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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제1부 나의 요스튼에게 나의 요스튼에게 아이 친구의 엄마가 연애 프로그램에 나온 이유 변하지 않는 1965년산 음악회 머릿니 잡아주는 학교 친구 엄마 언덕이 신기해 기다리다 미쳐도 수영만은 임신한 아내와 냉동 피자를 먹어도 행복해 1유로의 기쁨, 스승의 날 제2부 할머니 집을 바꿀 수는 없으니 숫자는 함부로 세지 마세요 할머니 집을 바꿀 수는 없으니 졸업식은 뮤지컬 엄마 아빠는 파트너 돈에 인색하다는 오해와 변명 자전거로 떠나는 초등학교 졸업 여행 손재주가 생기는 신기한 나라 교육 때문에 얼굴과 얼굴 사이 10센티미터 제3부 저녁 냄새, 겨울 냄새, 쿠키 냄새 날씨에 민감한 기차 음식을 당신에게 나눠 준다는 의미 산모는 환자가 아니기에 수상한 학부모는 놓치지 말 것 10월에는 책이 좋아 호모포비아는 아니지 저녁 냄새, 겨울 냄새, 쿠키 냄새 아이를 독립시킬 최적의 시기 다람쥐의 호두는 나무가 되고 제4부 누구에게나 평범하지 않은 날은 있다 아이는 여덟 시 전에 재워주세요 타인과 한집에 산다는 건 장난감 팔아 장난감 사는 날 한국이 좋아서 스낵 박스, 런치 박스 샌드위치는 만들어지고 노인은 길을 건너고 동네 호수에서 스케이트 타는 즐거움 햄스터런 우크라이나 여인들 누구에게나 평범하지 않은 날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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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부모들이 아이들을 훈육할 때 흔하게 사용하는 말 중 하나가 ‘doe maar gewoon(두 마르 허분)’이라는 말이다. ‘그냥 평범하게 행동하라’는 뜻을 가진 이 말은, 아이를 훈육할 때뿐만 아니라 중요한 시험이나 시합 전에 아이를 응원하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들이 말하는 평범함에 정해진 기준은 없으며, 본인 스스로 평범하다고 생각되는 대로 행동하라는 의미를 지닌다. 자신이 평소 하던 대로 평범하게 행동하되, 여기서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의 평범함이다. 누군가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개인의 생각과 행동을 존중해 준다는 생각이 바탕이 되는 것이다.
--- pp.6~7 「프롤로그」중에서 그런데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 내게 꽃을 내밀고, 큼지막한 지도를 펼쳐 든 채 열띤 목소리로 동네를 소개해 주는 은빛 머리색의 할머니를 보고 있자니, 왠지 마음속에 뭉클한 기운이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사실 그때까지 이 낯선 동네에서 좀 주눅이 들어 있었나 보다. 잔뜩 경계심을 갖고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할머니의 부드러운 듯 강한 목소리에 살살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아이가 자고 있어 조그만 목소리로 말하는 것에 양해를 구하며 할머니에게 집 안으로 들어와 차를 함께 마실 것을 권했지만, 그녀는 “다음 기회에”라는 말을 하면서도 차를 권해 줘서 고맙다고 말한 후,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자리를 떠났다. --- pp.16~17 「나의 요스튼에게」중에서 임신을 했으니, 영양이 골고루 갖춰진 몸에 좋은 음식을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어야 된다는 생각에, 그 남편이든 아내든 퇴근 후 조바심을 내며 요리를 하고 저녁 식사를 준비하려고 했다면, 저렇게 둘이서 초저녁 아직 남아 있는 햇살을 받으며 여유로운 미소를 띤 채 함께 걷고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냉동 피자면 어떤가, 둘이 행복하게 맛있게 먹으면 되는 거 아닐까. 만약 저 커플이 냉동 피자를 먹으며 영양분을 걱정한다면, 필히 손에 들고 간 샐러드와 함께 치즈든 당근이든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것들을 곁들여 먹을 것이다. --- p.47 「임신한 아내와 냉동 피자를 먹어도 행복해」중에서 매년 여름휴가 때마다 똑같은 장소의 똑같은 숙소로 찾아드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꽤 볼 수 있는 것이다. 그곳에 자신들의 여름 별장이 있는 것도 아닌데, 똑같은 숲의 똑같은 호수의 똑같은 호텔을 여름휴가마다 간다고 하니, 처음에는 속으로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똑같은 도시의 똑같은 여름 해변의 똑같은 민박집을 찾는 그들의 속마음은 무엇일지 궁금해질 때도 있다. 