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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나를 돌아보고, 돌보는 글쓰기
쓰기 전에 왜 쓰는가? - 나만의 글쓰기 vs 남과의 글쓰기 쓰는 사람 - 누구든 쓸 수 있다 무엇을 쓸까 - 내가 많이 알고, 잘 하는 걸 쓴다 개성 있는 글쓰기 - 내가 가는 곳이 길이다 쓰기 글 쓰는 근육 키우기 - 매일 A4 한 장은 채울 결심 글 쓰는 공간 - 집에서, 가끔은 카페에서 글 쓰기 위한 부스터 - 커피, 음악, 펜? 뭐든 나를 도와다오 남들은 어떤 걸 쓰나? - 가끔 서점에 들른다 뭘 하면 좋을까? - 경험이 글이 되는 법 눈팅의 힘 - 취향에 맞는 뉴스레터 검색의 신 - 공들여 찾아서 남 주는 즐거움 | 메모의 힘 - 쓰고, 찍고, 저장하기 일상에 대한 관심 - 내 옆에 있는 글감 찾기 독서의 즐거움 - 왜 책을 읽는가? 독서의 하이라이트는 밑줄 - 읽고, 생각하고, 정리하라 독서의 또 다른 효과 - 필사를 하면 필력이 는다 어떻게 시작하는가? - 때로는 결론부터 쓴다 어떻게 펼쳐 나갈 것인가? - 3의 힘을 믿자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 - 결론은 간결하게 문장의 길이에 대한 고민 - 짧아야 명료하다 문장은 쉽게… - 독자는 중학교 2학년이라 생각한다 말과 글 - 말하듯 쓰라고? 재미있는 글 - 위트는 나의 힘 인용 - 유명한 인용문은 치트키 단어 수집 - 멋있다, 맛있다, 좋다, 말고… 수동적 표현 자주 쓰는 분들 - “따끔하실게요” 부사의 맛 - 적인가 동지인가? 제목은 - 직선 코스의 길잡이 SNS - 타이밍이 중요한 SNS 글쓰기 블로그 - 기록해야 기억한다 일기는 솔직하게 - 블로그는 T스럽게 쓰고 나서 팩트 확인 - 글도 숙성시켜야 맛있다 맞춤법, 띄어쓰기 - 연인을 확 깨게 하는 오탈자 용어 선택 - ‘커피’는 맞고, ‘밀크’는 틀리다 에필로그 술술 읽히는 에디터의 글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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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고민을 통해 얻은 결론은, 글쓰기란 독서, 필사,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내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글로 표현하는 것이다. 살면서 매일매일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 한데 그 정리를 할 때 글쓰기가 참 유용하다. 머릿속이 수만 가지 생각으로 복잡할 때 그 생각들을 하나하나 글로 옮기다 보면 어느 순간 실마리가 보이기도 하고, 생각들이 연결되기도 하고, 그사이에 잊고 있던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서 머릿속이 훤하게 정리되기도 한다. 그렇게 적어놓은 글들은 하나하나 쌓여 나의 이야기가 되고, 나의 역사가 된다. 생각이 정리되어 글로 나타나다 보니 글을 쓰는 과정 자체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고, 내 영혼을 돌보는 시간이 된다.
