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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 시절이 가네 · 008
간이역 연꽃 첫 신춘문예와 나 한 시절들이 가네 금일봉 가끔 고쳐 쓰는 연보 2 그해 그즈음 · 045 전단지가 있는 풍경 소심하게 한마디 봄 꿈 음식은 사랑을 싣고 그대에게도 행복이 두렵다 6월의 말 한 마디 진창길의 추억 가훈 무궁화 심는 사람 남몰래 흘리는 눈물 미안하다, 미안하다 3 한담 · 070 집은 대단해 유년 몇 가지 기억 소설가의 힘 제정신이 아녀 양가감정 오늘은 저절로 무념무상 4 바보 같은 나의 육아 · 090 즐거운 게임 안 돼도 좋다 남자 보는 눈이… 엄마가 잘못했지 5 부모 그리고 고향 · 113 아버지의 감나무 웃던 엄마 엄마의 편지 엄마의 나이 유일한 나의 돈줄 정신기 안나 소전 개펄은 살아있다 고향을 생각한다, 생일에 6 생활 속에서 · 150 내가 좋아하는 생활 평범함에 관한 소소한 술회 주머니 설거지를 하며 가장 소중한 것 놀라운 능력 모년 모월 모일 생각의 무서움 모두 한 시절 아프니까 횡설수설 7 자식 · 190 무엇이 걱정인가 성탄절 이야기 아무도 모른다 딸과 헤어지는 밤 효자♪의 방랑기 청출어람1 청출어람2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네티즌 선정 티베트 사자의 서 또다시 고마운 날 8 형제 자매 · 224 이모의 선물 제망매가 그 우미령 씨가 아닙니다 제부 현옥 9 사랑과 행복에 관하여 · 239 실연당한 나 인어공주 운명 행복의 어려움 행복한 위험 스승열전 10 사람이란 것 · 264 하늘 그들은 무엇인가 사람 말의 나라 11 생명들과 함께 · 277 옆집 강아지 이별 아기참새 뽀뽀 어떤 예의 거룩한 비둘기 경칩두꺼비 12 약간 사회시사 그리고 각종 기도 · 301 순진무구 김조광수 그의 어머니 어쩌면 하찮은 깨달음 하나 염세적 낙천주의자의 기도 용기를 위한 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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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자는 새벽에 일어나 싱싱한 공기를 마시며 마당을 쓸어 봐도 좋을 것이다. 눈부시게는 아니어도 잘 바랜 옥양목 같은 빛깔을 여자는 뽐내며 걸어야 한다. 상처의 흔적이 대니얼 호손 주홍 글씨의 에스터처럼 A자 모양으로 빛나고 있대도 상관없겠다. 아침 기차를 타고 가면 안개가 뽀얀 간이역이 있다. 도로변의 ‘안개 지역’이라는 안전 팻말이 도리어 안개를 부른다. 안개는 때로 이슬비가 되고 장마의 예감을 가져오기도 한다. 장마철에는 거의 안개를 볼 수 있다. 창에는 사람들의 숨결이 어리고 솔솔 물방울로 흘러내린다. 얼마나 많은 이들의 생명이 창에까지 다가왔다 덧없이 스러지는 것일까. 아마 오늘은 춥지 않으리라, 그러나 비가 올까 걱정이다.
(1976) --- 「간이역」 중에서 혁민이가 황순원 선생님께 인사하러 갔듯, 쑥스럽긴 하지만 나도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자취집 주인아저씨께 인사하러 갔다. 자취집 주인아저씨는 김우종 선생님이다. “아니, 우 양이 웬일이야?” “선생님 저 신춘문예 됐잖아요.” 선생님은 고개를 갸웃하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러곤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얼굴로 재차 갸웃하였다. “우 양. 우 양도 글 썼댔어?” 그 참, 그 참, 하시다가 아차 잊었구나 싶었는지 한마디 하셨다. “아 참. 축하해 우 양.” (2008.11.28.) --- 「신춘문예와 나」 중에서 종교를 떠나 교황의 길지 않은 4박5일 행적에 정말 따뜻했다는 고백이 넘친다. 무더위였건만 우리 내심은 그렇게 추웠던 게다. 더구나 힘없는 우리로서는 위로할 마땅한 방도가 없던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 앞에 교황은 몇 번이나 멈추었다. 우리나라 행정책임자도 아니건만 그분이 귀를 기울인 일만으로도 많은 이들은 그저 안심하였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34일째 단식 중인 ‘김영오’씨의 한 손을 교황이 두 손으로 포개 잡은 시각. 