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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 마마
한지승
스토리가든 2024.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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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01. 사람을 살리는 일
02. 내가 잘하는 일
03. 클라라
04. 나는 트랜짓(transit), 환승 중입니다만
05. 범죄 전문 통역사, 김문희
06. 감사한 일, 좋은 일, 가슴 떨린 일
07. 루이스, 루이스, 루이스
08. 사랑합니다. 김문희도, 우에무라 에이키도
09. 북관대첩비
10. 마마 vs 마마
11. 그리고 살아간다
에필로그

저자 소개 1

영화감독을 꿈꾸고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해 금관 영화제, MBC 단편 영화제 등에서 연출상을 수상, 29살 이른 나이에 영화 [고스트 맘마]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으로 데뷔해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 [재밌는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 요] 등을 제작하기도 했으며, 영화 [하루]로 대종상 감독상을 수상하고, 손예진, 감우성 주연의 드라마 [연애시대]를 연출해 명품 드라마라는 신조어를 만드는 등 작품 활동에 매진하다 고려대학교, 추계예술대학교에서 후학을 가르쳤다. 현재도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등 꾸준히 영화, 드라마 창작 작업을 병행하면서 글로 세상을 만드는 기회를 접하게
영화감독을 꿈꾸고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해 금관 영화제, MBC 단편 영화제 등에서 연출상을 수상, 29살 이른 나이에 영화 [고스트 맘마]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으로 데뷔해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 [재밌는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 요] 등을 제작하기도 했으며, 영화 [하루]로 대종상 감독상을 수상하고, 손예진, 감우성 주연의 드라마 [연애시대]를 연출해 명품 드라마라는 신조어를 만드는 등 작품 활동에 매진하다 고려대학교, 추계예술대학교에서 후학을 가르쳤다. 현재도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등 꾸준히 영화, 드라마 창작 작업을 병행하면서 글로 세상을 만드는 기회를 접하게 되어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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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2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448쪽 | 145*210*30mm
ISBN13
9791199031913

책 속으로

“배가 옵니다!”
누군가가 낮게 소리치자 형사들은 항구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근데 나도 뛰었다. 놀라서 도망가는 뜀이 아니라 마약 밀수범을 잡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형사들과 함께 뛴 것이다. 이유는 나도 모른다. 장담하는데 이런 상황이면 여러분도 뛴다. 뒤에서 추월하던 호사카 형사도 나를 한번 힐끗 보고는 뛸 만한 사람이 같이 뛰는군, 하는 표정으로 앞질러 나갔던 걸 보면 이유가 중요한 게 아니었나 보다.
--- p.28

“배 안 고파요?”
엄마의 빨간 유전자가 작동해 뭘 좀 먹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유학생에게 다가가 한 말이었다. 일어가 서툰 그를 위해 영어로 물어봤던 것 같다. 당연히 나의 느닷없는 질문에 놀란 눈으로 경계하는 그에게, 우리 집에 가서 따뜻한 밥 한 끼 같이 하자고 말했다. 후원 가정을 할 형편은 아니지만, 식사 정도는 대접할 수 있다고, 보답은 들고 있는 우산을 씌워주면 된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그 말에 마음이 풀렸는지, 그 착한 인상에 미소가 그어지며 ‘땡큐’. 요사밧토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 p.51

“일본어 할 줄 아세요?”
“아뇨, 모릅니다. 근데 한국분이세요? 한국 사람 맞으시죠? 고향이 어디세요? 아, 이런 데서 같은 나라 사람을 만나니까 너무 반갑,”
“조용히 하시구요.”
순간 나도 모르게 뱉어낸 차가운 대꾸에 내가 더 놀랐다. 정말 아끼노 형사의 피가 내 안에 흐르고 있는 걸까? 그 말을 들은 밀수범 역시 당황한 얼굴이었고, 처음 보는 내 정색한 표정에 아끼노 형사도 살짝 긴장하며,
“무슨 말이었는지……”
“또 고향을 물어보길래…… 조용히 하라고……”
--- p.61

“특히나 마약 밀수범이 이렇게 임산부인 경우에는.”
머릿속에 종이 울렸다. 임산부라고? 아니 어쩌다? 내가 하겠다는 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 그런 감각도 없이 내 마음속엔 벌써 그녀의 사연이 짠하게 들어와 있었다. 이건 해야 한다. 도울 일이 있으면 도와야 한다. 순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오직 그 생각에만 몰두하고 있었는데, 잠시 후, 난 맛나게 먹은 4인분의 빈 그릇 앞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 p.82

“나리타 공항 세관 브라질 국적의 여자를 마약 밀수범 용의자로 검거했는데, 통역이 없다네요. 마침 세관 직원 중에 브라질 사람이 있어 통역을 시도했는데, 문제는 그 직원이 일본어가 서툴다는 거예요. 전문 통역사도 아니고 그래도 영어는 잘하는 편이라고 해서 급히 문희 상을 찾아오게 됐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트랜짓(transit)이라는 겁니다.”