매년 여름마다 친구들과 혹은 가족들과 그렇게 같은 곳을 찾아가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어차피 여름휴가 장소를 바꾸든 안 바꾸든 쓰게 되는 비용은 별로 차이가 없으니, 비용 때문에 같은 장소를 가는 건 아닐 듯했다. 그냥 그게 편해서, 그곳이 익숙해서, 그곳이 그리워서, 그렇게 매년 같은 곳으로 여름휴가를 간다고 했다. --- p.63 「할머니 집을 바꿀 수는 없으니」중에서 네덜란드에서는 저녁 식사에 초대받아서 그 집에 간 게 아니라면, 그 집에 들른 시간이 거의 저녁 식사 시간이 다 된 때일지라도 그곳에서 저녁을 함께 먹는 일은 일반적인 경우로 여기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내가 지인의 집에 오후 다섯 시 즈음에 갑자기 방문을 했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그 지인이 이제 대화를 마치기를 원하는 듯한 표현을 해 오면, 그 집을 눈치껏 나와야 한다. 조금 더 눈치 없이 그 집에서 뭉그적거리다가는, 직접적으로 이제 곧 우리 가족의 저녁 식사 시간이니 우리 집을 떠나달라…는 식의 말을 듣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p.103 「음식을 당신에게 나눠 준다는 의미」중에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파트타임을 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부모들도 모두 번듯한 직업을 갖고 있고, 좋은 집에서 평범하게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파트타임 일을 하는 것을 단순히 돈을 버는 목적 외에, 독립해 갈 연습을 하며 독립 자금을 마련하고 삶을 배울 기회로 생각한다. 주변 친구들이 하나둘씩 슈퍼마켓에서 일을 하고 피자 가게에서 일을 하기 시작하니, 혼자만 파트타임 경험이 없는 것도 친구들 사이에서 이상해 보이게 되는 것이다. --- p.134 「아이를 독립시킬 최적의 시기」중에서 네덜란드에서 초등학교 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아이들은 학교 가방에 두 개의 플라스틱 박스를 담아 등교를 한다. 하나는 스낵 박스고, 다른 하나는 런치 박스다. …… 등교 후 대략 두 시간 정도 후에 간식 시간이 있는데, 간식을 먹고 나서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이들은 무조건 밖에 나가서 10분 정도의 휴식 시간을 보내야 한다. 비에 아이들이 쫄딱 젖더라도 그렇게 밖에 나가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건 점심시간도 마찬가지다. 점심 휴식 시간은 보통 더 긴데, 날씨 상태와 상관없이 아이들은 무조건 밖에 나가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극한의 날씨가 휘몰아치지 않는 이상 거의 예외는 없다. --- pp.159~160 「스낵 박스, 런치 박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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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나타나 꽃을 내밀고
열띤 목소리로 동네를 소개해 준 ‘나의 요스튼’ ” 낯선 곳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호의 진심이 담긴 배려로 기억되는 네덜란드의 첫 인상 네덜란드에서 처음 살게 된 작가의 집은 작은 방 창문 밖으로 보이는 드넓은 잔디밭과 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이 마음에 들어 빌린 아파트였다. 이사 후 일상을 이어가던 어느 날 아침, 이웃에게 기대하지 못했던 환대를 받게 된다.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 내게 꽃을 내밀고, 큼지막한 지도를 펼쳐 든 채 열띤 목소리로 동네를 소개해 주는 은빛 머리색의 할머니를 보고 있자니, 왠지 마음속에 뭉클한 기운이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사실 그때까지 이 낯선 동네에서 좀 주눅이 들어 있었나 보다.” 다음 날 친절에 보답하기 위해 화분과 정성껏 준비한 카드를 들고 이웃 할머니 집을 찾았지만, 곧 카드를 잘못 골랐다는 걸 알게 된다. 요스튼 할머니는 실수를 위트 있게 넘기며 작가를 배려해 주었다. 사실 요스튼 할머니는 혼자 살면서 현관문에 대여섯 개의 자물쇠를 달았고, 나중에는 노환으로 쇠약해진 탓에 집을 떠나 요양 병원에서 지내게 된다. 