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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기원
사려니 숲의 휘파람새 끝나지 않은 약속 붉은 벽돌집 타로텔러 그룹 헤로인 우리 동네 현보 해설: 언어의 가장자리에 머무르는 진실들_오현석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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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기력한 현실 속 자신의 꿈을 좇는 청년들
표제작 「사려니 숲의 휘파람새」의 주인공 지웅은 남들보다 소리에 민감해 작은 소리까지 구분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하루하루 무기력한 삶을 살던 지웅에게는 좋아하던 휘파람새 소리를 들으러 길을 떠났다 생을 마감한 아버지의 기억만이 강렬하게 남아 있을 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추구할 의지도 열정도 없다. 어느 날 지웅이 사는 빌라에 한 여자가 이사 온다. 여자의 집에서 나는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지웅은 그녀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간다. 꽃, 동물, 새, 모든 것들은 말이야 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거짓이 없다는 거야.(64쪽) 「그룹 헤로인」은 예술과 사랑의 경계에 선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다. 김준은 예술을 통해 진짜 나를 찾고 싶어 하는 청년이다. 자신이 속해 있는 밴드 ‘헤로인’의 리더 병화 형을 예술가로서 존경하는 준은 어느 날 자신의 여자친구 가인과 병화 형의 불륜 장면을 목격한다. 하지만 준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주변 관계를 정리하고 진정 자신이 원하는 예술을 찾아 병화 형의 집으로 향한다. ▶ 거짓은 어떻게 진실이 되는가 「거짓말의 기원」은 최근 대두되고 있는 교사와 학부모 간의 갈등을 다룬 소설이다. 민서 엄마는 민서 귀의 상처를 이유로 어린이집 담임 선생님인 주인공에게 어린이집 운영과 관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CCTV를 통해 아무 일이 없었음을 확인했는데도 민서 엄마는 지속적인 민원 제기와 함께 어린이집 홈페이지에 글을 쓰고 주인공을 고소하기에 이른다.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과 상담까지 받게 되는 주인공은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 점점 지쳐간다. 「타로텔러」는 미래를 예견하는 무당 엄마의 능력을 이어받았지만 신내림을 거부하고 타로텔러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타인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그녀는 타로점을 보러 온 손님을 큰 위험으로부터 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이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철저하게 숨긴다.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끊임없이 거부하지만, 자신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우리 동네 현보」에는 상반되는 두 인물이 등장한다. 늘 웃고 다니는 말더듬이 현보는 동네 사람들의 구박을 받는 인물이다. 현보의 동생 현수는 형과 달리 똑똑하고 합리적인 인물이다. 동네에서 도난 사건이 발생하자 사람들은 현보의 말에는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고 현수의 말에는 적극 동조한다. 현수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이용하여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형에게 뒤집어씌운다. 주인공 연희는 현보와 현수를 통해 사실이 아님에도 진실이 되고 사실임에도 거짓이 되는 현실을 목격하고 절망한다. 사실과 진실 사이 거리는 얼마나 될까. 사실이라도 믿어 주지 않으면 거짓이 된다. 하지만 거짓이라도 믿어 버리면 곧 진실이 된다. 믿어 주지 않는 진실, 믿어 버린 거짓.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233쪽) ▶ 웅크리고 있던 기억의 파편을 대면할 때 「끝나지 않은 약속」의 주인공 진수는 딸 채영을 홀로 키우며 지낸다. 아내 수진은 채영을 낳고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채영은 태어나서 한 번도 엄마를 본 적 없다. 분명 채영의 기억에 엄마는 없는데 어느 날부터 채영은 자꾸 생전 수진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은 아줌마 이야기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아줌마와 대화하고 선물을 받고, 수진과 진수가 살았던 돌산마을을 찾아가기도 한다. 진수는 채영을 통해 피하려 했던 과거 수진의 기억과 마주한다. 오늘이 그날인 것 같다. 수진에 대해 이야기를 해 줘야 할 시간이 왔다. 나는 방으로 들어갔다. 서랍에서 수진과 나의 손수건을 꺼내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채영이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나는 채영이를 목말 태웠다.(104-105쪽) 「붉은 벽돌집」은 해리성 무감각증을 진단받고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단절된 채 삶을 살아가는 청년의 이야기다. 청소 일을 하는 준상은 붉은 벽돌집의 청소를 맡는다. 가출 청소년들이 어지럽힌 벽돌집 안에서 준상은 남겨진 물건들을 보고 갑작스러운 과거의 기억을 마주한다. 수많은 장면으로 인과성 없이 쪼개진 기억은 선후관계도, 원인과 결과도 없다. 의식 곳곳에 박힌 기억은 시시때때로 준상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