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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내며 / 4
1부 성공 경험이 나를 만든다 / 13 박차를 가하다 / 22 전화위복 / 31 복권을 사지 않으면 당첨될 일이 없다 / 40 울트라 마라토너가 되기 위한 궁여지책 / 50 상담부장이 문신을 새기다니 / 56 실패도 재산이다 / 64 삶의 망치 / 71 부자(父子) 철인의 꿈을 이루다 / 79 길이 다 일가친척이라고 / 89 포기하는 것도 용기라지만 / 96 고통도 숙성하면 추억이 된다 / 102 엉겁결에 로또 / 108 2부 학생은 헌혈 부적격입니다 / 121 헌혈 첫 경험 / 125 헌혈이 취미가 되다 / 131 내 취미는 헌혈과 철인3종 / 136 헌혈 명문가, 이웃사랑의 또 다른 이름 / 144 헌혈홍보위원 / 149 스승을 만나다 / 155 셀프 유튜버가 되다 / 159 헌혈이라 쓰고 사랑이라 읽는다 / 163 3부 골든벨을 울려라 / 169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 177 국민 골든벨 / 181 역대 최강자전 / 189 4부 태산명동 서일필 / 197 해피 버스 데이 / 213 행복이 넘치는 사회 / 2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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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철인3종을 검색하고 대한철인3종협회를 찾았다. 자초지종을 설명해서 전북 철인클럽을 소개받았고 모임에 나가서 내가 사는 익산에도 철인클럽이 있다는 반가운 정보를 얻었다. 어렵게 수소문해서 찾아간 자리에서 우리 동네 숨은 고수들을 만났다. 대략 열 명이 조금 넘는 회원들인데 초보 클럽치고 는 한 가락씩 하는 선수들이었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시간의 흐름이 변하고 그 흐름이 삶을 바꾸기도 한다. 적어도 철인클럽 회원들을 만나면서 내 삶의 물꼬가 확 틔었으니 말이다. 누구는 좋은 이웃 가까이에 살기 위해 백만 냥으로 집을 사고 천만 냥으로 이웃을 샀다잖은가. 이따금 ‘어느 구름에 비 들었는지 모른다’라는 말을 한다. 그 운전자가 내 차를 들이받은 덕분에 평생 같이 갈 취미를 만났으니, 그가 단비 든 구름을 가져다 준 셈이다.
---pp.33-34 시간은 흘러 어느덧 새벽 2시. 응원단도 모두 떠나고 길가에 덩그러니 홀로 버려졌다. 가랑비와 안개에 휩싸인 인적 끊긴 산속 길은 적막하기에 그지없다. 모자챙에 꽂은 한줄기 불빛이 안개의 조각을 뚫지 못하고 뿌옇게 몸을 불렸다. 내 시야에 비치는 단 하나의 기둥에 의지해 걸음을 옮기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다리가 아픈 것도, 체력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느낄 수 없었다.그저 기계적으로 팔을 내두르고 걸음을 딛지만, 오히려 머릿속은 맑아졌다. 이런 운동이 주는 매력은 무엇일까. 고통을 넘어 무아 지경에서 나를 바라볼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 사랑하는 부모님과 가족들, 친구들과 직장 일 등이 스쳤다. 앞만 바라보고 달리면서 무심히 지나쳤던 일, 내가 매긴 우선순위에 뒤로 밀려버린 일 등을 떠올릴 때는 부끄러움도 아쉬움도 미련도 많았다. 다가올 시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p.53 그가 덧붙이길, 밭농사도 한 가지 작물만 계속 심으면 땅심이 떨어지고 소출이 적어진다고 했다. 고민 끝에 일단 몸밭을 묵히자고 결심했다. 좀 쉬고 싶다는 몸의 절규를 받아들이기로 하니 마음이 홀가분했다. 운동을 못 해도 몸의 감각은 잃고 싶지 않았다. 결국 동료들이 참가하는 대회를 따라가 뒷바라지하면서 갈증을 달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욕심을 내려놓다 보니 어느 순간 통증이 사라지고 서서히 컨디션을 회복했다. 간절함이 몸을 움직였는지 참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쉬면 낫는다던 명의의 말이 새삼 떠올랐다. 기계는 정지 버튼을 누르면 멈춘다. 이따금 몸에도 정지 버튼을 누르고 충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덕분에 쉼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시기였다. ---pp.76-77 이따금 내게 헌혈증이 필요하다고 다급하게 연락하는 지인들이 있다. 헌혈증을 전달하면서 말을 건넨다. 혹시 헌혈해 본 적 있느냐고. 무심코 “헌혈할 생각 있나요?” “왜 헌혈하지 않나요?” 그러고 나서 너무 잔인한 질문을 한 것 같아 바로 후회한다. 