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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프롤로그 #소원을 말해봐 #험난한 여름방학, Start #첫 번째 이별 #널 좋아해 #꼭 다시 돌아올게 #시끌벅적 동물병원 #소년, 남자가 되다 #돌아오다 #황당해, 서먹해 #남자 둘, 여자 하나 우린 친구 #기다리다 <2권> #데이트가 아닌데 설렌다 #고백 #숫자 8 #어떡하지? #그런데 불안해 #안개 그리고 숲 #내 사랑 울보 #에필로그, 하나 #에필로그, 두울 #작가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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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큰 손이 아담한 여자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이렇게 기다리다간 내가 먼저 돌겠어.” “알아듣게 말해.” 그윽하게 들여다보는 진하의 시선을 받아내자 열매는 가슴이 아렸다. 열매는 커다란 눈을 치뜨며 진하를 쳐다봤다. 키가 큰 진하를 올려다보려니 목이 아플 정도였다. 그런데 그의 입술이 그녀에게 숨 쉴 틈 없이 내려왔다. 숨결이 붙었다. 달빛도 거센 바람까지……. 모든 움직임이 멈췄다. 흠칫 놀라 몸을 뒤로 빼려는 그녀의 허리를 그가 단단한 팔로 끌어안았다. 충격으로 멈춘 그녀에게 그는 시선을 마주치며 고개를 꺾었다. 아직도 선명하게 이해하지 못한 열매는 붉은 입술을 살짝 벌린 채였다. “내 결혼식 신부가 너라고.” 말 그대로 순간이었다. 진하가 열매를 더 세게 끌어안아 두 사람의 몸은 빈틈 하나 없이 맞닿았다. 열매의 벌어진 붉은 입술에 진하의 입술이 단단히 겹쳐졌다. 단순한 입맞춤이 아니었다. 온몸의 감각을 깨우는 키스였다. 거칠게 혀를 빨아당기는 소리에 소름이 돋았다. 열매의 머리칼을 헤집고 들어간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뒤통수를 도망가지 못하게 감쌌다. 바람처럼 부드럽던 키스가 점점 짙어졌다. 너를 얼마나 갈망했는지, 알아주길 원하듯……. 열매는 너무나 놀라 눈을 감지도 못했다. 진하의 기습 키스에 열매는 혼이 나가버려 머릿속이 하얗게 타버렸다. 뜨겁게 닿은 입술의 감촉.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마구잡이로 흐트러진 숨결이 진하의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열매가 감았던 눈을 떴다. 손등으로 조금 부푼 입술을 문질렀다. 느리게 눈꺼풀을 깜빡거렸다. 툭 건들면 터질 듯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동자에 원망이 비쳤다. 할 말이 많아 보이는 입술은 정작 꾹 다물어졌다. 그녀가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에 살이 에어왔다. 급하고 어설퍼 더욱 뜨겁던 열기가 사라진 거실에 적막이 찾아왔다. 진하의 다문 입술 사이로 쓴웃음이 새어나왔다. 아프다. 넌, 날 왜 그런 눈으로 보고 있어? 저만치 뒤로 물러선 열매에게 다가가려 내딛는 한 걸음이 심장을 푹 쑤셨다. 그녀를 담은 눈동자가 아득히 깊어지며 그가, 그녀 앞에 섰다. “열매야.” 단 하나의 마음은 단 한 사람만 원했다. “홍열매.” 꿈속에서조차 그리워 미치도록 불렀던 이름. 차근히 쌓아 나아가고 싶었다. 열매의 마음부터 온전히 가져올 수 있는 사랑이길 바랐다. 자신의 행동이 그녀에게 낙담과 절망을 안겨줬다 해도 후회하지 않았다. 차라리 기분이 후련해졌다. 짙어진 키스에 열매가 불안정하게 떨며 주먹으로 가슴을 쳤을 때, 마지못해 그녀를 놔주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열매의 요동치는 눈동자였다. 그녀를 안은 손끝의 흥분이 피를 뜨겁게 달구었다. “내가 널 아프게 한 거니?” 열매의 눈빛이 또록또록 맑고도 차가웠다. “그래도 후회 안 해.” 