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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판에 부치는 말
한국어판에 부치는 말 1. 없어지고, 안 보이고, 사라진 사람들 첫번째 서시: 동시통역 레드 테이프 그앤 이제 젖니를 거의 다 갈았어요 희망 옥수수빵 그의 눈은 참새를 지켜본다 둘 곱하기 둘 유언장 기념일 신원 방금 버스를 놓쳐서 회사엔 좀 늦겠습니다 먼저 의자를 가지런히 놓고... 감방의 다른 동지들은 잠들었다 나는 그이가 어디 사는지 몰라요 심증 혼례식 가끔 나는 그 시트로엥차를 본다... 생활비 서신왕래 쇠사슬 일장석(日長石) 2.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으려던 시들 서시: 낙하산 거지 꽃들을 달래줄 바람이 없다 성 죠지 전구 이상의 어떤 것 인신보호영장 3. 역류 서시: 귀청을 찢는 듯한 저 소리는 쓰레기차 소리다 점령군 싼띠아고에서의 마지막 왈츠 자아비판 내 안테나가 어떻게 되고 있는 게 틀림없다 전화. 시외전화. 나쁜 소식이오... 전화. 시외전화. 나쁜소식 기동연습 어휘 에필로그 문 유감(有感) 해설: 망명과 통역의 시 / 이종숙 |
Ariel Dorf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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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띠아고에서의 마지막 왈츠--유배와 증발의 시편
세계 30여개 언어로 번역되어 수많은 독자들에게 읽히는 칠레 출신 망명작가 도르프만(Ariel Dorfman)의 대표작들이 국내에 초역되어 잇달아 출간되었다. 지난 2월 소설집 『우리 집에 불났어』를 간행된 데 이어 이번에 그의 내한 시기(5월 1일)에 맞추어 시집 『싼띠아고에서의 마지막 왈츠』를 펴냈다. 시, 소설, 희곡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폭넓고 활발한 작품활동으로 칠레의 상처받은 삶을 탐구하는 동시에 그 삶을 뛰어넘는 새로운 세계를 그려온 도르프만은 빠블로 네루다의 지위를 계승한 세계적인 작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현재 미국 듀크대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앞서 출간된 소설집과 마찬가지로 망명지에서 씌어졌다. 삐노체뜨의 군사정권 아래 칠레가 겪는 아픔을 세계에 전하고 죽음과 침묵의 세계로 유배된 `행방불명자들`에게 목소리를 빌려줌으로써 그들을 부재로부터 구출하기 위해 쓴 `증언시`들이다. 도르프만은 민중을 무턱대고 찬양하거나 악착같은 생명력을 지닌 잡초로 단순화하지도 않으며 민중애의 거창한 구호도 외치지 않는다. 그의 `유배와 증발의 시편`은 7,80년대 암울했던 우리의 정치적 상황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그의 증언시들은 80년대 한국의 민중시와는 달리 자신의 느낌이나 분노를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며 목소리도 그리 높지 않다. 그의 시에 등장하는 화자의 목소리는 잦아드는 흐느낌처럼 조용하고 그래서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그런만큼 울림도 더 크다. 증언의 실감을 더해주기 위해 다양한 기법이 동원되고 있는 그의 시들은 자신을 향한 독백 같기도 하고, 호소 같기도 하며, 폭로 같기도 하고, 기록 같기도 하며, 편지 같기도 하고, 그 모든 것이 한데 섞인 것 같기도 하다. 참여시와 서정시가 도르프만의 증언시에서 하나로 결합하고 이 시들이 모여 칠레의 운명을 노래하는 서사시를 만드는 것이다. 도르프만의 시편에서 삶을 박탈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생명의 성스러움에 대한 이야기로 통역되고 죽음과 고통의 어둠은 사랑과 희망의 빛에 닿아 있다. 따뜻한 인간애와 시끄럽지 않은 도덕적 감수성, 쉽고 간결하면서 힘있는 언어,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만들어내는 조용한 치열함은 저항시나 정치시의 차원을 뛰어넘어 서정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