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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1 혼인이 이루어지기까지_ 이상적인 배우자 혹은 새 식구 구하기 첫 만남의 풍경|미남에게 매혹되는 여성들|미남의 상징, 반악|이상적인 사윗감과 며느릿감 2 서로 친해지기까지_ 운명 혹은 필연으로 이루어진 부부의 인연 부부의 정이 돈독하면|머리카락으로 삼은 미투리, 원이 엄마 이야기|삼의당 부부의 첫날밤 대화|남편이 아내에게 준 것들|퇴계 이황의 결혼 생활|부인이 남편에게 준 것들|부부, 전생에서부터 맺어진 인연 3 한평생 해로하기까지_ 첩을 질투하는 부인들의 형상 공경하는 아내, 사랑하는 첩|기생과 첩에 빠진 남성들|소주를 맵게 해서 먹고 죽고 싶다|아내의 질투에 대처하는 남자들|참신한 악녀 캐릭터를 위하여 4 생활이 이루어지기까지_ 살림, 그 수천 가지 자질구레함 험한 시댁 종 앞에서 주눅 들다|끊이지 않는 손님과 제사|무소유를 꿈꾸는 가장|김상헌의 처방|전운사의 재주|경제 활동을 하는 남성들|살림살이에 관여하는 남성들 5 과거에 급제하기까지_ 고시생을 내조하는 아내의 어려움 성공한 양반의 인생|공명이라는 것이 가소롭다|내조와 멘토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다 6 남편이 출세하기까지_ 비범한 여성들의 특별한 내조 바보 남편에게 조언하는 부인|선비의 로망|10년을 내다보는 선견지명|남편의 마음을 다독이는 아내|아들의 출세를 위해 헌신한 어머니|남편은 귀족처럼, 부인은 하녀처럼 7 여가를 즐기기까지_ 아내들의 구경, 외출, 놀이 조선시대 최고의 구경거리, 임금의 행차|길갓집, 장막, 누각에서 엿보다|얼굴을 드러내지 말고 구경하라|여행하는 구차함, 구경하는 불편함|윷 놀고, 꽃 보고, 술 마시며 노는 마님들|금기와 위반의 시소게임 8 재난을 극복하기까지_ 전쟁보다 더 전쟁같이 산 아내들 호랑이를 쫓아간 여성들|아버지와 오빠가 죽고, 조카는 노비로|눈을 녹여 물 마시고, 바닷물에 쌀 씻고|호랑이를 쫓아가는 여성의 두 얼굴 9 삶의 마지막까지_ 살아남은 자를 위한 아내의 상자 애처로운 사랑을 숨긴 상자|재능을 숨긴 상자|삶이란 자질구레함의 총체 나가는 말 참고문헌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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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부인이 구분되는 공간과 역할을 점유한다는 점에서 독립적이다. 그러나 부인을 하나의 역할이나 기능으로 생각하고, 남편에게 종속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문화에서 부부 사이의 대화는 일방적인 소통이기도 했다. 친밀감이란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서로 평등한 상태에서 타자와 감정적으로 의사소통하는 것을 의미한다. 친밀감을 위해서는 대화하는 주체들이 서로 대등해야 한다. 조선시대 부부들은 다른 공간에서 거주하면서 대등하지 못했으며, 이들 사이에 중요한 것은 친밀감이라기보다는 공경과 예의였다. ---p.58-59
한때 자신이 만들어준 의복에 감사하던 남편은 이제는 집안의 종도 의논 한 마디 없이 첩에게 넘기고, 그녀와 함께 술과 노래로 세월을 보낸다. 결국 강씨는 “소주를 맵게 해서 먹고 죽고 싶다”고 한다. 그녀는 소주를 출가한 딸에게 보낸 적도 있다. 딸에게 소주 한 두루미를 보내며, 자기가 먹던 것인데 서러울 때 마시라고 한다. 딸의 시집 생활 역시 서러울 것이라고 짐작하기 때문이다. 강씨에게 소주는 서러운 삶의 동반자요, 죽음의 동반자이기도 하다. ---p.111-112 양반 여성들이 했던 일의 목록은 매우 길다. 여성들은 길쌈과 같은 중요한 생산 활동에 참여할 뿐 아니라 마구간과 담장까지 주관해 두루 처리하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남성이나 하인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일들까지 도맡는다. 가장은 공부 중이기 때문이다. (중략) 행장을 보면, 남편이 선비로서 공부하는 삶을 사는 데 동의하고, 그 험한 길을 가는 데 적극적인 조력자가 되는 부인들이 많이 있다. ---p.150 비범한 여성들이 남편의 출세를 위해 대사를 미리 알려주고 전쟁을 준비시키는 등 눈에 보이는 일들만 했다고 기억하는 것은 그들의 내조를 국한시켜 이해하는 것이다. 현실의 부인들은 무엇보다도 남편이 스스로 자신의 내부를 다잡을 수 있도록 채찍질했다. 이는 앞서 과거 준비생의 부인으로 살아야 했던 많은 부인들이 경험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은 남편이 공부를 해서 입신출세하기만을 바라지는 않는다. ---p.199 구경에는 별다른 소품이나 기술이 필요 없다. 그냥 앉아서 오감을 충족시키기 때문에 편안한 놀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 사대부 여성들의 구경은 그렇지 않았다. 제대로 지켜질 수는 없었겠지만, 숙박이 가능한지 아닌지, 몸을 내놓아도 되는지 아닌지를 결정해야 했다. 때에 따라서는 가장의 처벌을 감수해야 하기도 했다. 집 안에만 있던 사족 여성들은 구경을 위해서 이런 심리적 불편 외에 다른 불편도 감수해야 했다. ---p.230 여성들이 간직했던 상자에는 패물, 편지, 옷감과 옷이 보관되어 있었다. 하지만 한 번 상자에 들어왔다고 주인의 물건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상자의 주인들은 필요한 때에, 필요한 사람을 위해 언제든지 상자를 헐었다. 어떤 경우 상자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물건들, 예컨대 빠진 이 같은 것이 간수되어 있었다. 여성들 자신이 쓴 유서가 발견되는 곳도 상자였다. 여성들이 보관한 상자는 그들의 재주, 그리움, 사랑, 일상에 대한 기록이자 죽음에 대한 기록이기도 했다. ---p.2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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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 관점으로 살펴본 조선 여성들의 결혼 생활과 일상다반사!
