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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각각의 사연을 품은 소중한 책을 찾아서 책의 각부 명칭 제책의 종류와 구분 총양장 제책 과정 양장 제책 한눈에 보기 Ⅰ. 제책의 역사 1. 서양의 제책 2. 동양의 제책 3. 산업화 이후의 제책 Ⅱ. 제책의 다양성 1. 크기도 가지가지, 판형 2. 첫인상을 결정하는 책의 얼굴, 표지 3. 날 좀 봐주세요, 띠지 4. 화려한 겉옷, 덮개 5. 소중한 책을 보호하는 책 상자 6. 독자를 위한 배려, 가름끈 7. 같은 제목, 다른 제책 8. 어학책과 찰떡궁합, 테이프 · 시디 9.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드려요, 부록 10. 원서와 번역서를 비교하는 재미 11. 책 속의 책 12. 평면에서 삼차원으로, 팝업북 Ⅲ. 장인의 제책 1. 정보를 소중히 보관하던 시절의 추억, 스크랩북 2. 레코드와 책을 함께, 레코드북 3. 필사하고, 롤러로 밀어 만들다, 등사책 4. 오래된 영상 미디어, OHP북ㆍ슬라이드북 5. 인류 최고의 스테디셀러, 성경 6. 소규모 수작업의 세계, 손으로 만든 책 7. 누구나 쉽게 사서 볼 수 있는 작은 책, 문고판 8. 정보와 지식의 광장, 백과사전ㆍ사전 9. 형태와 내용의 집대성, 전집 Ⅳ. 제책의 현장 1. 세상의 속도에 항의하기 2. 장인의 섬세한 눈과 손으로 만드는 책 3. 그들의 수다에 빠져들다 4. 열 장과 같은 한 장의 종이 5. 시간을 담은 공간, 마음을 찍어내다 6. 세 가지 색깔, 세 가지 이야기 7. 찾아보기 쉽게 도와주는 길잡이 8. 아버지와 아들, 같은 길을 가다 9. 책도 스타일이다 10. 나를 담은 책을 만들다 내 손으로 책 만들기 1. 재료와 도구 2. 다이어리 만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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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의 제책’에 나온 50여 종의 특별한 책들은 구한 경로가 제각기 다릅니다. 개중에는 우연히 주워온 것도 있습니다. 어느 날 삼청동의 한 허름한 한옥 앞, 누가 이사를 했는지 오만 잡동사니가 골목 한가운데에 버려져 있었습니다. 그 무더기 속에서 소중한 보물을 찾았습니다. 바로 오래된 스크랩북이었습니다. 얻은 책들도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유품으로 대대로 내려온 오래된 성경책을 잘 보관해오던 손자가 더 좋은 곳에 쓰라며 주기도 했습니다. 그 밖에도 시골 친척집 장롱 속에 있던 책, 어느 할아버지가 간직해온 낡고 오래된 LP북 등등 모두 제각기 사연을 갖고 있는 책들입니다.”
_서문, 5쪽 “이 책들은 귀한 것은 아닐지 몰라도 제겐 무척이나 소중한 것들입니다. 제책 장인이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실로 꿰맨 단행본부터 실크스크린 작업으로 필름 한 장 한 장에 인쇄한 미디어북까지, 다양한 제작 기법으로 완성한 책들을 실었습니다. 지금 보면 ‘이게 뭐 대단한 기법일까’ 싶지만 그 당시에는 특수 기법이었으며 장인들 나름대로 자신만의 노하우를 발휘해 만든 책입니다.” _서문, 5쪽 “서양과 동양의 제책 문화를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서양에서는 책이 주요한 예술 작품으로 여겨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책이 귀하던 시절 책이 갖는 가치는 동서가 마찬가지였을 테지만, 아름답게 장식된 서양의 책들이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것을 보면 실용성 이상의 미적 가치를 담고자 했음이 분명하다. 여기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첫째 제지 기술이 동양에 비해 미숙했기 때문이다. 