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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모던’― 신의 속박에서 벗어나다
이 책은 괴테의 파우스트 드라마가 철저하게 현대성을 반영한 작품이라는 전제 위에서, 괴테가 ‘현대’라는 시대의 본성을 어떻게 파악하고 평가했으며, 그 이해와 판단이 어떻게《파우스트》에 문학적으로 형상화되었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유럽의 현대는 18세기 계몽주의 이후의 시기로, 당시까지 사회의 구심점이던 기독교 교리와 봉건주의적 사회 체제가 무너지고, 이성과 휴머니즘을 기치로 내건 새로운 세계가 창조되는 변혁의 과정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시대다. 저자는 이러한 낡은 세계의 몰락과 새로운 세계의 탄생, 즉 ‘프로젝트 모던’의 핵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바로《파우스트》의 주인공 ‘파우스트’라고 본다. 이 작품에서 파우스트는 더 이상 신의 보살핌을 받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다. 그는 신의 후견에서 벗어난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로서 자신의 삶과 세계를 능동적으로 만들어나간다. 모든 것의 중심에 선 절대적 주체로서 파우스트는 관찰자인 학자의 길을 버리고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 인류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직접 체험하며, 새로운 유토피아에 대한 열정에 자신을 내던진다. 이제 인간이 ‘역사의 행위자’이자 ‘역사의 능동적 주체’로서 세계의 ‘주인’으로 서는 것이다. 괴테는 이러한 인본주의의 이상을 현대의 본성으로 파악하고 있다. 새로운 세계를 향한 방황과 편력 ― 파우스트의 인본주의의 모험 그렇다면 신의 품에서 벗어난 현대적 인간 파우스트의 새로운 세계를 향한 항해는 어떤 결실을 거둘 것인가? 불신과 회의를 본성으로 하는 현대적 악마 메피스토와 함께 편력에 나선 파우스트는 순박한 처녀 그레첸으로 표상되는 소시민적 목가의 세계와 헬레네로 상징되는 미의 이념 및 순수한 예술의 세계에 차례로 매혹당한다. 그러나 ‘영원한 방랑자’ 파우스트에게는 소시민적 안락함도, 순수한 예술의 세계도 안식처가 되지 못한다. 안정과 정주는 곧 정체이며, 정체는 역사의 주인으로서 미래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현대인에게 아무것도 안겨줄 수 없기 때문이다. 파우스트의 방황은 결국 그의 죽음으로 종결되고, 그는 죽기 직전에 비록 환상 속에서이기는 하지만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한 이상적인 공동체의 모습을 보면서 궁극적인 삶의 의미를 찾는다. 이 유토피아는 신이나 자연 같은 초월적 존재에 의해 주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의 노력과 행동을 통해 쟁취한 이상향이라는 점에서 인본주의적 사유에 이념의 뿌리를 두고 있다. 모순과 갈등으로 빚은 한 편의 비극 ― 인간 존재와 현대의 운명 그러나 파우스트의 유토피아는 인류 역사 발전의 지향점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현실과 유리된 한낱 망상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처럼 서로 대립되는 시각에서 보여지듯이, 긍정과 부정이 혼재된 복합적인 성격은 파우스트의 삶과 그의 드라마 전체를 포괄하는 특징이다. 근원적인 것과 현상적인 것, 실체와 이 실체의 상징물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과 갈등은 괴테의《파우스트》의 구조적 특징이자 인간 존재와 삶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파우스트가 꿈꾼 미래의 비전과 이 비전을 현실에서 구현하려는 그의 행위 사이에 존재하는 모순은, 순수한 이상과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현실에 몸을 던져 적극적으로 투쟁해야 하는 현대적 인간의 조건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독립적이며 자유로운 새로운 인간의 길은 숱한 오류와 모순으로 인해 파멸을 불러올 수도 있는 ‘한 편의 비극’(괴테 스스로 붙인《파우스트》의 부제이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스스로 역사를 만들어나가는 주인의 길을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이 영원한 ‘되어감’으로서의 발전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그것은 비극인 동시에 희망의 드라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