예나 지금이나 아내들의 삶은 고단하다. 남편의 내조는 물론 아이의 양육과 교육을 도맡아 하며 달마다 찾아오는 집안의 경조사를 챙겨야 한다. 자질구레한 집안일을 돌보거나 처리하는 것도 그녀들의 몫이다. 번거롭고 까다로운 일들도 척척 해내는 아내들의 모습은 그리 낯설지 않다. 살림과 내조에 한평생을 바친 우리네 할머니 또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선비의 아내로 평생을 보내야 했던 평범한 조선 여성들의 일상을 추적한다. 혼인, 사랑, 첩에 대한 질투, 집안 살림과 경제 활동, 남편 내조, 출세를 위한 헌신, 여가 생활, 재난 극복, 죽음 등 아홉 가지 주제 아래 다양한 문학 사료를 인용하며 조선 여성들의 결혼 생활을 살펴보고 있다. 평범한 일상뿐 아니라 당시 사회적 제도와 여성의 역할까지 현대적 관점으로 내밀하게 들여다본다. 남성 중심사회에서 아내 또는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 조선시대에는 일반적으로 집안에서 정해준 사람과 혼례를 올리고 부부의 연을 맺었다. 양반가에서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윗감은 공적으로 지위가 높거나 출세의 가능성이 보이는 남자였지만, 이상적인 며느릿감은 실제 집안일에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나 살림을 꾸려나갈 능력을 갖춰야 했다. 조선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지켜야 할 규율도 꽤 엄격했으며, 특히 남성들이 기대하는 부인의 역할에 충실해야 했다. 송시열은 〈계녀서〉를 통해 결혼하는 장녀에게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생활인으로서 지켜야 할 사항을 적어 보냈다고 한다. 이덕무는 《사소절》에서 아내는 첩을 둔 남편을 질투하거나 질책하기보다는 걱정하는 것임을 보여야 하며, 윷놀이 등 남녀가 함께 놀이하는 것을 금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자신의 불평등한 역할과 위치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아내들의 사례 또한 찾아볼 수 있다. 남평 조씨는 《병자일기》에서 험한 피난 생활을 보내면서도 생사를 알 수 없는 남편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 자신보다 남편의 안위를 먼저 챙기는 아내의 마음을 묘사하고 있다. 강정일당은 제사상을 차리기 전에 필요한 음식 목록들을 꼼꼼히 적어둔 〈사기록〉을 남겼고, 가난한 살림에도 음식과 술을 어렵게 마련해 과거를 준비하는 남편의 끼니를 챙긴 구구절절한 사연을 편지에 담았다. 내조와 살림, 그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었던 아내들의 진심 남편이 첩을 두어도 질투하지 않고 감내하며, 과거 공부하는 청백리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꾸리며 살아야 했던 부인들을 보면 자칫 시대가 만든 희생양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는 조선 여성들을 불쌍하고 가엾은 희생양으로 볼 것이 아니라, 가장의 책임을 방기하는 남편 대신 적극적으로 집안일을 감당한 사람, 일상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며 자존감과 자부심을 유지한 여성이라는 주체로 볼 것을 강조한다. 선비의 아내들은 죽을 때에야 자신의 재능이나 능력, 소망을 담은 상자 하나를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누군가의 인정을 바라지 않고 소박하게 삶의 짐 지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아내들은 죽는 날까지도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조선 여성들의 일생은 자질구레하고 평범했지만, 이런 일상이 모여 특별한 삶을 만들었다. 우리가 내조와 살림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선비의 아내들을 다시 조명해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