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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50주년 기념판 서문 / ix
서문 / xxxiii 선언 / xxxvii 음악의 미래: 크레도 / 3 실험 음악 / 7 실험 음악: 법요 / 14 프로세스로서의 작곡 / 20 I. 변화 / 20 II. 불확정성 / 42 III. 소통 / 49 작곡법 / 67 「주역 음악」과 「상상의 풍경 4번」에 사용된 작곡 프로세스를 설명한다 / 67 「피아노를 위한 음악 21~52」에 사용된 작곡 프로세스를 설명한다 / 71 현대 음악의 전조 / 74 미국 실험 음악의 역사 / 81 에릭 사티 / 92 에드가 바레즈 / 101 무용에 관한 네 편의 소고 / 105 목표: 새로운 음악, 새로운 무용 / 106 우아함과 명료함 / 108 오늘날…… / 114 음악과 무용에 관한 2장의 지면과 122개의 단어 / 117 로버트 라우셴버그, 예술가와 그의 작품에 관해 / 119 무에 관한 강연 / 133 유에 관한 강연 / 158 한 명의 화자를 위한 45분 / 181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또 무엇을 하고 있는가? / 231 불확정성 / 316 음악 애호가들을 위한 현장 안내서 / 333 해설 / xxxix 옮긴이의 글 / xliii 각주 / xlvii 찾아보기 / liii |
존 케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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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p
케이지는 플레밍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침대에 누워 벨 소리의 패턴에 귀 기울이며 그 소리를 내 사고와 꿈에 섞었네. 덕분에 푹 잘 수 있었지.?개인적으로 나는 케이지가 촉구한 대로 연주회에서 아기 울음소리를 즐기며 그것이 현대 음악 작품을 망치지 않게 하려 애썼으나,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것은 계속해서 케이지에게 돌아가게 만드는 이유기도 하다. 조금만 더 진화하거나 느긋해져 아기의 울음소리도, 화재 경보도 즐길 수 있다면 케이지가 늘 그래 보이듯 삼라만상을 보다 편안하게 느끼게 되리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지는 20세기 예술가들의 신경증에서 벗어나는 길을 생각하며 우리가 거기 있음을 미처 깨닫지 못한 더 생생하고 덜 경직된 세계를 발견했다. 《사일런스》는 이러한 세계로 데려가는 안내서다. 이 책을 펼칠 때마다 우리는 발이 땅에서 조금 더 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34p 시가 산문이 아닌 이유는 간단히 말해 시가 어떤 식으로든 형식화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시는 그 내용이나 모호성 때문이 아니라 말의 세계에 음악적 요소(시간과 소리)를 도입하는 것이 허용되기 때문에 시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딱딱한 정보라도 시로 전달하는 전통이 있어왔다[예컨대 인도의 수트라나 샤스트라]. 오히려 이해가 더 쉬워지는 경우도 있다. 미국 시인 칼 샤피로(Karl Shapiro)가 《운(韻)에 관한 에세이(Essay on Rime)》를 운문으로 쓴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지 모른다. 이렇게 형식화된 강연을 지면으로 옮기는 데는 분명한 어려움이 따른다. 해결책의 하나로 이상과 현실 사이에 타협점을 찾으려 했다. 이 책에 실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또 무엇을 하고 있는가?〉가 좋은 예다. 이 강연을 비롯한 몇몇 강연을 구두로 행할 때 사용한 방식은 두주(頭註)에 밝혀 놓았다. 67p 나의 최근 작품은(열두 대의 라디오를 위한 「상상의 풍경 4번」과 피아노를 위한 「주역 음악」) 구조적으로 나의 초기 작품들과 유사하다. 즉 전체 마디 수의 제곱근이 되는 몇 개의 마디에 기초해 있기 때문에, 전체가 큰 부분의 길이로 나뉘는 비율은 한 단위가 작은 부분의 길이로 나뉘는 비율과 동일하다. 