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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백나무집 등불을 켜고
김정오 산문집
김정오 저
한티재 20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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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추천의 글 도법 스님

1부 지구의 작은 점

여리고 희미한 깜박임으로 / 온전한 집 / 여름 한철 / 깨와 보낸 한 시절 / 겨울 초입 / 눈 오는 날 / 대보름날 / 논 / 천년의 숲 / 순둥이와 산이 / 냉장고 문명 / 위기 앞에서

2부 나를 키운 그물

현역 / 엄마의 소리 / 고단수 엄마 / 버팀목 / 배웅 / 할미꽃 / 벌초 / 호박죽 / 불면 / 새로운 시력 / 툇마루에 앉아

3부 친구가 되어 가는 중

감자 친구, 난이 / 친구가 되어 가는 중 / 그림책을 나누는 시간 / 지혜로운 존재가 되기 위한 지침서 / 패밀리 / 오직 한 사람 / 뒤늦은 만남 / 서품식 / 자전거 / 요가 교실

4부 아이들의 손끝이 향하는 곳

롤링페이퍼 / 그깟 시험, 그깟 점수 / 열일곱의 인생 / 수십 번 곱씹어 시를 암송할 수 있다면 / 시로 만난 아이들 / 삶의 한 자락을 / 방과후 수업 / 유쾌한 전기신호 / 단 한 명의 아이도 / 아이들이 준 상장

저자 소개 1

경북 상주에서 나고 자랐으며, 국어교육과 교육철학을 전공했다. 해직 교사로 지낸 오 년 정도를 제외하고 서른 해 남짓 대구, 하노이, 산청, 함양 지역 아이들과 국어 수업으로 만나 서로 북돋우며 배우고 있다. 마흔 중반에 지리산 자락으로 이주하여 농사와 글쓰기에 마음을 기울이며 산다. 계간 [지글스 - 지리산에서 글 쓰는 여자들]에 고정 필진으로 사 년간 참여하여 시와 수필을 게재했다. 김매기와 손글씨 편지를 좋아하고 수시로 걷기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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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2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135*210*15mm
ISBN13
9791192455662

책 속으로

“늦은 밤, 간혹 마당에 서서 바라보는 하늘의 별과 아랫마을의 가물거리는 불빛은 아직 서로를 보듬고 위로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고 하나의 순환 속에 있다고 속삭이는 것 같다. 그 여리고 희미한 깜박임으로 깊고 아득한 어둠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별과 불빛이 마주 쉬는 여린 숨에 촉수를 세우고 두 손을 모은다.”
---p.21

“아무런 회한도 개탄도 싣지 않은 무미건조한 음성, 이제 논농사를 그만두려 한다는 말. 그에게 논은 온몸과 마음이 한데 버무려져 살아 낸 세월의 다른 이름이었기에 애달프고 아프게 다가왔다. 논농사를 놓기까지 혼자 얼마나 오랫동안 어둠 속을 더듬으며 애태웠을까. 아무것도 물을 수 없었다. 나도 그처럼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받고 우리는 다른 이야기로 주섬주섬 넘어갔다.”
---pp.60~61

“외할아버지도 엄마도 극심한 가난 속에서, 똑같이 눈물겹게 가난한 이웃과 온기를 나누며 살았다. 서로 나누었기에 살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서로 기대어 살았기에 눈물 삼키며 또 하루를 견딜 힘을 얻었을 것이다.”
---p.115

“한정된 시간에 무엇을 할지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에 깨어 있고 싶다. 앞서 나가는 마음을 몸이 따라잡지 못해 헉헉댈 때 몸을 다그치는 걸 멈추고 마음을 돌려세워 봐야지. 어둠에 젖어 드는 마당 툇마루에 앉아 별과 달을 바라보며 내가 쉬는 숨을 가만히 느껴볼 때처럼 마음과 눈을 맞추고 천천히 걸어봐야지.”
---p.156

“친구는 서로의 삶을 공유하며 낯설고 새로운 문을 함께 열고 걸어가 보는 존재다. 서로를 격려하고 세워 나가며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으로 발돋움하도록 마중물을 붓고 끝까지 달릴 수 있도록 결승 테이프까지 손잡고 뛰어가는 이들이다. 친구들 옆에서 나도 친구가 되어 가는 중이다.”
---pp.171~172

“나를 스쳐 간 이들에게 나는 일상에서 무엇을 나누며 살고 있을까. 기쁨과 따뜻함을 건네며 살기보다 받기를 바라며 살고 있지 않은가. 면과 실, 나는 자책하고 반성하고 한숨을 쉬다가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했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고 지금도 잘 살고 있다고. 큰 것을 이루지 못한 것을 한탄하지 말고 작은 일에 정성을 기울이고 마음을 나누며 살자고 했다.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꽃은 널려 있고 사소한 데 있으니 상쾌하고 즐겁게 나아가 보자 했다. 자신에게도 꽃을 건네고 날갯짓하는 새들을 바라보며 걸어가자 했다.”
---pp.177~178

“교실에서 내내 잠에 빠졌던 아이들이 날쌔게 푸른 하늘을 향해 내달리는 모습이 경이로웠다. 아이들 각자가 자기 안에 잠자고 있는 처진 날개를 교실 안에서도 빛나게 펼 수 있게 돕는 것, 아이들이 자신의 삶과 마음을 되짚어보고 한 걸음 내디딜 수 있게 손을 잡아 주는 것이 내가 학교에 있는 이유일 것이다. 아이들의 시와 그와 관련한 수필을 읽으며 아이들이 새롭게 다가옴을 느낀다. 이제 내가 다가갈 차례다.”

