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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1부 달항아리 드무 놋그릇을 닦으며 큐브 다시, 꽃 껴묻거리 돌살 자메뷔 나의 우렁각시들 테왁 봉숭아 꽃물 2부 ∫인테그랄 본편本篇 유리병 속의 기억들 캣맘 도리 슬도 스마트 포투 세우細雨 워맨스 포획위성 파란 샌들 3부 빨강에 취하다 배리어프리 캥거루 케어 무지개 프레임 슴베 추월차로 아이 캔 스피크 보늬밤 신불산을 오르며 인터미션 운雲·풍風·현晛 4부 박물관을 읽다 1_울산박물관 박물관을 읽다 2_국립경주박물관 박물관을 읽다 3_울산암각화박물관 박물관을 읽다 4_장생포고래박물관 박물관을 읽다 5_울주민속박물관 박물관을 읽다 6_방어진역사관 박물관을 읽다 7_대곡박물관 박물관을 읽다 8_울산해양박물관 박물관을 읽다 9_정크아트Fe01박물관 박물관을 읽다 10_현대자동차울산전시관·주연자동차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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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는 조선 후기에 유행했던 도자기다. 둥글고 커다란 모습이 달덩어리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높이가 사오십 센티미터에 달하는 커다란 항아리를 제작하려면 흙으로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따로 만든 뒤에 서로 이어 붙여야 했다. 그래서 접합 부위가 약간 뒤틀린 모양이 되었다. 하지만 도공들은 이것을 칼로 깎아 내거나 매끈하게 다듬지 않았다. 인위적인 힘을 가해서 정교하고 둥글게 만들 수도 있었겠지만 비대칭인 상태 그대로 둔 것이다.
--- p.14 이미 딸을 둘이나 낳은 엄마는 아들을 갖지 못해 전전긍긍했다. 맏며느리 자리가 위태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산달이 가까워지면서부터는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신경이 예민해졌다. 그즈음 작은어머니는 첫아들을 출산해서 더욱 마음을 졸이게 되었다. 구월에 들어서자 이젠 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당신은 안도의 숨을 쉬었다. 짝수 달에는 딸을, 홀수 달에는 아들을 출산한다는 말을 크게 믿었다. 산통이 오자 평소 언짢게 생각하던 할아버지도 곧 태어날 첫 장손에 대한 기대로 집 안 곳곳을 전등으로 밝혔다. 한참 지나 방문을 열고 나온 할머니는 “또 딸”이라 했고 할아버지 담뱃대는 탕탕 애먼 툇마루만 두드렸다. --- p.48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어 갔다. 낯설게 느껴졌던 주변 상황들도 익숙해졌다. 환경이 사람을 지배한다는 말이 실감났다. 보는 것에 길들여져 있던 감각은 자연스럽게 느끼는 것으로 바뀌었다.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기는 일이 많아진 것도 이때쯤이다. 종일 종종거리며 바쁘게 쫓아다녔던 일상을 되돌아보는 여유도 생겼다. 그러자 문득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지각하고 있는 모든 인식들이 대부분 보여지는 것들에 좌우된다는 건 어쩌면 불공평한 일인지 모른다. 시각 외에 촉각, 미각, 청각, 후각들의 기능과 그 경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 p.55 저녁 무렵 땀범벅이 되어 집으로 돌아온 엄마는 밥이며 찬거리를 장만해놓곤 고단할 텐데도 마당으로 나왔다. 담 아래 조그맣게 만들어놓은 화단에 쪼그리고 앉아 호미로 땅을 고르고 잡초를 뽑았다. 어쩌면 그 화단은 종일 힘든 일을 해야만 했던 당신의 위안처였는지도 모른다. 시집살이의 고됨과 혼자만의 눈물 같은 걸 꺼내어놓곤 다독였는지도. 봄이면 매화, 산수유, 수선화가, 여름엔 봉숭아, 맨드라미, 채송화, 가을엔 국화며 백일홍이 피어났다.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나면 다시 화단에 나가 꽃들을 보살폈다. --- p.70 엄마의 눈은 아직도 화단에 가 있다. 아마 저 봉숭아는 작년에 심었던 꽃의 씨앗들이 떨어져 개화된 것이리라. 마당으로 내려가 제일 선명한 빨간색 꽃잎을 이파리와 함께 따 온다. “엄마 내가 봉숭아물 들여 줄게.” 엄마는 슬쩍 손을 빼려다가 다시 내어놓는다. 주름진 손끝에 뭉툭하게 달린 손톱은 울퉁불퉁하고 거칠다. 나는 애써 눈물을 참으며 빻은 꽃잎을 손가락 끝에 조심스럽게 올려놓고 파란 잎으로 감싼 후 실을 감는다. “엄마, 내일 아침엔 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손이 될 거야.” 예전에 엄마가 그랬듯 마법을 건다. --- p.73 『유리병 편지』는 베를린 장벽이 철거되지 않았을 때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동독에 사는 소년 마체가 유리병 속에 편지를 써서 띄우게 되고, 서독에 사는 소녀 리카가 우연히 강에 떠내려온 그것을 줍게 된다. 