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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의 물건
오연경
미메시스 2014.05.10.
베스트
예술 top100 10주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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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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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WORK THINGS
BEAUTY ITEMS
TOYS
DINING GOODS
CLOSET
SWEETS

저자 소개 1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출판사에서 기획·편집을 하고 있다. 홍익대학교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7년간 패션지 『키키』와 『쎄씨』의 에디터로 지냈다. 그 후 도쿄 오차노미즈 미술전문학교에서 그림을 배웠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한 지 6년째이다. 바닐라 코, 크리니크, 이니스프리 등 여러 브랜드와 작업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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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5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496쪽 | 690g | 188*254*30mm
ISBN13
9791155350195

책 속으로

오차노미즈 미술학교의 1학년은 제로 워크부터 시작한다. 말 그대로 기초에서 하나씩 배워 가는 과정이다. 오전 세 시간, 점심을 먹고 또 다시 세 시간을 꼬박 그림에 매달리지만 선생님들은 직접 가르쳐 주지를 않는다. 겨우 반년 일본어를 배우고 바로 입학한 학교 유일의 유학생도 예외는 없다. 난생 처음 하는 목탄 데생과 누드 크로키, 정물 수채화 시간마다 미궁에 빠졌다. 안절부절 발만 동동거리면, 그제야 선생님은 한마디 건넨다. 「알 때까지 그려 봐!」 주변 눈치를 살피니 재료부터 틀렸다. 목탄은 굵기에 따라, 태운 장작에 따라 종류가 다르고, 목탄 심을 제거하는 작은 청소 솔이 있는가 하면 목탄선을 부드럽게 문지르는 종이 붓도 따로 있었다.
‘중략’
학교에서는 온종일 종이만 쳐다보니 띠 동갑 아래의 동기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고 그림은 그림대로 제일 아래 C그룹 - 똑같이 여성 누드를 그려도 이 그룹엔 우주인이 있는가 하면 입체파 여자도 등장하는데, 내가 그린 여자는 죄다 비만이었다 - 에만 머물렀다. 외롭고 고단한 일상이었다. 떠밀리듯 기숙사로 돌아올 때면 적적함에 휩싸여 환하게 불 밝힌 역 앞 슈퍼마켓에 들렀다. 어제는 음료수 코너를 훑었으니 오늘은 목욕용품을 읽을 차례다. 마음에 들면 하나씩 산다. 기준은 ‘첫 눈에 반한 것’. 화려한 색채를 사용한 세제 통은 그래픽 아트를, 붓으로 쓴 큼직한 한자는 타이포그래피를, 미끈한 다리를 드러낸 무희 샤워 젤은 일러스트레이션을, 그렇게 물건에서 디자인을 배우며 도쿄를 조금씩 알아 갔다.
시간이 흘러 2학기 스케치 수업 때 가방 속 물건을 내 식대로 그린 적이 있다. 그날 처음으로 칭찬을 받았고, 선생님은 ‘스스로 알아낼 것’의 다음 단계로 ‘많이 그릴 것’을 요구하였다. 3년간 그렇게 물건을 그리며 졸업 때는 도쿄에서 산 물건들만 모아서 일러스트 포스터로 만들었다.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당부한 말은, 매일 그릴 것, 그리고 도망가지 말 것이었다. 여기 『일러스트레이터의 물건』에 나온 온갖 물건들은 일러스트레이터가 된 후, 사거나 모으거나 선물로 받거나 어디선가 주워 왔거나 한 것들이다. 물건을 고르는 기준은 여전히 ‘예쁜 것’이어서 실생활에서는 쓸모없을 때도 많다. 뮤즈로 모셔 온 물건들을 이제야 하나씩 그려 가며 예전 미술학교의 원칙을 떠올렸다. 많이 그릴 것, 매일 그릴 것, 그리고 도망가지 않을 것.

