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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다
대평동의 아침 봄이 오면 추웠다 집으로 가는 길 신선대에는 신선이 사는데 적기 赤崎 부산사람 엄마의 해방일지 리어카를 위한 소묘 파지의 밤 장대높이뛰기를 하다 고래의 노래 모래 바람 오륙도 을숙도 시를 쓸 결심 이송도에서 파동 해운대 연가 끝 용두산 엘레지 태풍 전야 도시의 불빛 비 갠 저녁 목련이 질 때 철봉에 매달린 오후 파미르 고원에서 발을 녹이고 황령산이 말하기를 송도 전포동 내 마음 추억 없는 사랑의 기억 동구 교차로에서 산복도로는 없다 바다로 가는 자전거 중앙동을 기억하는가 키치에 대하여 팬텀 스레드 틈 파도는 7번 국도를 타고 종점에서 내려 버스를 기다리며 퍼플 레인 차이나타운 동래 오래된 병원 제망매가 祭亡妹歌 벼락 기장 불에 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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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인연은 근 30년에 이른다. 지금은 없어진 월간 《자동차생활》에서 직장 동료로 처음 만난 해가 1995년이다. 임재천 사진가는 1년여 만에 퇴사하고 사진가의 길을 걷게 되는데 이후 7년 만에 우연히 여의도에서 재회하게 된다. 이때 편집장이 된 최주식 시인은 잡지 연재를 위해 ‘포토기행’이란 여행 꼭지를 임재천 사진가에게 제안하고 이후 3년에 걸쳐 43개 지역을 함께 다니게 된다. 이때 촬영한 사진 중 상당수가 2013년 눈빛에서 펴낸 《한국의 재발견》에 수록되었다.
『부산, 사람』 시·사진집 서두에 나오는 “권태의 바다에서 걸려 올린, 영화라는 꿈”이란 산문은 그렇게 연재 중이던 ‘포토기행’ 중의 하나인 ‘부산’ 편으로 2003년 11월호에 실렸다. 어쩌면 이번 시·사진집의 출발선이 된 지점이기에 프롤로그 구실을 한다. 낡은 필름 카메라로 담아낸 인상적인 당시의 부산 풍경은 이 책이 주는 덤이다. 그리고 2023년, 최주식 편집장이 부산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등단하게 된다. 소치 동계올림픽 한국 전시작가로 초대되는 등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깊이와 폭을 넓혀온 임재천 사진가는 이 소식을 듣고, 자신의 『한국의 발견 03 - 부산광역시』(2017, 눈빛) 사진집에 수록된 사진들 가운데 50점을 골라 시를 써보란 제안을 한다. 등단작 ‘파도는 7번국도를 타고 종점에서 내려’를 비롯한 몇 편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는 그렇게 나왔다. 붉은 땅이었다 / 노을이 지지 않아도 / 바다는 붉디 붉었다 / 붉은 깃발이 / 해풍에 나부꼈다 / 적기라고 불렀다 / 적기 산다고 했다 / 감만동이나 우암동 언저리 / 적기 산다고 했다 감만동 사진과 함께 실린 시 「적기」의 일부분이다. 감만동이나 우암동 일대를 한때 적기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바다를 매립해 만든 동구의 매축지도 마찬가지다. 「자전거를 타고 간다」 라는 시에서 매축지는 ‘가두리 바다 위’로 표현된다. 시의 화자는 황령산이 되었다가 영도 조선소 노동자의 손에 들린 도시락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지역 공동체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비슷한 경험이나 추억도 빠질 수 없다. 누구에게나 있다 / 용두산공원 꽃시계 앞에서 / 만나자던 약속 / 그 약속 가끔 생각나 / 혼자서 공원 한바퀴 / 하릴없이 걸어보던 날이 누구에게나 있다 / 용두산아 용두산아 / 너만은 변치 말자 / 용두산 엘레지를 따라 부르던 엄마가 있다 / 엄마가 있었다 _시 「용두산 엘레지」 중에서 『부산, 사람』 시·사진집이 기존의 책과 차별화되는 포인트는 시와 사진의 관계성에 있다. 서로 배경이나 장식이 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것. 한 사람의 기억이란 단지 개인의 것만이 아니라 시대와 더불어 호흡한다고 했을 때, 그와 같은 대화가 보는 순간마다 새롭게 생성된다는 점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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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운대], [국제시장] 등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많이 찍었다. 따라서 부산과 관련된 각종 사진집 및 수많은 자료를 보고 또 보았다. 하지만 단언컨대 부산을 이토록 아름답고 멋있게 그려낸 시·사진집은 없었다. 사람의 감성을 깊숙이 건드리는 시와 사진이 불꽃놀이의 폭죽처럼 터진다. 부산을 알고 싶고 부산을 사랑하고 부산을 아끼는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이 책을 추천한다.” - 윤제균 (각본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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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시진집(詩?集). 부산 대신 어떤 지역 명을 붙여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사는 이 땅 위에서의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 정서를 공유하는 단어는 ‘울컥’이다.” - 김태만 (국립한국해양대학교 교수, 전)국립해양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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