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사랑의 기쁨
한가롭게 멋지게 슬픈 운명 산 넘고 물 건너 유구국(琉球國) 기행 양생(養生)과 소요(逍遙) 부생육기 약도 |
|
'다락방'이란 배 2층에 있는 방을 말하는 것이었다.
"한번 가서 알아볼까?" 하고, 우리는 작은 배를 불러 타고 소과부의 배로 건너갔다. '꽃배'들의 등불이 두 줄로 나란히 켜 있는 것이 마치 기다란 회랑 같았다. '다락방'에는 마침 손님이 들어 있지 않았다. 기생어머기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오늘 귀하신 손님이 오실 것을 알고 있었습죠. 그래서 '다락방'을 비워 놓고 기다리고 있는 참입죠." "아주머는 정말 '연잎 아래의 선녀'로군요." 하고 나도 웃으면서 응수했다. 곧 우리는 촛불을 켜든 하녀의 인도를 받으면서 선창 뒤에 있는 사다리로 올라갔다. '다락방'은 꼭 뒷박만 했으나, 한 옆에는 기다란 침상이 있었고, 또 탁자나 의자도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 휘장을 들추고 속으로 더들어가면 바로 선창의 위가 됐다. 여기에도 침상이 한 옆에 있었고, 벽에는 유리를 끼운 네모진 창이 있었다. 방에는 불을 켜지 않았어도 환했다. 그것은 앞에 있는 배의 등불 때문이었다. 이부자리ㆍ모기장ㆍ화장대가 아주 화려했다. --- p.169 |
|
남녀유별의 유교문화권 속에서도 이들 부부의 관계는 사뭇 달랐다. 아내 운(芸)은 비록 빼어난 미인은 아니었지만,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녔다. 남편과 더불어 오이 ? 두부를 재치 있게 이야기하거나 문학 ? 미술을 진지하게 토론하기도 했으며, 남편의 배려로 시부모 몰래 뱃놀이를 가거나 남장 하고 축제를 구경할 수도 있었다. 또한 아내는 남편을 위해 예쁘고 멋있는 기생을 자기 첩으로 삼으려고 진심으로 열중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에는 간혹 이해하기 힘든 면도 있으나, 어느 한쪽을 일으켜 세우거나 한쪽이 희생하는 부부의 모습이 아닌, 기쁠 때나 슬플 때 함께 나누고 의논하며 지혜롭게 살아가는 이상적인 부부상을 만나게 된다. 따라서 가정의 위기, 이혼율 급증이라는 현재,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모범이 될 만한 고전 중의 고전이라 할 것이다
부생(浮生, 덧없는 인생)이란, 되돌아보면 모든 것이 꿈인 듯 아득하기만 한, 생애의 짧은 즐거움과 끝없는 슬픔을 이야기하려는 생각에서 이백(李白)의 글, ‘덧없는 인생은 꿈만 같아, 즐거움을 얼마나 누리리' (浮生若夢 爲歡幾何?)’라는 말에서 택한 것이다. 이 책은 육기(六記), 여섯가지 이야기로 장을 달리한 데에 그 구성의 독특한 운치가 있다. 1장에서는 사랑하는 아내와 엮는 즐거운 에피소드를, 2장에서는 생활 주변의 하찮은 것에서 느끼는 취미를, 3장에서는 깊은 사랑과 자유로운 생각과 행동으로 겪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들 - 금전적인 곤란과 대가족 제도하의 가족간 갈등 -을, 4장에서는 중국 내 명산대천의 편력을, 5장에서는 바다 밖 나라의 풍정(風情)을, 6장에서는 건강 문제를 다루면서 인생의 해탈을 각각 이야기하고 있다. 이 여섯 가지 이야기는 거의 따로따로 독립된 단편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속에는 미묘한 구성을 작가가 마련해 두었음을 볼 수 있다. 사랑의 이야기는, 1장의 밝은 면에서 짐짓 2장을 건너뛰어 3장의 어두운 면으로 대조, 부각시켰으며, 자유로운 정신과 생활 태도는 2장의 취미에서 슬쩍 3장을 가로질러 4장의 자유분방으로 넘어가고 다시 5장의 풍정으로 연결, 발전시켰으며, 6장의 해탈은 1장의 기쁨, 3장의 슬픔, 2,4,5장의 멋에 있어 중용을 갖게 했다. 여느 전기 문학에서처럼 단조로운 연대순으로만 전개되었다면, 이 자서전의 묘미는 덜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