주사, 침, 약물 복용, 해외여행 등 헌혈하지 않을 혹은 하지 못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헌혈해야 할 이유를 단 한 가지라도 찾을 수 있고, 헌혈이 가능하다면 큰 복을 받은 것이다. 난 정기적으로 소매를 걷지 않으면 게으름을 부리는 것 같고 뭔가 죄짓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헌혈을 취미 삼은 직업병 때문이다. 헌 혈하고 나서 나누는 기쁨 덕에 더 행복해지는 법을 알았다. ---p.139 혼자 걷는 열 걸음보다 열 명이 한 걸음씩 보태는 게 더 가치가 있다는 말을 떠올렸다. 여비나 출장비도 없는 회의 참석이었지만 헌혈 증진에 한 몫이라도 할 수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서울행 고속열차를 탔다. 간담회장에는 혈액 전문가와 헌혈을 수백 번 넘게 한 고수들이 전국에서 모였다. 전문가답게 당국의 헌혈 정책에 대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내 차례가 왔고 기차 안에서 다듬었던 헌혈 명문가 제도를 제안했다. “어린이는 지난날의 나, 노인은 다가올 나, 환자, 이재민은 그럴 수도 있는 나입니다. 헌혈은 그럴 수도 있는 나를 위한 생명 나눔입니다. 나 혼자보다 가족과 이웃이 함께 소매 한번 걷어보시면 마음이 훈훈해질 겁니다.” 제도화하기 위해 내 의견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연락 달라는 말을 덧붙였다. 혈액관리본부에서 검토해보겠다고 말은 했지만 여태까지 가타부타 메아리가 들리지 않는다. ---pp.146-147 내게 헌혈이란 단순히 피만 뽑는 게 아니고 꾸준함을 통해 더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는 의식이다. 몸에 밴 이런 습관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힘을 선물한다. 헌혈과 철인3종은 전혀 상관없어 보이지만 내겐 한 줄기에서 피어난 꽃과 잎사귀 같다. 의외로 연관성이 많으니 말이다. 까다로운 헌혈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건강을 지키는 게 필수다. 운 동으로 다진 건강을 나눌 수 있으니 이 둘은 뗄 수 없는 보완관계를 이루고 하나가 빠지면 섭섭할 일이다. ---pp.165-167 그런 소동을 겪으면서 여러 가지를 깨달았다. 막연한 추측과 확인되지 않은 여론에 당하는 집단은 마녀사냥감이 될 수 있다. 진실이 밝혀지더라도 일단 여론에 오르내린 일을 다시 정정하기란 쉽지 않다. 소문이 퍼졌을 때 물고 뜯던 언론은 사실관계가 밝혀진 이후에 대부분 당연한 것처럼 입을 닫았다. 잘못된 여론에 휘둘리고 나면 치욕스럽고 명예를 회복하기 힘들다. 개인이나 집단 모두 다를 바 없다. 그저 의기소침해져 활동에 제약이 따른다. 교감 선생님을 비롯한 전 선생님이 집단지성을 발휘해 부화뇌동하지 않고 학생들을 잘 지도했다는 점을 배웠다. 덧붙여 그들과 한 구성원이었다는 점에 가슴이 뿌듯했다. 역시 옳다는 굳은 신념이 있다면 구성원을 믿고 직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pp.211-2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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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진’이라는 삶의 태도
‘직진’을 택함으로써 예상되는 것 중 하나가 실패일 텐데, 실패를 대하는 저자의 태도도 남다르다. 생업이 교사이지만 가끔은 외부 강의도 나가고 철인3종경기 훈련도 꾸준해야 하는 처지로서는 아무래도 자주 ‘빨리빨리’를 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대회에 나가기도 한다. 그러고 나면 몸은 “퍼석한 몰골”로 지쳐버린다. 하지만 “좋기만 한 일이나 나쁘기만 한 일은 없”는 법이며 이때 몸을 추스르면서 “마음을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감정과 사고가 달라진다.” “준비하지 않으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다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값진 교훈을” 얻기도 한다.(이상 69면) 즉 ‘직진’이라는 것은 성공을 가져다주는 비법이라기보다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을 피하지 않는 저자 나름의 삶의 태도다. 의미심장한 것은 그런데도 직진을 즐긴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교사 생활을 하면서 ‘도전 골든벨’에 연거푸 출연하는 것도, 그리고 교사로서 제자와 함께 출연하는 것도 그 특유의 태도와 낙관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송태규 시인은 자신의 직진하는 태도를 주위에 퍼뜨리기도 하지만 당연히 그것은 강압적인 것이 아니라, 이를테면 ‘나와 함께해 보자’는 권유에 가깝다. 