동양(중국)에서 전래된 제지술은 아무래도 동양의 수종(樹種)에 적합했을 테고, 제지술 도입 이래 오랫동안 서양에서 특별한 발전이 없었다는 것도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표지에 가죽을 씌우거나 나무판을 덧대는 제책 기법은 사실 질이 나쁜 종이로 책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제지술이 발달한 뒤에도 가죽장정 기법은 계속 발전해 아름답고 튼튼한 책을 만드는 기술로 자리 잡았다. 두 번째 요인은 종교다. 제지술과 인쇄술이 발달하기 이전이나 이후나 책의 가장 주요한 내용은 종교적인 것이었다. 종교 서적은 소중하게 보존해야 하는 것은 물론 펼쳐 보는 횟수가 많아서 책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했다. 때문에 서양은 고도의 제책 기술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고, 서양의 종교 문화 자체가 미술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책이 단순한 기록매체 이상의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 _서양의 제책, 29쪽 “제책 기술이 가장 눈부시게 발달한 시기는 문학·미술·건축·자연과학 등 여러 방면에 걸쳐 유럽 문화의 근대화에 불을 당긴 르네상스 시기(14∼16세기)였다. 그 당시에도 여전히 책은 흔한 물건이 아니었고, 책을 소유할 수 있는 계층은 한정적이었으므로 그들은 책의 내용 이상으로 외형에도 집착했다. 책의 아름다움이나 화려함으로 그 가치가 결정되었기에 화려한 제책 기술이 각광받을 수밖에 없었고,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할 수 있는 한 가장 아름다운 표지를 만들었다. 금과 보석들이 표지를 장식했고, 표지 색깔도 짙은 갈색부터 밝은 빨간색, 파란색, 그리고 노란색에 이르기까지 매우 화려해졌다. 여러 동물의 가죽들이 장정에 사용되었지만, 그중에서도 염소 가죽을 무두질해 만든 고급 모로코 가죽은 빛깔이 아름다워 인기가 매우 높았다.” ---서양의 제책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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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책, 책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진정한 마침표!
ㆍ제책의 역사, 방식, 기술을 한자리에 ㆍ다양한 제책 사례 ㆍ현장에서 만난 장인들의 ‘손맛’ 이야기 ◆ 제책의 역사, 방식, 기술을 한자리에 모으다 제책(製冊). ‘책을 짓다, 만들다’라는 뜻이다. 책을 이루는 요소는 크게 ‘내용’과 ‘형태’ 두 가지로 나눠지며, 이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책이 될 수 없다. 특히 제책, 즉 북바인딩은 “책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해주는 마지막 과정이자 조건”이다. 인간의 사고와 지식이 파편으로 떠돌지 않도록 체계화하고, 제대로 묶어주는 과정의 마침표, 그것이 바로 ‘제책’이다. 한 권의 책이 완성되기까지 필요한 주요 요소를 꼽자면, ‘종이, 편집, 인쇄, 제책’을 들 수 있다. 제책은 앞의 세 가지 요소를 종합하는 과정이며, 책의 형태를 결정짓는다. 『책 잘 만드는 제책』은 바로 그 제책의 역사부터 방식 및 기술까지 종횡으로 다루고 있다. 제책은 시대별로, 지역별로 제각기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특히 단순히 낱장을 하나로 묶는 일차원적 방식에서 벗어나면서 여러 갈래, 여러 형태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양장, 반양장, 무선, 중철 등 제책 방식에 따른 분류는 흔히 들어보았을 것이다. 거기서 좀 더 들어가면, 둥근 등, 모난 등, 뗀 등, 붙은 등, 휜 등처럼 책등의 형태와 구조적 특징에 따른 구분, 양장 표지, 접은 표지, 이중 표지, 아코디언 표지, 통 표지, 프랑스 표지처럼 표지 형태에 따른 구분 등이 상세하게 이어진다. 