교황이 잡은 손의 주인은 부당하게 고통 받는 이 땅의 아프고 슬픈 모든 이였으리라. 그들이 조금이라도 위무 받았으리라는 짐작에 서럽고 뜨거운 그네들 눈물이 전이돼 와 우리네도 마음과 눈물 둑이 무너지고 미어져 눈물이 번졌다. (2014. 8. 18) --- 「남몰래 흘리는 눈물」 중에서 국민학교. 6년 내내 어리둥절하였다. 다른 아이들보다 늘 늦되었다. 친구들은 대개 똘똘했고 세상 이치에 밝아보였다. 혼자만 앞이 노상 안개였다. 알 수 있는 세상사가 없었기에 걸핏하면 눈물이 나왔다. 아, 왜 나만 모르는 것일까. 친구가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마음은 자주 다른 데에 가 있었다. 좋아하던 오빠가 잘 부르는 노래를 혼자 많이 불렀다. 새싹 트는 봄이 오면 나는 돌아가리라/산과 들이 잠을 깨어 푸른 옷 갈아입고…. ‘로키 산의 봄’ 노래 제목을 알아내는 데만도 시간이 걸렸다. 중학생이 되어서야 알았다. 우리 엄마가 좋아하며 잘 부른 노래를 나도 좋아한다. 엄마가 좋아해서인지, 나도 그 노래를 좋아해서인지 이제 와서는 구분이 안 된다. 엄마가 일을 하면서, 더러 우리 형제들을 재우면서 해준 자장가. 잘 자라 우리 아가 앞뜰과 뒷동산에-모차르트 자장 자장 우리 아기 자장-슈베르트 자거라 자거라 귀여운 아가야 꽃 속에 잠드는 벌 나비같이-이흥렬 잘 자라 내 아기 내 귀여운 아기-브람스 노래하며 지난 장면들을 떠올린다. 어제 그제는 블로그 안부 게시판에 올라온 옛 인천공설운동장 자리를 보면서 아득하게 잊었던 어느 여름이 문득, 갑자기, 그러나 아련하게 떠올랐다 (2007 06 05) --- 「유년 몇 가지 기억」 중에서 바깥이 어둑어둑했다. 자식이란 길러봤자 부모에게는 어떤 이득도 없는 것.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자 아버지는 둘째고 아이들이 걱정되어 조바심이 쳐졌다. 털모자를 뒤집어쓰고 감나무를 찾아 나섰다. 감이야 사서 먹으면 되지. 몇 푼이나 한다고. 이런 날씨에…. 진눈깨비로 지척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아이들의 드높은 말소리가 노래처럼 들려왔다. “할아버지! 또 하나 땄어요! 쉰 두 개예요!” “그래그래. 우리 도연이가 아주 잘 따는구나. 그렇지! 그렇게, 거기서 살짝 잘 돌려야 해. 팔 안 아프냐?” “팔이 아프긴 한데요, 괜찮아요.” “보자. 그만 가도 되겠다. 네 옷이 다 젖어 안 되겠다.” “꼭 한 개만 더요, 한 개만 더하고요!” 가까이 다가가서야 사람들 얼굴이 보였다. 그 속에서 어떻게 꼭대기에 있는 감을 분별해 따고 있는지 놀라웠다. 어둠 속에서도 얼어서 빨긋 빨긋한 아이의 두 뺨이 보였다. (1991. 11. 13) --- 「아버지의 감나무」 중에서 지난주 일요일 아침, 전화벨이 울렸다. 엄마다. 다른 많은 집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전화는 대체적으로 길다. “이십오일이 은퇴 미사인 거 알지?” 물론 11월 25일에 인천 답동성당에서 몬시뇰이 된 신부님 은퇴 미사가 있다는 걸, 내가 알고 있다는 걸, 엄마도 안다. 내가 가려고 해도, 그 시각이 너무 일러 못 간다는 사정도 알고 계신다. 그러면서도 그런 전화를 하는 것이다. 전화를 한 엄마는 운다. 마음이 너무너무 아파서 이렇게 자꾸 눈물이 나온다며 울음을 섞어 한 이야기를 하고 또 한다. 당신들의 늙음이 마음 아픈 게다. 꼭 신부님만을 지칭하는 건 아니리라고 나는 짐작한다. “신부님이 벌써 은퇴라니, 얘, 나는 너무 슬프고 눈물이 나서…. 너도 알잖니. 신부님과 우리가 어떤 사이인지…. 너희들이 삼촌이라고 부르고. 우리에게 세상에 그렇게 잘해주신 분이 어디 있니. 세상에 인연이…. 영국이 어머니 아버지도 너무 고맙고 그립고, 그분들 생각을 하니 또 눈물이 나고, 우리 어머니 생각이 또 나고 보고 싶고….” 엄마는 울고 또 우신다. 그저 참고 들어드리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효도여서 나는 그저 가끔 추임새를 넣으며 듣기만 한다 (2006, 11. 25) --- 「엄마의 편지」 중에서 우리에게는 개펄이 있었다. 질퍽하면서 황량해서 아무것도 살 수 없고, 살아 있는 것이 없을 것처럼 보이는, 끝 간 데 없이 펼쳐져있는 잿빛 광야. 