공간에 발을 들이면서 벌어진 일을 기록한 것이다.


평범한 인간으로 고양이를 키웠던 주인공 ‘나’는 반려 고양이 ‘반도’를 잃게 된다. 반도와 함께한 시간은 너무 짧았고, 이별하는 시간은 너무 길 뿐이었다. 동물 장례식장에서 나는 우연찮게 무지개다리를 건너 고양이 행성에서 반도를 만나게 된다. 감격적인 순간은 잠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단 하나의 길을 걸어야 했는데 그것은 모든 생물의 영혼이 머무는 동굴로 가는 것(고양이는 고양이 영혼이 가는 길로 지구로 갈 수 있다고 한다). 그 동굴은 수많은 동물들이 지구에서 겪었던 고통을 잊기 위해 오랜 시간을 견디는 곳이며 그 끝이 지구와 닿아있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반도와 함께 긴 여정을 결정했고 동굴 입구로 들어섰다. 순간, 동굴 안쪽에서는 기기괴괴한 소리가 들려왔고 동물들의 잔상이 안개처럼 채우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동물 지옥으로, 한 발자국 내디뎠다. 6개의 고통으로 분류되고(신체의 자유를 박탈받은 이들의 지옥, 신체의 고통을 받은 이들의 지옥, 인간의 유희를 목적으로 왜곡된 삶을 살은 이들의 지옥, 인간에게 버려진 채 죽은 이들의 지옥, 서식지에서 쫓겨나 놀잇감으로 전락한 이들의 지옥, 학대로 끔찍한 고통과 죽음을 맞은 이들의 지옥) 32개로 세분화된 지옥에서 나는 각각의 크고 작은 다양한 종의 동물들에게서 저마다의 사연을 듣게 된다. 나는 이 지옥을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까? 어쩌면, 듣고 싶지 않았던 동물들의 이야기를 듣고 온전히 그들을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을까? 동물을 위해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옥 문 2. 인간 천국, 동물 지옥
동물 지옥이 생긴 이유는 단 하나, ‘나약한 인간’을 위해서


“지옥에 들어선 순간부터 모든 순간이 흉흉할 거야.
자극적이고 끔찍할 거야. 막을 수도 없앨 수도 없을 거야.
이곳은 아주 오래된 지옥이거든.” (드라마 대사 패러디)
- 〈더 글로리〉, 에피소드 3, 연출 안길호, 극본 김은숙, 2022년 12월 방영, 넷플릭스

지옥에 떨어진 기분을 아는가. 지옥은 다양한 표정으로 때와 장소와 순서를 가리지 않고 우리를 찾아온다. 자유는커녕 기본적인 욕구 하나도 채우지 못한다. 순간순간 보이지 않는 공포감 속에서 먹고, 자고, 쉬고, 배설하는 행위를 한다. 그 행위가 온전할 리 없다. 일상 속에서 과거의 트라우마가 머릿속에서 반복 재생되고 몸이 절로 반응한다. 살아도 마음대로 살지 못하는 삶. 오늘을 살지 못하는 삶. 육신이 잘리거나 찢겨져 방치된 삶. 이유도 모른 채 죽었거나 죽음에 근접한 삶을 사는 삶. 빨리 죽길 원하는 그런 삶. 많은 동물은 오늘도, 지금 이 순간에도 숨 쉬듯 지옥을 겪고 있다. 폐업한 강아지 공장에 남겨진 개들의 삶은 어떨까? 탈출을 위해 발톱이 빠져라 문을 긁고 또 긁고, 죽은 개의 살점을 뜯어먹고 죽어가는 삶은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반대로 인간에게 보호받는 삶은 나을까? 인간의 욕심을 위해 실행하는 동물 근친교배, 감옥 같은 철창 안에서 본능도 의지도 잃어버린 동물이 더 이상 그 동물이 아니게 된 쇼윈도 같은 삶을 사는 것이 나을까? 그렇다면 야생에서 사는 삶이 답일까? 야생동물도 예외는 없다. 인간과 재산에 해가 된다는 추측 아래 빠르게 이어지는 마취, 총살을 피할 방법은 많지 않다. 야생의 삶이 더 잔인하다. 인간의 몸에 좋다고 소문난 식재료로, 인간의 부를 상징하는 옷으로, 오직 인간의 재미(라고 말하고, 사실상 폭력인) 대상이 되어야만 하니까. 동물 지옥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했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오늘날 이런 일은 예전보다 덜하다 말하고 싶을 수 있겠다(지옥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인정하는 건 꽤나 힘든 일이니까). 대답은, 글쎄올시다. 앞서 말했듯 지옥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각종 동물의 내장과 고기 음식을 파는 식당은 기본, 동물원과 박물관, 체험형 카페는 지구 어디서나 쉽게 발견된다. 더 외면하고 싶은 사실은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장소에도 지옥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동물이 산 채로 실험을 당하고 이유 없이 총에 맞고 큰돈을 위해 가죽이 벗겨지고 온몸이 찢겨지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왜 동물 지옥이 생겼냐고 묻는다면, 단 하나의 위대한 목적을 위해서다. 인간을 위해서. 오직 인간의 즐거움과 편안함, 건강을 위해서. 인간의 돈벌이와 탐욕을 위해서. 인간의 천국을 위해서 동물 지옥은 탄생하고야 만 것이다.

