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머리말
제 1 부 도둑 단수가 높은 도둑 박막동(朴莫同) 한 냥 도적 떳다리 천진난만한 도둑 의적 두목 장각(長脚) 미인 여적 나송희(羅松熙) 최오돌(崔五乭)· 도둑을 감동시키다 의적 유광풍(柳狂風) 해적 두목 김수온(金守溫) 제 2 부 뒷골목의 왕 거지 왕초, 용호영 악대를 초대하다 호걸 남아 구팔주 건달도 쓰기 나름이다 검계 이영(李瀛) 거리의 협객 장오복(張五福) 협객 장복선(張福先) 최고의 노름꾼 원인손(元仁孫) 최고의 난봉녀 김 씨 아름다운 아내 운명은 진정 피할 수 없는가? 승적 방대가(龐大哥) |
|
“그래, 도적놈치고는 제법 당당하구나! 네놈이 진 죄를 알고 있으렷다?”
“사또, 도적질이 죄라면 처자식을 버린 아비는 무슨 죄를 지은 것이옵니까?” “무어라? 처자식을 버린 아비의 죄?” 김태수는 잠시 대답할 말을 잊었다. 그 말에는 분명 무슨 사연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있을 듯하니 숨김없이 고하도록 하라.” 떳다리는 망설이지 않고 가슴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p.46 장각은 도피생활을 하게 된 후부터 신세가 한층 더 고독해졌는데, 어머니까지 돌아가시자 그 때부터 사고무친(四顧無親)한 천애의 고객(孤客)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부아의 변산 근처로 와서 살게 되었기 때문에 도적의 떼나마 알게 되었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부지해 왔으며 어머니의 장례도 무난히 치르게 되었다. 때문에 그는 변산 적당(賊黨)을 일개 적당으로 보지 않고 활빈당(活貧黨)으로 보게 되었으며 이 당에 입당하는 것을 부끄러운 일로 생각하지 않았다.--- p.71 이처럼 그들의 강령은 무시무시하고 흉악하기 짝이 없었다. 이영은 계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우리는 천민들을 해치지 않는다. 우리의 목표는 오직 양반들이다. 양반의 집에 침입하여 재물을 약탈하고 부녀자들을 겁탈한다.” --- p.201 “내 죄목이 무엇이라고 하던가?” 장복선은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고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건몰(乾沒)이네.” “그게 뭔가?” “아전이 나라의 물건을 훔쳐 자기 배를 채우는 것을 건몰이라고 하네.” “나는 죽어도 아쉬울 것이 없으나 나라의 물건을 훔쳐 내 배를 채웠다는 말을 듣는다면 대장부로서 어찌 치욕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내 이제 천류고의 은을 빼낸 사정을 말하겠네.” 장복선은 옥리에게 붓과 종이를 청해다가 어느 날 아무개가 돈이 없어 초상을 치르지 못 하는 것을 보고 은 몇 냥을 주고, 돈이 없어서 결혼하지 못 하는 처녀 총각에게 은 몇 냥을 주고, 아무개가 병이 들었는데도 약을 쓰지 못해 약값을 하라고 은 몇 냥을 주고, 아무개 노인이 환곡을 갚지 못하는 것을 보고 은 몇 냥을 주었다는 등, 은의 사용처를 낱낱이 기록했다. 그 기록에는 장복선 자신을 위해서 쓴 돈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기록을 대조해 보니 남에게 베푼 돈이 2천 냥이 넘었다. 그는 자신의 돈까지 평양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 것이다. --- p.224 |
|
파격적이고 열정적인 인생을 살아간 ‘잡인’
그들의 삶을 통해 또다른 모습의 ‘조선’을 본다 『조선의 군도』에서는 그동안 알려지지 못했던 조선시대의 숨겨진 도둑들의 이야기를 들추어보며, 그와 함께 드러나는 선민인 사대부(士大夫)나 양민이 아닌 평민, 평민 중에서도 남들보다 조금은 유별나고 특별하게 살았던 잡인들의 삶을 통해 조선시대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 기록들을 살펴보면 등장하는 잡인들은 실존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주관과 상상력에 의해 터무니없이 과장되거나 비하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세월이 흐르고 기록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삶이 소설처럼 황당하게 바뀐 것이다. 잡인은 잡스러운 사람이 아니다. 조선시대 뒷골목이나 저잣거리에서 파격적이고 열정적인 인생을 살았던 사람들이다. 특히 조선의 도둑 이야기는 시대가 변함과는 상관없이 언제 들어도 흥미롭다. 구체적인 자료들을 살펴보면 조선시대에도 여러 가지 특징을 지닌 도둑들이 있었다. 혼자서 활동하는 도적이 있었는가 하면 떼를 지어서 다니는 군도도 있었으며, 시대적인 불교의 의붓자식들이라는 평을 받는 땡추들도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도적들의 이야기를 추려, 『조선의 군도』라는 한 권의 책에 모두 담아내었다. 비밀스러운 야사(野史)를 읽는 재미와 함께, 각기 저마다의 사연으로 도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읽으며 독자들은 우리가 몰랐던 또 다른 조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백성을 도적으로 만드는 자, 누구인가 저마다의 사연으로 도적이 되고, 군도가 되었다 어딘가 좀 모자란 도둑, 무리를 지어 조직적으로 활동하는 군도, 어쩔 수 없이 절도를 할 수 밖에 없었던 도둑, 그리고 ‘의적(義賊)’이라는 이름하에 고위 공무원이 부정한 방법으로 쌓아올린 재화를 훔쳐 범죄 행위가 더욱 미화되고 찬양받기도 했던 도둑까지.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도둑들은 모두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조금은 부정한 방법으로 삶을 타개해보려, 더욱 파격적이고 열정적인 도둑의 삶을 살았던 것이다. 또한 도적이지만 절대로 천민이나 사연이 안타까운 사람은 해치거나 도적질 하지 않고, 부정부패를 일삼은 고위 관리나 양반들을 대상으로만 삼은 일당도 많이 있었다. 여기에 소개하는 도둑들 중에서 ‘한 냥 도둑’은 종적을 알 수 없는 신출귀몰한 도둑이고 ‘의적 장각’은 구복(九服)을 위해 적당의 두목이 된 생계형 도둑이다. 또한 ‘승적 방대가’는 조선 초기의 강력한 배불(排佛) 정책으로 인해 땡추(중답지 않은 중)로 변한 승려인데, 이들의 이야기처럼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이밖에도 수많은 도둑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