헌혈에 동참하는 방식도 그렇다. “그저 1년에 두세 차례 학교에 찾아오는 날만 헌혈하는 자칭 모범 시민이었다”가 헌혈이 취미가 된 것이다. 철인3종경기와 헌혈이 취미인 경우는 확실히 드물다. “우리나라 혈액 자체 수급이 부족해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말을”(이상 135면) 듣고 시작했다가 헌혈의 보상으로 받는 영화표나 문화상품권을 기부하는 재미가 추가된다. 그러다 보니 2주마다 소매를 걷어부치고 헌혈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제는 헌혈마저 가족과 함께 하는 진기한 일이 벌이지기까지 한다. 결국 이 헌혈 행위도 저자만의 즐거움이 되고 만다. 헌혈은 좋다. 참 좋다. 건강한 사람은 누구에게나 좋다. 좋다는 말을 몇 번이나 더할 수도 있다. 헌혈하면 마음이 편하다. 내게 헌혈이란 단순히 피만 뽑는 게 아니고 꾸준함을 통해 더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다. 몸에 밴 이런 습관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는 힘을 선물한다. 헌혈과 철인3종은 전혀 상관없어 보이지만 내겐 의외로 연관성이 많으니 말이다. 까다로운 헌혈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건강을 지키는 게 필수다. 운동으로 다진 건강을 나눌 수 있으니 이 둘은 뗄 수 없는 보완관계를 이루고 하나가 빠지면 섭섭할 일이다.(142면)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나치게 교훈적이거나 계몽적이지 않고, 그렇다고 무겁거나 비장하지 않은 그저 ‘직진’밖에 모르는 한 인간 유형을 만나게 되거니와 우스개도 없는데 자신도 모르게 웃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마라톤 입문도 그리고 철인3종경기와 ‘도전 골든벨’에 참가하게 되는 경위, 또 헌혈이 취미를 넘어 즐거움이 되는 저자의 그냥 해맑은 태도를 보면서 ‘직진’하는 삶의 태도와 세상에 이로움을 주는 작은 실천이 너무 멀리 있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송태규 시인은 이제 퇴직한 교사지만, 여전히 달리면서 헌혈하는 삶을 살고 있다. 과연 일반적이지는 않은 생활의 모습이지만, 책장을 다 덮고 나면 철인3종경기도 헌혈도 매우 친숙해져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하는 헌혈 행위가 단순한 유희일 수는 없다. 헌혈 행위를 통해서 자신이 빠진 철인3종경기의 중요성을 깨닫는 의식의 되먹임이 생기기 때문이다. 내게 헌혈이란 단순히 피만 뽑는 게 아니고 꾸준함을 통해 더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는 의식이다. 몸에 밴 이런 습관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힘을 선물한다. 헌혈과 철인3종은 전혀 상관없어 보이지만 내겐 한 줄기에서 피어난 꽃과 잎사귀 같다. 의외로 연관성이 많으니 말이다. 까다로운 헌혈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건강을 지키는 게 필수다. 운동으로 다진 건강을 나눌 수 있으니 이 둘은 뗄 수 없는 보완관계를 이루고 하나가 빠지면 섭섭할 일이다.(165~166면) 작가의 말 002년 6월 한일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의 4강 진출은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월드컵이 열리기 전부터 운동 열풍으로 나라가 후끈 달아올랐고 적어도 내 인생 물꼬를 커다랗게 바꿔 놓았다. 그해 4월 14일, 전주와 군산 사이를 달리는 전군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말이 거창해서 마라톤이지 겨우 5km를 달리는데 혼자가 아니라 아내와 아들딸까지 동원했으니 요란이란 요란은 다 떤 셈이다. 요즘에는 그 정도쯤은 슬리퍼 신고도 달린다며 우스갯소리를 하지만 그때 나로서는 큰마음 먹고 한 도전이었다. 맨 먼저 풀코스 주자들이 출발하는데 42km를 완주하겠다고 나선 선수들이 다른 세상 사람으로 보였다. 그날 마흔을 갓 지난 청년은 혀를 늘여 빼고 겨우 10여 리 길을 완주하고 나서 마라톤에 빠졌다. 하나 더. 지독했던 약골이 어쩌다가 헌혈과 동행하고 있다. 이 또한 나이 마흔을 넘어서 맺은 질긴 인연이다. 이제는 피라도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산다. 세상은 온통 눈이 부시다. 오늘도 여전히 달리기와 헌혈에 진심인 분들에게 초라한 이 책을 바친다. -2024년 가을, 익산 용화산 초입에서 송태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