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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G 소일장에 대하여
이대로: 촉수 엄금 이별의 2월: 이제는 작별할 때 변함없는 3월: 이베리코 돼지의 맛 4월의 실종: 초서는 모르는 캔터베리 이야기 엉망진창 5월: 5월의 엉망진창 로맨스 6월의 6시 정각: 양철 나무꾼이 꿈꾸는 주마등 속에서 7월의 소원: 기묘한 터미널 8월의 저주: 슬픔이 끊어 먹은 창자가 굽이굽이 9월에는 결코: 와전 10월 어느 날: 울지 않는 이야기 11월의 휴가: 연차 촉진 펀치 12월의 시작: 화상 감별사 브릿G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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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록작 소개
촉수 엄금 “귀엽지 않아요? 맨살에 접촉시키면 귀신같이 말을 알아듣는다니까요.” SNS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 A씨는 지금까지 그가 홍보해 왔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인 ‘반려촉수’를 판촉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그러나 A씨는 특유의 수완으로 촉수들을 대중에 보급하는 데 성공한다. 촉수는 정말 완벽한 반려생물이었다. 단 하나, 아주 사소한 문제를 제외하고는. 이제는 작별할 때 “……내 원한이 숭고하다고?” 지지부진한 퇴사 후 남은 급여와 만기 적금을 확인하며 은행 앱을 둘러보던 내게 은행의 마스코트로 보이는 분홍색 악어 캐릭터가 필요한 금융 상품을 추천해 주겠다며 메시지를 띄운다. 그러나 막상 안내받은 상품 추천 페이지는 성격 검사라도 하듯 다소 기이한 문항들로 구성된 설문조사 형식이라 어딘가 미심쩍기만 하다. 이베리코 돼지의 맛 “엄마의 1억을 한시바삐 찾아야만 했다.” 은행에서 현금 1억을 수표로 찾아 집에 보관해 두었다는 엄마의 이야기를 들은 다경은 큰 액수의 돈에 대한 불안감으로 전전긍긍한다. 다경은 어렵사리 분양받은 아파트의 잔금을 조만간 마련해야 하는 처지였는데, 때마침 10년 동안 외국으로 나돌던 동생이 갑자기 집으로 돌아왔다는 소식까지 듣게 되자 더없이 조급해진다. 초서는 모르는 캔터베리 이야기 “뒤로 돈을 빼돌리던 식료품 조달자의 변고, 이 얼마나 흥미로운 서사인가.” 성인 토머스 베킷을 기리는 캔터베리 사원으로 순례자들이 모여드는 4월마다 런던에서 한몫을 두둑이 챙겨 가던 식료품 조달자 스콧이 실종된다. 순례객들이 머무는 타바드 여관의 주인인 나는 스콧이 모종의 변고를 당했을 거라는 생각에 봄철 장사를 마친 후 그의 행방을 찾아 나선다. 그의 실종에는 분명히 내년 순례객들에게 들려 줄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얽혀 있을 거라는 확신과 함께. 중세 서양 문학의 고전 『캔터베리 이야기』를 골자로 제프리 초서가 원전에 담지 않은 이야기를 코스믹호러 장르로 재구성한 흥미로운 후일담. 5월의 엉망진창 로맨스 “정말로 끝까지 엉망진창인, 그렇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는 5월이었다.” 때는 5월 1일, 정의감 넘치는 미영이 한 여성을 열차 강도로부터 구해 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후 미영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부처님오신날, 스승의날, 부부의날, 성년의날까지 5월에 있는 모든 기념일마다 때맞춰 벌어지는 기막힌 사태들을 종횡무진하며 좌충우돌 액션 로맨틱코미디 뮤지컬 난장극을 완성해 나간다. 소설과 영화 각본을 넘나드는 서사 파괴극이자 기발한 장치들이 돋보이는 메타픽션. 양철 나무꾼이 꿈꾸는 주마등 속에서 “그렇게 숭고한 마음을, 가짜라고 불러도 되는 겁니까?” 찬란했던 인류 문명이 쇠락한 후 폐허가 된 도시를 누비던 안드로이드 베타는 숲속에서 연약한 어린아이를 발견한다. 그 아이가 과거 돌봄 안드로이드로 개발된 자신을 학대하고 버렸던 박사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베타는 도로시라는 이름까지 붙여 주며 정성을 다해 돌본다. 