그러나 이전에 시간 길이였던 이 길이는 최근 작품에서 공간 속에서만 존재하며, 이 공간을 통과하는 속도는 예측할 수 없다. 111p 우아함은 리듬 구조의 명료함과 대척을 이룬다. 이 둘의 관계는 육체와 영혼의 관계와 같다. 명료함은 차갑고 수학적이고 비인간적이지만 기본 바탕이 되며 지상에 속해 있다. 우아함은 명료함과 반대로 따뜻하고 측량 불가능하고 인간적이지만 공기 중에 떠 있다. 여기서 우아함은 아름다움의 의미가 아니라 리듬 구조의 명료함과 어울리거나 거스르는 유희의 의미로 쓰인다. 이 둘은 뛰어난 시간 예술 작품 속에 언제나 함께 존재하며 끝없이, 또 생생히 대립한다. 나는 버섯에 열중해서도 음악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러한 목적으로 최근 시골로 이사한 나는 균류에 관한?현장 안내서?들을 읽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이런 책들은 헌책방에서 반값에 사는 경우가 많은데, 아주 가끔 헌책방 옆에 모서리가 잔뜩 접힌 악보를 파는 가게가 이웃해 있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내가 제대로 가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본 것 같아 기쁜 마음이 든다.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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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스』는 출간 50주년을 기념해 국내에 소개하기 위해 판권을 계약했던 존 케이지의 『Silence: Lectures And Writing, 50th Anniversary Edition』의 완역본이다. 『사일런스』는 존 케이지의 본격적인 첫 저작물로, 1940년대 이래무정형성의 음악등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던 그의 철학적, 예술적 토대를 접할 수 있는 글을 모은 책이다. 원문은 명쾌했지만 때로 난해했기에 충실한 번역을 위해 오랜 시간이 소진되었고, 비로소 우리는 존 케이지 예술론의 정수를 접할 수 있게 됐다.
존 케이지의 첫 단행본, 그 혁신적 의미 『사일런스』는 존 케이지의 예술과 예술론을 담고 있다. 1937년과 1961년 사이에 쓰인 기고문, 에세이, 강연문 23편을 담았다. 케이지는 이 책을 출간하기 이전에 자신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원고를 모두 모아 수록했다. 도입부의 〈음악의 미래: 크레도〉는 1937년 시애틀 예술가 협회에서 강연한 내용으로, 이후 존 케이지가 이룬 주요한 혁신인 불확정적인 타악기를 통해 ‘프리페어드 피아노’의 모태를 이룬다. 〈무(無)에 관한 강연〉과 〈유(有)에 관한 강연〉은 뉴욕에 정착한 케이지가 ‘클럽’의 예술가 모임에서 공개했던 내용으로, 그가 경도되었던 ‘선(禪)’ 사상을 드러낸다. 케이지의 이름을 널리 알렸던 머스 커닝엄과의 역사적인 공동작업 결과는 〈무용에 관한 네 편의 소고〉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1950년대에 접어들면서 존 케이지는 프랑스의 피에르 불레즈, 독일의 슈톡하우젠 등과 교류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다. 〈프로세스로서의 작곡〉은 그 시기에 그가 뉴욕의 뉴스쿨 대학교에서 가르쳤던 실험 내용을 보여준다. 케이지는 이 책을 통해 음악과 예술에 대한 많은 의문을 던진다. 소리와 소음, 무와 유, 사유와 현상, 우연과 필연, 정확성과 부정확성 등 경계를 나누기 어려운 개념어들이 동서양을 넘나들며 얽혀 있다. 그는 20세기 이전의 예술가들이 아무런 저항감 없이 받아들였던 개념들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던 것이다. 그러나 책을 반복해 읽어도 해답은 명확치 않다. 다만 분명한 것은 존 케이지 자신이 어떠한 양식에도 함몰되지 않았으며, 또한 그 양식적 틀을 벗어나는 데 두려움을 갖지 않았다는 점이다. 텍스트의 형식을 실험하다 『사일런스』에는 실로 다채로운 글이 담겨 있다. 그가 생각하는 현대음악, 실험음악, 실험음악사, 무용, 예술가론 등 범위를 설정하기 어려운 무한한 주제를 여전히 유효하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텍스트에 담았다. 