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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말발굽 소리 요란하고, 흙먼지 자욱한데
6장 아름다운 꽃은 꺾이기 십상이란다 7장 달이 지켜보고 있단다 8장 지켜주소서 9장 웃어라, 나의 꽃 종장 혼례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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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칠 것을 대비한다면 언제고 다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이지 않느냐.”
그리 말하는 설찬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짙은 눈썹 사이로 청아하게 반짝이는 사내의 눈동자는 그 속에 보이는 염려와 걱정을 숨기려 더욱 사납게 번득였다. 하지만 그것에 겁을 먹을 단희가 아니었다. 그녀는 되레 약초 가루를 그의 손등에 억세게 뿌리며 웃음을 보였다. 제법 상처에 쓰라린 약초일 텐데도 그의 입에서는 작은 신음 소리 하나 없었다. 그 고집스러움에 단희는 다시 한 번 쓰게 웃음을 보였다. “제가 다치지 않더라도 이렇게 다친 이들을 돌봐줄 수 있지 않습니까? 보세요, 제가 약초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누가 감히 설찬랑께 상처 좀 보자고 달려들 수 있겠습니까? 몸 사리지 않는 당신이니 항상 제가 구비하고 다녀야 하지요.” ---pp.34-35 그렇게 미진부는 다시 몇 번이고 취선에게 값비싸고 진귀한 선물을 보냈다. 그럴 때면 취선은 마치 그의 마음을 애태우듯 몇 개는 돌려보내고 또 더러 몇 개는 받아갔다. 지난번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미진부가 그녀에게 밉보인 것이 있는지라 차마 그녀를 찾아가지는 못했다. 고작 비틀거리는 그 어깨에 손 한번 얹었다고 새끼 빼앗긴 여우처럼 사납게 굴었다. 그 곱디고운 얼굴 위로 참지 못한 경멸과 분노가 보이던 그때가 떠올라 미진부는 이를 박박 갈았다. ---p.103 “밤이 제 속살을 내보이는 때가 언제인 줄 알아?” “예?” “단단한 껍질을 깨고, 이 속살을 보이는 때 말이야.” “…….” 주머니에서 밤 하나를 꺼내 든 그녀가 제 입에 쏘옥 집어넣으며 맛있게 오물거렸다. 새카맣게 탄 부분 하나 없이 고소한 밤의 풍미가 일품이었다. “따뜻한 불 속에서 은근히 익히는 거야. 그럼 어느 순간 또각! 하고 제 껍질을 깨고 나오지. 차가운 것은 결코 스스로 속살을 내보이게 하지 못해. 사람을 녹이는 것은 따뜻함이야. 미휼, 나는 그렇게 생각해.” ---p.186 ‘무슨 일이지……?’ 그녀가 목을 두드리고 심호흡을 했다. 필히 골치 아픈 생각에 빠져 있었던 것이리라. 그리고 그 골치 아픈 생각이 무엇인지, 설찬은 알 것 같았다. 그러던 중 그녀의 시선이 멀리 있는 어딘가로 향하며 다급히 달리기 시작했다. ‘뭐지?’ 설찬은 그녀의 뒤를 쫓아 달리며 앞을 살폈다. 저 멀리 샛길로 사라지는 검은 그림자 하나가 보였다. 순간 가슴 아래로 서늘한 한기가 올라왔다. 설찬은 단희보다 한발 앞서 괴한의 뒤를 쫓았다. 그러나 그는 순식간에 골목 어귀에서 모습을 감췄다.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주변을 살피는 설찬의 눈에 저 어디쯤 떨어져 있는 삿갓이 하나 보였다. ‘벗어놓고 도망간 것인가? 인파에 섞이기 쉽도록?’ ---pp.276-277 때때로 설찬은 손을 들어 단희가 숨을 쉬는 것을 확인했다. 미약하지만 따뜻한 숨결이 그의 손 언저리를 간질이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안심이 됐다. 그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설찬은 그녀의 곁에 와 숨결을 공유했다. 낮이고 밤이고 새벽이고를 떠나. “생각해보니 너는 나를 만나 모진 고생을 많이 했구나. 마음이고, 몸이고……. 이 못난 내가 뭐가 좋다고.” ---pp.346-3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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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제3인류』, 정연주 작가의 『기화, 왕의 기생들』을 차례로 연재하며 ‘스타 작가의 등용문’이자 ‘출세가도’로 자리매김한 다음 스토리볼과 예스24 e연재. 『화랑애사』는 두 지면을 통해 10개월간의 연재를 마치고 단행본으로 출간된다.
‘원화’가 되기 위해 화랑도에 들어온 주인공 ‘단희’와 화랑도의 풍월주 ‘설찬’. 늘 곁에 있으면서도 서로를 곁에 두지 못하는 두 주인공의 거리는 말 그대로 ‘가깝고도 멀’다. 오래토록 설찬을 마음에 품은 단희는 오직 설찬만을 향해 다가오지만, 애써 밀어내는 것인지 설찬은 여전히 흔들림이 없다. 주어진 운명을 거역해야 하는 소설 속의 모든 인물들은 흥망을 떠나 모두 아름답다. 그들은 그들은 천년제국 신라를 감싸고 있는 오라를 더 풍요롭게 만든다. 북큐브 주최 ‘대한민국 e작가상’에서 『붉은 빛에 취하다』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이지혜 작가는 늘 남다른 스토리텔링과 차분한 문장을 선보이며, 로맨스 장르에서 특별한 재능을 빛내고 있다. 단희는 박색하여 박꽃이 아니었다. 흥그러워 사랑스러운 박꽃이었다. 어질고 고운 박꽃이었다. 기개가 당당하고 그 인품의 향이 널리 널리 퍼지는, 매화꽃이었다……. 예부령 집안의 막녀이자 언니들의 빼어난 미모 탓에 ‘박꽃’이라 불리던 주인공 단희는 화랑도의 풍월주 설찬을 오랫동안 연모해왔다. 하지만 한 번도 단희를 여인으로 생각해본 적 없는 설찬은 그녀에게 차갑기만 하다. 그런 단희에게 뜻밖의 기회가 주어지는데, 바로 진흥왕 때 폐지되었던 화랑의 꽃 ‘원화’를 다시 들이겠다는 것이다. ‘원화’가 되기 위해선 화랑과 함께 유오(遊娛: 산천을 노닐며 즐기는 화랑의 풍류)할 줄 알고, 누구보다도 화랑을 잘 알아야 한다. 곧, ‘여자 화랑’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단희는 원화가 되기 위한 ‘천관녀’로 화랑도에 들어가 화랑과 함께 생활한다. 화랑들은 단희와 취선, 두 천관녀를 두고 ‘뛰어난 미색의 취선이냐, 자신의 속을 모두 내어주는 단희냐’ 수군거린다. 그런 와중에도 설찬은 흔들림 하나 없는 강인한 모습만 보일 뿐이다. 단희는 화랑들과 함께 지내며, 화랑 그리고 설찬을 꼭 제 손으로 지키겠다 마음먹는다. ‘신의 나라’이자 화려함으로 휘감긴 나라 신라를 무대로 펼쳐진 아름다운 남녀의 마음은 고운 비단으로 감싼 듯 그 어느 때보다도 진심 어리고 귀하다. 뿐만 아니라 빼어난 용모에 아름다움과 용맹함을 지닌 화랑들의 이야기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어둠 속에서 하얀 꽃으로 지붕을 밝히는’ 지혜로운 단희와 화랑도의 위상이자 화랑의 정신 그 자체인 설찬은 멀고 먼 길을 헤매다 서로를 찾을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