웃어줘. 한 조각 미소라도. “진하야.” 열매는 불끈 쥔 주먹을 떨면서도 고개를 들어 진하를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무엇보다 당황스러웠고 화가 났다. 갑작스러운 키스와 지금 진하가 내뿜는 차가운 냉기가 그랬다. 마치 자신이 그를 상처 입힌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얼마나 당황스러운지 알기를 바라는 솔직한 표정을 지으며 머릿속 생각을 그대로 쏟아냈다. “나한테 왜 키스했어?” “하고 싶었으니까. 남자가 여자한테 키스하는 데 다른 이유가 있어?” “너 정말 나빠. 진짜 나빠.” 열매는 터질 지경인 가슴을 손으로 눌렀다. 화를 낼 사람은 정작 자신인데, 설움이 치밀었다. 다급하고 뜨거운 키스 때문에 심장이 발작하듯 뛰어 더욱 혼란스러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도 남기지 않고 녹아내릴 것 같은 이런 기분은 생전 처음이었다. 끊임없이 들리는 진하의 숨소리에 열매는 최대한 담담하려 애썼다. “돌아왔는데 맨발로 뛰어나와 안 반겨서 그래? 그게 서운해서 그래? 편지 한 통 안 쓴 사람이 누군데, 갑자기 돌아와놓고 한마디 말도 하지 않은 사람이 누군데! 나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곧 떠날 거면서 불안하게 이러는 이유가 도대체 뭐야?” “정말, 내가 한국에 온 이유 모르겠어?” “몰라, 모른다고. 말 안 해주는데 어찌 알아.” 열매는 입술을 깨물고 진하를 쳐다봤다. 눈에 물기가 스며들어 진하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다 말하려고 했어.” “언제? 나 환갑잔치 할 때?” 말을 하다 보니 서러움이 복받친 열매는 터지려는 울음을 실없는 농담으로 날려버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한참을 서로 말없이 서 있었다. 진하는 오랜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좀 전보다 부드러웠다. “……열매야.” “내 이름 부르지도 마. 꼴도 보기 싫어.” “지금 모두 말할게.” “몇 번이나 네가 말해주길 기다렸어. 왜 편지를 쓰지 않았는지, 돌아올 수 없었던 사정이 뭔지 궁금했는데……. 첫날 같이 술 먹었을 때도 물었잖아. 그런데 넌 딴소리만 했잖아.” 진하는 어둠에 갇힌 듯 막막해졌다. 그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을 후벼 팠다. 오늘 모두 털어놓고 고백할 작정이었다. 종일 근처에서 열매를 볼 수 있었던 편의점도 그만뒀다. 그녀에게 멋있는 남자로 보이고 싶어 일부러 옷도 신경을 썼다. 같은 마음이길 기다렸던 것이 열매를 힘들게 했음을 깨닫자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이 됐다. “날 친구처럼 대해서 말을 못했어. 함진아비로 온다는 말, 나한텐 진심으로 들렸으니까. 그래서 키스했어. 미칠 것 같아서.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어서.” “우리 정말 오랜만에 만났잖아. 네가 이렇게 화내는 게 더 이상하다. 어떻게 처음부터 내가 널 남자로 봐.” “난 마음에서 널 한 번도 내보낸 적 없어.” 눈에 핏발이 선 진하는 손을 들어 열매의 뺨을 어루만졌다. 나비의 날갯짓처럼 가벼운 손길. 그녀의 뺨을 감싸고 있던 진하의 손끝이 가느다랗게 떨렸다. 피할 줄 알았던 열매는 빤히 쳐다볼 뿐 가만히 서 있었다. 하지만 눈동자는 떨리고 있었다. “직접 물어봤으면 됐잖아. 씩씩한 홍열매답게.” “다시는 널 못 볼 줄 알았어. 그런데 네가 돌아왔어. 오랜만에 온 너한테 떨리는 감정을 느낀 내가 얼마나 당황스러운지 넌 모를 거야. 그런데 애인 하자는 말만 하고서, 함진아비라는 말에 갑자기 화가 난다면서 키스하는 널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해?” --- 본문 중에서 |