그러나 도로시는 커갈수록 자신과는 생김새가 다른 로봇들에 대한 의구심을 느끼고, 한 사건을 계기로 오해가 증폭되며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만다. 저승이라는 동양적 세계관과 오즈의 마법사라는 서양 동화를 버무려 이종(異種) 간의 감동적인 우정을 담아낸다. 기묘한 터미널 “미령은 조각상의 갑상샘과 식도 위로 부재하는 머리를 보았다.” 회사에서 해고 통보를 받은 미령은 남자친구가 거주하는 지방의 버스터미널에서 처음 마주했던 기괴한 조각상을 보기 위해 홀연히 여행을 떠나온다. 관계가 소원해진 남자친구에게 쉽사리 연락을 하지 못하고 있던 미령은 터미널 내부를 배회하는 묘한 여자를 만난다. 천안종합버스터미널 근처 갤러리 광장에 위치한 데미안 허스트의 조각상 「찬가」를 모티브로 소설적 상상력을 덧붙여 집필한 작품. 슬픔이 끊어 먹은 창자가 굽이굽이 “엄마, 우리 사이엔 속죄도 참회도 이제 없어.” 공들여 준비한 기획취재가 엎어진 후 도망치듯 기자 일을 그만둔 나는 선배들의 소개로 자서전 대필 작가로 생계를 이어 가는 중이다. 어릴 때부터 가족들의 숱한 차별과 폭력에 시달려 온 처지였지만, 오빠가 신부전 말기 판정을 받자 유일한 형제인 나는 집요하게 신장 이식을 종용받는다. 엄마의 거듭되는 절절한 부탁으로 ‘착한 딸’ 모드가 작동하며 이식을 준비하던 나는 모종의 일을 계기로 오래된 혈연의 저주를 끊어 낼 처절한 복수를 감행한다. 와전 “걱정 마시오. 구월의 이이다코만 조심하면 괜찮을 것이요.” 나는 애인 나나세와 함께 살며 솜씨 좋은 그녀의 요리를 언제나 감사히 즐긴다. 도호쿠 지방 바닷가 출신인 나나세는 자신의 마을에서는 9월에는 결코 주꾸미를 먹지 않는다는 금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나 역시 나나세를 따라 몇 년간 그 의식을 지키곤 했다. 그러나 9월에 출장 온 친구를 맞이하다가 뜻하지 않게 주꾸미를 먹게 된 바로 그다음 날, 나나세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울지 않는 이야기 “나는 아침나라에서 온 지술이오. 당신이 삼킨 해를 돌려받으러 왔소.” 밤나라와 아침나라가 공존하는 세계, 어느 날 밤나라 왕의 명을 받은 불개가 해를 삼켜 버리자 아침나라에 해가 뜨지 않는 일이 벌어진다. 아침나라의 이야기꾼 지술은 해를 찾기 위해 스승들의 도움을 청하고자 톱날숲으로 향한다. 해를 삼킨 불개를 찾아 나선 호랑이의 모험을 차분한 색채와 근사한 분위기로 그려내며 닭과 범, 사마귀 등의 유래를 탁월하게 재해석한 한국 설화. 연차 촉진 펀치 “휴가 가는 게 이렇게나 어려운 까닭은 일리호가 하는 일이 일종의 대기직이라는 것에 있다.” 쓰레기 처리장의 1급 보안 담당자로 일하던 일리호는 가까운 친구가 죽었을 때에도 휴가를 쓰지 못하는 상황에 불의를 느껴 퇴사한다. 생계를 위해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던 중 마감이 있는 일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껴 회계 담당자로 커리어를 전환하는 데 성공하지만, 새로운 직장에서도 비슷한 부조리와 모순을 마주하게 되면서 자신이 보안업을 그만둔 이유를 다시금 떠올린다. 디스토피아 서부 수도권을 배경으로, 재기 넘치는 발상과 설정으로 직장인과 휴가에 대한 담론을 풀어낸 SF. 화상 감별사 “빚 갚으려면 일해야지. 실은 나, 화상 감별사 신청하려고.” 싸구려 장난감 제조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인 나는 안암(眼癌) 4기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집을 사느라 무리하게 빌린 거액의 대출금을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의 몫으로 떠넘길 수는 없었기에, 신체가 죽은 상태에서도 일을 할 수 있는 화상 감별사 자격시험에 도전하기로 결심한다. 다행히 나는 ‘IID’라 불리는 안구 내 삽입형 이미지 장치 이전 세대로서 시험을 치를 자격은 얻을 수 있었지만, 막상 들어간 시험 대비반에서는 다른 사람들처럼 빠르게 진짜 이미지를 식별해 내지 못해 탈락할 위기에 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