자유로운 왕래가 제한되고 감시를 당하는 때였다. 너무나 보고 싶었던 두 아이는 뮤겔 호수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지만, 이를 알게 된 부모님의 반대로 어긋나게 된다. 그들의 진정한 사랑에 차차 마음의 문을 열게 된 서로의 부모는 편지 교환과 전화를 허락하는 것으로 소설은 마무리가 된다. 소설이 발표된 이후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졌다. --- p.90 도리는 단면 형태와 놓인 위치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서민들의 민도리집에서는 단면이 네모 모양인 방형 도리를 많이 써서 이를 납도리라고 한다. 양반 주택에서는 사랑채와 안채 등 중요 건물은 단면이 원형인 굴도리를 즐겨 쓴다. 위치에 따라서도 구분해서 부르는데 가장 높은 곳인 용마루가 있는 부분에 놓이는 것을 종도리, 건물 외곽의 평주 위에 놓이는 것을 처마도리 또는 주심 도리라고 한다. 이러한 도리는 서까래를 타고 내려온 지붕 하중을 어떤 부재보다도 먼저 감당하게 된다. --- p.101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마음의 동요는 갱년기도 아닌데 변화가 심하다. 의욕 있게 시작했던 일들이 시들하게 느껴지고 모든 게 의미가 없어진다. 절친했던 사람들과의 관계가 점점 소원해져 핸드폰의 다양한 알고리즘만 따라다닌다. 엄마는 병원 밥이 먹기 싫다며 매일 집밥을 강요한다. 속상해하면서도 도시락을 챙기다 보면 다시 측은해진다. 내 감정 쓰레기들도 시간이 지나면 필요가 없어지는데 무슨 미련인지 버리지 못하고 있다. --- p.124 ‘캥거루 케어’는 ‘캥거루 요법’이라 불리는데 산부인과에서 미숙아를 돌보는 방식의 하나이다. 1978년 콜롬비아 보고타의 한 병원에서 우연히 탄생된 용어다. 한 산모가 미숙아를 출산하였지만 인큐베이터는 이미 가득 차 있는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었던 그녀는 죽어가는 아기를 맨가슴에 안고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박동이 거의 멈춰가던 아이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면서 기적처럼 소생한 것이다. 그 상황이 흡사 캥거루가 발육이 제대로 안 된 작은 새끼를 낳아 주머니에 품어 키우는 것 같다고 하여 ‘캥거루 케어’가 된 것이다. --- p.141 무지개가 일곱 색이라고 알려지게 된 것은, 뉴턴이 실험으로 찾아낸 연속 스펙트럼의 색을 토대로 ‘도레미파솔라시’의 7음계에 따라 색을 나누었다는 이야기가 정설로 전해온다. 태양이 소나기의 빗방울을 비출 때 태양과 반대 방향에서 가장 흔하게 관찰되는 무지개는 채색된 물방울 속으로 투과된 광선의 굴절과 내부반사에 의해 생긴다.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보라, 남색, 파랑, 초록, 노랑, 주황, 빨강을 나타낸다. 빗방울의 현상일 뿐인데 사람들은 왜 이것을 보며 희망을 기대하는 것일까. --- p.1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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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온의 글은 언제 읽어도 따뜻하다. 그건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소중한 문학적 자산이 아닐 수 없다. 작가는 불화와 절망 저 너머를 바라본다. 모든 예술의 지향점이 궁극적으로 평화에 있다면, 그녀의 글쓰기는 제대로 본질을 관통하고 있는 셈이다. 첫 산문집 『달순이를 위한 변명』에 이어 3년 만에 발간되는 수필집 『유리병 속의 기억들』은 이제껏 살아온 삶의 편린들을 다정하게 소환하고 있다. 때로는 아프게, 가끔씩은 뭉클하게 펼쳐지는 서사와 사유들은 그래서 마음 깊은 곳에 닿는다. - 김영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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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온 작가의 작품은 진솔하고 아름답다. 인테그랄처럼 삶도 글밭도 꾸준히 상승 그래프를 그린다. 그만큼 남모르는 끈기와 노력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느껴진다. 암 투병 후, 삶에 대한 애정을 자신에게로 더 집중하면서, 늘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 경외감이 들기도 한다. 한 편 한 편 읽으면서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응원도 하면서 또한 위로를 받는다. - 윤승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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