이 책은 이처럼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는 제책 용어는 물론, 작업 과정을 일러스트와 함께 친절하게 설명해주며, 제책에 관해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입문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 다양한 제책 사례를 담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형태의 책들을 만난다. 판형과 장정은 이제 분류조차 곤란할 정도로 각양각색이다. 새로운 형태의 책을 만들려면, 책을 어떤 모양으로 만들 것인지 고민하고, 다른 책들을 끊임없이 관찰해야 한다. 현장에서 오래 활동해온 출판 제작자이자 북바인딩 장인인 지은이는 경험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이 책에 아낌없이 풀어낸다. ‘2장 제책의 다양성’에서는 실제 출간된 여러 서적들을 실례로 들며 판형, 표지, 띠지, 덮개, 책 상자, 가름끈 등 제책의 요소를 전문가의 눈으로 분석해준다. ‘3장 장인의 제책’에서는 10여 년 동안 수집해온 과거의 제책 사례들-스크랩북, 레코드북, 등사책, OHP북, 슬라이드북, 70년 된 성경 등-을 소개하며, 이젠 쉽사리 볼 수 없는 옛 자료들을 소중히 복원시킨다. 특히 가장 비중이 높은 문고판 소개 부분은 한국전쟁 이후 물자가 부족했던 시기, 문고판의 등장이 어떤 의미였는지부터 그 만듦새까지 정성스럽게 살펴본다. 그 밖에도 쉽고 재미있게 책을 만드는 강의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 지은이의 장점을 살려 부록으로 ‘내 손으로 책 만들기’ 코너를 마련, 그림과 설명을 보고 따라하면 금세 다이어리 한 권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 묵묵히 현장을 지켜온 제책 장인들의 이야기 아무리 기계와 기술이 발달해도 사람 손으로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손맛’은 기계로는 결코 재현할 수 없는 영역이다. 평생 그 손맛 내는 일에 매진해온 장인들이 제책 현장에도 있다. 언뜻 낡고 누추해 보이지만, 시간의 켜가 쌓인 충무로 골목으로 향하면 기계보다 정확하고 빠른 손놀림으로 책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점차 기계에 자리를 내주고 있긴 하지만, 끝까지 자기 일을 지켜내고 있는 도심 속 장인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찾아가 만났다. 그 자신 북바인딩 장인이기도 한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오랜 시간 제책의 현장에서 책과 함께해온 장인들, 세상에 이름 한 번 제대로 드러낸 적 없는, 그러나 책을 정성스레 갈무리해주는 그들의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다고 한다. ◆ 추천사 “북바인딩이란 책의 존재를 가능케 하는 과정이자 조건” 북바인딩은 내용과 형식을 완결시켜 책의 존재를 가능케 하는 과정이자 조건이며, 2차원의 내용을 3차원의 정신으로 이동시키는 의식의 행위이자 출발점이다. 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북바인딩을 디자인과 예술적 행위로 인식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까지 인쇄?제책 공정의 절차로만 머무르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은 북바인딩 과정-물리적 행위 이상의 내면-을 수면 위로 드러내고, 책이라는 오브제가 묶이는 과정을 다양한 출판 사례들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디자인 작업의 실제성과 총체성을 친절하게 이끌고 있다. _서기흔(경원대학교 교수, I&I 대표) “출판인들의 안목을 키워줄 책” 이제 출판에서 패키징(Packaging) 혹은 메이킹(Making) 개념을 빼놓고 책을 얘기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영상이미지 시대가 본격화함에 따라 독자들이 책 내용도 중요하게 여기지만, 책이 갖는 물성도 중시하기 때문이다. 