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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아탁’은 무엇이며,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아탁Attac = 시민지원을 위한 국제금융거래 과세연합Assoiciation pour une Taxation des Transactions Financieres pour l’aide aux Citoyens 1997년 12월, 프랑스의 진보적인 시사지《르 몽드 디플로마티크》의 편집주간 이냐시오 라모네Ignacio Ramonet는 ‘시장을 무장해제하자!’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한다. 이 사설에서 라모네는 이렇게 웅변한다. 아시아의 화폐시장을 초토화시킨 소용돌이가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투하자본의 세계화가 전 지구적 불안을 조성하고 있다. 이 세계화는 국경선을 조롱하면서 자국민의 민주주의, 복지, 행복을 지켜야 할 국가의 힘을 약화시키고 있다. 금융자본의 세계화는 금융자본에 자신들만의 법칙을 하나하나 세워나가며 IMF, 세계은행, OECD, WTO처럼 독자적인 행정기구, 독자적인 영향력 범위, 독자적인 정책을 가진 하나의 독립적인 초국가적 국가를 만들어 냈다. 강력한 권력을 가진 이 기구들은 이구동성으로 시장 가치를 노래하고, 전 세계의 강력한 거대 언론매체는 이에 대해 충실한 메아리로 답한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이 세계국가는 사회적 토대를 갖지 않은 강대국이다. 이 세계국가는 단지 금융시장과 투자기금의 주인들, 그리고 다국적 기업한테만 책임을 진다. 현실 세계의 현실 국가들은 권력을 갖지 못한 사회로 전락하고 있다. 이 상황은 해가 거듭될수록 더욱더 심화되고 있다. (……) 시민지원을 위한 토빈세 과세연합이라는 새로운 NGO를 설립하는 것이 어째서 안 된단 말인가? 노동조합과 수많은 사회?문화?환경단체들과 협력하여 이 단체는 최종적으로 토빈세를 도입하도록 정부에 압력을 가할 수 있을 것이다. 보편적인 연대의 이름으로. (본문 139~141쪽) 라모네의 이 열정적인 ‘선언문’은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그것이 점점 확산되면서 마침내 1998년 6월 파리에서 ‘아탁’이 결성되기에 이르렀다. 아탁은 자발적인 참여자들의 순수한 결사체로 출범했으며, 아탁 프랑스의 초대의장은《르 몽드 디플로마티크》의 편집장 베르나르 카상Bernard Cassen이 맡았다. 카상은 수년 간 아탁 의장을 맡으면서 이 운동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탁은 프랑스에서 처음 창설된 이래로 급속히 확산되어 현재 전 세계 40여 개국에 아탁이 설립되어 있고, 5만 명 이상의 활동가들이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아탁 운동의 기본 방향은 앞서 소개한 이냐시오 라모네의 글에 잘 나타나 있다. 즉, 국경선을 넘나드는 ‘자본의, 자본에 의한, 자본을 위한’ 세계화를 비판하고, 금융자본과 다국적 콘체른, 강대국의 시녀 역할을 하고 있는 IMF, 세계은행, OECD, WTO 등 국제기구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실천적인 대안으로 ‘토빈세’도입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이 처음 주장했던 토빈세는 모든 외환거래에 1%의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아탁 활동가들은 토빈세를 통해 확보된 자금으로 제3세계 개발원조에 필요한 재원을 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그들 역시 토빈세가 만병통치약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그것이 왜곡된 세계 금융질서의 재편을 향해 나아가는 첫 걸음이자 유용한 실천적 수단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토빈세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이 책 1부의‘톱니바퀴에 모래를 뿌리자토빈세를 위한 투쟁’부분 참조) 토빈세 이외에 아탁 운동의 실천 목표는 세금 오아시스와 역외금융센터의 철폐, 개도국의 채무탕감, 국제 금융기관의 민주적 개혁 등이다.(본문 178쪽에 아탁의 공식적인 주장이 일부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아탁은 어떤 일정한 이념을 중심으로 결속된 운동은 아니다. 아탁에는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이 공존하며, 아탁 활동가들의 관심사도 그들이 속한 국가와 사회적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이 점이 바로 아탁의 장점이자 추진력이기도 하다. 아탁의 근간은 참여자들의 자발성 및 다원성에 대한 존중에 있다고 할 수 있다. 2. 