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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g Hyunsan,黃鉉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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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 시인은 나라와 사회에 대한 걱정과 관심을 시로 표출하되, 그것을 내면에서 곰삭여 간결한 언어로 응축시켜온 시인이다. 이 시선집에서 우리는 지난 반세기 우리 시가 시도해온 민중적 경향성과 다양한 율조를 느낌과 동시에 한 개인의 감정을 거쳐나온 실존의 외침을 듣게 된다.
시인은 특히 약한 자들, 소수자들의 삶에 관심을 갖는다. 시인은 고통스런 생활 속에서 졸아드는 생명을 의식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면서 민중적 삶의 긍정적 묘사에 주력한다. 민영 시인이 지난 1984년 신경림?정희성?하종오 등과 함께 민요연구회를 창립하고 이 단체의 회장을 역임하면서 우리 가락에 바탕을 둔 시를 써온 것도 바로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시인이 우리 시사에서 민중시라고 불리는 시를 써오면서도 과도한 편향에 빠지지 않은 것은 정치적 항거의 목소리를 곧바로 시에 담지 않고 구체적 형상과 육화된 민중의 율조에 담아내려는 시인의 치열한 노력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선집의 제1부에는 첫시집『단장』(1972)과 『용인 지나는 길에』(1977)에서 뽑은 시들이 실렸다. 첫시집에서는 ‘죽음’이란 주제가 부각된다. 그러나 「이승과 저승」 「그날이 오면」 「示威」 같은 시들에서 드러난 죽음은 허무와는 관련이 없다. 시인은 죽음을 말할 때마다 인정의 따듯함을 기리고, 의지를 다져 마음의 자리를 순결하게 한다. 시인에게 죽음은 일상의 자리에서 자신을 되비춰 고결한 삶을 추동하는 동인이라 할 수 있다. 제2부는 『냉이를 캐며』(1983) 『엉겅퀴꽃』(1987)에 실린 시들이다. 광주학살 전후의 폭압적 정치현실 속에서 씌어진 이 시들에서 시인은 붙박인 자들의 비감을 노래하던 자리에서 더 나아가 뿌리없이 유랑하는 자들의 독한 심정을 내뿜는다. “이제 비 내리면/ 떠나야 하네/ 빈 속에는 막소주/ 개좆빛 하늘/ 농약 먹은 황새처럼/ 휘청거리며.”(「바람歌」) 이 같은 유랑의 정서는 강요된 삶을 거부하려는 탈주 의지를 담고 있다. 이 무렵 「엉겅퀴꽃」 같은 시에 시도된 민요풍의 4?4조 운율은 민중정서의 구체성과 강한 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87년 이후 시인의 시가 민족의식의 아우라를 얻어가는 과정은 제3부에 담겨 있다. 『바람 부는 날』(1991) 에서 고른 시들은 6월항쟁 전후의 정치적?사회적 상황에 대한 울분을 담고 있는 동시에 시인이 어린 나이에 체험한 유민생활의 기억과 맞닿아 있으면서 자연을 바라보는 좀더 친근한 시각을 전해주고 있다. 『유사를 바라보며』(1996)의 중심은 「武陵 가는 길」 연작에 있다. 이 ‘길’은 무릉(이데아)으로 가는 길을 상징하는 동시에 이 길을 방해하는 세속적 이해관계를 의미한다. 이 점에서 연작시는 문명비판적 성격을 지니는데, 「봉숭아꽃」 「新단양의 가을」 「되피절 부처님」에서 표현된 농경정서의 아련한 추억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시인의 가장 최근 시집 『해지기 전의 사랑』(2001)에서 뽑은 시들은 5부에 실렸다. 신산한 현실의 슬픔을 죽음의 정서와 대비시켜놓은 시들에서 시인의 눈은 어느 때보다도 밝으며 시어는 섬세함과 단아함을 한치도 잃지 않는다. 연륜이 더해준 겸손 속에 녹아든 여유와 자신감을 맘껏 펼쳐보인 시들이라 할 수 있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나오는 강인한 정신, 민요조의 가락에 담은 민중적 정서로 지난 반세기 우리 시의 산 증인이 되었던 민영 시인도 올해로 고희를 맞는다. 물질과 쾌락의 시대에 시인정신의 고전적 틀을 간직한 시인의 선집이 젊은 독자들에게 귀감이 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