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한국어판 서문
일본어판 서문 서장 : 관점과 방법 1부 성과 생식통제의 시동 1장. 구미 공창제와 폐창운동 2장. 근대 일본의 공창제와 페창운동 3장. 낙태죄체제 2부 다이쇼 데모크라시의 사회운동과 공창제.낙태죄체제의 동요 4장. 피차별부락의 여성과 부인수평사 5장. 구미 산아조절운동 6장. 전간기의 일본 산아조절운동 7장. 전간기의 '접객부'와 그 운동 3부 성.생식통제의 현재적 재편성 : 매춘방지법. 우생보호법체제의 성립 8장. 시민적 여성운동과 폐창운동 9장. 우생보호법체제 10장. 아카센 종업원조합과 매춘방지법 종장 : 결론 지은이 주 사진출처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
|
성과 생식을 둘러싼 폭력과 저항에서 계급은 어떻게 자리하고 있는가
성관계나 임신·출산이라는 일은 흔히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라고들 생각한다. 하지만 근대 이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그런 일들은 결코 개인적인 일로만 존재할 수는 없었다. 국가가 주도해 강제적으로 성관계를 가지게 한 제도인 '일본군 성노예 제도', 또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고 잘 키우자"라는 구호와 더불어 추진된 우리 나라 60년대의 가족계획을 보더라도 성과 생식의 문제가 국가적 차원에서 다루어졌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여성학 연구가 진전되면서 이러한 관점은 어느 정도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추상적 차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후지메 유키의 이 책은 근대 일본을 사례로 국가 권력이 어떠한 방식으로 여성들의 성과 생식을 통제하고, 관리하려 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낸 획기적인 저작이다. 저자는 "역사적 실상으로서 성매매 여성은 추상적 개념인 '여성'이 아니라 국가·민족·계급의 성원이며, 성매매 여성화는 '여성' 일반의 수난에 머무르지 않고 민족적·계급적 수난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여성학에서 계급적인 관점은 새로운 주제는 아니지만, 이 책은 '탈아입구'를 지향하며 서구를 적극적으로 타자화하고, 모방하면서 '제국'이 되고, 좌절을 경험한 근대 일본의 역사에서 여성이 어떻게 이 역사를 경험해 왔는지에 대한 철저하고, 처절한 보고서이다. 추상적인 '여성 일반'이 아닌 가난한 여성들의 생활에 그 바탕을 두면서 해부해 나간 근대 일본의 역사에는 여성주의적 관점뿐만 아니라 계급적인 관점이 뚜렷하게 녹아 있다. 저자는 방대한 기존의 여성사 연구 성과들을 비판적으로 계승하면서, 별도로 다루어지기 일쑤였던 '성'·'계급'·'민족'을 통합한 관점에서 특히 산아조절 문제와 공창제 및 폐창운동에 주목한다. 저자의 말처럼 "전후의 역사학은 근대국가의 지배 구조 분석이나 지배 계급에 대한 인민 투쟁사를 주요 연구 대상으로 삼아 왔지만, 성과 생식을 둘러싼 지배 구조나 생식의 자유와 생식의 자기결정권을 쟁취하기 위해 싸운 인민의 저항과 사회운동은 역사학에서 정통적인 연구 대상으로 간주되지 못했"던 것이다. 1부 '성과 생식 통제의 시동'에서는 공창제와 그것을 폐지하려던 폐창운동의 역사를 세계사적으로 검토하면서 이 문제가 결코 일부 지역에만 해당되는 특수한 문제가 아님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이어서 2부 '다이쇼 데모크라 시기의 사회운동과 공창제·낙태죄체제의 동요'에서는 더 구체적으로 이 시기 여성들의 삶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당시 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3부 '성·생식통제의 현재적 재편성'에서는 권력과 그에 맞서는 여성들의 갈등을 통해 근대 국민국가 형성과 더불어 구축된 성과 생식을 통제하는 체제가 현대적으로 재편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하층계급 여성들의 입장에서 본 성매매 이 책의 중요한 의미는 배척 대상이 되든 구제 대상이 되든 간에 항상 객체로만 다루어지던 '성매매 여성'이나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을 주체로서 복원시켰다는 점이다. 그러한 여성들은 결코 어리석지도 않으며 당하기만 하지도 않는 것이다. 특히 7장과 10장에서 그려지는,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노조를 조직해서 그들의 생활권을 지키기 위해 국가권력에 맞서 싸웠다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은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우리의 시각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접객부'들은 단결해 자본주의 착취에 저항했고 일부는 노동운동과 무산운동에 연결되었다. 