출판사들이 제작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책의 핵심을 다룬 이 책은 출판인들에게 새로운 안목을 키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_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아름답고, 갖고 싶은 책을 만드는 장인들의 손길을 기억하는 책” 충무로 하면 흔히들 ‘영화판’을 떠올린다. 그런데 실상 그곳은 ‘인쇄판’이다. 온갖 종류의 인쇄물과 책이 만들어지는 인쇄 골목이 그곳에 있다. 큰 공장은 없지만 모든 과정이 잘게 나뉘어 정말 없는 게 없는 곳이 충무로다. 이 책은 충무로 한쪽에 자리를 잡고 오랜 시간 책과 함께해온 이들의 이야기다. 우리는 책 한 권을 보고 감동을 받고 인생을 다시 설계하기도 한다. 그리고 저자에게 고마워한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글을 아름답고, 갖고 싶은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주는 충무로의 장인들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_김신(대림미술관 부관장) “친절한 제책 매뉴얼” 출판 제작에 관한 책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15년 전, 김진섭 씨의 『책 잘 만드는 책』은 우리의 갈증을 해소시켜주었다. 이번엔 제책 분야를 깊이 파고들었다. 어느 누가 인쇄?제책소를 직접 방문하더라도 이 책처럼 자세한 설명은 듣기 어려울 것이다. 출판을 꿈꾸는 사람이든, 출판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든, 책을 제대로 잘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매뉴얼 한 권쯤 필요하지 않을까? _안해룡(김영사 제작팀장) 책속으로 추가 “중국, 한국, 일본으로 대표되는 동양의 제책 기술은 우수한 제지술과 붓이라는 필기도구의 특성을 바탕으로 한다. 동양의 제책은 기본적으로 책을 묶을 때 굵은 실로 바느질하듯 책등에 가까운 지점을 수직으로 꿰매는 방법을 썼다. 재미있는 것은 중국, 한국, 일본의 방법이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중국은 여섯 군데, 한국은 다섯 군데, 일본은 네 군데에 구멍을 뚫어 책을 묶었다. 동양 제책 기법의 특징 중 하나가 종이를 접어서 책을 묶는 것이다. 즉 가로로 긴 종이에 한쪽 면만 인쇄를 한 다음 인쇄된 면이 바깥쪽으로 향하도록 반으로 접는 방법인데, 이는 가로로 긴 장방형의 나무판에 글자를 새겨 먹을 묻히고 종이를 눌러 인쇄하는 목판 인쇄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이다. 이를 통해 6~7세기에 이미 아주 얇지만 질긴 종이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양에서는 우수한 제지술 덕분에 두껍고 튼튼한 종이를 만드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따라서 책의 표지를 만들 때 종이 외에 가죽이나 나무 같은 기타 재료를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색깔을 넣은 색지로 표지를 만드는 정도 외에는 서양처럼 화려한 장식을 가미하지 않았다. 수수하지만 튼튼한 책, 이것이 동양식 제책의 가치다.” _동양의 제책, 43쪽 “아무나 정보를 배포하거나 유통시킬 수 없던 시절, 큰돈 들이지 않고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출판 유통 방식 중 하나가 ‘가리방’, 즉 ‘등사책(謄寫冊)’이었다. 지금처럼 인쇄 기술이 발전하기 전, 학교, 관공서, 교회, 사찰, 대학교 동아리 등 각종 기관과 단체에서도 공문과 시험지는 등사본으로 직접 만드는 것이 일상이었다. 등사기는 소량의 복사물을 제작하기 위해 고안된 인쇄기로, (중략) 기본적으로 등사원지, 줄판, 철필, 등사기용 잉크, 잉크판, 롤러로 구성돼 있다. 등사의 첫 번째 과정은 줄판 위에 등사원지를 얹고 철필로 글씨를 쓰거나 타자기로 치는 것이다. 등사원지는 파라핀, 송진 등을 섞은 기름을 먹인 얇은 종이다. 그래서 너무 힘을 주면 실컷 공들인 등사원지가 찢어져 못쓰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타자기로 칠 때는 동그라미 부분이 항상 구멍이 나서 기름이 많이 묻기도 했다. 