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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어리 살어리랏다
-낙수(落穗) 1. 시클라멘 우산 깃 오리 시클라멘 하늘 낚시 뜻밖에 오는 것들 묵정밭의 망문석望文石 2. 월미도의 뱃사공 조끼 쑥대 머리 민취이 불편한 이웃 Dr. 백내장 밥 한 공기 만 원 월미도의 뱃사공 3. 머리를 빗기며 장 볼 아비 짜장면을 비비며 머리를 빗기며 어쩌다 내가 가장 열망하게 된 것 코로나 단상 아침 산책 미루나무 까치집 4. 청계천, 기억의 흔적들 청계천, 기억의 흔적들 달빛 그날, 끝나지 않은 삽다리 장의 야바위 접목 시루봉 너머 5. 오촌 당숙 임종 한 지붕 두 가족 전란 당고모의 피란 일기 당숙의 독백 아야코 다이렌의 밤 자유를 찾아서 가고 나서 남는 것 6. 의창 유사(醫窓遺事) 시계탑 가는 길 25시 아지트 1학년 1학기―동숭동 더부살이 말갈기 승화昇華 예과의 마스코트 의치원(醫稚園) 꽃게탕 물망초 1학년 2학기―청량리의 철부지 원남동 본과로 뒷모습 졸업 40주년에 돌아보는 달마 의사에서 수필가로 7. 김태길 수필문학상 작품평 한혜경- 오세윤의 수필세계 ―‘텅 빈 충만’을 향한 글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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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나는 환자와의 진료 이야기를 소재 삼는 의사들의 수필이 거북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환자만 일방적으로 언급되는 건 불공평하지 않은가. 하여 나는 의사의 가운을 벗기고 그들도 환자나 일반인과 똑같이 아프고, 기쁘고 슬퍼하며 소명과 명리의 경계에서 갈등하며 사는 인간임을 부각하고자 했다. 인간은 누구나 신 앞에서, 법 앞에서 평등하듯 존재에서도 평등하게 존중되어야 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사랑하는 사람? 흘낏 곁에 앉은 아내를 본다. 웃어지는 모습이 아니다. 봄 햇살 해맑던 날의 앵두 빛 웃음은 애 저녁에 눈 밑 잔주름으로 잦아들어 할미꽃이 된 젖은 손, 짠하긴 해도 사랑 가득한 얼굴은 물 건너간 지 이미 오래다. 눈길을 돌린다. 딸을 떠 올려 보지만 백 년 손의 알뜰살뜰 여자 되기 이십 수년에 고3 아들 엄마 노릇 하느라 허둥대는 얼굴만 떠오를 뿐이어서 되레 어둡게 찌푸려지고. 아들 며느리? 결혼해서 사돈의 8촌이 된 아들과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인 며느리는 명절 때나 출근길 환승역 거쳐 가듯 다녀가는, 윤곽마저 아리송한 외계행성 우주 시민. 일에 묻혀 밤낮을 뒤바꿔 사는, 하나뿐인 친손녀도 카톡으로 대화하고 의사 표시하는 신세대라 망막에 떠오르는 상은 거북목을 덮어 내린 긴 머리카락뿐. --- 「시클라멘」 중에서 운전하여 매장에 가는 날도 그리 많이 남지는 않았을 것이다. 얼마 안 가 전화로 또는 인터넷으로 식자재를 주문하게 될 것이고, 배달 도시락이나 가공 간편식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집에서 지지고 볶고 끓이며 간이 어쩌고 하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 찬 한 가지로 밥을 먹고 식당 구석에 혼자 앉아 먹는 날도 생길 것이다. --- 「장 볼 아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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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세상 한번 어지럽게 살았다. 2차대전 전 해인 38년, 38선 인접 북녘 바다 마을에서 태어나 해방을 맞고, 공산 정권을 피해 월남해 서울 살다 전란의 생지옥을 겪고, 1·4후퇴에 쫓겨 충청도 시골로 피란해 험궂게 3년을 보내고 학업을 이어 의대를 졸업, 소아과 의사 되어 산 한 생. 굴침스레 살아내며 보고 느끼고 사랑하며 산 세상을 훌훌히 펼쳤다. 사는 게 뭔가. 글은 무어고. 그 화두를 붙잡고 글을 썼다. 이번 글도 다르지 않다. 살아야 할 의미 찾기. 다른 점이라면 기존의 틀을 벗어 긴 글 두 편을 실은 것. 하나는 함께 공부하며 성장한 의대 동기들의 사랑방 이야기 「의창 유사 醫窓遺事」, 다른 하나는 전쟁을 살아 낸 오촌 당숙과 아야코 당숙모의 삶을 줌 업(Zoom up)해 짜깁은 사랑의 의미 찾기. 16.787자, 26.533자의 수필을 무슨 수필이라야 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