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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폭설 해원 화전 전쟁 인민재판 굴구지 하늘 그물 애물단지 무장 공비 적송 관재 목청 옛날 옛적에 유혹 지킴이 산불 인과응보 희수연 회상 먼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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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에 눕힌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었다. 얼굴이 빨개지도록 용을 쓰는 것으로 봐서 똥을 누는 모양이다. 기저귀를 들춰보니 똥이 나오다 멈췄다. 마음이 급한 어미가 젓가락을 찾아들고 변을 파내다 잘못해서 쏙 들어가고 말았다. 어미가 부엌에 들어가 참기름 한 숟가락을 들고 와 아이 입에 흘려넣었다. 어미 손을 뿌리치던 아이가 고소한 참기름 맛에 입맛을 다시더니 그것도 잠시뿐, 다시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에게 말라붙은 젖을 물렸다.
빈 젖가슴을 파고들던 아이가 울다 지쳐 잠들었다. 잠자는 아이를 들여다보는 어미 눈에 눈물이 맺혔다. 세상에 어느 꽃이 이보다 더 이쁠까, 세상에 어떤 보석이 이보다 더 귀할까. 이렇게 귀하고 이렇게 이쁜 내 새끼를 굶기다니 생각할수록 가슴이 쓰렸다. 어미가 깜빡 잠이 든 사이에 아이가 울었다. 얼굴이 빨개지고 금방 숨을 멈출 것처럼 용을 쓰면서 울었다. 기저귀를 헤쳐보니 항문으로 뾰족하게 내미는 것이 보였다. 어미가 얼른 아이 엉덩이에 입을 대고 빨았다. 놀란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었다. 까실까실한 송기 덩어리가 어미 입 속으로 빨려나왔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입 속으로 따라나왔다. 어미가 뱉어낸 아이 똥 속에는 소화되지 않은 송기 조각이 동글동글 뭉쳐 있었다. 아이가 울음을 그치고 편안한 얼굴로 잠이 든다. 정신이 몽롱한 어미가 아이를 보듬어 안았다. 세상 모르게 잠든 아이를 어미는 언제까지나 들여다보고 있었다. 가난, 그 가난! 똥구멍이 찢어지는 그 웬수 같은 가난이었다.---pp.156~157 “내가 자존심 상해서 이 말은 끝까지 안 하려고 했는데 말이 나온 김에 해야겠소. 내가 오늘 여기 온 이유는 당신이 나를 배신한 이유를 알고 싶어 온 거요. 이런 험한 꼴 보자고 돈 주고 쌀 주었겠소? 은혜를 원수로 갚은 변명이라도 해보시오.” “배신이라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시오. 나는 이 사장님께 도움을 요청한 일도 없고 더구나 은혜를 원수로 갚은 일도 없소. 내가 언제 이 사장님께 돈을 달라 했소, 밥을 달라 했소? 국유림 도벌 사건만 해도 그렇지. 눈앞에서 도벌이 벌어지는데 가만히 앉아 있으란 말이오? 이 사장님이야 일 끝나고 훌쩍 떠나면 그만이지만, 우리 동네 사람들은 앞으로도 여기서 쭉 살아야 된단 말이오.” “말이라도 곱게 하면 봐줄라 했더니 안 되겠구먼. 이 사람들아, 해 진다. 얼른 설거지하고 내려가자.” 이정수의 알 듯 모를 듯한 말을 신호로 담배를 피우고 앉았던 김윤철이 마당가 모탕으로 가더니 팔뚝만 한 몽둥이를 주워들고 달수의 등허리를 내리쳤다. “이 개새끼야, 너도 한번 죽어봐라!”---pp.184~185 해방되던 해 통고산 심미골에 큰 산불이 났다. 달수도 아버지를 따라나섰다. 심미골 화전민촌 아이들이 개구리를 구워먹다 산불을 냈다. 당황한 어머니는 사내아이 형제를 껴안고 헛간으로 몸을 피했다. 그러나 산불 한가운데 들었던 초가집은 이내 불길에 휩싸였고 아이들과 어머니가 불에 타 숨졌다. 어린 나이에 끔찍한 산불을 경험한 달수는 그후로 산불 소리만 들어도 두 아들을 껴안고 불에 타 죽은 어머니의 처참한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려 몸서리가 쳐진다. 달수에게 산불은 일종의 금기 사항이 되어 평생토록 산불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 산불을 끄고 돌아오는 길에 “산과 나무는 산중 사람의 목숨이다”라고 하신 아버님 말씀이 달수의 평생 좌우명이 되었다. ---pp.298~2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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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과 6?25전쟁을 겪으며 암울했던 6, 70년대,
산과 나무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소광리 화전민들의 삶의 흔적을 복원한 산림소설 큰빛내 마을에 금강소나무를 지켜낸 사람이 있다. 큰빛내에서 살아온 주인공 김달수는 태어난 이래 외지에 나가본 경험이 없다. 눈앞에 펼쳐진 큰빛내 금강소나무들은 그의 벗이고, 휴식처였으며, 삶의 터전이었다. 눈뜨면 산과 나무를 쳐다보는 일상에서도 금강송 돌보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는 진정으로 산을 사랑하고 큰빛내 금강소나무를 지킨 사람이었다. 산불이 기승을 부리는 봄이면 동네 사람들을 설득하여 산불 예방 순찰을 돌았고, 금강송 숲을 돌보는 일에는 언제나 앞장을 섰다. 큰빛내 금강송이 소문나면서 숱한 도벌꾼들이 달수를 꼬드겼으나 그 유혹을 단호히 물리쳤고, 급기야 어떤 도벌꾼에게 구타를 당한 끝에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일제가 패망하고 6?25전쟁을 겪는 우리 사회의 혼란기에 사람들은 지독한 가난에 내몰렸다. 국민의 안위와 먹거리를 걱정해야 하는 정부는 경제적인 여력이 없어 그들을 돌보지 못했고, 굶주림에 지친 사람들이 산속에 들어가 손쉬운 도벌에 나섰다. 이 소설 속에는 큰빛내에서 태어난 주인공이 일생을 걸쳐 몸으로 부닥치고 실천했던 ‘산사랑 나무사랑’의 이야기가 시대를 넘나들며 감동적으로 전개된다. “20만 평이나 되는 넓은 산에 나무 심기가 끝나자 비가 내렸다. 하늘이 어린 생명에 내려주는 단비였다. 이 땅 위의 모든 생명에게 새 삶을 주는 감로수 같은 봄비가 내려 가뭄에 목말라하던 어린 묘목이 생기를 되찾았다. 임정식은 우비도 없이 추적거리는 봄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조림지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암울한 현실을 극복하고 희망찬 내일을 기약하는 가난한 민초들의 한결같은 꿈이 어린 나무와 함께 자라고 있었다.” 실존 인물과 작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쓰여진 이 소설은 마치 굴곡진 우리 근대사의 파노라마를 보는 듯하다. 해방과 6·25전쟁으로 궁핍한 가난과 싸우며 산속에서 은밀히 이뤄졌던 산림 도벌 사건을 묘사한 부분에 이르러서는 산과 나무만 보며 살아야 했던 산촌 사람들의 절절한 애환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생생히 전해진다. 작가는 비록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보잘것없는 삶이지만, 이 땅의 산과 숲을 있게 한 이들의 숨은 노력들을 되새기게 함으로써 산과 숲을 사랑하는 참된 삶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이는 산이 생명의 근원이고 숲이 영혼의 안식처라는 깊은 성찰이 있어 가능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