대안적 반세계화 운동,‘아탁’의 모든 것 이 책은 말 그대로 대안적 반세계화 운동의 기수 ‘아탁’에 관한 생생한 르포이며 보고서이다. 5부에 수록된 네 명의 시대적 증인들과의 인터뷰를 비롯해서 이 책에는 많은 아탁 활동가들과 세계화 비판론자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하지만 아탁을 본격적으로 소개하기에 앞서 이 책은 아탁의 탄생 배경이라 할 수 있는, 현행 세계화 체제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문을 연다. 그리고 이런 세계화 비판의 중요한 사례로 다뤄지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이 그 중심에 있었던 1997년 무렵의 아시아 경제위기이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들이 밝힌 바와 같이 이 책은 지난 10년간 극적인 위기를 촉발시켰던 통화 및 금융정책의 과정과 그 경과에 대한 분석, 그리고 제3세계 국가들 가운데 성공적인 발전을 이룩한 나라들에서 나타나는 빈곤의 증대, 북반구에 속하는 나라들에서 나타나는 불평등의 확대 및 새로운 불안요소의 등장에 대한 분석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이 문제는 주로 1부에서 논하고 있는데, 특히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가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 앞서 라모네의 사설에서도 모두에 아시아 금융위기를 언급하고 있듯이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위기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의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났던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하랄트 슈만은 한국의 경제위기를 다룬 부분에서, 개별 국가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인 경제모델을 강제로 적용시킨 IMF 체제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IMF를 비롯한 국제기구는 위기에 처한 국가의 경제를 구원하려 했다기보다는 이들 시장을 서구 금융산업의 지배 하에 두기 위한 ‘원정군’역할을 한 셈이라고 꼬집는다.“위기의 구원자란 미명으로 포장된 IMF의 개입은 적어도 이 시점에 이르러서는 공격적인 원정군이라는 본심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73쪽) 미국 상무장관 미키 캔터가 노골적으로 말했듯이,“아시아의 용으로 불리는 나라들이 당면하고 있었던 경제적 문제는, 서구에게는 경제적 이해를 관철시킬 수 있는 천금과 같은 기회”(72쪽)였던 것이다. 이어 2부에서 이 책은 아탁이 프랑스에서 어떻게 탄생했는가를 기술하고 있다. 아탁은 애초부터 이념과 구호를 앞세운 단순한 저항운동이 아니었다. 만일 그러했다면 아탁이 그처럼 성공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탁은 잘못된 세계화의 방향을 비판하고 그 실천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운동이다. 그런 면에서, 아탁 창립자들이 아탁을 가리켜 “행동을 지향하는 교육운동”이라고 했던 것은 의미심장하다. 계속해서 이 책 3부에서는 아탁 독일의 성공사가 펼쳐지며, 4부에서는 아탁을 국제적인 운동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전망과 그 과정에서 직면하게 될 여러 어려움들을 다루고 있다. 여기에서 독자들은 아탁 내부로 들어가 아탁 회원들이 어떤 동기에서 이 운동에 참여하게 되었고, 아탁이 어떤 조직체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아탁은 결코 중앙집권적인 조직이 아니다. 아탁은 각 나라와 지역마다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독립적이고 자발적으로 운영되면서, 동시에 서로 간에 수평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이렇게 자발적 참여와 다원성을 근간으로 아탁은 단기간에 놀라운 성장을 이루었고, 적어도 유럽에서는 무시 못 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이르렀다. 마지막으로, 5부에서는 이 새로운 운동을 목격한 저명한 ‘시대적 증인들’과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이 시대적 증인들은 도이체방크의 ‘위기관리 총책임자’ 토마스 피셔Thomas Fischer, 아탁 운동의 산파 역할을 한 수잔 조지Susan George, 68세대로서 유럽의회의 독일 녹색당 의원이며 아탁에도 참여하고 있는 다니엘 콘 벤디트Daniel Cohn-Bendit, 태국의 사회학자이며 ‘남반구 포커스’의 대표로 있는 저명한 반세계화 운동가 월든 벨로Walden Bello 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