그래서 적절한 요령이 필요했으며, 관공서나 학교에는 펜글씨를 잘 쓰는 전문가가 따로 있었다.” _필사하고, 롤러로 밀어 만들다, 등사책, 147쪽 “성경은 세계 최고(最古)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널리, 오랜 세월 만들어져왔기에 성경처럼 다양한 제책의 예와 그 변천사를 보여주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중략)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래 성경책은 끊임없이 그 형태가 바뀌었다. 제책 방식도 외국 선교사가 자국에서 가져온 가죽장정부터 중국에서 들여온 동양식 제책, 국내에서 만들어진 필사본까지 다양했다. 시대별 상황에 맞는 각양각색의 요구가 있었기에 성경책 또한 여러 형태로 만들어진 것이다.” _인류 최고의 스테디셀러, 성경, 161쪽 “6·25전쟁 이후 모든 것이 폐허로 변한 시절, 출판 관련 업체들도 백지에서 새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전쟁이 끝난 후 대략 1956년부터 출판사들이 서서히 신간을 발행했는데, 그때 많이 나온 것들이 바로 문고판이었다. 책 한 권 만들기가 쉽지 않고, 책값이 비싸 판매도 어려웠던 시절에 문고판은 가장 현실적인 출판 방식이었을 것이다. 그 당시 책들은 대부분 지식층을 대상으로 해 어렵고 딱딱한 내용의 철학, 정치, 사상 관련 서적들 일색이었다. 그러다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약 30년간 최고의 문학 부흥기를 주도하며 책을 대중화시킨 것이 바로 문고판이다.” _누구나 쉽게 사서 볼 수 있는 작은 책, 문고판, 175쪽 “양장 책이 오래되면 모서리가 닳아 부채처럼 종이가 여러 겹으로 갈라지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두꺼운 표지 속에 숨어 있던 몇 겹으로 합쳐진 종이가 바로 ‘합지’다. 합지란 두 장 이상의 종이나 판지를 서로 붙인 것을 말하는데, 견고하고 휘어짐이 없기 때문에 책의 표지나 박스 등으로 활용된다. (중략) 마침 합지 제작이 한창인 업체를 방문할 수 있었다. 전체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은 대부분 15년 이상의 경력과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커다란 롤러를 사이에 두고 세 사람이 분주하게 작업 중이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서서 합쳐질 종이를 접착풀이 끊임없이 흐르는 롤러에 통과시키면 반대쪽 사람이 그 종이를 받아 풀이 묻지 않은 종이 사이사이에 끼워넣는다. 정해진 수량만큼 접착된 종이 뭉치는 뒤틀림을 방지하기 위해 프레스기로 옮겨 일정 시간 압착시킨다. 보기엔 간단할 것 같지만 풀이 흘러내리거나 위치가 어긋나면 폐기해야 하기 때문에 빠른 손놀림과 정확한 접합이 필요하다.” _열 장과 같은 한 장의 종이, 238쪽 “작업한 지 오래된 주물은 자리만 차지할 뿐 이후로 쓰임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폐기한다. 하지만 정 대표는 작업 하나하나가 추억이고 즐거움이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가 없었단다. 그렇게 쌓인 주물들은 비좁은 작업실의 일부가 되었고, 이제는 현대고주파를 찾은 이들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이곳만의 특징이 됐다. 과거의 작업 형태에서 크게 발전한 것도 아니고 첨단 기계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며 새로운 디자인으로 획기적인 도약을 꿈꾸는 작업도 아니지만, 다양한 색상을 선택할 수 있고 견고하면서도 쿠션감 있는 책표지를 만들어내는 고주파 비닐 가공은 가볍고 쉽게 변형되지 않아 지금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_시간을 담은 공간, 마음을 찍어내다, 248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