---p.258

출판사 리뷰

사소하고 여린 것들에 눈을 돌리고

1부에는 대도시를 떠나 지리산 중턱에 집을 짓고 농사지으며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살아가려 애쓰는 일상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그려져 있다. 농사일과 겹쳐지는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의 풍경들, 들깨, 마늘, 양파, 감나무, 배추와 김장, 눈 오는 날에 얽힌 사연들, 강아지 순둥이와 산이, 마당을 공유하는 고양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는 그렇게 “흙을 만지며 가꾸는 일”을 우리 모두가 시작하고 “냉장고와 승용차”를 줄이고 “사소하고 여린 것들에 눈을 돌리”는 것이 지구 위에 깃들어 사는 생명들이 함께 위기를 견뎌 낼 출발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실낱같은 희망을 가져 본다.

하지만 흔히 아름답게 그리기 일쑤인 귀농 생활에 대해 솔직하게 현실을 말하기도 한다. “논매기는 내가 해 본 농사일 중 두 번 다시 하기 싫은 끔찍이도 고된 일”이라고 고백하고, “자급자족과 유기농에 대한 꿋꿋한 자부심으로 이십여 년 이상” 논농사를 해 온 남편이 “낭떠러지에 내몰려” 논농사를 포기하게 된 사연도 털어놓는다.

엄마, 친구, 이웃 ― 우리를 키운 그물들

2부와 3부에는 가족과 이웃, 벗들에 대한 좀 더 내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무리 일찍 일어나는 날도 나보다 먼저 일어나 “뜨끈한 국 한 사발”을 먹였던 엄마. 전교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발령 4개월 만에 직위 해제를 맞고 파면당했지만, 아무런 내색 없이 새벽마다 시장에 나가서 어두우면 돌아와 저녁을 지으셨던 엄마가 차려 준 밥상을 받으며 사 년 반 해직 기간을 보냈던 저자에게 엄마는 버팀목이었다.

남의 집살이를 면하지 못했지만 몸담아 사는 그곳을 최고의 보금자리인 듯 가꾸었던 엄마, 극심한 가난 속에서도 엄마를 홀로 키운 외할아버지, 엄마의 고단한 삶에 따뜻한 이웃이 되어 주었던 세필이 아지매, 어려운 형편과 자식들에 대한 고민까지 솔직히 나누는 오랜 친구들까지, “세상의 맵찬 바람”을 함께 막아 주며 서로 돌보고 기대어 살아온 이들은 저자를 키운 ‘그물’이었다.

아이들의 손끝이 향하는 곳

4부에는 학교와 제자들에 대한 글을 묶었다. 대구, 하노이, 산청, 함양 등에서 서른 해 남짓 교사로 살아왔지만 저자는 스스로 어떤 선생인지 늘 묻고 돌아본다. 다른 공부를 하려던 시절도 있었지만 “교사가 얼마나 매혹적인 일을 하는지 알게 되자” “교사가 하는 일을 사랑하게 되었고 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고백하며, “선생님이란 호칭이 담고 있는 엄정함과 앞서 살아 낸 자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교사로 살기 위해 노력한다.

지역의 명문고부터 면 단위의 작은 학교와 특성화고까지, 다양한 학교에서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 왔다. “한 명 한 명 알고 보면 하나같이 힘든 시간을 견디며 살아왔고 그 시간을 간신히 버티고 있”는 아이들을 이해하려 애쓰며, 함께 시를 읽고 쓴다. 책에 실린 학생들이 쓴 시에서는 그들의 삶과 빛깔이 생생하게 배어 나오며, “아이들이 자신의 삶과 마음을 되짚어 보고 한 걸음 내디딜 수 있게 손을 잡아” 준 교사의 사랑과 노고가 느껴진다.

아직 서로를 보듬고 위로할 수 있다고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사소하고 여린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머나먼 세월을 근근이 이어 온 수많은 옛사람들과 뭇 존재들에 기대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을 위해 따뜻한 등불을 밝히는 위로와 기도이다. 먹고사는 일에 매이고 경쟁에 치이는 현실에서, 작고 소중한 것들, 아끼고 사랑하는 것들을 돌보고 오래 지키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은 다정히 손을 내민다. “지난날의 아픔과 쓰라림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함께 별과 달을 바라보며 소중한 것들의 여린 숨에 가만히 귀 기울이자고, 마음과 눈을 맞춰 함께 천천히 걸어 보자고.

추천평

여기 『측백나무집 등불을 켜고』라고 하는 보통 사람의 보통 삶의 이야기가 있다. 어린 시절, 어른 시절, 시골살이, 도시살이 이야기, 가난한 시절, 먹고살 만한 시절, 그리운 시절, 잊고 싶은 시절 이야기 등 보통 사람이 살아온 온갖 희로애락의 이야기를 매우 진솔하게, 담백하게, 잔잔하게, 아담하게, 향기롭게, 예쁘게 차근차근 풀어 그림처럼 보여 주고 있다.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는 평범한 이 사람의 아름다운 삶,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이 사람의 격조 있는 삶을 나는 인간 붓다, 시민 붓다의 삶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참 풍요롭다. 소박하다. 예쁘다. 향기롭다. 참 좋고 고맙다. - 도법 스님
리뷰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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