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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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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내가 사라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일순 그의 표정이 굳었다. 정면을 보고 있던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다. 아내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단순한 가정만으로도 그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머리가 싸늘하게 식고, 전신에 힘이 들어간다. 이윽고, 단 하나의 사실이 분명하게 떠올랐다. 자신은 눈앞에 있는 이 여자를……. “그냥 해 본 말이에요. 아, 이제 진짜 자러 방으로 가야 되는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녀는 소파에서 일어나려는 시도조차 못 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꺼풀이 무겁게 아래로 내려갔다. 결국 완전히 눈을 감아 버린 아내를 꽤 오랫동안 바라보던 그가 그녀의 몸을 가볍게 안아 들었다. 아내가 오늘 입은 옷은 길이가 지나치게 짧았다. 그가 안은 상태에서 겨우 아슬아슬하게 속옷만 가려진 채였다. 최근 아내와 있을 때마다 걸핏하면 심한 욕구불만처럼 몸이 반응하곤 했는데, 지금은 헐벗다시피 한 그녀를 품에 안고 있는데도 아래가 잠잠했다. 오늘 이 차림으로 아내가 밖을 돌아다녔을 거란 사실에 신경이 날카롭게 일어서서 발정할 여유조차 없었다. 이런 스스로가 낯설다 못해 기가 막혀 헛웃음이 나왔다. 예전 같았으면 그녀가 홀딱 벗고 밖을 활보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을 텐데. 차욱은 아내를 그녀의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이불을 덮어 주자, 그녀가 몸을 뒤척이다가 가물거리는 눈을 살며시 떴다. “……있잖아요.” 흐린 시선으로 그를 마주한 아내가 입을 열었다. “이건 비밀인데, 내 이름…… 당신한테 알려 줄까요?” 사라져도 찾을 수 있게. 그녀는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게 뒷말을 읊조렸다. “아내 이름도 기억 못 할 만큼 머리가 나쁘지는 않아.” 차욱은 흐트러진 아내의 머리칼을 무의식적으로 쓸어 주다가 피식 웃었다. “유설하.” 차욱의 대답에 그녀는 어쩐지 맥이 풀린 듯한 미소를 지었다. 이내 눈을 내리감은 그녀가 그에게서 등을 돌리더니 몸을 웅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