케이지가 만든 독특한 양식을 따라 책을 읽는 것도 이 책의 중요한 포인트다. 케이지는 악보에 음표를 그려 넣듯이 다양한 형식으로 텍스트를 실험했는데, 케이지가 중요하게 여겼던 공간과 시간의 개념으로 글자를 뿌려 제어하고 있다. 1초 내에 읽기를 마쳐야 하며, 빈 행에서는 「주역 음악」의 연주가 들려야 하는 〈프로세스로서의 작곡〉, 4마디 12행의 리듬 구조로 이루어진 〈무에 관한 강연〉, 그가 작곡에서 주로 사용했던 우연성의 작업으로 이루어진 〈음악과 무용에 관한 2쪽의 지면과 122개의 단어〉, 교향곡 악보를 방불케 하는 치밀한 텍스트 〈한 명의 화자(話者)를 위한 45분〉 등 케이지의 본격적인 예술 실험을 지면을 통해 만날 수 있다. 한국어판을 함께 만든 번역자, 편집자, 디자이너는 원서가 고려했던 모든 사항들을 한글을 통해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내용도 중요했지만 형식 역시 중요했다. 형식이 무너지면 내용도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애로와 고민의 정답은, 결과적으로 케이지가 택했던 방식을 따르는 데 있었다. 존 케이지와 백남준 그리고 『사일런스』 존 케이지의 책을 출간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백남준 때문이었다. 백남준은 여러 차례 자신에게 존 케이지가 어떤 존재인지 말해왔는데, 관련된 글을 처음 접한 것은 1992년 출간됐던 백남준과 도올의 인터뷰집 『석도화론』에서였다. 이후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백남준 기념재단에서 펴낸 총서 『말에서 크리스토까지』와 같은 해 출간된 구보타 시게코의 『나의 사랑, 백남준』을 읽으면서 존 케이지에 대한 관심을 다시 갖기 시작했다. 백남준에게 존 케이지는 한마디로 아버지였다. 물론 존 케이지는 어느 누구보다도 진보적인 예술가였지만, 아버지라는 말은 누군가에게 쉽게 붙일 수 있는 표현이 아니다. 쇤베르크나 슈톡하우젠 때문에 독일에 갔던 백남준이 결국 뉴욕으로 선회한 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 이가 바로 존 케이지였다. 그렇게 해서 다시 존 케이지를 주목하게 되어 살펴보게 된 책이 리처드 코스텔라네츠의 『케이지와의 대화』였다. 한글로 읽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존 케이지 관련 도서였다. 이어 존 케이지의 모든 저작물을 살펴본 끝에, 케이지의 첫 책이자 오늘날 그의 명성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표작 『사일런스』가 독점 출간되었다. 예술서 그리고 철학서 『사일런스』는 책을 보지 않고는 아무 말을 할 수 없는 그런 책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한없는 난해함으로 독자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데만 혈안이 된, 난해를 위한 난해를 추구하는 책은 아니다. 케이지는 자신의 악보가 그랬던 것처럼 친절하게 가이드를 만들어 붙여놓았다. 〈음악 애호가들을 위한 현장 안내서〉와 같은 텍스트에서 만날 수 있는 촌철에 가까운 유머와 탁월한 명석함이 보이는 문장들은 읽을 때마다 새롭게 발견된다. 케이지는 말년에 『주역』을 탐독했을 뿐 아니라 작곡에도 이용했는데, 이번에 케이지의 원고를 읽으면서 『주역』의 영문판 제목이 『The Book Of The Changes』라는 것을 알게 됐다. 『주역』이라는 오래된 고전에서 등장하는 시간과 공간의 개념, 변화, 난해함 등은 언뜻 평행이론처럼 『사일런스』에서도 무수히 등장하는 개념이다. 케이지를 이해하려면 독자들도 『주역』을 꺼내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작업이 늦어지면서 생긴 행운이 있다. 50주년 기념판에 실렸던 카일 갠의 〈서문〉을 번역해 담을 수 있게 됐는데, 『사일런스』를 읽는 데 놀라운 도움을 준다. 최우정 교수의 해설 〈존 케이지, 정의할 수 없는 이름〉 역시 짧지만 명쾌한 울림이 있다. 이 책 『사일런스』가 출간되기까지 겪은 산고는 존 케이지와 백남준을 위시한 현대 예술가들을 이해하는 출발점에 자리한다. 이를 계기로 좋은 책들이 소개되길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