하지만 여리고 작은 손가락으로 한 뼘만 들쳐도 그 안에는 가슴 떨리게 하는 많은 생명이 화들짝 놀라며 숨을 쉬고 있었다. 작은 게, 갯지렁이, 고동, 그 위를 기는 민챙이, 또 그 위를 팔딱 뛰는 작은 망둥이, 짱둥어, 온통 잿빛이어도 살아있음에 분명한 생명들. 집에 돌아가면 귀 아프게 야단을 맞고 더러는 빗자루나 부지깽이에 쫓겨 동네 길로 도망쳐 나올 아이들이었지만 그곳에서 우리는 행복하고 즐거웠다. “야아, 이리 와봐! 맛살이다!” “이리 와봐! 여기 수렁이다. 넓적다리까지 빠진다!” “이번엔 네가 끌 차례야!” 가위 바위 보로 두 손을 잡아끌고 이긴 아이는 엉덩이를 개흙에 깐 채 미끄럼을 탔다. 굴·조개껍데기에 손을 베이고 발바닥이 나가도 상관하지 않았다. 먹을 것을 구한다는 엄숙한 우리끼리의 사명은 저녁노을에 사라져가는 햇살만큼 멀어져있고 놀이에 열중하던 깔깔거리는 높은 목청이 불현듯 어둠에 주눅 드는 시간. 저녁이었다. 고동 몇 개, 작은 게 몇 마리, 민챙이 몇 마리를 깡통에 담아 터덜터덜 걸어 되돌아오는 길. 악마처럼 시장기가 엄습해 오고 누구네 밭인지 모를 수수밭, 혹은 조밭에서 여물지 않은 이삭을 비벼 입에 넣었다. 저수지 물에 대충 몸을 흔들어 닦았어도 남아 있는 짙은 잿빛 개흙이 따뜻한 우리 몸에서 밝은 회색으로 말라가고 있었다. (1997.5) --- 「개펄은 살아있다」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은 꿈. 꿈보다 좋아하는 것은 현실. 내 몸을 문대어 살아내는 이 생활과 고단함. 이보다 더 좋은 것은 묵직한 고단함에서 오는 약간의 몸살기. 내가 좋아하는 것은 싸구려들. 비싸지 않게 터트리는 친구들의 폭소와, 지긋지긋하고 질깃한 삼류드라마적인 사랑과 싸고 튼튼한 옷과 싸고 멋있는 술. 그렇다. 솔직히 말하노니 나는 정말은 주변에 가득한 싸구려를 좋아한다. 더더욱 솔직히 말하자면 삶의 부단한 부대낌에서 가루로 떨어져 자칫 찌꺼기처럼 보일 그 보람을 좋아한다. 거기에 동반해 오는, 수십 수 백 번 삶고 빨아 밝은 햇살 아래 깨끗이 말라가는, 낡은 옥양목 같은 평온을 좋아한다. 소박해서 희미하기까지 한, 그저 그렇게 평화로운 나날을 나는 무엇보다 좋아한다. (1979. 4) --- 「 내가 좋아하는 생활」 중에서 어젯밤은 무슨 책을 한 권 읽고 나서 우리 딸이 국민학교 1학년 때 쓴 일기가 문득 생각나 그 일기가 읽고 싶었다. 읽은 책의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기내용이다. 이런 거다. 〈오늘은 우리 집에서 살다 간 또또 생각을 했다. 또또가 왜 우리 집에 왔나. 또또가 왜 갔나. 또또가 왜 죽었나. 또또 생각을 하고 있자니… 생각이란 무서운 것이다.〉 외우다시피 하는 문장이어도 두 눈으로 확인하며 또 읽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 집에 온 또또, 간 또또, 죽은 또또는 다 다른 또또이다. 거북이, 기니피그, 강아지, 오리 등이다. 우리는 애들에게 똑같이 또또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누구 하나만 부르면 편애하는 게 되니까, 모두 자기를 부르는 걸로 여기라고 그랬다.. (2008. 1. 19) --- 「생각의 무서움」 중에서 몇 달 전부터 딸은 불면을 호소해왔다. 아무리 늦은 시각 고단한 채로 잠자리에 들어도 잠드는데 한 시간 이상 허비한다며 발을 굴렀다. “엄마, 무슨 좋은 방안이 없나?” “글쎄… 더 고단하게 몸을 혹사시키다가 자든지.” “아무리 그래도 잠이 안 오는걸.” “잠자리에 들면 생각의 문을 닫아버리는 거야. 많은 생각을 하면 잠이 들지를 않잖아.” “엄마, 그건 불가능해! 나는 생각을 멈추는 게 두려워!” 나는 그만 말문을 닫으며 혼자 웃음을 물고 말았다. ‘생각을 멈추는 게 두렵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치열한 청춘시기가 딸에게 찾아온 것이고, 그러니 그 불면을 내가 어찌 해결해 줄 수 있단 말이냐. 아들은 또 어떤가. 음악인생을 살겠다고 눈만 뜨면 집안을 쿵쿵 시끄러운 음악으로 울려대며 다른 식구는 안중에도 없다. 자주 대화를 하지만 음악에서 벗어나면 큰일이라도 날것처럼 핏대를 세우며 노상 음악이야기이다. 어쩌다 발견한 민들레솜방망이 씨앗을 선물로 들고 들어오던 여릿하고 사랑스러운 어린아이를 상상할 수 없다. 금을 그어 갈라놓은 것처럼 지난해와 올해가 이토록 달라졌다. 이 아침. 폐기해버린 옛날 에세이집을 떠올려내고 그것을 꺼내 들쳐본다. 