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시인의 말
1부. 사월 다음 내릴 역은 미정입니다 봄날의 반가사유|이월|절룩|다음 역은 사월입니다|행운권 추첨|그리하여, 숲이라 말하는|긴 여름|어깨너머|일요일|살구가 떨어져|블랑 또는 블루홀|감포종점|비산동 그, 집|슬도 2부. 슬픈 시 하나 읽어도 되겠습니까 혼자 울기 좋은 시간|가능한 행복|늦장마|일시 소강|기억의 책장을 넘기면|폭염의 나날|나는 집사다|불면, 그리고 고요|여름 저녁|소만과 망종 사이|종달리 수국을 생각하는 밤|사과의 완성|명옥헌|신안|묵호 3부. 노을이라는 뜨거운 말을 생각하며 노을 전시관|나는 아무것도 아니다|추도예배|늙은 고양이를 위하여|여름 방학|맥주박스 이야기|해국|벤치의 하루|결항|소금 연못|나비가 날아갔다|백국댁|좀비 천국|오월이 저리 푸르다|사문진 일몰 4부. 어느 골목길 모퉁이에 내가 서 있습니다 병아리는 자라서|깜빡, 속다|수요일 오후가 사라지는 풍경|용접|얼레지|꽃샘|겨울비는 내리고|독거|매미|TELEPHONE, 왕릉|분홍노루귀|조사助詞로 읽는 봄|비상|그래서, 내가 있습니다 발문 _ 조용한 사과밭 /전윤호 |
박숙경의 다른 상품
|
이번 시집의 발문을 쓴 시인 전윤호는 박숙경의 시를 이렇게 얘기한다.
“박숙경의 시는 차분하다. 좀처럼 감정이 들뛰지 않는다. 그리고 중요한 장점이 있었다. 그건 사물에게 말을 시킬 줄 안다는 것이다. “박숙경 시인은 시를 시작하는 방법이 경쾌하다. 시작이 반이라고 독자의 관심을 끌려면, 독자가 끝까지 시를 읽으려면, 좋은 시작은 필수인 셈이다. 아마 시상이 떠오를 때 좋은 시작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박숙경 시인은 자신만의 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뜰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나무들과 꽃에 관해 시를 쓰는 것이다. 그 안에는 사람들과 시간들이 줄줄이 서 있기도 하지만 모두 그녀의 품 안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사과가 완성되기를 기다린다. 이런 차분함은 박숙경 시인의 큰 미덕이다.” ‘지난 두 시집과 비교했을 때 이번 시집에서 달라진 게 있다면 무엇인지, 이번 시집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주요 메시지는 무엇인지’를 물었더니 박숙경 시인은 이렇게 답했다. “지난 두 시집에 비해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다만 꼼꼼히 들여다보면 시의 중심이 ‘나에서 너와 우리’로 옮겨진 것을 눈치 챌 수 있을 겁니다.” “시집을 준비하면서 하나의 메시지만을 염두에 두진 않았지만, 굳이 하나를 꼽자면 희망입니다. 비록 복잡다단한 세상이지만 쌀알만 한 꿈 하나 지니고 있다면 말하는 대로 생각하는?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희망 말입니다.” 절룩절룩 책 부치고 오는 길 접질렸던 왼발에 무게가 더 실려요 시든 장미 옆으로 유모차가 지나가요 쌍둥이 중 한 아기가 손가락을 빨아요 나의 절룩과 아기의 손가락 사이엔 결핍이라는 말이 있어요 소공원 벤치에 노인 몇 나란히 앉아 폭염보다 더 뜨거운 고독을 뜯어내는 중이에요 고독은 삼각형, 꼭짓점은 무엇이든 끌어당겨요 어디선가 달려온 소낙비 한줄기 넘어지고 절룩이 모여 여름을 견디는 풍경이라고나 할까요 신호등이 초록으로 바뀌면 절룩을 감추고 하나도 안 아픈 사람처럼 걸어요 아직 꺼내놓을 용기가 내겐 없는 거죠 절룩을 앓기 전엔 누구의 절룩도 보이질 않았어요 나의 절룩을 내가 읽었을 때 비로소 우리의 절룩이라는 문장이 완성된다는 걸 수많은 절룩 속에서 깨닫는 오후예요 화단의 치자꽃이 마지막 향기를 토해요 잠시 절룩을 잊고 그 옆에 쪼그려 앉아요 ― 「절룩」 전문 이번 시집의 편집자이기도 한 박제영 시인은 박숙경 시의 장점이 ‘친절의 미학’에 있다며 이렇게 얘기한다. “처음 그가 건네주고 간 원고를 읽었을 때, 화가 밥 로스를 떠올렸다. 티비 프로그램에서 그가 ‘참 쉽죠?’라는 말을 연신 내뱉으며 캔버스에 붓질을 몇 번 하는가 싶으면 정말로 멋진 풍경화가 펼쳐지곤 했었다. 밥 로스의 ‘참 쉽죠?’란 말은 한때 장안에 화제가 되었지만 그 말의 깊이와 속뜻을 아는 이는 드물었다. 좋은 시가 그렇다. 읽기에 참 쉽다. 하지만 그렇게 쓰기가 실제로는 무척이나 어렵다는 것을 아는 이 또한 드물었다. 그의 원고를 두어 번 더 읽었을 때, 어느 철학자의 말을 떠올렸다. ‘결핍의 순간이 되었을 때 삶은 명징하게 제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시는 결핍의 칼날 위에서 피어나는 문장을 건지는 작업일 텐데 그의 시집이 어쩌면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가 얘기하는 ‘절룩이라는 문장의 완성’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기로 했다.” 불편한 시집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가끔은 이런 친절한 시집에 기대보는 것도 좋겠다.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내 안의 사과 하나 빨갛게 익어갈 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