---p.06 글을 잘 쓰려면 남과의 글쓰기보다 나만의 글쓰기가 더중요하고, 우선해야 한다고 본다. 나만의 글쓰기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기에 시작하기가 쉽고, 솔직하게 쓸수 있기 때문이다. (중략) 나만의 글쓰기가 편해지면 남과의 글쓰기로 넘어간다. 나만의 글쓰기에서 만족하고 머물 수도 있겠지만 나의 발전적 미래를 위해서는 남과의 글쓰기로 문지방을 넘어서는 용기를 내는 게 좋다. ---p.13 매일 정해놓은 시간에 자리에 앉아 A4 한 장은 채울 결심으로 글을 쓰는 연습이 필요하다. 나중에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글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래도 계속해 본다. 매일 글을 쓰는 데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먼저 3일, 일주일, 한 달, 3달 이렇게 늘려보자. 어느새 폴더 하나가 가득 차 있는 뿌듯함을 맛보게 될 것이다. 폴더가 하나씩 늘수록 내 자신감도 커지고, 글솜씨도 점점 좋아질 것이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으니까. ---p.43 글을 쓴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세계적인 작가들도 글을 쓰는 것이 쉽지는 않았는지 스탕달Stendhal은 아침마다 프랑스 법전을 두세 장씩 읽고 나서 글을 썼다고 한다. 골치 아픈 법전을 읽다 보면 머리가 맑아져서 글을 쓸 수있었다고. 작가들이 글이 안 써지는 상황을 ‘라이터스 블럭Writer’s Block ’이라 표현한다. 그야말로 담벼락에 부딪힌 듯한 상황이라는 것. ---p.51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면 정말 책이 많다. 내가 남아 있는 인생 동안 여기 있는 책 중 몇 권이나 더 읽을 수 있을까 생각 하면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거린다. 나만 빼놓고 이 세상 사람들이 매일같이 하루에 세 권씩 책을 쓰는 것도 아닐 텐데 세상에는 책이 참 많다. 책으로 가득한 서가 사이를 거닐다 보면 굳이 책을 뽑아서 읽지 않아도 왠지 기분이 좋아지고, 가슴이 뿌듯해지며 내가 아주 지적인 사람이 된 것처럼 어깨를 으스대며 걷게 된다. 책에서 나오는 독특한 향기가 꿀벌의 ‘페로몬’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일까?. ---p.56 글감을 정할 때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도서관의 서지 분류 방식으로 카테고리를 나눠보는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세계, 과학, 언어, 역사, 예술(음악, 미술, 영화 등), 운동, 환경, 건축, 교육, 여행, 요리, 패션, 심리, 육아, 도서 식으로. 거기에 트렌드, 테크, 비건, 반려동물, 식물, OTT, 게임, 일상, 마케팅 등 최근 트렌드 키워드까지 넣어 분류한 뒤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동그라미를 치고 거기에서 곁가지를 쳐 나가는 식이다. 내 경우에는 그중 하나가 ‘일상’이라는 카테고리다. 가장 접근이 쉽고, 이야깃거리가 많다. ---p.85 불필요한 송장도 붙이기 싫어 초반에는 주소를 일일이 손 글씨로 써서 보냈는데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쓸 때면 꼭 편지를 쓰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마지막으로 상자의 겉면에는 고유의 제작 번호를 새겨 넣었다. 유통기한이 없는 가방이지만 인화지 봉투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것을 기억하기 위해 제작 연도를 기록해두기 위함이다. 재재프로젝트라는 브랜드가 왜 탄생했는지, 어떤 마음으로 제작했는지, 소비자의 손에 닿는 순간까지 나의 진심이 오롯이 전달되기를 바랐다. ---p.87 글이 안 써질 때를 보면, 대체로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거나 아주 잘 쓰고 싶을 때이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면 글이 산만하고 어려워지고, 부담을 갖고 쓰면 글에 힘이 들어가 술술 읽기 어렵다. 하고 싶은 말 중에 순위를 정해 두어 가지만 고른다. 나머지는 다른 기회에 쓰면 된다고 생각하고 가차 없이 버린다. 누가 본다는 부담도 떨쳐버린다. 내 글에 믿음을 갖고 누가 보든 거리낄 게 없다는 당당한 태도를 가지면 된다. ---p.109. 