거기에 두 아이 어린 날의 성탄절 모습이 들어 있다. 이 대목이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딸애는 나에게 물었다. “엄마, 선물은 꼭 물건으로 하는 건 아니지?” “그럼.” 오빠는 동생보다 용돈이 넉넉하니까 이런저런 선물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하는 걸 본 것이다. 동생은 돈이 없으니까 훌륭한 솜씨로 카드를 만들어 아버지에게도 드리고 엄마 책상에도 올려놓았다. 엄마에게는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복잡한 그림과 함께 이런 제목이 붙어있는 이야기카드가 왔다. (2000. 12. 24) --- 「성탄절 이야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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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산문집 비슷한 책을 내고 싶었다. 산문집이면 산문집이지, ‘비슷한’이라니. 글의 깊이와 무게에 자신 없으니 해보는 소리이다. 우물이 깊어야 물맛이 차고 맑고 무겁다던가. 허나, 맨손으로 한 움큼 퍼 올려 마른 입술 잠깐 적시는 옹달샘 물도 반가울 수 있다. 새들과 네 발 가진 동물들이 편히 마시고, 벌과 뱀도 목마름을 달래고 가는 산속 숲속 작은 샘물. 그리고 그대와 나도 잠시 쉬어가는 것인데 이 책이 그렇다면 좋겠다. 어쩌다 작은 웃음보도? 더 바랄 나위가 없을 터이다. 샘으로 가는 길은 소박하고 외지며 때로는 거친 오솔길이다. 나무와 풀과 바람, 구름이 있는 풍경은 가볍다. 이 날까지의 글에서 추려 엮어보니 오솔길로 왔음을 알겠다. 편집인의 한마디 철학적 잠언들로 가득한 문장들이나 근거 없는 확신이나 자기연민에 빠진 산문에 지친 독자들이라면, 여기, 솔직 담백하고 어쩜 어수룩하기까지 한 목소리에 담긴 작가의 글을 따라 아픈 공감과 연대의 여로에 동행해 보기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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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사랑하기 위해 읽는 산문
소설가 우선덕 님의 산문들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젊은 시절의 얘기는 계속 웃게 만들면서도 아련하고 부모님과 외할머니의 고생담과 자식을 위한 희생적인 삶은 저절로 눈물나게 합니다. 작가님의 자녀들을 향한 절대적인 사랑과 주고받는 대화의 내용은 실화인가 싶기도 합니다. 강아지, 고양이, 참새, 비둘기 등 여리고 가엾은 생명들에 대한 보살핌과 애틋함은 또 어떻고요. 이 땅의 민주화에 헌신하셨던 고 김병상 몬시뇰 신부님과 작가님의 가족이 그토록 깊은 인연을 맺고 있었음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어머님께서 김구 선생님을 호위하고 모신 내용도 믿기지 않는 역사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습니다. 제가 아직 젊어서 그런지 20대 때 쓴 산문의 아름다움과 감성에 새삼 놀랐고 그러한 감성을 여전히 지닌 채 편안하면서도 원숙한 필치에 이르게 된 것도 역시 놀랍습니다. 화가이신 아버님의 영향일까요. 글에서 사실감과 색감이 도드라진 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인천의 개펄 이야기는 내용에서도 문장으로도 정말 주목할 만한 글이었습니다. 인천 시민뿐 아니라 과거의 추억과 고향을 갖고 있는 이라면 모두가 읽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 그리고 또 한 가지, 예술을 하는 자녀들을 가진 엄마의 얘기와 심정이 여기 고스란히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엄마는 자녀들을 이해하기 위해 자녀들은 엄마를 이해하기 위해 무엇보다 서로 사랑하기 위해 이 산문집은 여기 존재하고 있습니다. - 권윤지 (화가, 저널리스트, 정치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