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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블라디보스토크
오로라항공 12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 16 북한 국영 항공사 고려항공 18 107-1번 버스 26 시내버스 28 울리차(거리) 32 도미토리 34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 36 02 열차번호 007 플라츠카르타(3등석) 42 원 카드 46 아자마르 아저씨와 니키타 48 삼시 세 끼 52 정차 역 54 다정씨와 북한 사람들 58 횡단 열차 쇼핑 62 03 이르쿠츠크 도스토옙스키 호스텔 68 볼콘스키의 집 72 키로프 광장 74 소년 워바 80 안가라강 82 리스트뱐카 92 바냐 94 평양식당 96 노쇼(No-Show) 100 카잔 성당 102 04 열차번호 069 시차 110 2층 침대 114 러시아 문학 116 길리마 언니 120 마샤와 쌍둥이 122 러시아 비자 126 도난 사고 128 05 모스크바 야로슬라블역 134 모스크바 지하철 138 붉은 광장 144 성 바실리 대성당 146 크렘린 궁전 152 아르바트 거리 154 모스크바 국립 대학교 158 레디슨 유람선 162 노보데비치 수도원 164 노보데비치 묘지 168 06 상트페테르부르크 삽산(고속 열차) 174 넵스키 대로 176 예르미타시 박물관 178 예카테리나 궁전 180 피의 구원 성당 184 러시아 음식 186 도스토옙스키 박물관 188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 192 마린스키 극장 1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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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를, 그중에서도 시베리아 횡단 열차여야 하는 이유를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과장을 조금 보태면, 이번 여행은 지구상의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국경을 넘는 배, 시차를 넘나드는 기차는 물론이고, 비행기까지. 한국이나 다른 어느 나라를 가서도 경험해보지 못할 9288km 여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 p.10 버스 밖은 온통 새하얀 눈밭이었다. 횡단 열차와 러시아의 다른 거리에서 본 것과는 또 달랐다. 호수가 얼고, 그 위에 다시 눈이 쌓이기 시작한 모습이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던 눈밭처럼 광활하고 새하얘 보였다. 지평선 끝까지 닿을 것 같은 넓고도 넓은 눈밭이었다. --- p.82. 음식을 나르던 여자 종업원이 물었다. ‘이곳에는 무엇 때문에 왔습니까?’ 딱딱한 단어와 말투였지만 목소리는 앳되고 부드러웠다. ‘여행하고 있어요.’ ‘몇 살이십니까?’ ‘스물 아홉이요.’ 대답을 듣고 수줍게 웃기만 할 뿐, 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고 우리는 그 종업원에게 되묻지 않았다. 그래야 할 것 같아서. 북한의 스물 아홉은 어떨까. 불안할까? 안정적일까? 말이 통하니 막연하게 같은 것을 느끼지 않을까 싶었다. --- p.95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리라 결심했던 고등학교 때부터 열차 안에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는 건 로망 중의 로망이었다. 그래서 이번 열차 여행을 위해 준비한 첫 번째 책이기도 했다. 눈을 뜨고 열차의 불빛이 온전히 사라지는 늦은 밤이 될 때까지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해 책을 읽었다. 열 아홉 의 내가 『데미안』 속 불완전하고 뜨겁던 싱클레어― 『데미안』의 주인공― 에 감정 이입을 했던 그때로 돌아가, 열차 안 유일하게 허락된 나만의 공간에서. --- p.112 붉은 광장에는 굼 백화점이 일자로 서 있었다. 실내는 마치 롯데월드에 온 것처럼 화려하고 아기자기했다. 백화점 안은 이미 봄이었다. 붉은 광장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도, 백화점 안 사람들의 표정도 모두 봄처럼 해사했다. 나는 고작 두꺼운 패딩 점퍼에서 조금 얇은 초록색 코트로 갈아입은 것이 전부였다. 마음은 아직 바이칼호의 두꺼운 얼음처럼 어떤 미동도 없었다. 어떤 것을 크게 깨닫거나 얻으려 하지 말자는 다짐으로 시작한 여행이었다. 러시아에서 지나가는 시간은 즐거웠고, 행복했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 무던히 애썼다. 무언가에 기대하고 실망하는 일을 너무 많이 경험했던 탓이라 여겼다. 하지만 나 말고 모두 봄이었다. 춥고 어두운 겨울을 뚫고 러시아에도 막을 수 없이 봄이 오고 있었다. --- p.1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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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여자 둘, 한 번쯤, 의도치 않게
스물아홉이 된 후 맞는 첫 겨울, 의도치 않게 정리해고를 당해 회사를 나온 철은 떨어지는 루블 가격을 보며 결심한다. “옛날부터 시베리아 횡단 열차 타고 싶었는데.” 비슷한 시기에 회사를 그만둔 쏠이 대답했다. “재밌겠다, 나도 갈래.” 여자 둘이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탄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더해 말하곤 했다. “러시아 위험하지 않아?” “모아둔 돈도 없잖아.” “이직 준비나 다시 해봐.” 스물아홉이어야 하는 이유는 없었지만, 스물여덟의 과거에는 하지 못했고 서른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두 사람은 그렇게 무작정 여행을 떠나게 된다. 6박 7일, 9288km, 시베리아 횡단 열차와 러시아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 6박 7일 동안 열차를 타고 가야만 만날 수 있는 도시가 있고, 그 열차 속에서 몇 번이나 시차가 바뀌는 나라. 거주지를 말하지 않는 외국인의 비자를 강제로 빼앗는다는 무서운 여행 괴담의 주인공이기도 한 나라, 러시아. 그 러시아를 관통하는 9288km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루트를 따라 그들만의 여행을 시작한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 안에서 이들은 삼시 세끼 즉석식품을 먹으며 데이터도 안 터지고, 화장실은 비좁은 화장실을 버텨야 했지만, 한편으로는 말은 안 통하지만 러시아 쌍둥이 자매부터 북한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보드카처럼 독하고 쓴 사람도 있었지만, 크바스(러시아 술)처럼 부드럽고 친절한’ 사람들이 가득했다. 술주정꾼에게 붙들려 숙소에 들어가지 못할 뻔한 위기를 겪은 블라디보스토크, 바이칼호수의 도시이자 시차로 인해 열차를 놓치게 된 이르쿠츠크, 안톤 체홉과 고골 등 예술가들의 혼을 만날 수 있는 모스크바, 극장과 미술관이 살아 숨 쉬는 예술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의 30여 일은 시베리아 횡단 열차 안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하나면서, 둘이기도 한 여행기 이 책은 여행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기대하긴 힘들다. 대신 성 바실리 성당을 지은 건축가의 안위를 걱정하거나, 예카테리나 궁전의 바닥을 보면서 석굴암을 떠올리는 두 사람의 다른 이야기가 있다. 한 달여의 길고도 짧은 여행 기간 동안 같은 전공을 했고, 서로 잘 아는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함께 본 것도 다르게 기억하고 다르게 느낄 수 있음을 알게 됐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어서 완성할 수 있었던 여행을 만난다. 아무것도 아닐 것 같고 안 될 거 같은 스물아홉의 청춘이 러시아에서 완성한 그들만의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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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서른 전 마지막 이십대. 스물아홉, 우리는 러시아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러 떠났다. 당연히 블라디보스토크행 편도 티켓을 손에 쥔 채로. - 정은주(철) 여행 전과 비교해 보면 아주 작은 변화나 실천에도 스스로 토닥여 줄 수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조금 더 관대한 사람이 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 이 여행으로 나라는 사람이 아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 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 신솔잎(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