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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겨울 냉이 겨울 냉이 숨은 얼굴 오후 세 시 보내지 않는 편지 도루묵에 대하여 만선식당에서 불로 칠하다 제명題名의 시 안전지대 천문선산天門仙山에 올라 백지의 사막을 지나며 북극해 고비사막 황사 인어공주 노래방에서 칡 고개 너머 고향 여로, 너에게 가는 길 자귀나무 시 고개 너머 주막 차마고도 2부 전북서리 전복서리 소래포구에서 황금연못 템플스테이 마릴린 먼로와 나 오르골당 한낮의 비엔나 그리운 소금장수 호젓한 드라이빙 원적산 공적空積 갱년기여자의 얼굴엔 단풍이 피어난다 겨울산 산티아고 순례길 페이지 터너 앙스트블뤼테, 혹은 불안의 꽃 르느와르의 집념 라마단 푸르른 눈금 싱크홀의 세월 3부 포옹 포옹 뾰족한 것들이 문제다 자본과 화엄 열쇠 이야기 보임 피정 생테크경영 시인 해바라기의 중년 별기운농사법 한 끼의 식사 미소 가을 낙타의 생존전략 나의 애인 늙은 매미의 전언 호로자식의 세상 코로나의 선물 코로나 풍경 4부 사랑이라는 주제 사랑이라는 주제 이별연습 바람의 전언 사람의 무게 호모비아투르를 위한 송가 어떤 기도 쉰들러식 사랑과 히틀러식 사랑 보랏빛 꽃의 노래 나의 사촌 고처사高處士 자작나무의 노래 질마재 너머엔 봉암사가 있다 새벽 주방에서 구용시를 읽으며 처서 지나며 그리운 당신에게 자작나무 사랑 나이아가라 폭포 시어골에서 모차르트는 나의 친구 히말라야 유령표범처럼 5부 홍도에서 거문도까지 바다갈매기에게 잘츠부르크의 비가 사랑은 영원하리 하이델베르크의 우수 토요코인은 어디인가 화곡동은 살아있다 거문도 시편 전주행 목포한일木浦閑日 금산사 적멸보궁 태백산 천제단 ■ 시론 시인으로 산다는 것 | 고명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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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의 팔만대장경 어디엔가
숨겨진 얼굴이 있다 문자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얼굴,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얼굴이 있다 행복한 순간에만 살짝 나타나는 얼굴이 있다 삶의 그늘, 찌든 계곡 속에 숨어 있다가, 해맑은 웃음 사이로 잠깐 나타났다가는 가뭇없이 시간 속으로 사라지는 얼의 모습 사진관에 가서 여러 컷을 찍어 보아도 그 얼의 굴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사진이란 사람을 온전히 보일 수가 없는 법, 찰나로 변해가는 어느 지점에 셔터를 누를 것인가 적중의 플래시를 터뜨릴 것인가 칠백만 화소는커녕 천만 화소를 잡아낸다는 최첨단 카메라로도 안 잡히는 얼굴, 사람의 참 얼굴은 어디에 숨어 있는 것인가 앨범 속 어느 갈피에선가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얼굴, 흐린 눈으로는 도무지 잡히지 않는 얼굴, 초고속 디지털카메라로도 잡을 수가 없는, 사람에게는 술래처럼 꽁꽁 숨은 얼굴이 있다 ---「숨은 얼굴」중에서 폭풍한설에도 혼신의 힘을 다해 냉이는 자란다 낙엽과 지푸라기 아래 숨어 봄을 기다리는 냉이, 행여 들킬세라 등 돌리고 있는 냉이를 더듬더듬 찾아내어 검불을 뜯어낸다 봄 내음이 나는 냉이국을 먹으며 낙엽과 지푸라기 속에서도 목숨을 지켜 마침내 싹을 틔워낸 냉이를 생각한다 가파른 삶의 벼랑 위를 조심조심 걸으며 혹한의 추위 속에서도 봄을 기다리는 냉이를 보라 서슬 푸른 정신으로 살아야 하리라 서슬 푸른 눈으로 찾아야 하리라 겨울 냉이가 자신을 이기듯이 몰래 숨어 자란 냉이가 온몸을 우려내어 시원한 된장 국물이 되듯이 우리도 누구엔가 시원한 국물이 되어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소수서원 돌담길에도 하이델베르크 철학자의 길에도 숨어있을 냉이, 환한 한 마디의 말씀이 오랜 궁리와 연찬에서 솟아나듯이 청빙淸氷을 뚫고 겨울 냉이는 자란다 ---「겨울 냉이」중에서 히말라야의 유령표범은 아무도 모르는 고산지대에서 살아간다 그저 하늘과 대화하며 조용히 산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무리들이 싫어서 멀리 이곳까지 와서 산다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견디며 흔적 없이 살아간다 아름다운 것들은 언제나 티를 내지 않는 법이니까 ---「히말라야 유령표범처럼」중에서 손님맞이하듯이 너를 맞는다 슬픔이여, 넌 언제나 어린애같이 칭얼대며 달려오는구나! 두려움을 내려놓고 이젠 너를 안으마, 울음을 그치렴, 환히 빛나며 사라지는 저녁놀 바라보듯이 맑은 찻잔 위에 떠 있는 잘 마른 국화꽃을 바라보듯이 내 너를 바라본다 하우스푸어의 허무한 가계부나 빛이 보이지 않는 여의도에 난마처럼 얽힌 인연들을 우두커니 응시하노니 내 이제 조용히 너를 감싸 안으마, 그러니 더는 책망하지 마려무나 삶이여! ---「포옹」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