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카란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이야기
-아라비안나이트, 이솝우화, 중국과 한국 전승 설화의 원전

고대 인도에서는 훌륭한 인물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무수한 전생을 거치며 수많은 수행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불교의 개조(開祖)인 고타마 싯다르타도 예외가 아니었다. 인도 카빌라국의 왕자로 태어난 싯다르타가 29살에 출가해 단 6년만의 수행 끝에 그처럼 광대무변한 깨달음을 얻은 것은 분명 전생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윤회를 거듭하며 수많은 수행을 거치고, 수많은 인연을 쌓은 덕에 가능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렇게 싯다르타의 전생에 걸친 수행과 인연의 이야기가 바로 자타카다. 자타카란 말은 팔리어로 ‘이승에 태어나기 전까지의 전생이야기’란 뜻이다. 싯다르타도 왕자로 태어나기 전 550여 차례의 윤회를 거듭하는 동안 때로는 왕이나 수행자, 상인, 도둑으로 태어나기도 하고, 때로는 사슴, 원숭이, 코끼리, 나무 등으로 태어나 수많은 선행의 공덕을 쌓은 끝에 마침내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다. 현재 전해 내려오는 자타카는 모두 547편이다. 싯다르타는 이 이야기를 통해 자기희생(self-sacrifice)이나 정직(honesty), 덕행(morality), 인내(perseverance), 인과응보, 권선징악 따위를 자연스럽게 전해주고 있다.

우리는 서양의 정신세계를 이해하고자 할 때 그리스 로마신화에 가장 먼저 의지하게 된다. 신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신들과 인간군상이 엮어가는 이야기를 통해 선과 악에 대한 개념, 세계관과 우주관은 물론 가족과 이웃, 국가 등 관계를 형성하는 기본정신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스 로마신화가 서양의 정신세계로 들어가는 첫 번째 통로라면 자타카는 동양인들의 삶과 세계관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관문 역할을 하는 보석 같은 글이다. 싯다르타 생전에도 설법의 주요 소재로 활용된 자타카는 중국을 거쳐 한국과 일본으로 전파돼 고대 동아시아인들의 정신세계를 살찌우는 자양분이 됐다. 자신이 행한 대로 받고, 지은 대로 꾸려가는 인과응보의 논리는 콩쥐밭쥐전, 두껍전, 토끼전 등 중국과 한국의 전래 설화 속에 그대로 녹아있다. 조선조의 명군 세종이 왕비인 소헌왕후가 죽자 명복을 빌기 위해 편찬한 ‘월인천강지곡’도 자타카의 영향아래 탄생한 것이다. 또 자타카는 중동과 유럽으로도 건너가 각 지역의 대표적 설화인 ‘아라비안나이트’ ‘이솝우화’ 등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