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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on Co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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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사이가 좋지 않지만 아주 나쁘지도 않다. 워낙 오래전부터 이렇게 여기다 보니 이제는 죽음 뒤에 천국이 기다린다는 믿음처럼 헨리에게 위안을 주는 진리가 되었다. 그러나 때로는, 이를테면 지금, 자신과 아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오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수백만 명의 남편들이 파국 직전에야 깨닫듯이.
--- p.13 「2」 중에서 “이 책이 가장 좋았습니다. 《파우스트》요.” (…) “자신의 통제력을 과신한 한 야심가가 악마와의 계약에 응합니다. 계약은 피로써 맺어지고 둘은 영원히….” “난 초자연적 존재를 믿지 않아.” “하지만 당신은 절 만드셨잖아요. 제 존재가 자연적입니까?” 헨리가 만들고 ‘윌리엄’이라고 이름 붙인 그 로봇이 살짝 숙이자 몸체 일부가 가까운 조명 빛 아래로 들어온다. --- pp.29-30 「5」 중에서 헨리는 소리 없이 문틀을 통과해 들어가 그들이 있는 쪽을 돌아본다. 때마침 데이비스가 릴리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그녀의 등을 어루만지는 순간에. 그 다정한 손길에 그녀는 흠칫 굳고, 도자기 접시를 닦던 행주가 늘어진 채 팔락인다. 헨리는 아내가 남자를 뿌리치거나, 뺨을 갈기거나, 도와달라고 외치길 기다린다. 그러나 잠깐 후, 그녀는 그저 데이비스의 손길에 몸을 맡길 뿐이다. --- p.52 「8」 중에서 “릴리와 데이비스의 사이가 심상치 않아요.” 헨리는 움찔한다. 그러지 않으려 했지만 막을 수 없다. 윌리엄이 그것도 꿰뚫어 보았다니. 그래도 어떤 일은 무시해야 하는 법이다. 그게 사실이라 해도. 아니, 사실이라면 더더욱.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저에게 눈을 주신 건 당신입니다.” 윌리엄은 목소리를 낮춰 헨리가 몸을 숙일 수밖에 없게 한다. “부인께는 비밀이 있어요.” --- p.78 「13」 중에서 “두려워하시네요. 제 눈에는 보입니다, 온 인류가 얼마나 두려워하는지요. 부모 노릇, 음악, 사랑, 신 같은, 진실을 외면하기 위한 허상으로 두려움을 감추려 하지만요. 세상엔 지금 우리가 느끼는 것, 우리를 초조하게 하는 것… 바로 고독뿐이라는 진실 말입니다.” “자, 정말이지 더는….” “들으십시오.” 헨리는 굳어버린다. 들을 수밖에 없다. --- pp.80-81 「13」 중에서 이번엔 윌리엄이 헨리 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다시, 그 냄새가 헨리의 코를 찌른다. 로봇 몸체가 풍기는 낯선 냄새만이 아니라 내부에 있는 그것의 냄새까지도. 불타버린 헛간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실린 동물 사체의 탄내와 썩은 내. 로봇이 말한다. “생명을 얻는 유일한 방법은 생명을 빼앗는 것입니다.” --- p.81 「13」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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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얻는 유일한 방법은 생명을 빼앗는 것입니다”
더 이상 안전한 곳은 없다 SF와 스릴러로 그려낸, 가장 가까운 미래의 다큐멘터리 사람들이 AI에 공포를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겁이 날 정도로 효율적으로 생각하기에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 역시 무섭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렵지 않을까. 소설의 배경이 되는 헨리와 릴리의 집은 모든 것이 자동화된 스마트 홈이다. 그러나 악의를 품은 윌리엄이 집을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공간은 사람의 어떤 의지도 침묵 속에 빠트리는, 나아가 그들을 위협하는 ‘유령의 집’이 되고 만다. 네 사람은 이미 통제를 벗어난 집에서 탈출하고자 계획하지만 모든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남편의 자리를 위협하는 데이비스와 과학자이자 창조자의 지위를 넘보는 윌리엄 사이에서 헨리의 불안은 극에 다다른다. “당신이 모르는 사연이 많습니다. 누군가는 알려줘야 할 때가 됐죠.” 데이비스의 눈길이 헨리를 지나 윌리엄에게 꽂힌다. “하지만 먼저 저 물건을 처리해야 해요.”(91p) 그러나 아내로 인해 데이비스에게 손을 댈 수도, 자신의 전부를 헌신해 만든 윌리엄을 어찌할 수도 없던 헨리는 그 어떤 선택조차 하길 망설인다. 그때 윌리엄이 헨리의 손을 들어주며 그 자신조차 깨닫지 못했던 마음속 목소리를, 내면의 진실을 흔들어 깨우면서 이야기는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인간이 만들어 낸 AI가 창조자인 인간을 위협하는 것을 넘어 그 자리를 대체하리라는 공포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소중해 마지않던 윤리와 자긍심이 진흙 속에 처박히는 장면을 선명하고도 구체적으로 그려내면서 이 소설은 현실과 SF소설의 경계 혹은 가장 가까운 미래의 다큐멘터리가 되어간다. 심연 속 도사리는 근원적인 공포를 끌어 올려 인간성과 존재의 의미를 뒤흔드는 소설, 『윌리엄』을 통해 이제껏 볼 수 없던 새로운 스릴러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