나가는 문 3. 지옥 또한 가슴으로 느끼는 것
고양이 메테의 이야기, 그리고 세계관을 담은 일러스트 작품


지옥의 존재보다 더 잔인한 일이 있다면, 지옥의 모습을 정확하게 알게 되는 일일 테다. 동물들이 겪은 지옥이 어떠했고 그 고통은 얼마나 컸는지, 지독할 정도로 개별적이고 고루고루 다양한 지옥이 있다는 사실을 되새김질하는 일 자체만으로도 지옥을 경험한 셈이 되니까. 몇 번이고 생생한 지옥을 본 작가는 말한다.

눈을 감고 타인의 죽음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면,
부러진 내 손톱이 내 심장을 찔러 나 역시 똑같이 되리라는 것을. _p9 ‘지옥의 문 앞에서’ 중에서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동물이 어떻게 고통을 받고 어떻게 죽든 나와 무슨 상관인가.”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주고받는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금 우리 옆에 자리한 반려동물은 인간의 보호 속에서 자란다. 반려동물은 인간에게 행복을 주고 생명 존중에 대해 알려준다. 야생의 세계에서는 서로를 쫓고 피하고, 잡아먹고 잡아먹히며 먹이사슬 관계가 이어진다.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는 서로가 서로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거대한 ‘지구 세계관’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은 더더욱 이 지옥을 알아야 한다. 지구에 동물지옥이 있음을 알고, 인정하고, 무엇이 모두에게 좋은 일(적어도 ‘덜 지옥’)일지 생각하고 무거운 마음이 되는 것. 거기서부터 지옥의 악순환은 끊어진다. 동물들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등장하는 ‘메테의 이야기’는 각 동물의 처지와 한국에 살고 있는 동물들이 겪는 현실을 짚어준다. 또한 동물들을 위해 우리가 마땅히 생각해야 할 부분도 일러준다. 지옥을 인간과 함께 건너가는 동행자의 심정으로, 동물의 입장을 대변하는 마음으로, 인간에게 사랑받은 만큼 인간에게 마음을 쓰는 고양이 특유의 다정함으로 인간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친절히 알려준다. 그리고 백문이 불여일견, 동물지옥의 압도적인 무게감을 그려낸 일러스트가 함께한다. 동물지옥의 세계관과 각 옥을 비유적으로 드러내는 일러스트는 지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더해준다. 프랑스 작가 귀스타브 도레Gustave Dore(1832~1883년)의 신곡 작품을 착안, 동물지옥을 생생히 구현했다. 일러스트에서 느껴지는 판타지와 은유성을 통해 동물지옥이 현실적으로 그리고 입체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추천평

‘역지사지’, 내가 아닌 다른 존재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 다른 존재가 동물일 경우에는 더욱 어렵다. 이는 종에 따라 세상을 느끼고 받아들이고 대처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간 중심의 세상에서 동물이 감수해야 하는 모든 것들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어리고 예쁜 동물을 ‘반려용’으로 사고파는 것이, 어디서 어떻게 길러졌는지 모른 채 동물을 먹는 것이, 야생동물을 구경하고 만지는 것이 익숙해진 세상에서 우리는 동물을 ‘개별적인 존재’로 생각하기 어렵다. 『동물신곡』은 동물들이 우리를 어떻게 느끼는지 엿볼 수 있는 세계로 안내한다. 책을 읽는 동안 독자들은 여러 감정을 느낄 것이다. 강아지 공장에서 친구를 뜯어먹을 수밖에 없었던 개의 사정을 알면 눈물을 흘릴 수 있다. 까치가 집 짓고 살던 곳을 부수고, 고라니의 집을 파괴한 고속도로를 달리는 가해자의 입장에서 마음이 불편해질 것이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감정들을 두고두고 기억했으면 좋겠다. 동물도 우리와 같이 ‘느낄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일상에서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동물들에게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다시 생겼을 때, 조금 덜 미안해질 수 있을 테니까. -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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