글을 쓸 때 자주 듣는 조언 중 하나는 ‘문장을 짧게 쓰라’는 것인데, 문학사적으로 의미 있는 이 두 문장만 놓고 보면 문장을 짧게 쓰고 길게 쓰고는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길든 짧든, 잘 쓰면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글을 쓰는 거라면 가능한 한 짧게 쓰는 게 좋다. 찰스 디킨스 정도는 되어야 숨쉴 틈 없이 몰아치는 문장 속에서도 글이 길을 잃지 않고 책 전체의 내용을 암시하는 압도적 감동을 줄 수 있는 법. 보통 사람의 경우 저렇게 쓰면 문장 속에서 주어와 서술어를 맞추기가 어려워 지고, 수식어와 비수식어의 구분도 모호해져 결국은 길을 잃기가 십상이다.. ---p.124 요즘은 세상이 더 좋아져서 챗GPT로 검색을 하는데, 눈깜짝할 새에 주옥 같은 명언들을 한 번에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글쓰기 관련 명언을 추천해달라’고 명령어를 넣으면 이런 인용문들이 나온다. “쓰기는 독서의 반대이다. 독서는 정신을 채우는 과정이지만 쓰기는 그것을 비우는 과정이다.” 쥘 르나르 Jules Renard 「The Journal of Jules Renard」 ---p.150 늘, 굳이, 반짝반짝. 이 단어들은 수시로 내 글에 등장해서 때로는 문장을 간략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 문장에 생기를 불어넣기도 하고, 다소 냉소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데 힘을 보태기도 한다. 글쓰기에 있어서는 색깔이나 모양을 나타내는 형용사보다 대우를 못 받는 부사지만 필요에 따라 적재적소에서 힘을 주고, 맛을 더하는 게 부사다. ---p.166 나에게 블로그 작업은 일종의 복습이다.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거니까. 블로그 포스팅 작업을 하다가 가끔 현타가 오기도 한다. 내가 이미 다녀온 곳이고, 이미 알게 된 것을 이렇게 열심히 복습하는 이유가 뭘까? 사진 저장은 외장 하드에 날짜별로 폴더 만들어 저장되어 있으니 시기만 기억하면 스마트폰 일정표와 일기를 뒤적거려서 금세 찾을 수 있고, 정보는 인터넷에 다 있는데 굳이 이렇게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며 정리할 필요가 있을까? 그래도 시작한 일이니 꾸역꾸역 마무리를 한다. 그리고 나서 다음날 블로그를 열었을 때 지인들이 ‘정보 잘 봤다’는 ‘댓글’을 올려준 걸 보면 뿌듯함에 또다시 ‘새 글쓰기’를 클릭한다. ---p.181 층층시하의 검열 과정을 거치면서 기자의 원고는 읽기 쉽고 균형 잡힌, 제대로 된 좋은 기사가 된다. 그 시절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는 거니까. 이제는 어떤 검증 과정도 거치지 않고 내가 쓴 글이 세상에 바로 나가니 편하고 자유롭긴 하지만 내 글에 대한 객관성이나 정확성을 확신할 수가 없다. 그래서 가끔은 예전 검열관들이 다시 나타나 군데군데 딸기 한두 송이를 달아줬으면 할 때가 있다. 빨갛고 싱싱한 것으로. ---p.2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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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글쓰기는 정말 귀찮고 너무 비효율적인 일이다. 그것은 쓰는 데 일관되게 게으른 나의 변명이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모든 사람이 나처럼 글쓰기의 답을 찾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처음 에디터로 일할 때, 부모가 방치하면 아이는 알아서 자라듯, 나도 알아서 기사를 썼다. 내가 만든 암묵적인 규칙으로 글을 탐색했지만 회의도 컸다. 나의 이상한 문장과 철학이 누구에게 소용될까. 『글을 쓸 결심』을 읽고 나니 뭔가 억울했다. 시간의 뒤로 돌아가 그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나는 톨스토이가 되었을 텐데. 글로 원하는 것의 부끄러움을 몰랐을 텐데. 글쓰기가 초대하는 즐거움과 고통을 잘 버무렸을 텐데. 이 책에서 글쓴이는 바로 내 옆에 앉아 참을성 있는 양호 선생님처럼 글로 세계를 해석하는 법을 낱낱이 일러준다. 기자로서의 겪음과 호기심, 사색과 예시, 그때와 지금을 아우르는 접근법은 밀도만큼 흥미진진해서 꼭 즐거운 글쓰기의 마스터클래스에 간 기분이 들었다. 전에는 글쓰기가 내 자신의 사회적 존재를 주장하는 유일한 일이란 게 싫었다. 지금 나는 쓰는 과정과 탈출의 감각, 단어와 단락과 페이지까지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당장 글쓰기라고 부르는 외로운 여정에 뛰어들고 싶다. 왜냐하면, 나는, 『글을 쓸 결심』을 읽었으니까. - 이충걸 (칼럼니스트, 에세이스트, 장편 『너의 얼굴』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