부인수평사나 접객부 자신들의 활동은 단기적이고 산발적이었지만, 성착취를 당한 당사자 본인만이 가질 수 있는 급진주의와 구체성을 갖췄다"고 저자는 평가하고 있다. 가난한 여성들에 대한 저자의 애정어린 시선은 여성운동 지도자들에게는 가차 없는 칼날이 된다. '제국의 페미니즘'을 철저히 비판하는 저자는 중산계급에 속하는 수많은 여성운동 지도자들이 '제국의 페미니즘'에서 벗어나지 못해 결국에는 국책에 협력하게 되는 과정과 논리를 적나라하게 들추어낸다. "그녀들에게 성매매 여성은 여전히 '우리'와는 선을 그은 '다른 사람'이었고, 기존의 폐창운동 이외에 국가 관리 성매매와 성착취에 대항할 방법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저자는 근대 공창제와 낙태죄체제가 일본의 개국과 근대국가의 건설 논리와 결부되어 창출된 것처럼, 근·현대 일본의 성·생식 통제정책과 그것을 둘러싼 사회운동·여성운동이 한결같이 구미 선진 자본주의 제국을 지향했다고 비판한다. 이 책이 제국주의와 공존할 수 있는 여성운동은 진정한 여성해방을 가져올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에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민중의 가난과 여성의 노예적인 현실 속에서 성매매와 낙태는 오랫동안 지속되었으며, 공창제와 낙태죄체제의 모순은 가난한 이들과 여성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성·계급·신분에 의한 삼중의 쇠사슬에 묶여 있었"던 피차별부락 여성들은 근대 일본 여성이 안고 있던 교육에서의 소외, 가혹한 노동과 착취, 연애·결혼·생식 자유의 박탈이라는 고뇌를 더 가혹하게 체험해야 했다. '문명'이란 이름으로 빅토리아 왕조의 성윤리를 도입해서 실시한 성매매 여성에 대한 강제 성병 검진과 성매매 금지는 여성이 더욱 성매매의 착취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근대국가 권력은 모성과 위생을 칭송하면서 산아조절을 금지해서 모성이 황폐화되도록 했고, 공창제로 성병이 퍼져 많은 여성이 성병으로 고통받았다. 엄청난 수의 병사에게 군대 위안이란 명목으로 여성을 공급하면서, 성병에서 군대를 보호하려고 여성들에게 강제 성병 검진이라는 폭력을 행사했으나, 결국 여성들만이 희생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국가는 여성의 성매매를 관리하고 착취하는 한편, 주로 가난과 성차별에 기인한 낙태를 범죄로 규정해 가난한 사람들과 여성을 더욱 소외시켰으며, 가난과 성차별의 책임을 희생자에게 덮어씌웠다. '공창제'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이 책의 가장 큰 성과는 '공창제' 개념을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대체했다는 점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논쟁에서도 공창이냐 아니냐가 문제가 되었는데, 그때 사용되는 공창이란 사창과 대비되는 것으로 국가가 직접 경영하는 시설에서 '성매매'를 하는 여성을 가리킨다. 그래서 일본 정부나 일본 우익 세력은 국가가 직접 경영했다고 할 만한 증거가 없는 '일본군 위안부'는 공창이 아니므로 국가가 보상할 필요가 없다고 강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저자는 근대 공창제가 출현하게 된 19세기 초의 프랑스에서부터 유럽과 미국, 그리고 식민지의 공창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하면서 이것을 군대 위안과 성병 관리를 기축으로 한 국가 관리 매춘 체계로 재정의한다. 국가에 의한 강제 성병 검진 체제로 공창제를 본다면 누가 경영했는가는 주요한 쟁점이 될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볼 때만이 '일본군 성노예제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여성들이 근대를 어떻게 경험했는가는 이제 그다지 낯설지 않은 주제이지만, 이 책은 성과 생식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도 지금까지 침묵하고 묵살되어온 주제에 새로운 빛을 비추었다고 할 수 있다. 역사 속에서 성매매 여성, 하층 계급 여성들이 어떻게 성매매로 내몰리고, 성매매가 재생산되도록 억압받으며 강제당했는지가 생생하게 펼쳐지며 독자들에게 감동과 전율을 전해준다. 신체를 대상으로 하는 미시정치학과 국민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거시정치학을 통합한 이 책은 여성사나 여성학에 관심이 있는 이들, 또한 성과 출산, 산아조절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역사적 현장에서 벌어지는 아픔과 고민들을 함께해 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