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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 달과 별을 바라보았지 2. 마법으로 다시 불러오고 싶은 날 3. 나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들 4. 내 안의 프리다 칼로를 찾아서 5. 숲 속으로 6. 당신 안에 다 있어요 7. 그냥 여자일 뿐 8. 영원한 꽃 9. 꽃의 힘 10. 내가 사랑하는 다육식물 11. 마법의 장소 12. 역시 집이 최고야 13. 사랑의 손 에필로그 |
Vicki Rawl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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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업실 뒤편에는 나이 지긋한 솔송나무 한 그루가 산다. 솔송나무의 몸통 아래쪽은 텅 비어있는데, 이 공간은 썩은 나무껍질, 연한 초록색의 이끼, 사랑스러운 작은 버섯으로 가득 차 있다. 내 눈에 이 모습은 하나의 미니어처 세계처럼 보인다. 나는 언제나 이곳이 요정과 도깨비가 긴 여행을 마치고 쉬어가는 작은 버섯 여관일 거라고 상상했다. 판타지에 등장하는 집들이 대개 그렇듯 버섯 여관 역시 우스꽝스러운 비밀을 잔뜩 숨기고 있겠지!
--- p.30 내 작품이 마법의 주문이 되어 어린 시절의 그리운 추억을 불러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반짝이는 불빛, 빛나는 촛불, 포근한 모닥불, 휴일의 영화 감상, 가족 만남, 친구 모임… 떠올리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향수 어린 장면을 눈앞에 소환하고 싶다. 그리하여 우리를 그토록 설레게 했던 어느 명절과 휴일의 그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다면! --- p.45 나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Ruth Bader Ginsburg)에게 왕관을 씌웠다. 변호사이자 연방대법관으로 양성 평등과 소수자의 권리 보호에 평생 헌신한 그녀에게는 왕관을 씌워야 마땅하다. 2020년 사망할 때까지 그 후 지금까지도 수많은 여성의 삶에 빛과 영감을 주고 우리 시대 롤모델로 남아 있는 긴즈버그에게 나는 꼭 작품으로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 --- p.66 나는 늘 프리다 칼로를 존경하고 사랑했다. 같은 여성 예술가로서만이 아니다. 나 또한 어둡고 무서운 신체적 고통에 몸부림쳤기에 프리다라는 한 인간의 얘기가 나와 무관하지 않다고 느꼈다. 나는 프리다와 개인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 만큼 깊은 친밀감을 느꼈다. 쥐어짜는 고통이 나를 엄습할 때면 뒤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이봐요, 정신 차리고 기운 내요!” 프리다의 얘기를 작품에 담다 보니 작품 수가 하나에서 둘, 셋… 마흔아홉 개까지 늘었다. [둥지를 튼 프리다]가 몇 번째 프리다인지는 모르지만 이 작품을 만들었을 때 비로소 그녀를 제대로 담아냈다는 만족감이 들었다. 그녀의 재킷은 이웃집 나무에서 가져온 이파리로 만들었다. 장미의 속꽃잎과 국화 꽃잎은 각각 새의 몸통과 깃털이 되었다. 몇몇 국화 꽃잎은 심하게 구겨져 있어서 다리미로 펴야 했다. 당시 꽃잎을 다림질하며 ‘내가 별짓을 다하는 구나’ 싶었지만 완성된 작품을 보니 하길 잘했다 싶다. --- p.79 나비는 변신, 회복, 강력한 변화를 상징한다. 애벌레에서 번데기를 거쳐 성충이 되는 나비의 삶은 우리에게 말한다. 자기 내면을 들여다볼 때 무너진 자신을 세우고 성장시킬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고 내면의 힘에 따른다면 영혼을 새롭게 할 수 있다고. 나는 이 메시지를 [은총]에 담고 싶었다. --- p.109 꼬마 시절부터 식물은 나의 놀이 대상이었다. 조막만 한 손으로 나뭇가지, 나뭇잎, 클로버로 조그만 집을 만들던 기억이 난다. 나는 작은 인형들이 머물 아담하지만 특별한 보금자리를 짓는 일에 푹 빠져 있었다. 특히 현관문, 창문, 입구에 두는 화분과 같은 소소한 디테일을 완성하는 일을 정말 좋아했다. 보통의 또래 여자 아이들이 바비 인형의 드림 하우스를 원하는 것과 달리 나는 한 번도 그런 걸 바라지 않았다. 내 손으로 직접 인형 집을 만들고 싶어 했다. 나는 지금도 그런 소녀이다. --- p.1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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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물감은 나뭇가지와 꽃잎,
나의 붓은 가위와 핀셋 저자는 거리를 산책하거나 집의 정원을 거닐면서 작업을 시작한다. 걸으면서 머릿속을 비우고 주위를 둘러싼 것과 연결되려고 노력한다. 특별한 것을 찾으려는 게 아니다. 마른 씨앗과 꼬투리, 특이한 나뭇잎에 매력을 느끼고, 예상치 못한 순간에 흥미로운 잎사귀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릴 뿐이다. 그녀의 작업실에 절대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천장 선풍기. 작업 테이블 가까이에 있는 창문은 열어두지도 않는다. 인공 접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자연 접착제인 중력만 사용하는 예술가에게 바람은 작품에 위험 요소이다. 그녀가 사용하는 유일한 도구는 가위와 핀셋이다. 특히 핀셋은 접착 없이 작업판 위에 살포시 자리 잡고 있는 다른 식물을 흩트리지 않고 작업해야 할 때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세워두지도 못하고 보관하기도 어려운 그녀의 작품들은 어떻게 처리되는 걸까? 이들 작품은 완성되고 나면 사진으로 남겨진 뒤 밖으로 나가 땅에 남김없이 뿌려진다. 마치 티베트 불교의 만다라처럼. 새로운 생명을 위해, 나뭇잎과 꽃을 보내준 땅으로 온전히 돌아가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