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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뚝
서정인
작가정신 2000.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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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말뚝
해설: 르네상스의 진실 혹은 진실의 르네상스/우찬제

저자 소개

저자 : 서정인
1936년생. 서울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현재 전북대학교 영문과 교수로 재직중. 1962년 「후송」이 사상계 신안상에 당선해 등단. 작품집 『강』, 『가위』, 『토요일과 금요일 사이』, 『철쭉제』, 『달궁』등과 산문집 『지리산 옆에서 살기』등이 있다. 한국 문학 작가상, 동서문학상, 김동리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25쪽 | 200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2881261

책 속으로

"나야 이천 년 전에 이미 이천 년 묵은 옛날 일을 그렸지."
"안 본 것을 그리는 것은 안 온 것을 말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본 것도 그대로 그릴 수 없는데, 안 본 것을 있는 대로 그릴 수 있냐?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한 대로 그렸을 텐데, 그 짐작이라는 것이 상상한 사람 마음이지, 어디 사실이라고 할 수 있겠냐?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상상했고 그것을 그렸다."
"정확히 웨르길리우스가 한 일입니다. 그는 지중해 연안에 그 때 널리 퍼져 있던 열망을 요약했습니다."
"나는 내 개인적인 시력이나 해석을 그렸지. 에제에 바다나 마레 인테르눔 연안에 깔렸던 원망을 그린 것이 아니지."
"선생님 눈이 시대의 눈이고, 시대의 생각이 선생님 생각입니다." 시인이 말했다. "선생님의 그 그림은 이미 우리 시대가 받아들였습니다. 처음부터 같았으면 선생님이 시대를 본 따랐고, 나중에 같아졌으면 시대가 선생님을 본 따랐습니다. 예술가는 시대에 끌려갈 수도 있고, 시대를 끌고 갈 수도 있습니다."

--- p. 39

출판사 리뷰

르네상스 시대 혹은 이 시대의 진실
왜 하필 르네상스 시대인가. 단아한 언어구사와 세밀한 내면 묘사가 압권인 작품집『강』과 구어체와 천연덕스런 전라도 사투리, 풍자성 짙은 문체가 돋보이는『달궁』연작의 작가 서정인이 이번에는 르네상스에 기대어 현실을 통렬히 풍자하고 있다. 이 책은「사팔뜨기」「거푸집」「용병대장」등 각 문예지에 발표한 저자의 '르네상스 시리즈' 마지막 편에 해당한다.

르네상스, 문예부흥의 기운이 활짝 꽃피던 그 시기 무슨 일이 있었는가. 이 작품은 시대의 양심이었던 수사 지롤라모 사보나롤라의 죽음을 통해 밝음의 이면에 꿈틀거리던 르네상스 시기의 성과 권력, 그리고 예술의 타락상을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넘너들며 풍자체·구어체 문장으로 날카롭게 그려내고 있다.

타락한 시기일수록 순교자의 출현을 절실히 바라기 마련. 이 소설은 바로 르네상스 시기와 다를 바 없는 오늘날 우리의 왜곡된 세태를 아프게 꼬집고 있다. 책의 한 대목."지금 세상에 메디치파 미친개파가 무엇이고, 고전파 공화파가 어디 있고, 통곡파 통합파가 어떻게 다르오… 어느 하나가 나머지 모두의 어느 것도 다 되오" 현실인가 허구인가, 아니면 둘 모두인가. 판단은 읽는 이 몫이다.

임명진 교수는 작가 서정인을 일컬어 "그는 게으른 독자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등단작 『후송』 이후 40년의 창작활동 동안 그가 보여준 글쓰기의 방식을 단적으로 드러내주고 있다.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 '진리'로 접근해가고자 하는 서정인 문학의 문제의식의 소산인 『말뚝』은 『사팔뜨기』, 『거푸집』 등 작가가 문예지에 발표한 '르네상스 탐문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시리즈의 마지막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 하나의 완성된 구조로서 독립된 작품이기도 하다. 그래서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독자들에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에 대해서는 『용병대장』 등 르네상스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을 참고해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하면서도 "그건 없이 이것만 읽으면 그만큼 독자의 몫이 커서 더 좋을 듯하다"고 말한다.

『말뚝』은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다. 작품의 중심에는 수사 지롤라모 사보나롤라의 죽음이라는 사건이 위치해 있다. 그러나 내용 중에 사보나롤라가 직접 등장하는 장면은 형을 언도받는 도입부와 형을 집행받는 마지막 부분뿐이다. 게다가 그에 대한 그 밖의 직접적인 서술은 극히 드물며 그가 직접 '말하는' 부분도 나오지 않는다. 대신 이야기는 형 집행을 며칠 앞두고 보티첼리를 중심으로 당대의 지식인과 예술가들이 수사를 구하기 위해 거사를 모의하는 과정이 주를 이룬다.

이야기가 중반으로 접어들었을 때 보티첼리 일행에 우연히 합류한 여인 마르게리타와 우유부단한 성격의 소유자 바르톨로메오가 마침내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자리를 뜨면서 이야기는 마치 극적인 도약으로 넘어가는 듯하다. 재판에 참여했던 주교를 죽이기 위해 그가 있는 루첼라이의 집 앞으로 그들은 간다. 마르게리타가 과감히 문지기를 뚫고 집 안으로 들어가고 뒤이어 바르톨로메오가 빗토리아라는 여인의 도움을 받아 잠입에 성공하면서 대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긴장감이 조성된다. 마르게리타가 칼을 몸에 품고 주교가 기거하는 방으로 들어가고 젊은 화가는 창 밖에서 때를 기다린다. 하지만 아주 서서히 고조되어가던 이 긴장감은 빗토리아와 주교 사이에 오가는 성적 농담들로 전환돼 아주 허무하게 무너지고 만다. 작가는 팽팽하던 시위를 일순간에 끊어버리는 매개체로 성적 농담을 삽입하여 당시 교회의 타락한 성에 대한 비판을 자연스럽게 언급하고 있다.

서정인은 구어체와 전라도 사투리의 사용, 풍자적인 문체 등 서정인 문학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를 차지하는 문체의 독특함을 통해 다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만의 문학세계를 구축해왔다. 물론 이러한 경향은 그의 초기 작품보다는 후기 작품에 오면서 더욱 빛을 발하는데, 그것은 작가의 초기작이 비교적 자기의식 내부의 탐구에서 오는 실존주의적 경향이 짙었던 반면 후기로 접어들수록 관념성을 극복한 리얼리즘을 만들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1980년대의 『달궁』 연작에 이르러서는 형식을 파괴하고 구어적 요소를 자유롭게 사용함으로써 전통적인 소설쓰기의 방식을 벗어나는 새로운 문체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말뚝』 역시 구어체의 사용, 화자가 누구인지 파악하기 수비지 않은 모호성 등이 작가의 후기 저작이 지니고 있는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주고 있고, 거기에다 라틴어를 소리나는 대로 고스란히 옮겨 적음으로써 얻어지는 생소함과 낯섬을 통해 독자들의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또한 작품을 읽다보면 작가의 르네상스 시대에 대한 풍부한 지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는데, 이는 그만큼 이 작품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역할을 하고 있어 간혹 어느 것이 역사적 사실이고 어느 부분이 교묘하게 뒤섞어놓은 허구인지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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