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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
제4부 깊은 저녁의 이야기들 제5부 구원(救援) 에필로그: 2년 후 끝맺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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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의 생각도 같았다. 우선은 수술 중에 환자가 죽지 않았으니 그것만이라도 다행한 일이었다. 그러나 의식이 돌아오리라 장담하긴 일렀다. 환자가 고령인데다가 맥도 형편없이 약했다. 오늘 수술의 결과는 전적으로 하늘에 달린 것이다.
“당신은 반드시 깨어나야 해. 당신의 딸이 아닌 나를 위해서.” 수술실을 나서며 박훈은 아무도 모르게 혼잣말을 뱉었다. 동우로서도 이번 수술은 병원의 운명을 건 도박이 될 것이었다. 개성의료센터 주축병원 선정을 막후에서 결정할 수 있는 실력자 중의 실력자가 자신의 노모를 살리기 위해 도움을 요청해온 상황이었으니까. 자칫 실수라도 있는 날엔 개성의료센터 주축병원 선정 과정에서 불리란 입장으로 밀려날 확률이 높았다. 반대로 수술이 성공하면 얘기가 180도 달라진다. 주축병원 선정 의원들에게 일일이 로비를 하는 것보다 장 장관이 결정적일 때 힘을 써준다면 일은 한층 수월하게 풀릴 것이었다. 딱 한번 채희가 주운 돌을 들고 나타난 적이 있었다. 투박하게 생긴 흑요석이었다. 그날 채희는 그것을 박훈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선물이라며 수즙은 듯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차갑게 얼어붙었던 박훈의 심장에 뜨겁게 피가 흐르기 시작한 건 그 무렵부터였을 것이다. 박훈은 손칼을 이용해 나무로 해바라기를 만들고 열여덟 장의 꽃잎을 조각했다. 흑요석을 둥글고 매끄럽게 갈아 해바라기 조각 중앙에 박아 넣은 뒤 삼 가닥을 여러 겹 꼬아 목줄을 만들었다. 그러고 나서 가만히 방으로 들어가 잠든 채희의 목에 걸어 주었다. 잠든 채희와 해바라기 목걸이는 마치 한 짝처럼 잘 어울렸다. 문이 스르르 열렸다. 그러나 상념에 깊이 빠져든 박훈은 문소리를 듣지 못했다. 비로소 인기척을 느낀 것은 그의 관자놀이에 와 닿는 차가운 금속느낌을 감지하고 나서였다. “흥, 여태 나를 잘도 속여왔군요.” 송채희였다. 그녀는 박훈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어 대었다. 박훈이 서서히 돌아섰다. 새파랗게 질린 그녀는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천사의 탈을 쓴 악마, 그게 바로 박훈 당신이야. 그런 너를 내가 사랑하고 너를 위해 죽을 결심까지 했었다니.” 껌을 딱딱거리던 필리핀 간호사와 복수를 다짐하던 처연한 눈빛들, 냉장고를 열어 거리낌 없이 심장 하나를 꺼내 손에 쥐어주던 손길, 첫 수술을 성공시키고 아이처럼 좋아하던 모습까지, 반드시 세이버수술을 세상에 재건시키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던 그 노인이다. 세이버수술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긴 세월을 기다렸고, 다시 최고의 수술팀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노태수, 어찌 보면 그 모든 것이 이제 와서는 자구(自求)의 길을 닦은 셈이었나. “결국 모든 게 결국 당신 목숨을 위한 도박이었군.” 피가 베어나는 가슴을 쳐다보며 박훈이 중얼거렸다. 수현의 눈길을 끈 것은 국경없는 의사회의 깃발도, 사내와 포즈를 취한 아이들도 아니다. 그 뒤편, 넓게 펼쳐진 의료텐트 앞에서 부지런히 수술을 돕고 있는 한 예쁘장한 동양인 여인, 왠지 그녀의 옆모습이 낯이 익었다. “이상해.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민수현은 우편물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갸웃거려본다. 사막의 뜨거운 태양이 엽서를 달구고 있었다. ---본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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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수술 성공, 불가능에서 가능으로, 기적을 이루다
열 번의 세이버 수술 성공. 그 누구도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초고난이도 수술의 연속 성공은 천재 외과의 박훈의 손끝에서 현실이 된다. 코마 상태의 환자를 상대로 첫 번째 세이버 수술을 성공한 이후 은민세에게 악몽같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성폭행범, 부모의 종교적 신념으로 생명이 위태로웠던 아이, 민수현의 아버지, 장관의 어머니, 일곱 살 된 어린아이, 북한에서 온 고위 관료, 마지막으로 자신의 스승 노태수에 이르기까지 그의 수술 성공 행진은 끝없이 이어진다. 각각의 수술을 둘러싼 에피소드들, 이와 함께 소개되는 등장인물들의 개인사와 내면 심리까지 상세하게 묘사되면서 사건 전개에 대한 몰입도는 높아진다. 하나하나의 수술 에피소드들은 완결된 단편 소설과 같이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소설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인간미 넘치는 인물들, 그들의 이야기 ‘얼음꽃’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이성적이고 냉철한 판단력의 소유자이지만 약혼자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있는 흉부외과 에이스 민수현, 그 속을 도무지 알 수 없는 괴짜 마취의 금봉현, 다혈질적인 성격의 응급실 터줏대감 최동찬, 순발력 넘치는 상황 대처능력을 지닌 은민세, 마지막으로 놀라운 손끝 감각의 소유자이자 후천성 청각 장애를 지닌 인턴 윤하영까지. 현실에 존재할 법한 다양한 성격의 등장인물들은 사건의 전개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특히나 이들 간의 갈등, 사랑, 화해와 화합 등은 인간사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을 드러내며 우리의 현실과 많이 닮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모든 인물들이 각각의 수술 에피소드들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 중심에는 항상 천재 외과의 박훈이 존재한다. 우여곡절 끝에 계획 없이 조직된 세이버 수술팀, 독자들은 이들이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흐뭇하게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랑과 오해, 갈등과 불신 그 결말은 꿈에 그리던 아내 송채희와의 만남. 이 만남은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급작스럽게 일어난다. 채희와의 만남만을 꿈꾸며 10억을 위해 세이버 수술을 집도해왔던 박훈은 자신의 일터에서 그녀와 마주하게 된다.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있는 채희, 하지만 그녀는 북한의 고위 관료를 전담하는 주치의가 되어 있었고 그 곁에는 그녀를 보살펴 온 다른 남자가 있었다. 혼란스러워하는 박훈, 그리고 요동치는 그의 가슴! 하지만 채희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던 박훈의 과거, 이 과거가 의도치 않게 채희에게 밝혀지게 된다. 드라마와 전혀 다른 전개, 전혀 다른 결말을 맺게 되는 ≪소설 북의≫, 그 결말이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