하지만 작가에게는 낯선 곳에서 호의와 배려를 진심으로 보여주었던 이웃으로, 네덜란드는 어떤 곳인지 알려주는 늘 환한 미소의 ‘나의 요스튼’으로 기억되는 것이다. “내 친구는 살구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대” 늘 똑같은 저녁 메뉴에서 찾아낸 조금 다르지만 평온하고 유연한 삶의 방식 변화가 적은 네덜란드에서의 일상을 보여주는 에피소드 가운데 하나는 식단이 크게 바뀌지 않는 아이 친구 이야기다. 아이는 “내 친구 J는 살구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대”라며, 일주일 동안 먹을 음식을 정해 무한 반복하는 친구 가족들에 대해 신기해하며 말한다. 아이의 친구뿐 아니라 네덜란드 사람만 그런 것도 아니겠지만, 작가는 “오늘 저녁 메뉴가 뭐냐고 물을 수 없어서 아쉬울 수도 있고, 물을 필요가 없어서 편할 수도 있지”라며, “반복되는 익숙함과 편안함, 그 평온함 속에서 굳이 치열해질 필요가 없는 그들만의 무던한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렇게 크게 변하지 않는 모습 속에서 작가는 다른 삶의 방식을 발견해 낸다. 저녁 무렵 슈퍼마켓에서 나오는 한 남자의 손에는 냉동 피자가, 옆의 임신한 여자의 손에는 샐러드가 들려 있었고, 그날 저녁 메뉴는 냉동 피자와 샐러드임을 짐작하며 그들의 여유로운 퇴근길을 바라본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저녁 ‘메뉴’가 아니라 저녁을 먹은 후 보낼 ‘시간’이라는 것이다. “평상시의 저녁 식사 준비를 거창하지 않게 하는 대신, 되도록이면 간단하지만 영양을 갖춘 식사로 배를 채우고”, 이후에는 산책을 하거나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복잡하지 않고, 요란하지 않으며, 누구 하나 혼자 바쁘지 않은 그런 저녁 시간이” 흐르는 삶의 단편인 셈이다. “같이 성장하고 배워가는, 꽤 괜찮은 경험” 이국에서 가족과 함께하면서 반목과 불안을 밀어내고 다시 다가올 평범한 날들을 위해 모든 부모에게 아이의 교육은 난제일 것이다. 네덜란드의 초등학교 교육은 숙제와 사교육이 없어 학교생활이 편하기도 하지만, 여유를 부리다 경쟁에 뒤처지지는 않을지 걱정과 불안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작가와 같은 동네로 이사 온 부부는 아이들 “교육 때문에” 네덜란드에 머물기로 결정했다고 하며, 아이들이 편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작가는 이 말의 의미를 공감하는 한편, 네덜란드의 교육 과정에서 중요시하는 것 중에 하나가 ‘말하기’라고 덧붙인다. 자신을 표현하고 발표하는 연습을 꾸준히 함으로써, “많은 양의 지식을 배우지 않아도, 어디를 가서도 자신감 있는 표정과 말투로 당당히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학교에서 말만 하다 온 아이를 반기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고 있다. “집 앞을 오가다 매번 마주하는 우크라이나 여인들과 그 아이들이 머물고 있는 건물을 보다 보면, 마음이 참 복잡다단해짐을 느끼고는 한다. 처음에는 창문 하나하나에 꼼꼼히 블라인드가 쳐져 있었다. 그 사이로 빛이 새어 나오는 걸 두려워하는 듯 저녁 어스름에 흘러나오는 빛들도 조심스러워 보이던 날들이었다.” 받아들일 수 있는 변화가 있는가 하면, 삶을 불안과 혼란으로 빠뜨리는 위기 상황도 있다. 작가는 수납장 깊숙이 넣어둔 채소 캔을 보며 과거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생활의 제한과 커져만 갔던 두려움을 떠올리기도 하고, “전쟁이라는 단어가 내 삶과 매우 가까운 곳에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실감”한 것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피란한 난민을 받아들여 같은 동네에 그들이 머무는 모습을 보면서였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불안한 날들을 밀어내기 위해 힘을 낸다. 친구의 자전거가 고장 나 난감해하며 전화를 걸어 온 아이에게 비가 오더라도 친구와 꼭 함께 돌아오라고 격려하고, 아이를 돌보기 위해 고용한 어린 보모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난폭 운전을 하는 버스 기사에게 세워 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용기를 불어넣는다.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지만 분명 모두의 평온하고 평범한 날을 기원하는 응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