---‘서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700여 개의 일러스트레이션이 담긴 오연경의 『일러스트레이터의 물건』이 미메시스에서 출간되었다. 수집광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오연경의 컬렉션을 그녀 특유의 섬세함으로 엮었다. 『일러스트레이터의 물건』을 통해 다른 일러스트레이터들과 지망생들은 그녀의 집요함, 성실함, 열정에 놀랄 것이고 여성 독자들은 그녀의 안나 윈투어 못지 않은 시크한 안목과 센스를, 남성 독자들은 여성들에게 줄 선물 목록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더 예쁜 그림 없나? 내가 한번 그려 보자.
구 잡지사 에디터, 현 일러스트레이터 오연경이 일러스트레이터의 인생을 시작한 건 그렇게 였다. 홍익대학교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어시스턴트로 잡지 일을 배우기 시작해 7년간 『키키』와 『쎄씨』의 에디터로 지냈다. 에디터 시절, 기사를 쓰다가 원하는 일러스트레이션이 없으면 본인이 그려 넣기도 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하지만 곧 한계를 느꼈고, ‘도전해 보자’는 마음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오차노미즈 미술전문학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예쁜 것, 예쁜 물건, 예쁜 그림에 빠져 지내길 이제 15년이 넘었다. 남들이 보기엔 마감에 쫓기던 에디터의 비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본인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며 사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할지 모르지만, 오연경의 삶은 이 세상의 예쁜 것들을 알아내고 수집하고 담는 일로 일관되었다. 잡지사 때는 예쁜 것들을 자신이 사랑하던 잡지에 담는 일을, 그 후에는 그것들을 수집하고 그리는 일을, 단지 수단과 방법만 달랐을 뿐 예나 지금이나 원하는 일과 하는 일의 핵심은 같다. 『일러스트레이터의 물건』은 15년간, 아마 그 이상을 수집광 - 작가 본인은 스스로를 ‘저장강박증’으로 얘기하며 『잡동사니의 역습』을 통해 이를 ‘유전’이라고 자가 진단하고 있다 - 으로 사는 동안 수집하고 그렸던 그녀의 ‘물건’들을 담고 있다. 독자들은 496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만큼 섬세하고 집요한 그의 컬렉션을 『일러스트레이터의 물건』을 통해 맛볼 수 있다. 책으로만 보기엔 아까운 그의 실제 물건들과 원화들은 오는 17일부터 한 달간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서 전시하며 전시 기간 내내 책을 구입하는 모든 분들께 전시된 물건들을 증정하는 행사 또한 마련하여 독자들이 컬렉션을 공유하도록 하였다.

알 때까지 그릴 것, 스스로 알아낼 것, 많이 그릴 것, 그리고 도망가지 않을 것.
섬세함, 여성스러우면서도 키치함, 환상적인 컬러 조합으로 정리되는 그의 일러스트레이션은 결국 잡화의 결과이다. 오차노미즈 미술전문학교를 다니며 그가 얻은 가장 중요한 비법은 ‘알 때까지 그릴 것, 스스로 알아낼 것, 많이 그릴 것’이었다. 그의 선생님이 강조했던 원칙이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실천하기는 참 어려운 것들이다. 하지만, 그는 그대로 했다. 입학했을 당시, 모든 여자를 다 비만으로 그렸으며 화구의 쓰임새조차 모르던 그였지만, 맨땅에 헤딩하고 부딪히고 깨지며 그림을 배웠다. 어떤 가르침도 주지 않은 채, 알 때까지 그려 보라는 선생님의 말씀대로 그는 알 때까지 보고 그리고 몸으로 체득했다. 이런 노력들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그림에 담겨 있다. 그의 끈기와 집요함은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어지러울 만큼 섬세하고 정밀한 그의 드로잉에서 나타나고, 예쁘고 키치한 물건들에 대한 관심과 확고한 취향은 물건들을 수집하는 센스와 그가 쓰는 강렬한 컬러감, 확실한 컬러대비에서 나타난다. 수년간 쌓이고 덧대진 이런 하나하나의 요소가 ‘오연경’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 ‘오연경’ 스타일은 애매모호한 것 없이 명확하고 깔끔하게 정의된다. 누가 보아도 여성스럽다, 옛날 물건이라도 고루하지 않고 트렌디해 보이고 어떤 것은 키치하다, 눈을 끄는 강렬한 컬러가 있다, 강렬한 컬러가 없다면 수천 번을 그렸다 지웠다를 반복해야 완성될 것 같은 감탄할 만한 드로잉이 있다. 이니스프리, 크리니크, 써모스, 러브캣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에서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도 그의 성실함과 열정이 다듬어 완성한 확고한 스타일 때문일 것이다. 그는 이러한 ‘오연경스러움’을 유지하기 위해 오늘도 물건을 찾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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