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사의 말
난자의 가치 시위 좀비 빅샷 난자를 판 이유 소모품 호사다마 블랙 먼데이 |
|
스무 개. 정확히 스무 개의 난자가 들어 있다. 크기와 무게 측면에서 비교하면 난자는 지구상의 어떤 물질보다 비싸다. 0.2밀리미터에 불과한 난자 열 개의 가격은 수직이착륙이 가능하고 하늘을 나는 자동차인 비톨(VTOL, Vertical Take Off and Landing Car) 한 대 값이다. 난자 스무 개면 최고 사양의 비톨을 살 수 있다. 운이 좋으면 난자를 더 높은 가격으로 팔 수 있지만 그럴 확률은 낮았다. 연예인이나 천재, 예술가가 아니라면.
p. 16 “먼저 주의 사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파워 슈트는 모든 충격에서 착용자를 보호하지는 못합니다. 슈트의 내구 한도를 넘는 과도한 충격은 고스란히 착용자에게 전달되어 부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슈트의 제한속도와 기능을 높이려고 오버클럭킹Overclocking을 시도한 제품은 A/S를 책임지지 않습니다. 그 경우 착용자의 근육과 관절, 뼈에 치명적인 무리를 줘서 부상을 입을 수 있으며 장애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한 번 ‘각인’된 슈트는 타인에게 제공할 수 없으며 타인에게 판매할 경우엔 반드시 저희 회사에 미리 알려주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대금을 정해진 기한 내에 지불하지 못할 경우 즉시 사용이 금지되며 불법 사용으로 체포될 수 있습니다. 계약 내용을 명확하게 이해하셨습니까?” “네, 이해했어요.” “계약서에 사인해주시겠습니까?” p. 77 빤히 쳐다보는 리즈의 시선에 가희의 미소가 어색하게 굳었다. 가희는 서둘러 집무실의 문을 열었다. 리즈가 시선을 떼고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안으로 들어가면서 리즈는 자신의 목 뒤를 가볍게 건드렸다. 그녀가 쓰고 있는 가면이 스르르 모습을 바꾸었다. 음울한 눈동자와 매부리코, 얇고 가는 입술이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날카로우면서도 어딘가 음침하고 사이한 느낌을 주는 중년 여인의 모습이었다. 마담 리즈의 본 모습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가면을 쓰고 있는 상태여서 피부결은 20대 여인의 그것처럼 아주 고와 보였다. p. 110 “산다는 게 별로 좋지도 않잖아. 세상은 어차피 불공평한 거니까. 내가 아무리 애쓴다고 해도 여자들보다 잘살 수 없잖아. 부자 부모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공평한 기회 같은 건 어디에도 없지. 여자는 돈이 많아야 하고 남자는 키가 크고 잘생겨야 겨우 기회라도 잡을 수 있잖아. 번 돈은 5분의 3이나 세금으로 들어가지. 노인들이나 먹여 살리려고…….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잖아. 그런 삶이 무슨 의미가 있는데? 안 되는 일에 에너지를 쏟을 바보는 없어. 없다고…….” p. 207 캔들 제약 회사. 대통령 장수진이 세운 회사로 ONS 백신을 처음 개발한 회사였다. 지금은 일절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대주주로 남아 있다. 캔들 제약 회사에서 만든 ONS 백신이 ONS를 완치하는 약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장 먼저 개발된 백신이었고 가장 효과를 나타내는 백신임은 분명했다. 백신을 맞고 나서 ONS에 걸릴 확률은 42퍼센트였다. 그럼에도 백신은 세계로 팔려 나갔다. 특허료로 거둬들이는 액수가 어마어마했다. 장수진은 그런 면에서 아주 운이 좋았다. 우연히 자신이 연구하던 물질이 ONS에 효능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니까. 장수진은 백신 하나로 국내 제약 회사의 연구원에서 세계적인 유명 인사가 되었고, 세계적인 규모의 제약 회사를 거느린 경영자가 되었으며, 한국 국민을 위해 백신을 거의 원가에 공급해서 국민의 마음까지 얻었다. ---p. 330 |
|
난자, 그것은 생명의 시작이고
결국 생존 전쟁의 불씨가 되었다 『컴파운드 아이』, 『에이전트』 한국 첩보액션의 기념비적인 작가, 김도경 넘치는 스릴과 솟구치는 상상력의 결정 28일에 하나 VS 하루에 1억 개 모든 변화는 여기에서 시작되었다! 주인공 레이는 난생처음 난자를 채취하기로 결심한다. 어릴 적 유괴 직전까지 몰린 경험으로 병원을 끔찍하게 싫어했지만 큰돈 마련을 위해 세계 최대 경매 사이트에 등록까지 완료한다. 그런데 급격하게 난자 가격이 치솟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세계적인 배우들에게나 붙을 만한 가격에 불안을 느낀 레이는 웬만한 집 한 채보다 비싼 가격의 난자를 파는 데 결국 성공하였고, 이 소식은 정부 당국에 전해진다. 인류는 레이의 난자 쟁취에 모든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세계의 이동이 시작된 것이다. 곡선, 유연함, 섬세함, 아름다움. SF가 보여주는 미래의 여성 중심 사회 주인공 레이가 경매 사이트에 난자를 올리면서 시작되는 이 소설은 화려한 SF적 묘사와 함께 여성미의 극치를 보여준다. 레이의 수호천사 아노미아는 ‘남성 권리 연합’의 회원이자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늘 레이의 곁을 지키고 있으며, 남련(남성 권리 연합)의 대표이자 차기 대권을 노리는 남자 B는 아름다운 성역의 카스트라토다. 대통령 장수진은 세계 최대 제약 회사의 대주주이자 벌써 재선에 성공한 인물로, 단호하면서도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여성 중심 사회를 대표한다. 그리고 수석경호원 가희는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맞으면서도 B의 사랑을 거부하지 못한다. 가장 폐쇄적이면서도 선입견이 강한 ‘미(美)’의 영역을 다루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다. 하지만 SF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은 미적으로 탁월하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 아름다움을 적극 활용하여 미적 극치를 보여준다. 아담한 체구의 레이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구매한 파워 슈트. 이를 착용하는 데에는 많은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다. 슈트에 자신의 목소리를 인식시켜야 하고, DNA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착용 후 느껴지는 촉감은 살보다 뻣뻣하지만 근육질의 몸에서 유연한 곡선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파워 슈트를 입고 검과 창을 휘두르는 그들의 모습은 한 편의 무용극을 연상시킨다. 소설은 권력의 주체를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복시키면서, 여성성이 정치하는 세계를 그린다. 하지만 그 우연함과 섬세함은 어떤 칼보다 강하며 무력을 굴복시키게 한다. 김도경의 『에그』는 단단한 갑옷을 두드리는 망치가 아니고, 맨살을 간질이며 폐부를 찌르는 것 같은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