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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시네마에서 하나의 특별한 장면이 평생 기억에 남듯 몽롱한 나는 선잠 속에 기억이 생생한 허상의 판타지를 꿈꾼다. 아득히 들리는 해괴한 목소리 쉰 노파의 신음 같은 소리다. 몽블랑. 나는 파란 눈을 가진 늙은이야. 톱스타 배우가 늙어버렸어. 쭈굴쭈굴한 골 깊은 이마의 주름은 마치 출렁이는 바다의 파도 같아. 또 한 번 들리는 목소리는 가래가 찬, 거칠고 칙칙한 목소리였다. 아이를 갖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저 늙은이가 미쳤나? 뭔 애 타령을 하고 돌아다녀. 나는 노파를 힐난하며 노려본다. 그러나 허리 꾸부정한 노파의 배는 올챙이처럼 부풀 대로 부푼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였다. 오! 마이 갓. 이거 봐! 나는 평생에 아기를 가져보지 못했어. 두 번을 결혼했으나 아이를 못 낳는다는 이유로 소박맞고 쫓겨나 거리를 전전하다 우연히 노숙자 영감과 사랑을 나눴지. 하늘이 날 도운 게야. 젊어서도 안 생기던 애가 나이 80에 생긴 게야. 세상을 오래 살다 보니 이런 괴변도 생기드라구. 으흘흘흘 흘리는 노파의 음흉한 웃음에 내 팔과 다리에 우둘두둘 소름이 돋는다.
주책이거나 망녕이라구는 생각지 말어. 늙어 거무틱틱하지만 나는 샤방샤방한 미인이었어. 물론 젊을 때 소싯적 이야기지만, 세계적 미인이었다구. 클레오파트라보다도, 마돈나보다도 더 예뻤지. 그러면서 노파는 손거울을 들어 화장하기 시작했다. 자! 이제 나 좀 봐줘. 이쁘지? 예전만은 못하지만 말이야. 나는 헉 소리를 내며 뒷걸음질을 친다. 눈은 온전한 여우 눈이었다. 얼굴은 백색으로 창백하다 못해 푸른 빛이 났다. 짙게 이겨 바른 붉은색 루즈는 턱밑까지 녹아내려 온통 붉은 피 칠갑을 한 모양새였다. 히히 어때? 이쁘지? 히죽거리던 노파가 갑자기 나를 연민의 눈으로 쳐다보며 다가온다. 나는 혼비백산하여 으악 소리를 치며 벌떡 일어났다. 꿈이었다. 온몸은 식은땀으로 축축했다. 나의 심신이 많이 지쳐 있나 보다. 말도 안 되는 이런 엉터리 괴변의 꿈을 꾸다니 지겹고 난해했던 생활전선인 회사를 나온 지 한 달이 넘었다. 무료하겠구나 하겠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다. 내가 원하던, 하고 싶은 일이어서 책상 앞의 난 행복한 하루하루다. 그 재미에 잠자는 걸 잊으리만큼 열심이다 보니 심신이 지친 나머지 신경과민까지 겹친 과민성 콤플렉스가 주는 요주의 위험 신호가 아닐까. 어떤 하나의 사물에 신경을 곤두세워 그것에 탐닉할 때 정신적 허상이 보이듯이 내가 지금 그 일을 경험했던 거다. 머리가 지끈대고 어지럽다. 현실과 같은 생생한 판타지였다. 아직도 가슴이 뛴다. ---「한낮 허상을 꾸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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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의 일상생활 속에서의 느낌, 눈에 보이고 거슬리는 세간의 비뚤어진 상식 이하 오만과 불신, 그 이상을 꼬집어 사회 경종을 자처하는 의미가 깊다. 일명 세상 풍자로 유머를 곁들인 독특함과 시적인 듯하지만 시적이지 않은 토막글 형식의 너스레 줄임글로 평범한 서민적 생각을 담은 지루하지 않은 미니 댓글임을 밝혀둔다. 설사 당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거룩한 로고, 사람 人(인)! 근엄한 척, 우아한 척, 지적인 척 인간 평면의 아우름이 있는 반면 만물의 영장류인 인간만이 행할 수 있는 자기 부정의 불신이 도래한다. 마음에 숨어 있는 내숭과 비열, 아집과 독선, 음흉은 어쩌란 말이냐? 주어진 한평생을 사랑으로 살자고 했다. 당하고 견디고 인내하며 묻어두었던 가슴앓이가 이 글 속에 여우와 능구렁이가 되어 산다. 고로 인생 절반의 희나리, 이중의 탈을 쓴 인간 군상의 허물이 여기에 묻어 있다. 막돼먹은 이무기도 좋은 물을 만나면 용이 될 수 있단다. 그렇다. 인생은 행복의 열반에 이르기 위한 자기 부정을 최대한 이용하는 미완의 척추동물임을 어찌 부인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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