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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 서온결, 엄마 브런치 작가가 되다
1.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들 2. 전원주택 가사도우미를 모십니다 3. 세 자매 4. 내 삶의 달콤한 당근 5. 초보운전 2장 : 유기쁨, 나도 어른은 처음이라 1. 퇴사 후에도 삶은 계속되니까 2. 내가 가꾸는 하루 3. 우리는 책방에서 만났습니다 4. 방구석 상담소 3장 : 정희정, 어쩌다 보니 출판사 1. 무인책방은 손님이 주인이다 2. 85일째 영어필사, 악필은 필수 3. 처음 북토크를 열었습니다 4. 책 쓰는 책방 하나쯤은 5. 강의요청이 들어왔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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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마음으로 수요일을 기다렸다.
나는 주로 요리책을 빌렸다. 일하고 지친 주말에 작은 영어 글씨 책들을 읽는다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림이 많은 요리책은 만만했다. 느린 주말 오후 도전해 볼법한 프랑스 요리, 제법 만만해 보이는 동남아 쌀국수, 파인애플 볶음밥 등등 이었다. 요리책이 지루해지면 그림책을 빌려 보았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위한 책이려니 생각했는데, 그 이야기들은 아이 어른을 구분 짓지 않았다. 내용이 다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수요일 밤 잔뜩 빌린 책들을 머리맡에 두고 다른 날보다 조금 더 늦게 잠자리에 들었던 거 같다. 수요일 밤의 피곤함은 다른 날들과는 조금 다른 피곤함이었다. ---p.35 이유는 모르겠지만 엄마는 매일 바쁘고 또 힘들다. 종일 바쁜 엄마의 빠른 책 읽기와는 달리 아빠의 책 읽기는 조금 느리다. 천천히 그러나 생동감 있게 낮은 목소리로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다. 그럼 옆에서 듣던 나도 한마디씩 추임새를 넣어 장단을 맞춘다. 아이가 아빠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도록 거들어 준다. 아이가 가져오는 잠자리 책들은 항상 정해져 있어 이제 깜깜한 밤에 불 없이도 남편은 책장을 넘기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 역시 매일 똑같은 책을 가져오냐고 핀잔을 주지만 매일 들어도 지루하지 않은 아빠의 목소리에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빠가 출장을 가기라도 하면 그 전날 아이는 거실에 있는 책들을 낑낑대며 안방으로 옮기기 시작한다. 이 책을 다 읽고 잘 거라고 책 한 보따리를 아빠에게 전달한다. 그런 아이의 모습이 지켜보는 나는 마냥 즐겁고, 책을 건네받은 남편은 조금 울상이다. 그래도 아이에게 항상 따뜻하게 이야기해주는 사람이다. ---p.40 일만 할 때는 느낄 수 없었던 경쾌하고 밝은 리듬감이었다. 그렇게 채운 하루엔 익숙함은 없지만, 하나씩 새로운 일로 가득 채워가는 신비로운 시간이었다. 일하는 시간이 `나무에 맺힌 열매들을 수확하는 일` 같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지내는 시간은 `다양한 씨앗들을 심는 일` 같았다. 씨앗을 심는 일은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 가꾸며 어떤 열매가 맺힐지에 대한 기대감과 희망을 주는 일이다. 잃었던 희망과 설렘을 다시금 찾은 것 기분 들었다. 오래도록 잊고 있던 것들이었다. 이 시간이 내게 왜 그토록 필요했는지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다. 이제는 열매를 거두는 일에만 몰두하지 않고 씨앗을 심는 일을 꾸준히 함께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지금은 수확을 마치고 황량해진 허허벌판이 된 겨울 땅을 잘 돌보고 봄에 심을 좋은 씨앗을 고르는 중이다. 다시 봄이 오면 꽃도 심고 과실나무도 심어야 하니까 말이다. ---p.64 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마음을 행동으로 옮겼다. 동네 그림책방에 공저과정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문을 두드렸다. 갑자기 책을 쓴다는 게 어려운 도전이기도 했지만 좋은 목표가 되었다. 내가 글쓰기 하러 가는 곳은 작은 동네 책방이었다. 아담한 공간에 귀여운 그림책으로 채워진 공간은 내게 편안함을 주었다. 공간은 주인을 닮는 것인지 그곳을 꾸리는 그림책 작가이자 책방 주인장도 편안하고 정겨웠다. 우리는 매주 화요일, 함께 만나 글을 나누었다. 글을 쓰는 일은 삶을 나누는 일이었다. 우리는 일상을 나누며 대화 안에서 글감들을 찾았다. 나는 뭐든 좋은 글감이 되는 책방 지기님과의 대화가 좋았다. 질 좋은 대화를 하고 돌아온 날에는 좋은 횟감을 안고 집으로 향하는 낚시꾼처럼 든든하고 뿌듯했다. 나는 그렇게 일상에서도 낚시꾼처럼 평범해 보이는 것들에서 글감들을 낚았다. ---p.70 무엇보다 그림책 속으로 진지하게 임하는 친구들이 내심 흐뭇하고 뿌듯했다. 아이들이 자기 몸의 변화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신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를 바랐다. 아기는 어디로 나와? 아기는 어떻게 생겨? 를 시작으로 아기가 어떻게 커나가는지를 그림책을 보면서 함께 알아갔다. 성교육은 말로만 전하기에는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그림책이 필요하다. 추천하는 그림책을 연령대별로 보고 읽어준다면 아이들도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성교육이 가능하다. 내가 운영하는 김포의 "최고그림책방"에는 해당 나이별로 추천할 만한 그림책들로 가득하다. ---p.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