트랜짓. 환승이란 얘기다. 이건 경찰청이나 우리 통역사들 입장에서 비상사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에 입국해 다른 나라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는 환승 시간 안에 용의점을 밝혀내지 못한 채 잡아두면 불법 구금이 되어 국제 문제가 될 수도 있고, 그렇다고 그냥 보내서 혹여라도 나중에 다른 곳에서 검거돼 이동 경로에 일본이 나오는 날엔 국제적인 망신에 문책을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 p.137

일요일 점심시간, 내가 말한 그 모두를 불렀다. 아끼노 형사, 호사카 형사, 요사밧토, 응옥, 욤비, 카빌라, 루이스 그리고 남편도 외출하지 않고 있길래, 함께하는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국적만 해도 일본, 인도네시아, 베트남, 콩고, 그리고 김문희의 한국까지. 메뉴 선택을 어떻게 했을지 궁금하신가? 처음엔 각국의 음식을 다 해볼까 하다가 너무 쉬운 선택인 것 같아 참았다. 하지만 모두가 함께하는 자리라는 것이 중요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음식, 모두가 익숙해 불편하지 않고 언제 먹어도 모두가 반가울 수 있는 음식이어야 했다. 내 생각엔 ‘만두’가 제격이었다.
--- p.176

노래를 다 끝낸 충외는 마지막 리포트를 마친 학생처럼 한숨을 내쉬고는 나를 돌아보며 웃었다. 흔들렸다. 마음이. 눈에 눈물도 맺혔으려나. 들킬까 봐 고개를 돌려 바다를 보았다. 이런. 하필 노을도 아름다웠다. 이곳이 후지산 뒤로 넘어가는 노을로 유명하다는 것까지 내가 어떻게 대비했겠는가. 난감했다. 그저 붉은 해가 조금만 더 서둘러주기를, 그래서 조금만 더 어두워지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 p.226

우리 일이 이런 일일 줄이야. 앞으로 또 누가, 어떤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려나. 나는 들뜬 미소를 참느라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속으론 이미 환성도 내질러 어깨가 들썩일까 조심했던 것도 같고. 오래전이지만 미안해요, 루이스. 하지만 믿어지나요? 교황님을 통역하다니. 우리가 교황님을. 맙소사.
--- p.239

나는 말할 것도 없고, 포르투갈어를 아는 브라질 사람들은 물론, 법정의 일본인들도 훌쩍이기 시작했다. 이미 이시카와 변호사의 변론을 통해 이들의 사연을 들었고, 루이스가 이들의 대화를 동시에 통역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눈물이 많은 루이스는 이미 콧물을 닦아가며 그들의 감정까지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었다. 판사도 목이 메는지 말을 않다가는, 잠시 후 작게 판사봉을 두드려 정숙하게 하고 차분히 나머지 재판을 이끌었다.
--- p.271

며칠 후, 약속한 날이 왔고 다들 모였다. 만스케가 없는 다들. 부를까도 했지만, 겁먹은 고양이가 식탁 위를 뛰어다니는 모습이 상상되어 포기했다. 평일 낮이니 집은 나만의 비밀스러운 공간이었다. 사카모토와 함께 집으로 들어서는 담당 야쿠자는 내가 생각한 야차 두목의 이미지가 아니었는데, 그때 본 피범벅 야차 때문에 나도 모르게 무지막지한 외모를 그렸던 것 같다. 핏기없는 하얀 얼굴에 살 없는 큰 키는 그냥 위아래로 긴 옷걸이 같은 느낌이었다.
--- p.347

“제가 이 말을 해버렸으니, 이제 제 아내는 저를 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저는 목숨을 걸고 여러분께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돌려줍시다. 그래서 이제 우리 서로 좀 더 자유로워집시다. 야스쿠니 신사가 시작해야 역사가 따라옵니다. 우리 며느리,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우리 집안에 들어와 참 힘들게 살아온 아이입니다. 그런데도 제가 우리 며느리한테 해준 게 하나도 없습니다. 이것만큼은 꼭 해주고 싶습니다. 부디,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깊숙이 머리 숙인 채 한동안 그대로 계셨다는 시아버님의 모습을 전해 듣고, 나는 관계자 앞에서 부끄러움도 모른 채 정말 펑펑 울었다.

--- p.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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