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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악화일로 | 호곡장(好哭場) | 시집 코너에서 | 종묘 정전 | 공개서한 | 면류관들 | 종로3가 환승역에서 | 탑골공원에서 | 달팽이 슬랩스틱 | 다육이 | 낮달이, 웃었다 | JERUSALEM | 오감도(烏敢圖) 2022 | 인계철선 위에서 | 나 없는 곳 | 천국을 웃기는 사람들 제2부 금산사 | 연화리 | 좋은 값 | 싸락눈의 비유 | 옛 버들방천에 올라 | 성벽 | 두 암자 이야기 | 그 가을의 말풍선 | 제비나비의 꿈 | 산수유꽃 아래 | 안짱다리에 대한 기억 | 벌레는 뭘 벌지? | 거미좌의 액운 | 비정성시 로드리게스 | 박우만 본가입납 | 삶의 삶 제3부 왕십리 | 분당선 | 금정역에서 | 종이배 | 하도급 인생 | 서울 세석평전 | 칩보다 침 | 팔황(八荒) | 우중호일(雨中好日) | 지평선축제 | 헌신 | 난색 | 랜드마크 | 벽 쪽으로 돌아눕다 | 박우만, 눈에 칼을 대다 | 화순 적벽 | 박우만은 오늘 서부에 간다 제4부 눈물의 양식 | 적빈 | 다슬기 식구 | 쓸모 있는 밤 | 밤의 홍시 | 나부 날다 | 겨울 영산홍 | 첫 번째 봄 편지 | 두 번째 봄 편지 | 미타찰(彌陀刹)에서 만나면 | 무지개 할머니 | 동백장 | 탁발 | 이것이 내 기도다 | 당신! | 얼어붙은 피 | 누드엘리베이터 | 마스크 쓴 마르크스 제5부 유등(流燈) | 겨울의 사랑 | 박우만이 악어옷을 입는 날 | 빙탄의 시 | 손발을 기리는 노래 | 카프카 레시피 | 독선생 | 두 손으로 들어올릴 수 있는 것은 | 미간(眉間) | 어느 꽃 핀 바위에 대해 묻는 일 | 상고대 마주하고 | 희미할 것도 없는 옛사랑의 그림자 | 이것은 봄꽃인가 눈꽃인가 봄눈꽃인가 | 백세시대 | Heaven과 Hell이 타성받이가 아니거늘 | 라이더 라이더 라이더! | 서오릉 대빈묘 앞에서 | 해 질 녘 | 물방울 하나로 해설 | 최재봉(작가, 문학전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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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해설 - 최재봉 (작가, 문학 전문기자)
박해석 시인은 1995년, 시집 한 권 분량의 미발표 시를 대상으로 공모하는 고액 문학상에 당선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올해는 그의 등단 30년째가 되는 해이다. 등단할 때 이미 마흔다섯 지긋한 연치였던 그는 바야흐로 칠십 대 중반의 나이에 이르렀다. 그는 문학상 당선작을 묶은 첫 시집 『눈 물은 어떻게 단련되는가』(1995)를 필두로 그동안 『견딜 수 없 는 날들』(1996), 『하늘은 저쪽』(2005), 『중얼거리는 천사들』 (2017)까지 신작 시집 네 권을 내놓았고, 2020년에는 시선집 『기쁜 마음으로』를 펴내기도 했다. (중략) 이쯤에서 「악화일로」나 「박우만 본가입납」처럼 앞서 인용한 시들에 나오는 ‘박우만’에 관해 언급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박 우만은 이 시들뿐만 아니라 시집 속 여러 작품에 나온다. 「박 우만, 눈에 칼을 대다」 「박우만은 오늘 서부에 간다」 「박우만이 악어옷을 입는 날」처럼 박우만을 제목에 드러낸 작품들을 포함해 모두 열한 편의 시에 박우만이 등장한다. 아예 시집 제목 부터가 ‘방황하는 박우만의 사회’일 정도로 이 시집에서 박우 만의 존재감은 막중하다. 그렇다면 박우만은 누구인가. 그가 시인의 가탁임은 앞서 말한 바 있거니와, 그 이름이 하필 ‘박우 만’인 까닭은 무엇일까. 짐작하건대 시인은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과 그의 책 『방황하는 개인들의 사회』에서 얻은 영감을 박우만이라는 이름과 시집 제목에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화한 사회’(The Individualized Society)라는 원제를 변용한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오늘날 인간들이 삶의 의미를 제공하는 공동체로부터 격절되어 불안하고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공동체라는 보호막이 벗겨져 나간 이런 상태에서는 “모든 게 개인의 책임”으로 귀결되고 구성원들은 각자도생의 “고독한 투쟁”으로 내몰린다. 노동 유연성의 이름 아래 아무런 사회적 보장 장치도 없이 개인 간의 무한경쟁과 가혹한 착취 사슬에 포획된 현대인의 가엾은 초상을 바우만은 ‘개인화한 사회’라는 표현에 담은 것이고 시인은 그 한국어 제 목을 자신의 시집 주제와 제목으로 가져온 셈이다. 그런 맥락에서 박우만은 곧 궁민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박우만=궁민의 처지와 심사는 아래의 인용 시들에서 선명하게 그려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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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석은 1968년 경희대 국문학과에 나와 함께 문예장학생으로 입학한 문우다. 그때 만난 이후 지금까지 서로 함께 시를 쓰며 살아왔다. 오늘 그의 시집 『방황하는 박우만의 사회』를 다 읽고 문득 왜 그와 나는 7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시를 쓰며 살아왔는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결국 시는 그와 나의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 말고는 그 무엇에서도 인생의 가치를 찾을 수 없었던 결과였다. 이 시집은 그가 살아온 인생과 사회가 섬세하게 기록된 자서전적 시집이다. 젊은 어머니와 함께 살던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를 떠나보낸 오늘의 삶에 이르기까지의 「눈물의 양식」을 시의 체로 촘촘히 걸러내 따스하고 푸짐한 밥상을 차려주고 있다.
그의 시는 서사적 서정시, 서정적 서사시라고 규정할 수 있다. 서사의 육체 위에 서정의 영혼이 시의 다정한 얼굴을 하고 씨줄과 날줄로 얽혀 있다. 한 편의 시로 읽었는데 어느 순간 한 편의 단편소설을 읽은 감동이 물결친다. 어머니가 다른 오누이가 비구와 비구니가 돼 시누대 바람소리를 통해 서로 사랑을 나누는 「두 암자 이야기」, 오일장에서 한 할아버지의 권유로 태양초 반 푸대를 떨이로 산 마음을 노래한 「좋은 값」, 아내의 유골함을 들고 생전의 아내가 가보고 싶어 했던 산천을 찾아다니는 한 남자의 지순한 사랑 이야기 「그 가을의 말풍선」,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 도마치 고갯마루에서 주막을 하던 모녀의 삶을 그린 「제비나비의 꿈」, 전철 교통약자석에 앉아 작은 종이배를 만들어 남기고 떠난 노숙자 이야기 「종이배」 등이 그러하다. 특히 「종이배」는 독자에게 시와 산문의 문학적 감동을 동시에 선물한다. 이렇게 그의 ‘이야기 시’는 한 편의 단편소설이라고 해도 무방할 서사적 서정시로서의 무한한 형성력을 지닌다. 인생의 진정한 가치와 현실적 삶의 부당성을 일깨우면서도 동시에 감사와 긍정의 위안을 건넨다. 이 시집 전체를 통해 번번이 등장하는 시적 인물 박우만은 박해석 시인 자신이자 고통스러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또 다른 이름이다. - 정호승 (시인,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