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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전집
기형도
문학과지성사 1999.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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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희곡 top2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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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시
『입 속의 검은 잎』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새로 찾아낸 미발표 시
2. 소설
3. 산문
4. 자료

저자 소개 1

奇亨度

주로 유년의 우울한 기억이나 도시인들의 삶을 담은 독창적이면서 개성이 강한 시들을 발표한 시인 기형도. 1960년 경기도 연평 출생. 1979년 연세대학교 정법대학 정법계열에 입학하여 1985년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였다. 졸업을 앞둔 1984년에 중앙일보사에 입사하여 정치부 · 문화부 · 편집부 등에서 근무하였다. 대학 재학 시절 윤동주문학상 등 교내 주최 문학상을 받았고,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안개」가 당선되면서 문예지에 시를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중앙일보에 근무하는 동안 여러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하였고, 주로 유년의 우울한 기억이나
주로 유년의 우울한 기억이나 도시인들의 삶을 담은 독창적이면서 개성이 강한 시들을 발표한 시인 기형도. 1960년 경기도 연평 출생. 1979년 연세대학교 정법대학 정법계열에 입학하여 1985년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였다. 졸업을 앞둔 1984년에 중앙일보사에 입사하여 정치부 · 문화부 · 편집부 등에서 근무하였다. 대학 재학 시절 윤동주문학상 등 교내 주최 문학상을 받았고,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안개」가 당선되면서 문예지에 시를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중앙일보에 근무하는 동안 여러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하였고, 주로 유년의 우울한 기억이나 도시인들의 삶을 담은 독창적이면서 개성이 강한 시들을 발표하였다. 시집 『입 속은 검은 입』을 상자했으나, 출간을 준비 중이던 1989년 3월 종로의 한 극장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고 사인은 뇌졸중이었다.

그러나 살아생전 시집 한 권 묶지못하고, 첫시집이 유고시집이 되어버린 이 시인은 20년이 넘은 지금에서도 잊혀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시를 꿈꾸는 모든 문학청년들의 질투와 부러움을 사고 있으며, 문학 대중의 압도적인 열광 속에, 한국 문학의 뜨거운 신화로 그리고 꺼지지 않는 생명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가 세상을 떠난지 정확히 20년이 되는 2009년 3월을 기준으로, 1989년 5월에 출간된 유고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은 초판 24쇄, 재판 41쇄, 총 65쇄를 찍었으며 24만 부가 판매되었다.

1999년 3월에 그의 10주기를 기리며 출간된 『기형도 전집』은 초판 15쇄를 찍었으며 4만 7천 부가 판매되었다. 또한 그의 20주기에는 그를 아끼고 추억하는 지인과 문우들의 산문, 그리고 그의 사후 그의 시를 분석하고 의미 지은 여러 비평가들의 밀도 높은 평문들을 한데 모은 『정거장에서의 충고―기형도의 삶과 문학』가 출간되기도 하였다.

어둡고 축축한 현실에서 길어올린, 불길하고 처연한 상상력의 시어들은 90년대의 어떤 시인도 넘어서지 못한 울림을 낳았다. 평론가 남진우씨가 기형도 시의 양대 질료로 요약했던 '환멸과 환상' 이야말로 지난 천년의 끝무렵을 지배하는 심상이기 때문일까. 기형도 시의 처절한 아름다움에 '그로테스크 리얼리즘' 이란 이름을 붙였던 김현은 '그의 시는 현실적인 것을 변형시키고 초월시키는 아름다움, 추함과 대립되는 의미의 아름다움을 목표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존재의 모습에 대한 앎으로서의 아름다움을 목표한다'고 읽어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그의 유고시집 『입 속의 검은 잎』은 일상 속에 내재하는 폭압과 공포의 심리 구조를 추억의 형식을 통해 독특하게 표현한 시 60편을 담고 있는데, 그의 시 세계는 우울한 유년 시절과 부조리한 체험의 기억들을 기이하면서도 따뜻하며 처절하면서도 아름다운 시공간 속에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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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1999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55쪽 | 623g | 148*210*30mm
ISBN13
9788932010601

책 속으로

잘있거라 내 젊은 날
돌아보면 여전히 서있는 슬픔
또한 아스라히 사거리를 벗어나는 표적지처럼 멀어지거늘
이제 나는 어두운 생의 경계에 서서
밤낮으로 시간의 능선을 넘어오는
낮은 기침소리 하나하나 생포하며
더욱 큰 공포와 마주서야 하는 초병이 되지 않으면 안되었다
잘있거라 내 젊은 날
언제나 그자리 서있을 여름, 그 처연한 호각소리여
훈련이란 우리들 행군간의 뒤돌아보지 않는 연습의 투사일진대
오 처음으로 마지막으로 발견하는 하늘
입간판을 돌아설 때 한꺼번에 총을 겨누는 사계
뒤돌아보면 쏜다. 그리하여 두손들고 내려오면 위병소
그 질척한 세월의 습곡, 아아 사나이로 태어나서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p.89

빈 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p.89

비트겐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내 책은 두 부분으로 이루어졌다. 이 책에 씌어진 부분과 씌어지지 않은 부분이 그것이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두번째 부분이다. [......] 우리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 말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거의 필연적이며 이러한 불행한 쾌락들이 끊임없이 시를 괴롭힌다.

--- p.334

나는 죄인이다. 나는 앉아서 성자 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 누구도 나에게 경배하러 오지 않았다. 오히려 내 육체에 물을 묻히고 녹이 슬기를 기다렸다. 서울에서의 나의 행복론은 산산조각나고 있다. 내가 거듭 변하지 않는 한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거듭 변하기 위해 나는 지금의 나를 없애야 한다. 그것이 구원이다.

--- p.302

그 집앞

그날 마구 비틀거리는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너무도 가까운 거리가 나를 안심시켰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기억이 오면 도망치려네
사내들은 있는 힘 다해 취했네
나의 눈빛 지푸라기처럼 쏟아졌네
어떤 고함 소리도 내 마음 치지 못했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모든 추억은 쉴 곳을 잃었네
나 그 술집에서 흐느꼈네
그날 마구 취한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있었네
사내들은 남은 힘 붙들고 비틀거렸네
나 못생긴 입술 가졌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벗어둔 외투 곁에서 나 흐느꼈네
어떤 조롱도 무거운 마음 일으키지 못했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그토록 좁은 곳에서 나 내 사랑 잃었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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